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발제문/심리학

처음 만나는 심리학 OT 화니짱

인무연 2019. 4. 3. 08:45

[2019 전주시민인문세미나 시즌4]

처음 만나는 심리학

I. 커리큘럼

1) 처음 만나는 심리학

우울증과 무기력함, 현대 사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질환을 부추기고 있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나와 사회의 무의식을 읽고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칼 융 읽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마음연마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 모임일정

일시 : 매주 수요일 저녁 7

장소 : 인간무늬연마소

 

3) 세부일정

1: 오리엔테이션 인간과 상징- 카를 G , 머리말

2: 무의식에 대한 접근 인간과 상징- 카를 G , 1

3: 고대 신화와 현대인 인간과 상징- 카를 G , 2

4: 개성화 과정 인간과 상징- 카를 G , 3

5: 시각예술에 나타난 상징성 인간과 상징- 카를 G , 4

6: 개인 분석에 나타난 상징 인간과 상징- 카를 G , 5, 결론

7: 리비도의 개념 정신분석이란 무엇인가- 카를 G , 1~5

8: 에세이 발표 정신분석이란 무엇인가- 카를 G , 6~10

4) 준비해야 될 도서

필수 도서 : 인간과 상징- 카를 G (이윤기 역)

참고 도서 : 정신분석이란 무엇인가- 카를 G

(식전 의례용 도서) 일리아스- 호메로스 (천병희 역)

5) 공부방식 세미나 참가자들은 매주 돌아가며 주요 텍스트의 발제를 맡습니다. 발제문은 간단한 소감과 내용요약, 그리고 토론질문들을 담습니다. 세미나 시간에는 해당 발제자가 준비한 발제문을 읽고 소감을 나눕니다. 난해한 부분은 모임에서 함께 강독합니다. 매개자는 이 과정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촉진하며 활발한 토론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세미나 참여자들은 최종 8회 차에 파이널 에세이(A4 1장 내외)를 발표합니다. 이 자리에서 동료학인들에게 가장 우수한 에세이로 뽑힌 학인은 세미나 종료 후 전주인문학 포럼에서 발표할 기회를 드립니다.

 

II. 세미나에 대한 안내

1) 인문매개자의 역할

시민 인문세미나는 일반 강의와 다르게 시민이 학습의 주최가 되는 과정입니다. 직접 발제를 하고, 토론을 주도하며, 8주차에는 내용을 총괄하는 에세이를 써서 발표합니다. 강의를 듣고 소비하는 수동적 수용자의 입장에서, 글과 말을 생산하는 인문 생산자로 변화하는 것이 이번 시민 인문세미나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이 세미나에서 인문매개자는 강사와 스승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참여자들이 발제와 토론을 주도함에 있어서,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인문매개자의 역할인 것입니다.

저는 미리 촘촘하게 세미나의 방향을 기획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통해 최대한 많은 분이 자신이 주도할 공간을 찾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미나는 모든 참여자들의 성향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형성해 갈 것입니다. 하지만, 세미나를 진행하다보면, 적극적인 소수의 참여자가 발언을 독점하거나,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내용을 길게 풀어가는 경우, 책의 내용을 오독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문제 등이 발생합니다. 그 경우에 제가 적절히 개입해서, 공부의 흐름을 살리고, 이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진행에 있어서 촉매자이자 매개자인 저의 역할과 권위를 인정해주시기를, 미리 부탁드립니다.

2) 발제의 방법(샘플)

발제는 다양한 형식이 가능합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발췌하는 발췌문도 가능하며, 자신의 문장으로 바꿔서 요약하거나 논평을 쓰는 것도 좋고, 질문과 토론거리 위주로 짧게 정리해오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발제문에는 그 날 세미나 진도의 핵심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정부분의 줄거리발제가 포함되었을 때, 해당 진도를 읽지 않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동료학인들의 학습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줄거리 발제문에는 그 내용이 포함된 책의 쪽수를 표기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발제문과 관련된 토론이 진행될 때 해당 내용 강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발제문은 한글파일로 작성 후 저에게 미리 보내주세요.

