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론 - 스피노자 / 3장 정치공동체의 권리 / 24.07.17 / 산들
정치론
3장 정치공동체의 권리
1. 어떤 국가가 있는 상태를 정치적 상태라고 부르고, 국가의 온전한 몸을 정치공동체라고 부른다. 주권을 보유한 사람의 지휘에 의존하는 국가의 공통 업무를 공적인 일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정치적 권리에 근거해 정치공동체의 모든 혜택을 누릴 때, 그 사람을 시민이라 부르고, 정치공동체의 제도나 법에 복종하도록 구속될 때 신민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앞장의 제 17절에서 정치적 상태에 민주국가, 귀족국가, 군주국가가 있다고 말했다.
2. 국가 또는 최고권력의 권리를 결정하는 것은 각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나의 정신에 의한 것처럼 인도되는 다중의 힘이다. 각 사람이 그렇듯이 국가 전체의 몸과 정신도 힘이 닿는 만큼의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다.(93) 그러므로 개별 시민이나 신민은 정치공동체가 자신보다 강한 만큼 더 적은 권리를 가진다.
3. 만약 정치공동체가 어떤 사람에게 자기 천성대로 살 권리와 그럴 권력을 허락한다면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고 양도하는 것이다. 정치공동체의 제도를 통해 시민들 각자에게 자기 천성대로 사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결코 생각될 수 없다.(95) 나는 "정치공동체의 제도를 통해"라고 분명히 말한다. 왜냐하면 각 사람의 본성이 가진 권리는 정치적 상태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적 상태에서나 정치적 상태에서나 자기의 유익을 고려한다. 정치공동체의 모든 명령에 복종하기로 결심하는 사람은 자기 천성대로 자기의 안전과 유익을 고려하는 것이다.
4. 또한 정치공동체의 결정이나 법을 해석하는 일이 시민들 각자에게 허용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이 일이 각 사람에게 허용된다면, 결과적으로 자기 천성대로 삶을 영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앞 절에 따라) 불합리하다.
5. 그러므로 각각의 시민은 자기의 권리 아래 있지 않고 정치공동체의 권리 아래 있으며, 정치공동체의 모든 명령을 따르도록 구속된다.(97) 신민은 설령 그가 정치공동체의 결정을 부당하게 여길지라도, 그 결정을 따르도록 구속된다.
6. 이성은 각 사람이 자기 권리 아래 머무르는 것이 가능함을 부정한다. 또한 이성은 전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라고 가르친다. 평화는 정치공동체가 가진 공동의 법이 침해되지 않고 보존되어야만 확실히 지켜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성에 의해 더 많이 인도될수록, 즉 더 자유로울수록 더 확고하게 정치공동체의 법을 준수할 것이다.(99) 정치적 상태는 공통의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그리고 공통의 비참한 일을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세워진다. 이성에 어긋나는 어떤 일을 정치공동체의 명령에 따라 해야 할 때, 이 손실은 그가 정치적 상태에서 누리는 이익을 통해 충분히 보상된다.
7. 이성에 근거해 세워지고 인도되는 정치공동체가 가장 유능하며 가장 자기 권리 아래 있다. 왜냐하면 정치공동체의 권리는 하나의 정신에 의한 것처럼 인도되는 다중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정신들의 이런 일치는 건강한 이성이 모든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정치공동체가 최대로 추구하지 않는 한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101)
8. 신민은 정치공동체의 힘이나 위협을 두려워하는 만큼 또는 정치적 상태를 사랑하는 만큼 자기 권리 아래 있지 않고 정치공동체의 권리 아래 있다. 그러므로 보상이나 위협으로써 행동하도록 유도할 수 없는 모든 것은 정치공동체의 법과 관련되지 않는다.(103)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희망하지 않는, 자기 권리 아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적이며, 그 적을 제압하는 것은 법으로써 허용된다.
