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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생방송 사람과 사람> 20.04.16 용정동책방 김환희

인무연 2020. 4. 16. 16:36

용정동책방 200416(보이는 라디오 김환희 원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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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그램명 : 전북CBS 라디오 <생방송 사람과 사람> (FM 103.7Mhz)

2. 방송 일시 : 2020416일 목요일 오후 533-58[20-25]

3. 담당 : 전북CBS 소민정 PD 송규호 PD

4. 출연 : 박민 소장 (MC, 참여미디어연구소), 김환희(인간무늬연마소)

 

1) 코로나 속에 치러진 선거.

투표는 하셨죠?

 

/ 결과는 어찌 보셨는지?

양당제를 극복하기 위해, 20대 국회가 고심해서 힘겹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꼼수 위성정당 등으로 인해 21대 국회는 양당제가 더 두터워졌습니다. 청취자들께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성적을 보며 희비가 교차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가 선거 이후에 무엇을 하실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투표라는 4년만의 권리행사를 끝났으니, 박수치고 일어나 나머지 정치는 국회의원에 맡길 일은 아닌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의 역량과 관심사를 뛰어넘는 일들을 어떻게 현실정치에 반영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대 총선에서는 국회에 입성한 300명의 의원 가운데 14명이 법정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작게는 벌금 200만원에 의원직을 잃거나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감방으로 간 의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회의원들을 뽑은 지역은 재선거를 치러야하는데 보통 재선거 1곳당 10억여원이 세금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의원과 그런 의원을 공천한 정당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재선거 원인제공자에게 비용부담 책임을 묻는게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런 내용의 법안들은 별다른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폐기되어 왔습니다. 선관위나 법원 같은 사정당국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에 반해 자신의 이익만을 쫓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설계해야 합니다.

 

2) 학교로 시선을 돌려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개학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어요?

 

/ 선생님 입장에서 현장 수업을 하는데 불편함은 없습니까?

사상 초유의 사태에 각 분야의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시듯, 교사들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 전북e학습터나 ebs 서버가 다운되서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선생님들이 올려둔 학습자료가 모두 날라가는 소동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 급하게 서버를 증설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초등학교 4,5,6학년이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비교적 원활하게 온라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선생님들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요즘 교실에 찾아가보면 이 방송실처럼 <ON Air>라고 적힌 안내문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녹화하기 위해서인데요. 최신 기술에 낯설 수 밖에 없는 50대 이상의 선생님들도 어떻게든 기술에 적응해 온라인 수업을 해낸다는 게 놀랍습니다. 다만, 학교의 인프라는 아직 온라인 학기를 이어가기에 많이 미흡합니다.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웹캠도 마이크도 헤드셋도 없습니다. 현재, 많은 선생님들이 사비로 이런 비용을 부담하든지, 와이파이와 노트북 이용이 가능한 자택에서 온라인 수업을 녹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아이들도 잘 따라오는지?

제가 방송 녹화하기 전에 2시반쯤 확인했을 때 90%의 학생이 학습을 완료한 것으로 나오더라고요. 다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들이 제시하는 과제를 매우 부담스러워한다고 들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가정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 많이 지치실 것입니다. 거기에 아이들의 과제를 일일이 도와줘야 하니 피로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교사들은 아무래도 얼굴 보면서 수업을 하지 못하니, 적극적 참여도를 확인하기 어려워 과목별로 작은 과제를 제시하거든요. 별도의 과제를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온라인 학습의 성취도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요.

 

/ 사회경제적 문제로 혹시나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들은 없는지요?

저희 학교를 예로 들어, 한 학급이 25명이라고 하면, 집에 pc를 소유하고 있는 학생이 5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개인소유 핸드폰을 가진 학생이 15명정도 되고요. 부모님 핸드폰을 빌려쓸수 있는 학생이 3명 정도. 나머지 2명의 아이들이 아예 접근할 수 있는 전자기기가 없는 상태인데, 전북의 경우 학교별로 60대씩 테블릿pc를 지급해줘서 학생들에게 빌려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테블릿pc가 지급되고 있고, 학교 전체적으로는 현재까진 40여대의 여유분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현재까지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온라인 학습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 나누기 전에

요즘 학교 풍경을 잠깐 살펴봤고요.

오늘 가져온 책도 수업에 관한 내용이라고?

 

. 랑시에르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쓴 무지한 스승이라는 책입니다.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생소한 분도 있겠습니다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널리 읽힌 책이라고?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미래교육, 거꾸로 교실 등의 철학적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던 책입니다.

 

이 책은 한 기이한 지적 모험에서 출발하죠?

