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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방송 (24.02.23 녹음) : 늘봄학교

 

김환희 (인간무늬연마소 대표)

정부가 올해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하기로 하며,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늘봄학교는 학교에서 교육과 돌봄을 통합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아침7시부터 저녁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준다는 내용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전 학년 대상으로 확대합니다. 전북은 1학기부터 75개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진행하고 2학기부터는 전북 모든 학교에서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교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학교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어 대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관련 업무에서 교사를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해당학교 교사들은 현재 구인작업에 휘말려 다른 업무 자체가 마비된 상황입니다. 게다가 늘봄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시간 종료 후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경우도 많아 수업 준비 및 학부모 상담을 할 공간조차 없습니다. 1학기엔 특별교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했지만, 전면 확대 시행되는 2학기부터는 재원도 부족하고, 수업 공간 확보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이런 여러 문제와 관련하여 서울 중구청의 직영 초등돌봄 방과후학교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중구형 돌봄학교는 시행 4년만에 학부모 만족도 99%에 전문가들도 극찬하며 전국 각지의 관계자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구형 돌봄학교가 우수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산지원이 부족한 관계로 내년부터 중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돌봄예산을 지자체가 아닌 교육부를 통해서 분배하고 있고, 지자체가 아닌 학교가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늘봄학교 등 돌봄 사업은 지자체 차원에서 센터를 설립하여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지자체가 평생학습 과정으로 통합하여 늘봄학교를 운영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훨씬 다양하고 양질의 인문학 및 예체능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작은 학교에서 운영하지 못했던 고급 프로그램의 개설이 가능합니다. 또한 참여자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초중고 12년의 성장 과정이 분절되지 않아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으며, 성인이 되서도 계속 지역사회에서 센터를 통해 배움과 연계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지역복지사업에 관련해서 이미 촘촘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지자체가 돌봄사업을 전담함으로써 각 가정별로 맞춤형 지원이 원활하게 가능하고, 기존에 교육청과 학교 등으로 분산되어서 운영되던 복지 및 돌봄 예산의 창구를 지자체로 통일함으로써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돌봄서비스가 아닌 돌봄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저출산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서, 정부가 육아를 책임진다고 선언하고 일련의 정책을 내놓은 것인데요.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아이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밤 8시까지 늘릴 일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가족끼리 안정적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상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입니다. 돌봄은 일방적으로 타인에 의해 제공가능한 상품이 아닙니다. 돌봄은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할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갖춰야 할 미래역량이자 인간으로서의 기본역량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역할이 돌봄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돌봄 교육이 될 때,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기를 스스로 잘 돌보고, 그리고 자기 돌봄을 통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잘 돌볼 수 있도록 그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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