 

공통체 4/ 네그리, 하트 /2019.03.06. / 발제자 : 망고

4부 제국, 돌아오다

4.2 미국 헤게모니 이후

우리가 보기에 미국 일방주의의 붕괴는 미국의 기획이 실패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일방주의 자체의 실패를 나타낸다. 전지구적 질서의 형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오늘날 우리는 이행의 시기, 즉 낡은 제국주의는 죽었지만 새로운 제국은 아직 출현 중에 있는 공위기(空位期)를 살고 있다. (312)

 

조반니 아라기에 따르면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와 함께 하나의 국민국가가 전지구적 경제·정치·체제에 대하여 헤게모니제국주의적 형태의 것이든 일방주의적 형태의 것이든 아니면 그 밖의 다른 어떤 형태의 것이든를 쥐는 시대의 종말이 왔다고 한다. (313)

출처: https://likesem.tistory.com/605 [인간무늬연마소]

 

3) 식전 의례 일리아스 낭독-의 의미?

의례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행해지는 일정한 방식의 행위를 뜻합니다. 저는 한주에 한번 있는 심리학 세미나가 여러분에게 특별한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는 먼저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중단이기도 합니다. ,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나의 삶에 대해 돌이켜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공통감각을 형성하는 시간이 되길 원합니다. 오늘날 공동체라는 단어가 낯설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공동체정신과 먼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심리학 세미나는 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주변의 사람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대해서 이해하고 연대감을 배우고 느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두 가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우리 세미나에서 식전의례로 삼고 있는 것이 일리아스 낭독입니다. 낭독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 것입니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역사가 깊은 학습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낭독은 머리로만 생각하는 묵독에 비해서, 우리 몸과 마음을 공명시킬 수 있습니다. , 같은 텍스트를 소리 내고 듣는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서로 다른 일상의 속도에 노출되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의 주파수를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럼 왜 하필이면, 일리아스일까요? 일리아스는 서양 최고()의 고전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리아스를 읽음으로써, 서양문명의 무늬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다루게 될 여러 사상서들의 뿌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리아스는 서사시로서 고유의 음율을 띄고 있기에 함께 낭독하기에 적합한 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모임마다 세미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챕터()의 일부를 읽게 됩니다. 모든 내용을 완독하지는 않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세미나 이후에 각자 읽어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리아스와 칼 융의 연결고리

서사시는 영웅들의 명성을 영원한 것으로 해주지만 그들의 면모가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특성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서사시는 인간의 보편적인 가능성을 구체화한 원형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네스토르는 훌륭한 노인의 원형이고 아킬레우스는 훌륭한 젊은이의 원형입니다. 또 개개의 인물들은 나름대로 전형성을 가지고 있어 한 가지 특성은 곧 그들의 다른 면모를 유추하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군의 총수 아가멤논은 용모도 뛰어나게 수려(일리아스3169)하고, 테르시스테스는 생김새도 못 났을뿐 아니라 행동도 비열합니다. 이러한 통일성은 서술을 단순화하면서도 등장인물들에게 기념비적 면모를 부여해줍니다.

일리아스의 이상화된 세계는 영웅들의 자아실현을 위한 장(‘페르소나’)입니다. 따라서 등장인물은 외부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복잡한 오뒷세이나의 세계는 언제든 인간의 자기보존이 위협받는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세계입니다. 따라서 인간들은 외부 세계에 대해 폐쇄적입니다. 이렇게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기보존이 우선하는 폐쇄적 세계에서는 불신과 변장과 거짓말도 생존을 위한 합법적인 수단이 되며, 어떤 수단을 쓰든지 끝까지 살아남는 강인한 자만이 위대한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4) 세미나 진행방식

730-750: 간단한 근황토크 및 일리아스 낭독

750-830: 발제자 진행 발제문 읽기 및 발제내용에 대한 토론

830-930: 매개자 진행 나의 삶과 우리 사회에의 적용 / 심리학에 대한 심화토론

 

때에 따라, 간단한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인 뒤풀이 자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5) 세미나를 위해 준비해야 될 사항

- 내가 불리고 싶은 별명 (나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별명을 사용합니다. 나이에 따른 위계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 주세요.)

