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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대체 씨앗'의 '세월호 이후 안전이슈'분과 제안문]

세월호 이후의 교육 - “가만히 있으라를 더욱 크게 외치는 교육부 정책

                                                                                                               김환희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에서 먹고사니즘은 속물적인 경쟁의 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중들이 물리적인 생명의 위협, 생존의 위험을 너무나 쉽게 느낄 정도의 상태에 도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불안의 시한폭탄에 트리거가 될 수 있기에, 교사들에게 학교에서의 안전사고는 더욱 무시무시한 일이 되었습니다. 제가 졸저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에서 언급했듯이, 담임교사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어노는 것을 막을 정도입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교장선생님의 명령으로 종례 이후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는 것도 금지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황망하게도 운동장에서 스트리폼 볼을 가지고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공교육의 가장 중대한 과제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이와 같은 안전불안증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위압감 때문에 교사들이 아예 교육 자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실과, 과학, 체육 등의 교과가 교사들의 비선호 과목이 되어 교과 전담이 주로 수업을 맡게 되는 경향(보통 남교사나 신규교사)과도 일치합니다. 이 과목 수업을 담임이 맡아 진행한다 해도 수업의 경향은 실습의 비중을 점점 줄어가고, 학생의 참여도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무한수렴합니다. 예를 들자면, 목공을 수업할 때 학생들이 톱질하거나 망치질 하는 공정을 없애기 위해 교사가 모든 재단을 마치고, 학생들은 이미 완벽하게 준비된 나무조각들을 조립하고 드라이버를 이용해 고정하는 수준으로 공정을 매뉴얼화하고 자율적 관여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매뉴얼과 절차,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과 책임문제에 대한 해결법으로서 항상 강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감히 말하건데 메뉴얼에 대한 강조가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하기위해, 교과서 진도 나가는 것 외의 모든 활동에 대해서는 미리 내부기안을 올려 결재를 맡으라고 합니다. 그게 교사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실습활동과 수업 내용에 대해서 윗사람에게 일일이 보고하며, (학생들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교사는 얼마나 될까요? 실제 30년 경력차 선생님들이 흔히 하는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과정 상에 나오는 (위험성이 있는) 수업을 안 한다고 해서 아무도 뭐라고 안해. 그러나 교육적으로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주변의 사람들이 그 수업의 모든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묻게 되지.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라면 하나도 못 끓이게 해. 라면에도 기름이 들어 있자나.” 이렇듯 안전에 대한 강박은 윗사람의 통제 권력을 증대시키고, 현장교사와 학생의 자기판단권은 심각하게 줄어들게 만듭니다. 안전은 기존의 권력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교사 뿐만 아니라 학생도 수업에 대한 많은 통제권과 자율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 현장의 일선 교사들은 수업의 모든 과정을 통제하며, 학생의 모든 행동을 완벽하게 규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삶을 위한 교육이 그 시도라도 가능키위해서는, 가장 먼저 작금의 안전계엄령 사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금은 안전이라는 이슈가 교육의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다시금, 무엇이 진정 안전한 공간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학생과 교사의 자율권을 일거에 빼앗아 상부의 명령과 세부적인 절차에 복속시키는 보수적 정동의 통제공간’(security, 안보)에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운 발언과 자율적 행동이 보장되는 안전한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합니다. 하루빨리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이후의 교육시스템을 짜나가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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