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종교의 기원 토템과 터부
애니미즘, 주술, 관념의 만능 발제 바다사자
종교의 기원(프로이트 토템과 터부 3,4 발제 바다).hwp
1 좁은 의미의 애니미즘은 정령 관념에 대한 이론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정신적인 존재 일반에 대한 이론이다. 다시 물활론, 동물숭배, 정령숭배로 나누기도 한다. 애니미즘은 원시 민족의 자연관 및 세계관의 인식이다. 이들은 세계를 호의나 악의를 지닌 무수한 정령이 사는 곳으로 파악한다. 자연현상의 원인을 이들 정령이나 악령 탓으로 돌리고 자연계의 동식물은 물론 무생물까지도 이들에 의해 생명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영혼은 정신활동의 담당자이며 육신으로부터 독립해 있다. 오랜 발전 과정을 통해 물질적인 성격이 벗겨지고 고도로 <정신화> 된 영혼에 대한 이러한 관념이 애니미즘 체계의 근원적인 중핵이다.(131) 영이란 독립된 ‘혼’에 상응하는 것이며 동물, 식물, 사물의 혼도 인간의 혼에 대한 유추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 애니미즘 체계의 기초는 죽음의 문제가 이 이론을 성립시키는 출발점이다. 죽음이라는 관념은 뒷날 마지못해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분트는 신화시대의 의식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솟아난 심리적 산물이고 원시적 애니미즘은 인간의 자연적 상태에 대한 정신적 표현이라고 했다.(132) 애니미즘은 하나의 사상 체계다. 개개의 현상을 설명하며 전체 세계를 하나의 관점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인류는 애니미즘(신화)의 세계관→종교적 세계관→과학적 세계관으로 발전시켰는데 애니미즘 세계관이 가장 모순되지 않고 세계의 본질을 모두 설명해준다. 이것은 이제 ‘심리학적’ 이론이 되어 있다. 애니미즘 자체는 종교는 아니지만 뒤에 발생하는 종교의 전제조건이 되는데 신화가 전제되어 있다.(133)
2 마법이란 영을 다루는 기술이다. 주술은 근본적으로 영과는 무관하다. 특수한 수단이 이용되며 애니미즘 기술의 보다 근원적이고 보다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자연의 ‘영’화가 성취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주술은 사용되기 때문이다.(134) 주술은 다양한 목적에 쓰여야 한다. 자연현상을 인간의 의지대로 통제하거나 개인을 적이나 위험으로부터 지키거나 적의 위해에 필요한 힘을 개인에게 부여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일러에 의하면 주술은 ‘관념적 관련을 현실적 관련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적을 해치기 위한 주술 중 하나는 임의의 재료로 적과 흡사한 모상을 만든다. 이것에 해를 가하면 본상에도 같은 효과가 미친다. 이 주술은 개인적인 적의를 나타내는 것 외에 신을 섬기는데, 악마와 싸우는 신을 돕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135) 이때의 주술의 작용 요소는 주술적 행위와 기대되는 결과 사이의 ‘유사함’이다. 이를 프레이저는 ‘모방 주술’ 혹은 ‘유감 주술’이라한다. 유연성 원칙이 작용하는 주술적 행위도 있다. 적에게 해를 입히는 방법으로 물건에 해를 가하면 주인에게 가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것이다.(139) 프레이저는 ‘감염 주술’이라고 부른다. 공간적 관련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근접해 있는 존재에 대한 회상이다. 유사와 근접은 관념 연합 현상의 2대 원칙이므로 주술의 관념 연합설을 확장시키고 심화시키면 주술을 설명할 수 있다.(141) 모방 주술은 단독으로 수행되며 동기는 인간의 원망이다. 미개인의 원망에는 자율적인 충동, 즉 의지가 관련되어 있다. 의지는 만족을 나타내며 만족은 자율적 환각을 통해서만 경험된다. 원망이 실현되도록 강제하는 행위야말로 주술적인 행위이지만 애니미즘의 사고 단계에서는 객관적 증명이 불가능하다.(142) 근접성 관념 연합은 직접적인 의미에서의 접촉이며 유사성 관념 연합은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접촉이다. 주술, 즉 애니미즘적 사고 방법을 지배하는 원리는 ‘관념의 만능’ 원리이다.(143)
