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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2장 토템적 분류의 논리, pp93-14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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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토템적 분류의 논리

 

1장 구체화의 과학에서 오늘날의 과학과 원주민의 신화적 사고의 구조적 특성들에 대해 살펴봤던 내용을 정리하며 2장을 시작합니다.

“잡다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용에 있어서이고 형식에 관한 한 그 단편들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 이는 손재주의 예에서 정의한 바이다. 즉 유사성이란 그 단편의 형식 속에 일정량의 내용을 포함한다는 점이며 내용의 양은 모든 단편에서 거의 같다. 신화에 있어 유의미한 이미지는, 손재주꾼의 재료와 마찬가지로 이중의 기준에 의해서 정의되는 요소이다. 그것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어처럼 이미 사용되었던 것이다.”(93-94)
“둘째, 신화에 쓰이는 이미지도, 손재주꾼의 재료도 순수한 ‘생성과정’에서 생긴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관찰할 땐 그것들에 엄밀성이 결여되어 있는 듯이 보이나, 이미 긴밀히 결합된 집합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을 때에는 그 엄밀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원료가 아니라 가공품이라는 점에서 역시 엄밀성을 갖고 있다.”(94)

이를 만화경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만화경의 단편적인 특성(형태, 색채, 투명성)이 구조적 배열을 만들어 내듯이, 실체 없이 단편화된 담론들이 새로운 형태의 실체를 형성하듯이, ‘기호가 그 지시 대상과 같은 위치를 획득하는 모형을 구성’(95)하듯이 서로 맺어지는 관계의 배열과 균형의 작용임을 설명합니다. 그 배열들은 우연적인 일과 법칙이 서로 만나 작용’(95)한다는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논리의 성격을 규명해 보이는 민족지적 연구들

위와 같은 구체적 논리를 밝히기 위해 원시인의 초자연적 세계의 이해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원시인들이 초자연적 존재를 사람과 동일시하거나, 존재에 대한 감정이나 인식, 동물에 대한 지식 등에 대해서 초감각적이나 신비적인 것인 어떤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치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원시인의 초자연적 생태계의 이해에는 이 구체적 지식이 활용되는 여건, 그 수단과 방법, 그 지식에 침투해 있는 정의적 가치, 이 모든 것들은 실제로 오늘도 존재하며 우리들 가까이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97)는 점에서 신비적 세계와는 다릅니다.

“이론적인 지식이 감정과 양립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 지식은 동시에 객관적일 수도 주관적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과 동물의 구체적인 관계는, 특히 과학이 전적으로 ‘자연과학’인 문화에서는, 과학적 인식의 세계 전체가 정적인 색채로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정적인 색채란 먼저 말한 원시적인 일체관의 발견이다.”(98)
도곤족 나바호 인디언 호피족
연구자 -
그리올, 디테를렌, 차안
연구자 -
뒤르켐, 모스
연구자 -
뒤르켐, 모스
식물 22-
3범주로 분류
생물 -
언어 있는가/없는가
p101 참조
수목 관목 언어
있음
언어없음
동물 식물
홀수계열
-일자출산
짝수계열
-쌍둥이출산
홀수계열 반대 대응

달리는 날아다니는 기어다니는 약효 외양
남성
식물
(우기)
여성
식물
(건기)
여성
식물
(우기)
남성
식물
(건기)

세분화 크기
땅에
사는
물속에
사는
주행 야행
각각의 속은 몸의 한 부분, 하나의 공작 기술, 하나의 사회계급, 하나의 제도와 대응한다.(99) 하나의 동물이나 식물은 각각 자연의 어떤 요소와 대응관계를 가진다. 자연의 각 요소는 의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100) 이와 같은 대응관계는 푸에블로족보다 사회구조가 훨씬 더 허술한 민족에서도 나타난다.(100)
“‘원시인’은 단순하며 거칠다고 믿는 편견 때문에 인류학자들은 이 복잡하며서도 일관성 있는 의식적인 분류체계를 조사하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인류학자들에게는 이러한 분류체계가 낮은 경제적․기술적 수준과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감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지적 수준도 경제적 기술 수준 정도일 것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우리들이 이 원시성에 대해 갖고 있는 전통적 이미지는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102)
“‘토템’분류도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식물 문장을 새기던 일과 크게 다르지는 않음을 알게 된다. …… 이 역시 ‘토템적’ 분류와 거리가 먼 것은 아닐 것이다. …… 우리들 유럽인들은 이와 같은 사실은 전문가들이 긴 시간과 전통을 통해 이루어놓은 자연철학으로 기꺼이 일괄해버리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른 문화 속에서는 아직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102-103)

