CBS 3분 칼럼 (231018 방송) / 아동복지법 개정
CBS 3분 칼럼 (231018 방송)
인간무늬연마소 대표 김환희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없이는 생활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당한 생활지도도 이 법률에 의거하여 아동학대로 무고성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법은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제정되었습니다. 타인을 학대하고 괴롭힌다면 가해자를 기존의 법으로도 처벌 가능한데 왜 특례법이 필요했을까요? 심각한 아동학대가 가장 내밀한 사적관계인 친권자에 의해, 사적인 공간인 가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학대 행위자가 법적 보호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학대 행위를 감지하기도 힘들고, 알더라도 개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를 위해 경찰관이 학대현장에 긴급충돌하여 학대 행위를 제지하고, 피해 아동을 친권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 아동학대처벌법입니다. 법의 취지가 공적 영역에서 괴리되어 폐쇄된 가정환경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회의원들은 아동 보호자를 친권자나 후견인으로 서술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동을 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자’로 확대 서술하며 교사들까지 감시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적 공간으로 다른 학생들과 여러 교원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가정 내 학대 사례처럼 폐쇄적인 내밀한 공간으로 간주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가장 의지하고 내밀한 관계인 친권자에 의한 폭력을 아동이 외부에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반면, 학교 내에서 일어난 교사의 폭력은 학부모에 게 간접적으로 관찰되고 전달되기 쉬운 환경에 있습니다.
특히 현행법이 규정한 아동학대 중 ‘정서적 학대행위’는 그 정의 및 기준이 모호합니다.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면 무고성 신고가 가능한 구조인 것입니다. 실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들 중에 검찰이 최종 기소한 인원은 전체의 1.6%에 불과했습니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더라도, 아동학대 사례의 87.7%가 가족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교사에 의해 발생한 경우는 2.9%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기관 근무자의 경우 ‘아동학대의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의 강제의무까지 부과되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인 역설이 발생해왔습니다. 학부모의 불만 제기만으로도 교장과 교감에 의해 해당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이루어져 왔던 것입니다.
요컨대, 아동학대처벌법은 교사에게 불리한 요소가 많아 악용될 여지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적극적인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일수록 더 신고와 민원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져 교육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 없이는 무분별한 정서적 학대 조항 적용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가정 내 아동 폭력의 경우 공적 보호와 개입이 힘든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특례법 도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픈된 공간에서 공적 활동을 하는 교사에게 특례법을 적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교사에 의해 폭력이 발생한 경우 다른 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고, 교육청의 징계에 의해서도 적극적인 예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개정요구는 교사들에게만 특별한 면제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의 본래의 취지에 맞춰 대상 범위를 가정 내에 한정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학교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공동체의 교육적 관계를 산산조각 내고있는 과도한 특례법 적용을 하루 빨리 멈춰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