네 자코토라는 프랑스인 교수에게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벨기에 학생들에게 불문학을 가르쳐야 할 과업이 주어집니다. 여기서 문제는 자코토도 네덜란드어를 조금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당시 벨기에는 네덜란드의 통치 하에 있어서 네덜란드어를 사용했다.) 여기서 자코토는 과감한 실험을 합니다. 학생들에게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모두 번역된 책(텔레마코스의 모험)을 나눠주고, 스스로 그 텍스트를 익히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책의 반절은 아예 프랑스어로 달달 외워 암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암송하지 않더라도, 내용에 관해 프랑스어로 쓸 수 있어야 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끔찍한 과제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실험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자코토는 학생들에게 읽은 내용 전부에 대해 프랑스어로 비평문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결과물은 프랑스 학생들의 독문학 수업 결과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지한 스승이 학식이 풍부한 스승보다 더 위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생의 배움의 깊이가 스승의 뛰어난 지식이나 탁월한 교수법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배움은 스승의 앎이 아니라, 학생의 지능이 쉼 없이 실행되도록 강제하는 의지에 달려 있다고 랑시에르는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학생과 스승의 지능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 평등이란 가치. 좀 더 풀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랑시에르는 평등이 도달해야할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할 출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무지몽매한 학생들을 지적인 교사의 상태, 성숙한 시민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학생들은 태어난 순간에 교사와 평등한 지적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아인슈타인의 지능과 우리 모두의 지능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랑시에르는 이와같이 출발점으로서의 평등을 인식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해방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학교 안에서 랑시에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면서요.

그 배경은?

미래 교육은 현재와 달라야 한다는 변화에 대한 요청의 일환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수업 방식에 적용하겠다는 건가요?

교사가 더 이상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퍼실리테이터처럼 배움을 유발하는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최근 kbs에서 연속으로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하는 등 거꾸로 교실이 교육계에서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거꾸로 교실은 기존에 하던 교과서 내용 전달은 10분 이내 분량의 짧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완료합니다. 대신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는 프로젝트 수업과 같은 여러 가지 활동과 놀이를 수행하는 것이죠. 이 때 교실의 주인공은 학생이 됩니다. 학생이 하고 싶은 활동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진행해나가는 것이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현직 교사잖아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이라 보이지만, 여러 한계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수업이 교사의 일방향 강의보다 탁월한 학습성과를 가져오는지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랑시에르 말대로 학생과 교사의 지적 역량이 같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지능의 불평등 외에 생기는 변수들이 많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학습의 방향을 맡겼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막연해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자코토의 경우에 그런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 스승의 가르침이 부재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이 스승에 대한 믿음이 매우 굳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부재를 통해서 더욱 강력하게 존재했던 스승의 존재. 말도 안되는 과제를 제시했음에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스승의 권위에 대한 신뢰가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아시다시피, 스승의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렇지만 테드같이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기반을 갖췄고.

4차 산업 혁명시대니 뭐니 해서 전통적 수업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요?

, 저는 미래사회에 맞춰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 없는, 얄팍한 기술 도입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습니다. 저는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이 그런 식으로 손쉽게 이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랑시에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요?

제자와 스승 간의 굳건한 믿음이 배움을 가능케 한다. 학생들의 지적 역량을 믿어라. 제자가 스승을 믿고, 스승이 제자를 믿는다면, 그들은 누구든 될 수 있다. 프로이트, 맑스, 니체, 아인슈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사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고민할 지점이 있는 듯합니다?

교육계에서 자주 나오는 말인데요. 교육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저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서 외치고 싶습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결국 교육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움에 대한 학생의 강력한 의지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더불어 미래 학교의 그림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저는 교사가 답을 알려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답이 아닌 문제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교사는 기성세대의 대표로서, 어른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줘야 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이를 탄생성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합니다. 새로운 세대가 성인이 돼서 겪을 문제를 기성세대가 결코 이해하지도 해결해주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해답은 아이들에게 맡기고,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숨김없이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은 지금 당장의 정치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제를 포괄하는 것을 뜻합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삼부작에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는 이제 국민국가적 역사관을 탈피해야 합니다. 교사는 전인류와 그 이상을 포괄하는 빅히스토리로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그렇다면, 이 다음에 올 미래는 무엇이냐, 그것은 너희가 역량을 갖춰 판단하고 결정하라고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4차산업혁명 이후 이런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진로지도를 해주는 등 미래를 예언하는 행동은 매우 오만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틀린 용어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에 대해서는 곧 출간되는 미래교육에 관한 제 책을 통해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느덧 인터뷰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선거 때문에 잊으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이 세월호 6주기예요.

세월호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덧붙여 주시겠어요?

 

오늘이 구명조끼를 입고 학생들을 구조하다 돌아가신 김초원 선생님의 기일이자 생일입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유족들은 그 사망에 대한 어떤 보상도 못 받고 있습니다. 세월호 의인들의 치료비도 국가에서 보상해주지 않아, 자비로 감당하고 있고요. 세월호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제가 생각할 때 우리 사회와 학교는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의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국회위원들이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입법활동을 계속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는 세월호 이후와 세월호 이전, 무엇이 달라져야 할지, 그리고 달라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계속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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