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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3분 칼럼 (230915 서이초 사건 2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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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 (인간무늬연마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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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칼럼입니다. 저는 저번 칼럼에서 학부모 갑질의 핵심 구조를 ‘소비자주의’와 ‘피해자주의’라고 명명했습니다. ‘소비자주의’에 대한 근본적 대책으로 우리 교육의 상품화를 거부하고 공공화해야합니다. 교사와 학생이 상품이 되는 것을 중단하고, 학부모가 소비자로 참여하는 것 자체를 멈춰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수준까지 나아가기에 지난한 논쟁과 사회적 대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자 갑질을 차단할 단기적 대책이 먼저 요구됩니다. 즉 학부모가 공공적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단면을 넓혀야 하고, 사적인 접촉의 단면을 없애나가야 합니다. 학부모가 담임 교사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내 자식주의’가 빛을 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학부모가 교사의 연락처로 직접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고, 일원화된 학교의 민원 전담 창구를 통해서 소통하도록 합니다. 이때 민원 전담 창구의 총 책임자는 학교장으로 하고, 악성 민원의 경우 응답을 거절하거나, 교권침해로 신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학부모회를 강화시켜, 학부모들이 소비자 민원 버튼이 아닌 다른 버튼으로 학교 교육에 생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부모회의 논의만 거치더라도 이런 비상식적인 ‘내 자식주의’가 어느 정도 교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둘째로, ‘피해자주의’의 해결책입니다. 대전 갑질 학부모는 성명문을 통해 억울한 부분을 호소했는데요.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습니다. “내 아들의 손이 친구 빰에 맞았다.”는 표현입니다. 친구의 빰을 때린 장면을, 마치 손이 빰에 맞은 것처럼 표현하는 대목은, 피해자로서의 칼자루를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강박관념이 놀랍게도 법적 판결 및 경제적 배상에서 현실적인 이익을 안겨줍니다. 교사는 아동복지법, 학교폭력법 등을 통해 약자인 학생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되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보호자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생 간의 다툼이나 우발적 사고도 교사에게 책임을 묻고 마는 것인데요. 이번 용인 교사 자살사건의 경우, 장염에 걸린 해당교사가 수업 도중 잠시 화장실에 갔을 때 한 학생이 축구공에 맞아 눈을 다쳤습니다. 그런데 피해학생의 학부모 측은 가해학생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한게 아니라 체육교사에게 개인적 배상을 요구하며 악성민원을 이어갔던 것입니다. 서이초 교사의 경우도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폭력 사건을 일으켰는데, 도리어 가해학생의 학부모가 담임 교사를 협박하며 비극을 일으켰던 것인데요.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의 수업 방해를 제지하는 교사들이 그 학생들에게, ‘아동학대’ 아니냐고 반박을 겪는 일도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갑질을 하는 배경에는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현행법이 놓여있습니다. 교사의 과도한 보호책임 의무가 학생 참여의 모든 교육활동을 포기하게 만들고, ‘가만히 있어라’의 교육만을 양산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해당법률들을 조속히 개정해야 합니다.
한편, 피해자주의의 단기 대책은 소비자주의의 단기 대책과 유사합니다. 학교장이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나 수업에서 분리된 문제 학생을 전담하는 전담팀을 총괄하도록 합니다. 학교장은 심리상담이나 여러 가지 학습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팀을 꾸릴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문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대응과정 전체를 기록하고 자문 변호사와 상의해서 대처합니다. 또한 문제 학생이 상담치료 및 행동교정을 거부할 경우 등교를 정지시키거나 아예 퇴학시키는 등 강력한 처벌 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악성민원이나 사법상품을 통해서 학부모 갑질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개별 교사가 아니라 학교 전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버튼을 누르듯 쉽게 교사를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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