 

#원주민의 분류법

“원주민의 분류법은 조직적이며 견고한 체계의 이론적 지식에 의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오늘날 동물학과 식물학에서 사용되는 분류법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104)
“원주민의 어휘로 구별되는 변종의 수는 250종을 넘으며, 과거에는 아마도 현재보다 더 많은 종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옛 여행자가 제멋대로 분류법을 만들어내지 않고 원주민의 분류법을 신용했더라면 무수한 실수와 혼란을 피할 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어떤 생물학자는 말한다. 그 잘못의 일부는 겨우 최근에 와서야 정정되었다. 이와 같은 잘못된 분류 때문에 예를 들면 열한 사람의 저자가 똑같은 Canis azarae라는 종명을 분명히 다른 세 가지의 속, 여덟 가지의 종, 아홉 개의 아종에게 부여하였고, 또 동일변종에게 여러개의 이름을 붙여버리는 결과를 빚었다.”(104-105)
“일반적으로 원시인의 어휘들은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 보수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들의 과학적 전문 용어들과 어떤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미개한 인디언들은 자연물의 명명을 아무렇게나 다루지 않고 부족의 집회를 열어서 각기의 종의 성질에 가장 적합한 명칭을 정했다. 군을 나누고 하위군을 구분짓는데 대단히 정확했다. 어떤 지역에 사는 동식물의 원주민 용어를 기록해두는 것은 단지 경의와 성의를 표시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과학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Dennler, p234, p244)”(105)
“이러한 정밀함과 사려깊음을 대할 때에 인류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시에 광물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 가능하면 천문학자까지도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이상적일까 생각하게 된다.”(107)

 

#원주민의 신화와 의례의 해석 : 동식물학 기반의 구조적 관점 해석의 불가결함

신화와 의례에서 사용되는 동식물의 구조적 이해가 불가결함을 주장하며 식물과 동물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식물에서 북아메리카의 세이지는 유럽 세이지와 다르게 쑥과의 여러 종류로 상세하게 구별되고 의례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부여됩니다. 북미에서 쑥이 월경불순, 난산치료, 여성밤의 의미를 내포하고, 다른 식물군이 요도, 남성생식기 장애 치료로 쓰이며 남성태양낮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일군(一群)으로 쑥과 같은 종류로 취급하면서 두 식물이 짝이 되어 하나의 전체를 이룰 때 그 의미가 생긴다’(108)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히다차족의 매사냥 의례에서, 매사냥을 배운 것이 곰인지 오소리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동물에 따라 함정을 이용하고 사냥감이 되면서 사냥꾼이 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는 오소리처럼, 히다차족의 의례를 이해해볼 수 있다고 제언합니다.

“매사냥의 의례를 분석해보면 천상의 노획물과 지하의 사냥꾼이라는, 가설이지만 이원적 체계가 세밀한 부분까지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이원체계는 또한 사냥의 공간적 영역에 있어 상하관계의 가장 강한 대립을 나타낸다. 매사냥에서 사냥 전과 그 도중과 사냥 후에 이루어지는 의례의 극단적인 복합성은 신화 유형학에서 그 의례가 차지하는 예외적 위치에 상응하는 것이며, 이는 그 의례를 사냥꾼과 사냥물 사이의 최대 거리라는 구체성으로 표현된다.”(113)
“이 중 하나의 축은 농경 신화에, 다른 축은 수렵 신화에 해당한다. 이 해석을 통해 총괄적인 준거체계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체계에 비추어보면 애초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주제들 사이에서 상동성을 찾아낼 수 있다.”(115)
“오소리의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는 부족들, 예를 들면 푸에블로족이나 열대 아메리카의 한 가운데에 살며 같은 유령 색시 신화를 가진 브라질 중부 지방의 세렌테 부족의 신화 해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 그 외의 경우에서는 유사한 논리 구조가 다른 어휘들을(어휘들이란 여기서는 신화의 구성 재료를 가리킨다) 사용하여 조립될 수 있음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자 한다. 어느 문화에서고 불변하며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은 요소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요소들이 이루는 관계들일 뿐이다.”(116)

 

#문화의 의미체계 : 요소의 역할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관찰의 필요

같은 종의 동식물에 대해서도 사회마다 체계가 일정하지 않고 개개의 요소가 임의적으로 보이지만, 체계 전체로 보면 일관성을 가진다는 부분을 몇몇 사례를 통해 언급합니다.

