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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 야마모토 타로, 한승동 옮김]
8% : 그린란드에서의 유행을 끝으로, 지구상에서 홍역이 인구동태에 영향을 줄 만큼 대규모로 유행한 사례는 없다. 항공기의 발달 등으로 세계가 좁아지면서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홍역에 대해 집단으로서의 면연력을 획득한 결과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야생동물을 길들여서 노동력과 자원을 획득했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9% : 인류 최초의 문명이 발흥했을 무렵, 홍역은 개 또는 소에 기원을 둔 바이러스가 종을 초월해 감염되고 적용한 결과 인간의 질병이 됐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가축화하고, 가축화된 동물과 접촉하면서 이 병에 감염될 기회도 점점 늘어났다. 
 수십만 명의 인구 규모를 지닌 사회는 농경이 시작되고 문명이 발흥하고서야 비로소 지상에 출현했다.

10% : 위생 환경이 향상되고 가족이 이전처럼 밀집해서 살지 않게 되면, 소아기 때 병원체에 감염될 가능성은 작아진다. 소아기 때 무사히 감염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사춘기나 성인 시기에 이 병에 걸리게 된다. 

11% : 사회를 파탄시키는 큰 비극을 피하면서 작은 비극을 최소화하는 것, 이것을 달성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역사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병원체의 근절은 마그마를 웅축한 지각이 다음에 일어날 폭발의 순간을 기다리는 듯 장차 일어날 폭발의 순간을 기다리듯 장차 일어날 큰 비극의 서막을 준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근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병원체와의 공생이 필요하다. 설령 그것의 이상적인 적응을 의미하지도 않고, 우리 인류에게 기분 좋은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24% : 한편 급성 감염병을 보유하지 못한 사회-항상적 유행이 없는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입진 않는다. 그러나 한번 감염병이 사회에 유입될 경우, 그 피해는 감염병을 보유한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28% : 감염병의 수리 모델에 따르면, 무작위 교류가 이뤄지는 사회에 병원체가 유입될 경우 초기의 유행 속도는 완만하지만, 최종적인 유행규모는 선별적 교류가 이뤄지는 사회보다 크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카스트제도 등으로 선별적 교류가 강화된 사회에서는 유행 초기에 감염이 더 빨리 확대되지만 최종적인 유행 규모는 작아진다. 

'감염병과 문명'을 둘러싼 몇 가지 기본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기본 구조는 문명이 '감염병의 요람'으로 기능했다는 사실이다. 메소포타미아로 대표되는 문명은 인구 증가를 통해 홍역과 천연두, 백일해에게 그것들이 유행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감염병은 인류 사회에 정착하는 데 성공한다. 
 두 번째는 문명 속에서 배양된 감염병이 생물학적 장벽으로서 문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그 구조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문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감염병을 거둬들여 해당 문명의 질명 레퍼토리를 증대시킨다는 사실이다. 문명이 거둬들인 감염병은 그 뒤 문명을 지키는 생물학적 방어벽이 되는 동시에 문명의 확대를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됐다. 중국 문명 및 인더스 문명에서 그 구조의 원형을 볼 수 있다. 
 각각의 문명이 어떤 감염병을 '원시 감염병'으로 선택할지는 문명이 지닌 풍토적, 생태학적, 사회학적 제약에 의해 규정된다. 일단 선택된 전염병은 문명 안에 널리 정착되고 사람들의 생활에 항상적인 영향을 주는 동시에 문명에 소속된 집단에 면연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감염병은 문명의 생물학적 공격 기구, 또는 방어 기구로 기능한다. 이 같은 고찰은 역사 속에서 감염병과 문명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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