- 진도에 맞춰 미리 읽어오기. (질문이나 토론거리 1가지 이상 찾아오기)

- 함께 나눌 간식 (남는 간식을 자유롭게 들고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함께 나눌 나의 삶 (잘 풀리지 않는 내 일상의 고민거리나 어려운 점, 마상)

 

 

 

III. 칼 융에 대한 소개

1) 왜 심리학인가?

흔히 인문학의 3대영역을 문//철이라고 분류합니다. 전통적으로는 문학, 역사, 철학으로 일컬었는데,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문화연구/사회과학/심리학이 각기 문//철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리학이 철학의 밑에 놓여있는 이유는, 철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침잠하는 학문이 바로 심리학이기 때문입니다. 칼 융은 80세가 넘은 나이에 자기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음과 같은 한 마디로 표현한 일이 있습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 자기실현이란 자아가 무의식 밑바닥 중심 부분에 있는 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 등의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내 안에 여러 자아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의 인격(칼 융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사로잡았던 주제), 무의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이 자아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나의 심연에 깊숙이 자리 잡아, 나의 감정과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인지과학이나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우리의 이성은 우리의 선택을 결정하지 못한다, 다만 감정이 이미 결정해 놓은 선택지를 두고, 논리적인 부연설명(합리화)을 할 뿐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심리학은 우리의 마음의 영역을 다루고 있지만, 논리와 이성의 영역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왜 융인가?

칼 융은 의대를 졸업한 후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를 고안한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1857-1939) 밑에서 연구와 치료에 전념했습니다. 융은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자유 연상기법을 개선한 단어 연상기법을 제안해서 주목을 받았고, 아울러 환자가 지닌 고통의 근본 원인이 되는 다양한 생각의 집합을 일컫는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고안하기도 했지요.

 

칼 구스타프 융과 지그문트 프로이트. 존경과 우정에서 시작되어, 사상적 갈등을 거치고, 결국 결별과 반목으로 마무리된 두 사람의 관계는 정신분석학은 물론이고 현대 지성사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융이 프로이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갈등과 결별의 이유로 거론되지만, 히스테리 연구에 근거를 둔 프로이트의 이론과 정신분열증 연구에 근거를 둔 융의 이론은 애초부터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정신분석 운동의 초기에 융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을 읽고 나서, 격렬한 찬반양론을 불러온 이 새로운 이론이 자신의 고찰과도 상당 부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융이 논문과 저서에서 프로이트의 입장을 지지하자, 주위의 동료들은 자칫 학계에서 매장될 수 있다며 충고를 빙자한 위협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융은 이렇게 응수했죠. “프로이트가 말하는 것이 진리라면, 나는 기꺼이 그의 편에 서겠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운동에서 융을 기꺼이 2인자, 또는 황태자로 인정하려는 의향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점차 입장의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가장 첨예한 갈등은 프로이트의 성 이론에 대한 융의 비판이었습니다. “나는 꿈과 히스테리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프로이트처럼 어린 시절의 성적 외상(트라우마)에 유일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또 프로이트처럼 성을 과도하게 전면에 부각시키지도, 성이 심리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1909년에 융과 프로이트는 7주간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이 여행은 두 사람의 결별을 가속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서 융은 프로이트가 진리보다는 개인의 권위를 더욱 앞세운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프로이트의 이론이 일종의 도그마와 개인숭배로 변질되었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프로이트 역시 융이 종교나 신비주의 같은 미심쩍은 고대의 잔재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불만을 느꼈습니다. 1910년에 융은 국제 정신분석 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었지만, 양쪽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1913년에 이르러 융과 프로이트는 마침내 결별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이트와의 결별은 융의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913년에 융은 오래 몸담았던 취리히 의과대학에서 사임했고, 학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시적인 고립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융은 영지주의와 연금술의 연구에 몰두했으며, 무의식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기 안의 또 다른 인격의 목소리를 듣고, 만다라를 치료의 도구로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융의 이론에 내재된 이중적인 성격은 아마도 그의 관심이 평생 동안 심령과 과학으로 양분된 까닭이었을 것입니다. 의사인 동시에 신비체험자였던 그는 과학의 방법만으로는 쉽게 규명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가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새로운 세계를 규명하려는 후반기의 저서는 종종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인상을 주기 때문에, 융은 종종 과학자를 빙자한 공상가로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에 대해서도 융은 정신의학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해명을 시도했습니다.