3 관념의 만능성은 강박 신경증 환자의 경우에 가장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원시적 사고방식의 결과가 의식의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기 때문이다.(144) 현실보다 정신적 현상을 과대평가하는 증상은 신경증 환자의 정신생활과 사고 체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145) 이것은 생각만으로 외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미개인들과 흡사하다. 신경증 환자의 초기 강박 행위는 그 성격상 주술적이다. 애니미즘의 본질인 영혼과 악령에 대한 믿음은, 죽음이 인간에게 준 인상에 기원을 두고 있다. 강박 신경증의 방어 방식에 대응하는 것이 마법의 주문이다.(146) 애니미즘 단계에서 인간은 ‘스스로’가 만능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종교적 단계에서는 이것을 신에게 돌렸다.(147) 미개인들이 관념의 만능을 믿는 경향을 자기애에 빠져있는 증거로 파악한다면 인간의 세계관 발달 과정을 개인의 리비도 발달 과정과 비교해볼 수 있다. 애니미즘 단계는 자기애 단계, 종교적 단계는 양친과의 결합 욕구를 특징으로 하는 대상 발견의 단계, 과학적인 단계는 쾌락 원칙을 단념하고 현실에 적응해 나가면서 외계에서 그 대상을 찾는 성숙 단계에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149) 관념의 만능성이 용인되는 부문은 예술이다. 원망 충족 유희가 예술적인 환상을 통하여 현실과 똑같은 감정적 파장을 준다. 예술가는 오늘날에는 대부분 소멸해 버린 인류의 모든 경향에 봉사한 것이다.
4 인간이 성취한 애니미즘 세계관은 심리적 세계관이었다.(150) 주술은 관념에 만능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애니미즘은 만능의 일부를 영혼에 귀속시킴으로써 종교가 형성되었다.(151) 인류의 영의 창조는 인류가 자신에게 부과한 최초의 윤리적 제약, 즉 터부의 규정과 동일한 근원에서 비롯되었다. 인류가 지닌 것으로 믿던 관념의 만능성의 일부를 영에게 양도함으로써 행위의 자유 일부를 희생시켰지만, 문화적 창조는 인간의 자기애에 역행하는 ‘아난케’(운명)에 대한 최초의 인정이었다.(153) 애니미즘의 혼이 지닌 덧없음, 민첩함, 육체를 떠나는 능력, 다른 육체를 점유하는 능력이야말로 의식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특징임에도 인격적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그 자체만으로 무의식을 떠올린다.(154) 무의식을 정신활동의 진정한 용기로 간주한다.(155) 본능의 억압을 문화 수준의 척도로 삼는다면 과소평가되어 왔으나 애니미즘 체계도 진보와 발전이 있다.(158)
유아기, 토테미즘으로의 회귀
1 토테미즘이란 어떤 원시 민족의 종교였고, 사회 조직의 기초가 되는 체제였다.(162) 토테미즘은 인간과 그 토템 간의 상호 존중과 보호이며 사회적 측면에서 부족 상호 간, 그리고 타 종족에 대한 연대 책임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양면은 뒷날 상호 분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때로는 종교 조직은 사라지고 사회조직만 남는 경우도 있고 토테미즘 위에 선 사회 조직이 소멸한 나라에서 종교 속에 토테미즘의 자취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166) 종족의 구성원들은 토템으로부터 보호와 배려를 기대한다. 중요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토템과의 근친 관계를 강조한다. 사회적 측면은 엄격하게 지켜지는 규정과 광범위한 제약을 통해 나타났다.(167) 토템에 의한 결합은 가족적 결합보다 훨씬 견고하다. 토템은 모계를 통해 계승되는 것으로 부계 계승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여기에 대응하는 터부 제약이 족외혼속이다. 토테미즘의 본질적 특징은 이러하다. ‘원래 모든 토템은 동물이었고 모든 동물은 서로 다른 개개 부족의 조상이었다. 토템은 모계를 통해서만 계승되었다. 토템을 죽이는 것을 금하는 금제가 있었다. 같은 토템에 속하는 부족은 서로 성적인 교섭이 금지되어 있었다.’(168)
2 토테미즘 규명의 문제는 토템 혈통의 유래, 족외혼속의 동기, 토템 조직과 근친상간 금지라는 양자 간의 관계의 문제이다. 토테미즘의 이해는 역사적인 동시에 심리적이어야 한다.
