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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보로로족
23 죽은 자와 산 자
429p ‘남자들의 집’은 부락의 사회 및 종교 생활의 중심지로서의 존재 이상의 어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락의 거주구조는 제도적인 체계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인간과 우주, 사회와 초자연적인 것,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 간의 관계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부로로족의 사고가 이 우주적인 문제에 응용시킨 해결책의 특수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해결책은 서반구의 극단에 위치하는 북미의 북동부 평원과 삼림지대의 원주민들 오지브와족, 메노미니족, 윈네바고족 등 사이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430p 어떤 사회는 산 자들의 죽은 자에 대한 주기적인 경의 표시로 죽은 자는 산 자를 괴롭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민속의 보편적인 사고법과 대립하는 다른 사고법이 있는데, 여기서 죽은 자는 객체이며 거짓말과 사기가 관련되는 투기상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 사회는 죽은 자를 불러낸다. 늘 죽은 자들에게 호소하는 사회, 즉 선조에게 호소함으로써 특권을 정당화하려 한다. 이 같은 사회는 그 죽은 자들로 말미암아 사회의 안녕이 무너진다고 느낀다.
이 두 가지 극단 사이에 몇 개의 중간적인 위치들이 존재한다.
432p 만약 서구문명의 진화에만 국한한다면 죽은 자에 대한 고려를 덜하게 되거나, 계약적인 합의를 맺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모든 사회는 두 가지 가능한 형식을 막연하게나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사회는 미신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반대쪽의 가능한 형식으로 기울어지려고 한다. 433p 보로로족의 독창성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명확히 체계화하였고 또 서로 적용시킬 수 있는 의식과 신념의 체계를 수립하였다는 점에 있다.
보로로족에게 인간은 개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다. 인간이란 사회학적 우주의 부분이며, 인간의 부락은 물리적 우주와 함께 천체와 기상학적 현상과 같은 살아 있는 존재를 구성한다. 이런 부락은 오두막으로써 이루어진 것이 아닌 지면배열(地面配列) 가운데 존재한다. 이 지면배열은 변화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교사들은 지면배열을 정지시킴으로 부락의 전체 문화를 파괴했던 것이다.
보로로족의 사고가 자연과 문화의 근본적인 대립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라면, 죽음은 전체로서 사회에 손실을 끼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사회에 부채를 지고 있는 상태가 된다. 즉 보로로족의 핵심 요소인 ‘모리’의 개념도 이로 설명할 수 있다. 원주민 한 사람이 죽으면 보로로족은 집단사냥을 하는데, 사냥의 목적은 자연으로 하여금 부채를 갚도록 하는 것으로, 사냥한 짐승의 껍질이나 이빨이나 발톱을 죽은 자의 ‘모리’로 삼았다.
주술사 ‘바리’는 특별한 범주에 속하는 인간으로 물리적 우주나 사회적 세계의 어느 편에도 완전하게 소속되지 않는 존재다. 그들은 태양계와 풍우, 질병과 죽음을 담당한다. 바리는 또한 초자연적 도움을 받는 비사회적존재로 사냥에서 잡은 짐승이나 과일은 그의 몫을 떼어놓은 다음에 먹을 수 있는 데, 이는 산 자가 죽은 자의 영혼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모리’이다. 이것이 지니는 역할은 장례식을 위한 사냥의 역할과는 대칭적인 동시에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437p 바리는 또한 ‘보호적인 영혼’의 지배를 받는데, 보호적인 영혼은 바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변신을 수행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바리의 모든 행동을 돌본다.
438p 보로로족에게 물리적 우주는 개별화된 권력의 복잡한 행렬체계 가운데 존재한다. 이 힘들은 사물인 동시에 인간존재이며, 죽은 것인 동시에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주술사는 사람인 동시에 사물이기도 한 사악한 영혼들의 불분명한 우주와 인간 사이의 중개인이다.
