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3분칼럼 / 23.11.23. 방송 / 지역소외와 로컬교육 / 김환희
CBS 라디오
김환희(인간무늬연마소 대표)
잼버리 파행 사태의 총책임이 전라북도, 여가부, 윤석열 정부 중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지금까지도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원인을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북지역에서 지역주의는 소외감으로 작동합니다. 중앙 정부의 정치적 차별로 인해서 전북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민들에게 단순한 토건 사업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쌓여있었던 소외감과 원한 감정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한다는 도민의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과장된 계획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최근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메가시티 등의 대안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메가시티의 사전적 정의는 인구 천만명 이상의 초광역 도시입니다만, 한국에서는 지방 도시들의 생존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여기에 중소도시를 연결해 초광역 연합 도시를 구축하면 서울에 버금가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부산, 울산, 경남을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대표적이고 우리 지역과 같은 경우에는 광주, 전남, 전북을 연결하는 호남권 메가시티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전주시가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라는 다소 무리한 슬로건을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새만금 사업이나 호남권 메가시티 전략과 같은 재계발 방식이 지역 소외 및 지방소멸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지역 도시를 키운다고 해도 서울의 규모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서울시 역시 고양시, 구리시, 김포시를 통합해 서울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서울 역시 지방 도시들과 같은 전략, 즉 끝없는 확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토를 계발하고, 경제적으로 성장시키고, 규모를 키우는 것을 잣대로 경쟁하면 지역은 항상 패자의 위치에 놓이고 서울이 아닌 곳은 다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GDP, 경제성장과 다른 잣대로 삶의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역소멸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태적 가치에서 제일 앞서가는 도시로 전주와 전북 각 도시의 정체성을 잡아가면 어떨까요? 생태도시 아바나처럼 도시농업을 통해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로 전라북도를 탈바꿈한다면, 다가오는 식량위기에 대한 탁월한 대책이 될 것입니다. 도시농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풀뿌리 권력과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생태적 삶의 실천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서울에서의 각박한 삶을 대체하는 지역적 삶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학숙 건축 등 서울 소재 대학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것을 지역 교육의 성공으로 보는 관점을 수정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성공한 교육의 방향성이 지역소멸의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주의적 소외감 자체가 서울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런 방향 설정 하에서 모든 지방 도시들은 서울에 미달되는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등 작금의 대규모 계발은 레고랜드처럼 막대한 부채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갯벌을 복원하고 흑두루미, 저어새, 도요새, 뻘게와 짱둥어와 함께하는 느린 삶을 전북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으면 어떨까요? 생태적 삶이 미래적 삶이고 생태적 복원이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대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