1) 토테미즘의 기원 (a) 명목론적 학설: 개개의 종족이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서로를 구별할 필요 때문이었다는 것, 토템의 체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설명되지 않는다.(176) (b) 사회학적 학설: 토템은 숭배의 대상인 공동 사회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뒤르켐)(177),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제도로 파악, 이 체계는 단지 대규모로 전개된 ‘협동주술’의 한 사례일 뿐, 미개인들은 주술적 생산 조합 및 소비조합 같은 것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180), 토템을 먹는다는 것은 부족 구성원과 토템을 동일시하는 그들 정체성을 훼손하고 토템을 통제하는 힘을 상실할 것이라는 깨달음, 혹은 토템을 식용하지 않아야 토템과의 화해를 도모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생긴 것으로 가정한 것(프레이저)(181) (c) 심리학적 학설: 토템이란, 영혼이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의 상징(프레이저)(182), 토테미즘을 영혼의 윤회설로 설명, 사자의 영혼이 특정 동물 속으로 들어가면 그 동물은 혈족이나 조상이 되는 사람들은 이런 동물을 혈족이나 조상으로 믿었다.(빌켄), 토템은 원래 조상이 수호신인데, 조상은 꿈의 현몽을 통해 이 수호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자손에게 전했다는 것(프란츠 보아스와 힐 타우트)(185), 토템 동물은 기식(氣息)화한 영혼이 동물로 전화한 것의 후예, 영혼에 대한 믿음, 즉 애니미즘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분트)(186)
2), 3) 족외혼속의 기원과 토테미즘과의 관계 족외혼속이 토테미즘과 무관하다는 학설. 부녀 약탈혼속 관습의 잔재로 보나 근친상간 기피현상을 간과함.(맥레넌)(188), 족외혼속은 근친상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모건, 프레이저, 호위트, 스펜서)(189),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남녀가 성관계에 대해 선천적 기피 현상을 보이는 것은 동종 번식이 그 종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물학적 사실의 심리적 표현임.(베스터마르크)(190), 자연적 본능이 근친상간을 지향하며 법은 자연적 충동의 충족이 사회에 해로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프레이저)(191) 정신분석학적으로 최초의 성적 충동은 근친상간의 성격을 지니며 억압될 경우 나중에 신경증의 동기가 됨.(프로이트) 인간도 처음에는 원시군으로 살아왔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고 힘이 센 남성이 질투 때문에 난교가 방지되었을 것(다윈)(194)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런 상태에서 법으로 의식되고 있는 규칙이 확립되었고 토테미즘이 성립된 뒤부터 이 규칙은 ‘같은 토템 내에서의 성관계 금지’라는 형태로 변함(앳킨슨)(195)
3 남성의 경우 토템 동물을 아버지로 대치하는 것이야말로 토테미즘의 공식을 볼 수 있다. 미개인들이면 모두 토템을 자기네 공동의 조상이며 원초적인 아버지로 인식하고 있다.(202) 토템 동물이 아버지라면 토템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동일한 토템에 속하는 여성은 성적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오이디푸스가 범한 두 가지 죄악, 즉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은 죄악과 정확하게 일치한다.(203)