9.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것일수록 정치공동체의 권리에 더 적게 속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음모를 꾸미는 것은 본성에 의해 그렇게 하도록 이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음모를 꾸밀 이유를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그만큼 정치공동체의 힘과 권리는 감소한다.(105)
10. 정치적 상태와 정치적 상태가 요구하는 신민의 복종이 신을 섬기도록 구속하는 종교를 제거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은 그것이 이성을 이용하는 한 최고권력이 아니라 자기 권리 안에 있다. 그러므로 신에 대한 참된 인식과 사랑은 어느 누구의 명령에도 예속될 수 없다. 다만 외적인 의례는 신에 대한 참된 인식과 사랑에(107) 도움이 되지도 해를 끼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의례는 공적인 평화와 삶의 평온함이 방해될 만큼 많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또 종교를 선전하는 일은 신 또는 최고권력에 맡겨야 한다.(109)
11. 최고 권력의 권리는 자연의 권리 외에 다른 어떤 것이 아니므로, 두 개의 국가는 자연 상태에 있는 두 사람처럼 서로 대립한다. 차이가 있다면 정치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에 의해 억압받지 않도록 자기를 지킬 수 있지만, 자연 상태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2. 정치공동체는 다른 정치공동체에 의해 압제되지 않도록 자기를 돌보고 주의할 수 있는 한에서, 다른 정치공동체의 힘을 두려워하는 한에서, 또는 다른 정치공동체에 의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더 적게 추구하도록 방해받는 한에서, 마지막으로 자기의 보존이나 성장을 위해 다른 정치공동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에서 다른 정치공동체의 권리 아래 있다.(111)
13. 두 개의 정치공동체는 자연적으로 적이다. 어떤 정치공동체가 다른 정치공동체를 자기 권리 아래 두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기를 원한다면, 그 시도는 권리로서 허용된다. 전쟁에 대한 권리가 개별 정치공동체에 속하는 것과 달리, 평화에 대한 권리는 최소한 두 개의 정치공동체에 속하며 이들을 동맹이라고 부른다.
14. 동맹조약은 조약 체결의 원인이 있는 동안 확고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어느 정치공동체에서 그 원인이 제거되면 서로 묶고 있던 끈이 저절로 풀리게 된다. 각 정치공동체에는 언제든지 원할 때에 조약을 해소할 온전한 권리가 있다.(113) 상황이 바뀌면 조약 체결의 합리성 역시 바뀐다. 동맹을 맺은 정치공동체들 각각은 자기의 유익을 추구할 권리를 보유하며, 할 수 있는 한 두려움 바깥에 있으려고, 자기 권리 아래 있으려고 노력하며, 다른 정치공동체가 더 강하게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고 노력한다.
15. 함께 평화조약을 체결한 정치공동체들은 그들이 서로 신약을 체결할 때 동의한 조건이나 법률에 대한 논쟁을 종식시킬 권리를 가진다. 평화의 조건이나 법률에 대해 정치공동체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이로써 두 정치공동체는 다시 전쟁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16. 함께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정치공동체의 수가 많을수록(115) 각각의 정치공동체는 전쟁을 일으킬 능력을 더 적게 가지게 된다. 각각의 정치공동체는 평화의 조건들을 지키도록 더 많이 구속된다. 즉 더 적게 자기의 권리 아래 있게 되며, 함께 조약을 체결한 정치공동체들의 공동의 의지에 맞추도록 구속된다.
17. 이런 주장이 건강한 이성과 종교가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약속을 모두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성도 성서도 모든 약속을 지키라고 가르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고권력이 자기가 어떤 것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이 공동의 안녕에 해롭다는 것을 나중에 시간이나 이성이 가르쳐주었다면 최고권력은 약속을 어겨야 한다.
18. 나는 이 모든 것을 인간 본성의 필연성으로부터, 즉 자신을 보존하려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노력으로부터 연역해 증명했다.(117) 그 노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해 있는 것이다.(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