“모든 사회 문화가 공통으로 선택하게 되어 있는 체계는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요소 자체는 결코 내재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 의미는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역사와 문화적 상황에, 또 한편으로는 그들 요소가 참가하고 있는 구조적 체계에 따라 변화한다.”(118)

또한 닮은 동물이 민간전승의 경우에 따라 다른 의미로 나타나는 일도 있으며, 이처럼 같은 동물이라도 그 서식 형태, 기상과의 관계, 울음 소리 등 서로 관계가 별로 없는 여러 성질, 또한 생사 여부에 따라 그들의 상징체계에서 여러 가지로 활용됨을 알 수 가 있다.”(119)는 것처럼 같은 동물을 두고도 의례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토템적 성격을 가지는 동물들이 각 지역과 부족에 따라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신화적으로 성립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범주나 분류,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민족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를 다양한 부족과 사례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119-124)

 

#원주민 분류를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 :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저자는 이런 분류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먼저 외적으로는 분류의 기초가 되는 관찰(실제이든 상상이든)과 원리에 대해서 우리들이 무지’(124)하고, 그런 분류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부족 간의 분류의 차이로 인해 헤맬 수 있기 때문입니다.(ex : 다람쥐 고기에 대한 오지브와 인디언 - 뉴기니 아스마트족 - 가봉의 팡족의 의미의 차이 등, 124-125)

내적 어려움은 외적 요소처럼 요소들 사이의 관계의 객관적 특징을 몰라서 그러는 것과는 다르게, ‘동시에 여러 가지 연결 형식을 이룰 수 있다는, 즉 여러 가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126)된다 설명합니다.(ex : 루아풀라족의 씨족들 사이의 농담관계처럼 표범>산양, >동물, >철 이므로 비씨족이 최고 씨족, 127) 이는 논리가 명백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요소들 사이에서 성립되는 인접성과 유사성의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거나, 다른 형태의 관계들에서 발견됩니다. 이 관계는 서로 다른 추상적 수준에서 기능하고 있어서 또 가까운 것과 먼 것, 공시적인 것과 통시적인 것, 정적인 것과 혹은 동적인 것’(128) 등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른바 토테미즘이라는 것은 분류라는 일반적인 문제의 한 특수 사례에 지나지 않으며 사회 분류를 체계화하는 데 있어서 종명이 빈번히 담당하는 역할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126)
“이와 같은 논리의 축의 수, 성질과 특성은 아마 문화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각기의 문화들은 분류작업 때에 나타나는 준거체계의 일반적 특징에 따라 풍요로운 문화 혹은 빈약한 문화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빈약한 문화라 할지라도 여러 차원에 걸친 논리에 의해서 조작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논리의 목록을 만들어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은 대단히 풍부한 민족지적이고도 일반적인 정보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정보는 결여되어 있다.”(128)
“또 하나의 난점이라는 것은 구체성의 논리에 깔려 있는 본래적인 복잡성에서 나타난다. 즉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관계의 성질보다 본질적인 것이다. 형식의 면에서 보면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하는 것이 구체성의 논리이다. 따라서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요소가 주어졌을 때 그 연결 형식의 성질을 당연히 자명하다고 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소 자체와 마찬가지로 요소를 잇는 관계에도 간접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 오늘날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구조언어학의 주요 난제 가운데 하나는 이행다립이라는 사고를 통해 이룩한 단순화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대립 하나하나의 성질이 또 다시 다양화된다는 함정에 놓인다는 점이다. …… 그러나 이것은 방법상의 난점이 아니라 어떠한 지적인 작업에 고유한 한계일 수도 있다.“(130-131)

 

#‘토템적이라 불리는 분류 : 공시적인 상황 & 통시적인 상황

“인구통계학적 변동은 제 스스로의 법칙이 있으나 개념체계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우연적이다. 개념체계는 공시적으로 성립하나 인구통계학적 변동은 통시적인 상황에서 전개된다. 다시 말해서 각자는 서로가 무관한 채 따로따로 움직인다.”(131)

공시적(公時的)과 통시적(通時的) 인 것을 언어 소멸의 예를 들어서,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과거에는 많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경우 / 한 언어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소멸되는 과정에서 언어의 구조적 특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주체들이 모두 엇비슷하여 우열이 없고 언어구조가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기능성에서 잘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공시성과 통시성은 엄격하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라 설명합니다.