4. 로버트슨 스미스는 아주 상세하게 제단의 제물이 고대 종교 의례의 본질적인 부분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물을 드리는 공희제란 처음에는 ‘신성한 존재와 그 숭배자 사이의 사회적 친교 행위’였다. 가장 오래된 형태의 제물 형식은 동물성 제물인데 이 동물의 피와 고기는 신들과 숭배자들이 나누어 먹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각기 그 몫을 나누어 주는 것, 이것이 이 의례의 본질적인 점이었다. 공희 제사는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이 개인적 이해를 기꺼이 초월해서 서로 단결함으로써 신과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기회가 되었다.(205) 타인과 더불어 먹고 마신다는 것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상호 의무의 상징이자 그것을 강화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원시 사회의 경우 무조건적이고 예외 없는 결합의 끈은 친족 공동체를 잇는 혈연이 있을 뿐이었다. 친족 관계의 유대는 완벽한 것이었다.(206) 신과 함께 먹는다는 것은 자신과 신이 동일한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믿음의 표현이다.(207) 제물로 바칠 수 있는 동물의 생명은, 친족 구성원 개개의 생명과 동렬에 있다. 공희 향연의 손님은 모두 공희 동물의 피를 먹어야 한다는 규칙은 제물을 죽임으로써 죄를 범한 친족 구성원에 대한 형벌 집행권은 친족 전체가 나누어 져야 한다는 규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제물 중 고대 후기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어 식용이 금지되어 있는 동물은 사실 신성한 동물이었다. 원래 신들에 대한 제사에서 제물로 바쳐진 동물이었는데 이 동물이야말로 원래 신 그 자체와 동일시되는 동물이었다.(208) 모든 동물은 다 신성한 것이었고 그 살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며, 오로지 친족 모두가 참여하는 제사 때만 먹을 수 있었다. 동물의 가축화가 진행되고 목축이 도입되면서 토테미즘은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209)
5 부족의 구성원들은 토템을 먹음으로써 저희들을 신성한 존재로 만들고 토템과의 일체감, 부족 구성원 상호 간의 일체감을 강화한다.(214) 정신분석학에서 토템 동물은 현실 속 아버지의 대역이다. 폭력적인 원초적 아버지는 아들 형제들에게 선망과 공포의 대상이자 전범(典範)이었다. 추방당했던 형제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그 고기를 먹는 행위를 통해 아버지와의 일체화를 성취시키고, 힘의 일부를 자기 것으로 동화시켰다. 토템 향연은 이 범죄 행위의 반복이며 기념 축제였다. 이 범죄 행위로부터 사회 조직, 도덕적 제약, 종교 같은 것들이 비롯되었다.(215) 아버지를 제거함으로써 증오를 해소하고 그와 동일시하려는 자신들의 소망을 성취시키고 나면 억눌려 있던 애정이 ‘자책’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어서 죄의식이 생겨나는데 이것은 무리 전체의 집단적 자책과 일치하게 된다. 이로써 더욱 강력한 아버지가 된다. 이때가 되면 아들들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방해하던 일들을 스스로 금한다. ‘사후 복종’이라는 심리상태가 이것이다. 이제 아들들은 아버지의 대용인 토템의 도살을 삼감으로써 저희들 행위를 철회하고 그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과실을 단념하는 것이다. ‘자식 된 도리에서 오는 죄의식’으로부터 토테미즘의 두 가지 터부를 설정한다. 이 때문에 두 가지 터부는 억압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두 소망과 일치한다. 여기에 거슬러 행동하는 자는 두 가지 죄(살인과 근친상간, 혹은 여기에 상응하는 혈족의 신성한 법 위반이다.(로버터슨 스미스,셈족의 종교))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217) 토테미즘의 터부는 두 가지가 있다. 토템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것과 근친상간 금제이다. 여자를 독점하려는 싸움으로 조직을 붕괴시키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 근친상간 금지법을 제정해야 했다.(218) 토템 동물의 보호와 관련된 토템의 예에서 토테미즘이 최초의 종교적 시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아버지의 대용인 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강렬한 죄의식을 삭이고, 일종의 화해를 시도한다. 토템 체계 그 자체가 아버지와의 계약인 셈이다. 또한 토테미즘은 자기 합리화의 의도를 담고 있다. 토테미즘 종교는 아들들의 죄의식에서 생겨났다. 