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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lings: Sex and Violence_Juliet Mitchell_형제자매와 정신분석 : 개관_발제 용용이
용용이00 2025. 5. 14. 16:26『형제자매와 정신분석: 개관』 발제
1. 서론: 패러다임의 전환 - 수직에서 수평으로
줄리엣 미첼은 전통적인 정신분석 이론이 부모-자녀와 같은 수직적 관계에 과도하게 집중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프로이트 이래로 정신분석이 부모(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성격 발달과 심리적 갈등을 설명해온 경향을 비판하며, 인간의 정서적·사회적 삶에서 ‘형제자매’와 같은 수평적 관계 역시 필수적으로 다뤄져야 함을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수평적 관계는 정체성 형성과 갈등, 동일시와 차이, 사랑과 증오의 복합적 양상이 집약된 장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출산율 감소와 핵가족화, 외동자녀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또래 및 동년배 관계를 통해 여전히 수평적 경험을 지속한다. 따라서 수직(출계/descent) 중심 패러다임에서 수평(동맹/alliance)을 포괄하는 이론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 형제자매 관계와 정서 구조
형제자매 간 갈등과 경쟁, 동일시와 차이 인식은 아이가 사회적 존재로 형성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 관계는 이후의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등 수평적 상호작용의 원형이 되며, 그 안에서 사랑과 증오, 공생과 파괴 충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미첼은 형제자매 관계가 금기(incest taboo)나 공격성(예: 살해 욕망)과도 연결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후의 또래 관계나 사회적 갈등에서 병리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계는 오이디푸스 갈등보다 더 원초적이며, 아이의 정체성과 자기애 형성에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3. 여성성과 동기(同氣) 경험의 병렬성
미첼은 여성성에 대한 정신분석적 설명이 종종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상실, 자기애, 소멸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다루며, 이러한 감정들이 형제자매 관계에서 매우 유사하게 재현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더 나이 많은 동기는 이상화의 대상이 되면서도, 주체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작용한다.
그녀는 동기와 여성성 모두가 역사적으로 과소평가되었으며, 정신분석 이론이 남성적 기준에 따라 구성되었음을 비판한다. 이에 따라 형제자매의 수평 관계는 젠더 정체성, 동성애적 욕망, 자아 이상 형성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4. 히스테리와 형제자매: 무의식적 충돌의 무대
정신분석 초기 이론의 핵심 개념인 히스테리는 단순히 억압된 성욕의 표출이 아니라, 형제자매 관계에서 비롯된 정서적 갈등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나르시시즘적 사랑과 대상을 향한 사랑의 긴장, 그리고 동일성과 차이의 혼란은 히스테리의 핵심적 동인이다.
어린아이가 형이나 누나처럼 되고 싶지만, 결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은 외상적이다. 흠모와 증오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감정은 이후의 성 정체성, 자아 이상, 애정 관계에서도 반복된다. 미첼은 히스테리적 증상이 형제자매 대체자에 대한 미해결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5. 집단 심리학에서의 형제자매의 역할
프로이트는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에서 자아 이상 형성과 권위자에 대한 동일시를 논의하며, 형제자매 간 경쟁이 사회적 정의와 평등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미첼은 이를 한 발 더 나아가, 형제자매 관계가 단순한 부모 권위 내면화가 아니라 독립적인 자아 구조를 형성하는 데 더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형제자매와의 감정적 역동은 집단 내 관계, 즉 조직, 학교, 사회 집단에서의 상호작용에서도 재현된다. 따라서 형제자매는 단순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집단심리학적으로도 자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이다.
6. 정신병리와 동기: 신경증에서 경계선 성격, 정신병까지
미첼은 신경증, 정신병, 경계선 성격장애 등 다양한 정신병리적 상태들이 형제자매 관계에서 기인한 갈등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신경증 환자는 과거의 상처를 분석가에게 전이하며 반복하는 반면, 정신병 환자는 현실과의 연결 자체를 상실한다.
특히 경계선 성격장애나 나르시시즘적 장애의 경우, 형제자매와의 관계에서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강한 동일시와 이상화가 발생한다. 이런 환자들은 형제자매의 자리를 점하고 싶어 하며, 자기 존재의 안정성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애와 파괴 충동, 분열된 자아의 역동이 병리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7. 성적 차이와 형제자매 관계: 동일성과 차이의 초기 인식
아이는 형제자매와의 놀이와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과 타자의 차이를 인식한다. 이때 생식기나 성기 중심의 동일성과 차이 개념이 놀이를 통해 탐색된다. 남아와 여아 모두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유아적 사고와, 성인의 생식 현실 사이의 괴리는 사춘기에 충격적으로 인식된다.
형제자매 간의 성적 금기는 무의식적 외상에 의해 강화되기도 하며, 사회적 규범으로 내면화된다. 역사적으로 형제자매 간 결합이 왕조나 종족 보전을 위한 전략으로 작동했던 경우도 있었으나, 현대에는 근친상간의 전두엽적 억제가 사회적으로 확고히 작동한다.
결론: 형제자매 관계의 정신분석적 재정립
미첼은 형제자매 관계가 단순한 가족 내 관계를 넘어, 인간의 자아 형성, 정체성, 성욕, 집단 구성, 정신병리 등 거의 모든 심리적 구조 형성에 깊이 관여한다고 본다. 정신분석 이론은 이제 부모-자녀 중심의 수직 축에서 벗어나, 형제자매와 또래 간 수평적 관계를 이론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개인 심리뿐 아니라 사회 구조, 젠더 이론, 집단 심리학 전반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줄리엣 미첼은 형제자매라는 관계가 정신분석의 ‘잃어버린 고리’임을 일깨우며, 수평 축을 진지하게 탐색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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