사회학적 우주는 물리적 우주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영혼은 그 자신을 자연의 힘과 동일시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형성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상실하고 집합적인 존재인 ‘아로에(영혼들의 사회)’속으로 흡수된다. 이 영혼들의 사회도 이중적이다. 영혼들은 장례식을 치룬 뒤에 동쪽과 서쪽 두 부락 중 한 곳으로 가야하고, 이 동서의 축은 베르멜류 강의 흐름과 병행한다. 죽은 자의 부락의 이중성과 강의 상류와 하류로 양분되어 있는 현상 가운데는 밝혀지지 않은 하나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바리는 인간사회와 개인적이거나 우주적인 사악한 영혼들 사이의 중개자로서 봉사한다.
439p 죽은 자의 사회와 산 자의 사회 간의 관계를 주재하는 또 다른 중개자가 있다. 이 중개인을 ‘영혼들의 길을 지배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아로에토와라아레’라고 한다. 그는 바리의 특성과 정반대이다. 그와 영혼들 간에는 아무런 계약도 없으며, 영혼들은 언제나 그에게 나타나 있으며, 내재한다. 바리는 영혼의 소유물인 데 반해 ‘아로에토와라아레’는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그 자신을 희생한다. ‘아로에토와라아레’로 하여금 그의 임무를 깨닫게 해주는 계시의 순간에는 신화상의 존재인 애정이 깊은 신비적인 괴물‘아이제’와 관련되어 있다. 이 괴물은 아로에토와라아레로부터 애무를 받는데, 이 같은 장면은 장례식중에 흉내내어진다. 롱보라는 악기 소리는 괴물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기에 그가 나타나는 것을 예고할 때 쓰인다. 장례식이 몇 주일씩 계속되는 것은 사회와 물리적 우주 사이에 조종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리적 우주를 구성하는 적대적인 힘들이 사회에 끼친 해악을 시정하는 것이다. 장례식의 사냥이 행하는 역할이다. 사냥꾼들에 의해 복수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면, 죽은 자는 영혼의 사회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443p 광장의 중앙에 무덤 자체를 나타낸 나무줄기들이 뿌려지고 그 앞에 음식담은 그릇들이 차려지고, 제식을 집행하는 사람들과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에워두’와 ‘파이웨’춤을 춘다. 3일이 지난 뒤 의식은 중단되고, ‘마리두’ 무용이 진행된다. 5,6명으로 이루어진 두 집단이 동쪽과 서쪽으로 떠났다가 광장에 도착하고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었고, 의식은 신비스럽던 성격을 잃어버리고 시장터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였다. 이 흥청망청 떠들어대는 무질서한 장면은 원주민들이 죽은자와 즐기고 있으며, 죽은자가 계속해서 살아갈 권리를 빼앗아낸다는 의미를 갖는다.
447p 산자와 죽은 자 간의 대립관계는 처음에는 모든 의식과정을 통하여 부락민들의 참여자와 방관자로 양분하는 데에서 나타난다. 부락의 지면배열은 각각 죽은 자와 산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남자들은 영혼들의 사회를 상징하는 반면에 여자들은 산 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은 투가레 혈족이 강한혈족으로 세라혈족은 약한 혈족으.
451p 모랄리스트를 위해 보로로의 사회는 하나의 특별한 교훈을 제공해준다. 원주민들은 춤을 추는 가운데 부락의 반족들이 서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호혜성에 대한 일종의 정열로서 여자, 물건, 서비스를 교환하고, 어린아이를 근친 결혼시키며, 상대편의 죽은 자를 매장해주고, 인간은 서로 돕는다는 확신을 함께하며, 사회는 정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믿는다. 이 같은 진실들을 증언하고, 이 진실에 대한 확신을 보장하기 위해 부족의 현자들은 부락의 지면배열과 집의 분배 속에 웅장한 우주론을 전개해왔다. 한 사회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와의 관계를 다루는 관점은 종교적 사고를 통해서 실존의 관계를 숨기거나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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