죄의식을 완화시키고 그동안 유예되어 왔던 복종을 통하여 아버지와 화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후대의 종교도 모두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모든 종교는 같은 목표에 대한 겨냥인 것이고 문화의 발단이 되었던 대사건에 대한 반응인 것이다.(219) 아버지에 대한 양가적 감정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적인 우애의 감정 습관으로 발전되었고 동일한 부족이 공유하는 생명 연대성의 강조를 통해 나타나고는 했다. 상호 생명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형제들은 서로를 대접하되, 아버지에게 했던 것과 같은 대접은 하지 않기로 선포한다.(220) 토템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종교에 바탕을 둔 금제에는 형제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금제가 덧붙여졌다. 이 금제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되었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가부장적 씨족이 쇠퇴하고 혈연을 통해 서로의 안위를 보장하는 형제애적 씨족이 대두되었다. 종교는 죄의식을 바탕으로 성립되었는데 여기에 자책의 감정이 가세했다. 도덕성은 사회의 상황과 사회의 죄의식이 요구하는 참회의 감정에 근거를 두었다.(221)
6 토템이 ‘최초의’ 아버지 대용물의 형식이라면 신은 바로 아버지의 형상을 회복한 아버지의 대용물이다. 모든 종교 조직의 근원인 ‘아버지에의 동경’에서 이러한 창조가 가능했다는 것은 시대의 경과와 함께 아버지와의 관계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223) 일찍이 투쟁의 대상이었던 원초적인 아버지상의 절대 권력과 그 무구속성 및 아버지 자체에 스스로 복종하고자 하는 한 관념적 이상이 태동했다. 한 특정인에 대한 숭배에 바탕을 두고 신들을 창조함으로써 아버지 관념을 부활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224) 아버지에 대한 관계의 변화는 종교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부성신의 설정과 함께 아버지를 잃은 사회는 점차 가부장적 질서를 지닌 사회로 이행해 갔다. 종족신 앞에 바쳐지는 공희제의 경우 아버지는 이중적으로 등장한다. 한번은 신으로서, 또 한번은 토템 공희동물로 등장한다.(225) 공희제가 지니는 일반적인 의미는 자식들이 안긴 치욕의 기억을 지속시키는 동시에 치욕을 보상하는데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공희 제물은 신에 대한 단순한 공물이 되고 신을 위해 자신을 방기하는 행위의 표상이 된다. 신 자신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게 되기 때문에 인간은 중개자 없이 신과 교섭할 수 없게 된다. 이 중개자가 사제다. 동시에 신과 동등한 왕이 출현하면서 가부장 제도를 국가제도로 이행시키게 되는 사회 질서의 변화가 온다.(227) 본래의 동물 공의는 인신 공양, 즉 의례적인 아버지 살해의 대용이었다. 아버지의 대체물이 다시 인간의 모습을 취하게 되었을 때 동물 공희는 다시 인신 공양으로 그 모습을 바꾼 것이다.(228) 농경이 시작되자 가부장적 가족 중에서 아들의 위치가 훨씬 중요해진다. 아들은 대담하게도 근친상간적 리비도의 표출을 시도한다. 어머니 대지를 경작함으로써 근친상간적 리비도를 상징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229) 그리스도는 죄의식의 짐을 더는 길을 걸음으로써 자기 생명을 제물로 바치고 이로써 동포들을 원죄에서 구속했다. 원죄 교리는 오르페우스 교에서 유래한다.(230) 인간은 젊은 디오니소스 자그레우스를 토막 살인한 티탄 족(거인족)의 후예였기 때문에 이 범죄의 짐을 나누어 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원죄는 살해 행위였다. 살인죄는 다른 생명을 제물로 바칠 때만 화해가 가능하다. 자기 희생의 바탕에는 살인죄가 깔려있다. 인류는 기독교를 통해 원시 시대에 지은 죄를 적나라하게 인정하는 셈이다. 아버지와 화해하는 순간 아들은 아버지에 ‘대항한다’는 소망을 달성한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신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들의 종교는 아버지의 종교와 교대한다. 이 표상은 성찬식으로 부활한다.(231)