 

3)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 개념 및 용어

1913년의 어느 강연에서 융은 자신의 이론을 분석심리학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블로일러의 심층심리학과 대비되는 개념이었습니다. 프로이트가 개인무의식의 규명에 열중했다면, 융은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차원의 집단무의식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여러 층으로 나뉩니다. 우선 의식에 해당하는 자아(, 또는 에고)가 있고, 그 아래에 개인무의식(‘그림자가 있는 곳)집단무의식(‘아니마아니무스,’ ‘원형이 있는 곳)이 있고, 마음의 맨 한가운데에 바로 자기’(self, 자기원형, 그 사람 전체, 개성)가 있습니다.

 

분석심리학의 핵심은 개성화 과정,’ 즉 자아가 무의식의 여러 측면을 발견하고 통합하는 무의식의 자기실현 과정입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개인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 페르소나를 취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다른 인격적 측면이 무의식 속에 억압되면, 그렇게 억압된 만큼의 보상을 치러야 합니다. 이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에서 균형이 깨지면 히스테리와 정신질환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꿈을 통해 우리는 평소에 몰랐던 무의식의 여러 측면을 접합니다. ‘그림자는 무의식에 들어 있는 자아의 어두운 면, 또는 다른 면이며, 대개 의식이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성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투사 작용을 행한다. 그림자와 유사한 것이 아니마아니무스이다. 아니마는 남성의 내부에 있는 여성적 경향의 인격화이며, 아니무스는 여성의 내부에 있는 남성적 경향의 인격화이다. 우리는 그림자와 아니마/아니무스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의식에 통합시킬 수 있다.

 

융의 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은 바로 집단무의식원형입니다. “집단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던 것의 기초라고 융은 설명했습니다. 또한 원형집단무의식의 내용이며, 그 중에서도 고대의, 또는 원초적 유형,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보편적 이미지를 뜻합니다. 원형은 칸트의 물자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원형의 이미지는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 가령 모성/부성,’ ‘영웅 같은 것이 그런 원형의 이미지이며, 신화나 민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기실현의 최종 단계인 자기의식과 무의식이 온전하게 통합된 것을 말하며, 우리의 의식을 일컫는 자아보다는 더욱 큰 개념입니다. 융은 이것을 자기원형이라고 불렀으며, 궁극의 형태는 신(또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과도 유사한 개념이라고 간주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자기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경우에는 사람이 자칫 개인지상주의나 자아팽창에 빠져서 결국 과대망상을 품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외에도 융은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를 의미하는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 에난티오드로미(Enatiodromie) : 심적 대극의 반전 현상으로, 주로 인생 후반기에 일어나는 급격한 심리적 변화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 감정형이던 사람이 어떤 계기로 그 대극인 내향적 사고형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심리변화를 잘 감당하지 못하면 정신질환에 걸리기 쉽습니다.

 

- 상징(Symbol) : 원형은 상징을 통해 그 모습을 나타냅니다. 특히 자기원형은 상징을 통하지 않고는 스스로 모습을 나타낼 방도가 없습니다.

1)꿈의 상징 : 자기 상징들을 꿈에서 만나게 됩니다. 꿈의 해석은 상징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징해석은 자기의 메시지를 듣기 위한 필수과정인 셈입니다. 꿈은 성욕의 괘곡된 소원성취라는 면도 있지만 예시적인 면이 더 강합니다.

