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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과 MBTI

인무연 2024. 3. 28. 16:27

CBS 방송 (24.04.05 녹음) : 샤먼과 MBTI

CBS 방송 샤먼과 MBTI(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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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 (인간무늬연마소 대표)

 
영화 <파묘>의 인기가 대단한데요. 그중에서도 30대 초반의 MZ 무당으로 등장하는 김고은과 이도현의 인기가 놀랍습니다. 영화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젊은 무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참신한 일이었는데요. 특별한 영화적 장치라기보다는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샤머니즘이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샤머니즘이라 하니,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관찰형 TV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점집을 방문해서 무당에게 운세를 점치거나, 인생 상담을 받는 장면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또한 20-30대 이용자가 많은 클럽하우스 등의 음성토론 어플에서 가장 많이 개설되는 주제가 MBTI와 함께 사주팔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늘날 샤먼이 굉장히 매력적인 존재로 부활한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날 다시 샤머니즘이 주목받는 것일까요? 저는 샤먼의 인기와 MBTI의 유행을 연결해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MBTI 역시 여러 가지 유행어와 밈을 만들어내며, MZ세대의 대표적인 대화 주제 중 하나로 떠올랐는데요. 16가지 유형으로 사람들을 분류함으로써, 나와 타인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인기의 요소입니다. 저는 분류가 주는 특유의 안도감이 그 인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이해하지 못할 언행이 나와 다른 유형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라고 수긍하게 됩니다. 또한 나에 대해서도,“당신은 ENTP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들으면, 남과 다른 나의 특이점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 묘한 안도감에 젖기도 합니다.
사주팔자나 여러 가지 점괘도 마찬가지입니다. 샤먼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설명되지 않는 사건들과 인간들과의 마주침으로 인한 고통과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나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을 운과 불운으로 나누어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샤먼의 말을 듣다보면, 비록 나의 운세가 불운하게 해석될지라도, 이제 모르는 것 없이 해석되고 분류되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샤먼의 기능은 현대의학이나 과학의 역할과 유사합니다. 알 수 없는 증상을 명확히 분류하기 위해 ADHD 같은 새로운 신경증과 정신병을 늘려 나가는 정신의학처럼, 현대적 과학은 우리가 모르는 것은 없어야 하며, 미지의 영역조차 모두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놓여있습니다.
저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모르는 영역으로 놔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요. 이와 관련해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인간에 대해 서술한 유명한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Wo Es war, soll Ich werden. (보 에스 바, 졸 이히 베르덴)”. 그것, 무의식이 있었던 곳, 그곳에 내가 존재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자아로서의 주체가 우리 정신의 중심이 아니라 무의식으로서의 ID가 우리의 삶을 이끌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와 타자의 존재를 정확히 파악해 분류하고 세상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믿는 이 지독한 나르시시즘의 시대를 우리는 조심히 걸을 필요가 있습니다. 너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중요하고, 너가 옳으니 끊임없이 자아를 강화시켜 문제를 해결해야된다고 속삭이는 자아심리학, 속류인문학, 현대의학, 그리고 샤머니즘으로부터 도피해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고 선언하는 라캉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CBS Broadcast (Recorded 24.04.05): Xiamen and MBTI

Hwanhee Kim (Chairman of Inmuyeon)

The popularity of the film <Pamyo> is amazing, especially the popularity of Kim Go-eun and Lee Do-hyun as MZ shamans in their early 30s. It is a novelty in the history of cinema to have young shamans as the main characters. It is not a special cinematic device, but rather a symptom of the current younger generation's familiarity with and attraction to shamanism. The concept of Korean shamanism may sound unfamiliar to you, but you probably have seen scenes in observational TV shows where celebrities visit a shaman for fortune-telling or life counselling. Also, if you consider that the most popular topics on voice discussion apps such as Clubhouse with a large number of users in their 20s and 30s are MBTI(Myer-Briggs Type Indicator) and the four pillars of destiny, it seems that shamans have been revived as a very attractive entity today.
So, why is shamanism making a comeback today? I would like to connect the popularity of Xiamen with the trend of MBTI. MBTI has also become one of the most popular topics of conversation among Generation MZ, spawning several buzzwords and memes. By categorising people into 16 types, it is easy to describe yourself and others. I think its popularity is due to the peculiar relief that labels provide: for example, I can accept that someone else's incomprehensible behaviour is because they're a different type to me, and when it's explained to me, "You tend to behave this way because you're an ENTP," I feel a strange sense of relief that my idiosyncrasies are understood.

 The same is true of the four pillars of destiny and other divinations. For those who visit a shaman, life is a series of unexplained events and human encounters that cause pain and surprise. When you listen to a shaman who clearly explains the unexplained events in your language, dividing them into luck and unluck, even if your reading is interpreted as unlucky, you feel relieved that the unknown has now been interpreted and categorised. In that sense, the function of a shaman is paradoxically similar to the role of modern medicine or science. Just like psychiatry, which is increasingly adding new diagnoses like ADHD to categorise unexplained symptoms, modern science is under the compulsion that there should be nothing we don't know, that we should be able to categorise everything, even the unknown.
I think it takes courage to admit that you don't know what you don't know, and to let the unknown be the unknown. In this regard, I would like to quote a famous quote from Freud, the founder of psychoanalysis, about the human being: "Wo Es war, soll Ich werden." That is, where the unconscious was, that is where I must be. It shows that the subject as ego is not the centre of our psyche, but the identity as unconscious is what drives our lives. We need to tread carefully in this age of virulent narcissism, where we believe we can pinpoint and categorise ourselves and others and know the fate of the world. It is necessary to listen to Lacan, who declares, "I think where I do not exist, I am where I do not think, I exist where I do not think," in order to escape from ego-psychology, secular humanities, modern medicine, and shamanism, which whisper to you that your tastes and individuality matter, that you are right, and that you must solve your problems by constantly reinforcing your 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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