7 종교, 도덕, 사회, 예술의 기원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집중되어 있다.(234) 한 개인이 죽어도 정신 행동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집단심리가 존재한다.(236) 인간은 누구에게든 무의식적 정신활동 속에 타인의 반응을 해석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태곳적 조상과 맺은 근원적 관계의 흔적이 남아 있는 풍습, 의식, 제도를 다음 세대는 무의식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통해 그 감정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창조적 형태의 죄의식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덕규범과 제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이왕에 저질러진 범죄의 예방 수단으로, 새로운 범죄 행위에 대한 경계 수단으로 삼는다.(237)
불의 입수와 지배
불의 입수 자체는 곧 범죄행위였다. 도둑질, 강도질을 통해서 가능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데 이때 인간으로 하여금 제우스를 속이게 한다. 속은 것은 신들이다.(245) 전설에 등장하는 신은 초자아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충동적인 삶의 상징이다. 전화는 전설이 지니는 ‘불의 운반자’의 처벌이라고 하는 제3의 특징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간은 모든 정열과 욕망이 들어앉은 자리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벌은 충동에 사로잡힌 채 죄를 범한 성범죄자에 대한 벌이었다. 본능에 체념함으로써 그런 체념이 문화의 발달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얼마나 필요불가결한 것인지를 보여 준 영웅이기도 하다.(246) 이 문화 영웅이 본능에 쫓기는 인간에게 증오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본능을 단념하라는 요구와 이러한 요구를 강화하는 행위는 적의와 공격성을 야기시킨다. 적의와 공격성은 정신 발달사의 후기에 죄의식으로 변모한다. 원시인들은 불을 사랑의 정열에 대한 상징(리비도의 상징)으로 믿는다. 불꽃의 움직임은 발기한 남근을 상기시킨다.(247) 독수리가 파먹는 간의 재생은 매일같이 충족시켜도 다음날이면 다시 차오르는 성적 욕망이다. 간을 파먹는 새는 남근의 의미를 지닌다.(248) 정반대되는 대립물로의 전화 현상은 히드라의 영생불사하는 뱀 대가리에서 발견된다. 히드라는 불길이고 타오르는 대가리는 불꽃이다. 재생되는 대가리를 헤라클레스는 물로써 이 불을 끈다. 영생불사하는 대가리는 남근 그 자체이고 이것을 제압했다는 것은 거세를 의미한다. 헤라클레스는 간을 파먹는 새를 죽임으로써 프로메테우스를 구한 해방자이기도 하다.(249) 불과 물의 대립에 대해 역사적, 상징적 공상의 요소 이외에 제3의 요소인 심리학적 요소가 제시된다. 남성의 생식기는 방광을 비우는 일과 성기 리비도의 갈망을 좇아서 수행하는 사랑의 행위 두 가지의 기능을 가진다. 두 기능은 상호 양립할 수 없다. 두 기능의 대립으로부터 남자는 자기 물로써 자기 불을 끈다고 할 수 있다. 신체의 감각과 상태를 통해 외계를 이해해야 했던 원시인들은 불길의 움직임이 무엇과 비슷한지 발견하고 그것을 이용했음이 틀림없다.(251)
'세미나 발제문 > 헤겔 & 가라타니 고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겔 레스토랑(지젝) 간주곡2 광기의 역사속의 코기토 (0) | 2017.12.16 |
---|---|
전사연 170726 (수) / 종교의 기원 - 지그문트 프로이트 / pp. 7-129 / 마스터한 (0) | 2017.08.16 |
전사연170802/헤겔세미나/헤겔레스토랑-지젝/4장/낭만샘 (0) | 2017.08.02 |
전사연 170712 (수) / 에로티즘 - 조르주 바타유 / 2부 연구4 ~ 결론 / 마스터한 (0) | 2017.07.12 |
전사연 170712 (수) / 에로티즘 - 조르주 바타유 / 2부 연구1-3 / 화니짱 (0) | 2017.07.12 |
- Total
- Today
- Yesterday
- 집단심리
- 공화국
- 프롤레타리아 독재
- 안토니오그람시
- 루이 알튀세르
- 딘애치슨
- 레비스트로스
- 개인심리
- 스피노자
- 검은 소
- 야생의사고
- 마키아벨리
- 옥중수고이전
- 이탈리아공산당
- 알튀세르
- 생산관계
- 이데올로기
- 계급투쟁
- 옥중수고
- 브루스커밍스
- 로마사논고
- 생산양식
- 그람시
- 한국전쟁의기원
- 무엇을할것인가
- 루이알튀세르
- 헤게모니
- 신학정치론
- 의식과사회
- virtù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