2)종교상징 : 종교도 상징을 통해 근본진리를 나타냅니다. 그러한 상징을 잘 활용할 때 종교의 긍정적인 기능이 발휘되는 법입니다. 종교상징을 제거한 개신교는 그런 점에서 카톨릭에 비해 세속적인 측면이 강화되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3)만다라 상징 : 힌두교와 탄트라불교에서 종교의례를 거행하거나 명상할 때 사용하는 상징적인 그림을 가리킵니다. 만다라는 기본적으로 통합된 우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통합상징이라고도 합니다. 대개 원이나 사각의 형태를 띱니다. 만다라 상징은 기독교와 다른 종교에서도 나타나며, 미술치료를 받는 정신병 환자들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정신병 환자들의 경우, 만다라는 해체된 정신을 통합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구를 담고 있습니다.

 

- 자기실현(Selfrealization) : 자기 전체의 인격을 실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인간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필연적 요구로, 자기가 보내는 메시지를 자아가 파악하여 현실세계에 능동적으로 실천해나가야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자아는 자기의 메시지를 받기에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않으므로 자기는 비상한 수단을 통해 자아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그 비상수단이 바로 상징입니다.

 

- 렐리기오(Religio) : 다시(re) 결합하다(ligio), 다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상징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에 자아가 깊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삶에 에너지를 주는 원천, 즉 삶의 기반에 주목함으로써 자신의 뿌리를 만나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자기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렐리기오의 상태를 견지해야 합니다.

 

- 자기실현의 과정 : 페르소나(집단정신)에서 자아를 분리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다음 무의식의 의식화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그림자(그늘)를 인식하고, 아니마, 아니무스를 의식화하며 자기의 메시지를 렐리기오의 태도를 통해 듣고 자기 전체로서의 삶을 구현해나가야 합니다.

 

- 개성화(자기실현)에서 경계해야 할 점

1) 개인지상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 고의적으로 개인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아의 특질을 내세우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진정한 개성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히피운동에서 보듯이 개인 지상주의자들일수록 무의식적으로 더욱 강하게 집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자기팽창과 구별해야 한다. : 원형층이 자아의식을 점차 동화시켜가면 의식에 변화가 생겨 자아가 신화적 인물과 동일시되어 이른바 마성인격이 되기 쉽습니다.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스스로 영웅이나 구세주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조울증의 조양증 분열 환자의 과대망상에서 이런 현상을 보게 됩니다. 정상적인 일반인의 경우에도 자기가 무슨 위대한 사명을 받은 것처럼 흥분상태에서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것은 자기실현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팽창에 불과합니다. 자기팽창은 의식성의 결여와 객관성의 상실을 초래합니다.

3) 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완전한 자기실현은 불가능합니다. 완전주의를 추구하게 되면 오히려 독단적이고 파괴적이 되기 쉽습니다. 완전성이 아니라 원만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대극의 통일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융에 대한 평가

융의 이론은 임상적인 차원에서 출발했습니다. 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는 단어 연상을 통해 콤플렉스의 존재를 확인했고, 무의식의 영역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도 더 넓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계속된 탐구를 통해 그는 무의식의 영역에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 원형, 개인무의식, 집단무의식, 자기)을 하나씩 접하면서 그 성격을 파악해 나갔습니다. 비록 물리적 증거까지는 없었지만 융은 광범위한 독서를 통해서, 그리고 비정통적인 접근까지 불사해 가면서 그 존재를 규명했습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이라는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제공했다면, 융은 무의식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화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억압에 의해 이루어진 부정적인 요소로 간주한 반면, 융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집단의 무의식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가정함으로써 무의식이 오히려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창조적인 기능을 발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해방을 도모했다면, 융은 무의식과의 화해를 의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이 범성욕주의로 비난을 받았듯이, 융의 이론도 비과학적이라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신화와 종교는 물론이고 영지주의, 연금술, 만다라, 도교, 주역, UFO에 대해 연구한 글은 워낙 모호하고 불투명해서 갖가지 해석과 오해를 불러냈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비하자면 융의 이론은 뚜렷한 체계나 개념을 잡기가 힘들다고 평가됩니다. 정신의학자 앤터니 스토는 프로이트에 비해 융이 이처럼 도외시된 것은 그가 자신의 사상을 쉬운 용어로 잘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나는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있는 사실을 기술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견해를 제시할 뿐입니다.” 융은 자기 이론이 (프로이트의 경우처럼) 도그마로 변질되지 않게끔 포괄적 이론을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개별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만을 도모했습니다. “나는 자주 나의 정신치료법이나 분석방법에 관해 질문을 받는다 (...) 치료법은 각각의 사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이론이 개인적 경험을 넘어 보편적 이론이 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융의 이론에 담겨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들도 많았다.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는 융과 함께 동시성이론을 연구했고,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와 조지프 캠벨은 융의 이론을 종교와 신화 연구에 적용하여 대중화시켰습니다. 정신과의 임상 치료에서부터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융의 이론은 오늘날까지도 자주 논의되고 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본 인물인 그는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 있는 것입니다.