하지만 토템적 체계라고 하는 공시적 구조가 통시성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가’(132)를 짚어보면서, 기억에 의한 수단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는 통시적인 상황에서 구조가 파괴된 상황에 놓이는 경우를 말하며 예시를 들어 설명합니다.(132-133 참조) 인구통계학적 상황에서 변동이 와서(한 부족의 소멸) 체계가 재구성되는 상황에서 몇 가지의 가능성에 의해 동일한 구조이나 동일하지 않은 모습으로, 혹은 동일하지 않은 구조에 이항대립의 상황으로 변동되는 상황에서 모두 동일한 변동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단계들은 그것들이 씨족의 명칭과 체계, 창조와 기원 신화, 의례 속에 침투되어 있어, 저력처럼 남아서 남은 원래의 방향성은 신화와 의식을 통해서 유지되어 전통적 구조와 대체로 동일한 선상에서 새로운 구조를 형성’(134)해 나갑니다.(오세지족의 예, 134-135 참조)

“이 전설은 이중의 과정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순전히 구조적이며 이원적인 체계에서 삼원적인 체계로 변하여 다시 먼저의 이원체계로 환원하는 과정이다. 또 하나는 구조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이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건들, 즉 이주․전쟁․동맹 등 역사적으로 간주되는 사건으로 인해 당초의 구조가 완전히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이 체계는 동시에 역사적이고 구조적이며, 이원적이면서 삼원적이며, 균형적이면서도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불안정하기도 했다.”(135)
“오세지족의 경우는 한 쪽은 공시적이고 다른 쪽은 통시적인 두 대립적 유형을 그 출발점으로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중의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평등하게 받아들여 구조의 관점과 실제 사건의 관점을 두 가지 모두 취하여 통합할 수 있는 하나의 도식을 만들어낼 것이다.”(136)

  #질서의 해체 혹은 질서의 재구성

“단계에 기반을 둔 족외혼제 씨족사회에서 씨족의 명칭체계는 거의 질서와 무질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이 사실은 두 원동력의 결합된 작용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질서가 해체되는 쪽으로 기우는 인구통계학적 변동의 원동력이고, 다른 하나는 가능한 한 본래의 상태에 가깝게 질서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밀고가는 사유적 영감에 의한 원동력이다.”(136)
“과테말라의 품종이 전체로서 몹시 다양하다는 것과 옥수수가 교잡하기 쉬운 작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소량의 꽃가루가 이 밭에서 자 밭으로 날아만 가도 잡종이 되고 만다. 품종마다 신중히 골라서 다른 씨앗은 솎아버려야만 이와 같은 상황으로부터 순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멕시코든 과테말라든 미국 남서부든 한 가지 명료한 것이 있다. 즉 인디언 문화가 오래도록 완전하게 남아 있는 곳일수록 옥수수는 그 품종에 한해서 거의 균일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가족에서 가족으로, 부족에서 부족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한 품종이 그렇게 순수하게 유지된 것을 보면 그들의 이상형에 대한 집착은 거의 광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자주 언급되었듯이 가장 불완전한 품종은 미개인이 재배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미개인은 식물 재배에 서투르다는 통념이 생긴 것은 여행자가 자주 보게 되는 원주민은 간선도로나 도시 주변에 살아 그들의 전통문화가 소멸되다시피한 부족이기 때문이다.“(139-140)
“…… 원시인의 여러 제도가 시간이라는 물결 속에 흘러가면서도 어떻게 역사의 우연성과 도식의 불변성을 잘 유지하면서 이해가능성의 흐름 한가운데를 항해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의 제도들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즉 통시성과 공시성, 사건과 구조, 미와 논리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안전거리를 취하고 있어 그 어느 한 면만 보고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볼 것을 놓치고 만다.”(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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