 

4) 인간과 상징은 어떤 책인가?

인간과 상징은 칼 융이 학자가 아닌 일반인 대상으로 집필한 유일한 저서입니다. 융과 유의 제자들이 각각 한 챕터씩 맡아서 총 5부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흔히 프로이트의 학문을 정신 분석학이라 분류하고, 그 제자이자 독특한 문파를 이룬 칼 융의 사상은 분석 심리학이라고 명명됩니다. 프로이트가 성적 충동으로 마음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부분에 융은 한계를 느끼고 정신분석학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융은 무의식의 내용물 중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성적인 충동이 아니라 신화적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융은 인간의 마음이 신화시대부터 오랜 진화의 과정을 밟아 오는 동안 신화적 요소는 <바탕이 되는 틀>이 되어 무의식의 가장 중요한 내용물을 구성한다고 주장합니다. 융은 이 바탕이 되는 틀을 <원형>, 신화시대부터 인간이 무의식 안에 간직하고 있는 거대한 신화적 요소의 덩어리를 <집단 무의식> 혹은 <보편 무의식>이라고 부릅니다. <원형> 혹은 <원형적인 요소>가 우리의 마음에 어떡 모습으로 고여 있는지,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간섭하는지 그 얼개를 설명하는 저서가 바로 인간과 상징이라는 책입니다.

 

5) 융과 MBTI

융의 사상 가운데 일반인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심리학적 유형론이 아닐까 합니다. 융은 두 가지 유형(내향성, 외향성)과 네 가지 기능(사고, 감정, 감각, 직관)을 범주로 성격 구분법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이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진료의 편의를 돕는 도구에 불과했지만,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1921년에 미국의 심리학자인 캐서린 브릭스와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 모녀가 만들어서 오늘날까지 널리 응용되는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MBTI)도 바로 융의 개념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외적 실재를 인식하는 자아의 네 가지 기능

- 감각(Sensation) : 물리적 자극이 인식을 매개하는 심리기능으로, 그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차적으로 파악하게 합니다. 어린이와 원시인의 가장 특징적인 본질을 이룹니다. 구체적 감각과 추상적 감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사고(Thinking function) : 그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말해주는 판단기능입니다. 이 기능으로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개념화, 개념끼리 관련성을 맺게 하는 체계화들이 이루어집니다.

- 감정(feeling) : 그것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에 대해 말해주는 기능으로, 일종의 정서적 판단입니다. 그것이 가치있느냐 무가치하냐, 수용할 것인가 배척할 것인가, 기분이 좋으냐 불쾌하냐,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등을 평가합니다.

- 직관(Intuition) :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한 전체적인 면에 대한 본능적인 통찰기능입니다. 그것의 가능성 내지 그것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사고와 감정은 합리적, 이성적 축, 즉 판단의 축으로 서로 대극을 이룹니다. 감각과 직관은 비합리적 축, 즉 지각의 축으로 대극을 이룹니다. 예를 들어, 사고가 의식적 판단이 될 때 감정은 무의식적 판단이 되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사고가 의식기능이 되면 감정은 열등기능이 되고, 감정이 의식기능이 되면 사고는 열등기능이 됩니다. 대극은 상호보상(보완)의 관계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참고 : 인간과 상징, 카를융 기억 꿈 사상, 네이버 백과 외.

시즌4 심리학 세미나 오티자료(19.03.2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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