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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담론과 질서 / 파레시아, 다섯 번째 강의 발제

 

알료샤

 

"푸코의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의 탈-체계적 사유를 다시 체계화하여 그를 읽으려고 애쓴다.

그는 벗어나려 하고, 그를 읽는 독자들은, 나처럼, 그를 잡아가두려고 한다.

그 힘들 사이의 긴장의 공간이 그의 사유의 공간이다."

김현, <시칠리아의 암소>

요약

 

<라케스> 초반부에서 파레시아스트를 특징짓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았고 또 파레시아스트를 특징짓는 것이 그의 태생이나 사회적 신분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파레시아스트가 하는 말과 그가 하는 행실, 그가 사는 방식 간의 일정한 조화, 일정한 관계로터 기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철학적 파레시아

 

이 텍스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리스-로마 문화에서 새로운 유형의 파레시아의 도약과 발전을 관찰할 수 있다.

 

, 이 파레시아는 철학적 파레시아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유는 수 세기에 걸쳐 철학자들에 의해 실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고스와 노모스()의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라 진실과 삶, 진실과 삶의 양식, 진실과 우리가 윤리 혹은 자기 윤리라 부르는 것의 관계를 공들여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요컨대 로고스와 비오스가 조화로운 것이다.

 

, 새로운 파레시아의 목표는 도시국가 아테나이나 민회나 시민들이 그들과 도시국가를 위해 가능한 한 최상의 결정을 내리도록 설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하고, 또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득하는 게 목표다. 즉 어떤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하고, 또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삶 변화시키기라는 문제, 이 회심과 전향의 테마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로마 문화에서 대단히 중요해졌고 철학적 실천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파레시아스트의 실천에서 회심 개념은 보다 확장된 의미를 가지는데,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의견을 변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방식,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 자신과 자신과의 관계를 변형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적 파레시아와 대조적인 파레시아의 실천은 자기와 진실 사이의 복잡한 연결을 내포하고 있다. 파레시아의 실천을 통해 개인은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간주한다. 철학적 파레시아는 어떻게 개인, 주체가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이 인식을 통해 진실과 인식에 도달할 수 있는지가 문제로 여겨진다.

 

. 철학적 파레시아의 관계 형태 에피쿠로스주의

 

<라케스> 초반부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새로운 종류의 실천을 통해 본 파레시아 관계는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공동체적 관계, 즉 소규모 인간 단체의 범주나 공동체 생활 안에서 하는 활동으로서 파레시아이다. 공동체 생활, 단체 생활의 특징을 띠는 파레시아는 에피쿠로스주의 철학이나 에피쿠로스주의적 삶에서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에피쿠로스주의 공동체에 대해 알 수 있는 텍스트는 적지만 필로데모스가 쓴 텍스트가 있다. 그는 파레시아를 주제로 한 <파레시아에 대하여>를 썼다. 이 텍스트를 통해 필로데모스가 파레시아를 단순히 개인의 자질이나 덕, 태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네(기술)로 묘사하거나 분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테크네를 의술과 항해술에 비유한다. 왜냐하면 양자 모두 이론적 지식이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규칙과 원칙도 필요하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적절한 약이 처방되듯이, 조타수가 각각의 상황마다 다른 결정을 내려 배의 진로를 바꾸듯이 그리스인들이 카이로스라 부르는 상황과 시기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파레시아도 마찬가지이다. 파레시아를 의술과 조타술과 연관된 테크네로 특징짓는 것은 파레시아가 새로운 영역의 기술과 실천으로 변화됐음을 뜻한다.

 

에피쿠로스주의 학교와 공동체 안에는 스승이 그룹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강의실 교육이 있고, 스승이 개별 구성원에게 조언하고 훈시하는 사적 대면 수업 형태의 가르침이 있었다.

필로데모스에 따르면 이러한 교육은 어떤 사람이 타인들에게 진실을 폭로할 때처럼 권위적 교육의 형태를 취한다. 또 다른 유형은 제자가 스스로 자신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스승이 지도하는 것이다. 이 두 유형의 교육은 서구 교육의 항구적 특질이 되었다.

 

미셸 푸코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두 번째 역할인 영성 지도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상호 고백이라 부를 수 있는 실천은, 필로데모스의 표현에 따르면 각각의 공동체 회원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사유, 오류, 그릇된 행동 등을 솔직히 말하는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은 그것을 공동체의 회동 동안 행했다. 이때 흥미로운 표현이 문건에서 발견되는데 그것은 서로서로에 의한 구제라는 표현이다. 어떤 내세의 의미도, 신이 심판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에피쿠로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자기 자신의 구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들은 진실의 주동자, 자기 진실의 주동자이다. 이것이 에피쿠로스주의 단체에서 우정이 갖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다.

 

. 철학적 파레시아의 관계 형태 견유주의

 

둘째, 공적인 삶의 범주 안에서 하는 활동, 태도로서 파레시아이다. 견유주의 철학자들은 책을 쓰긴 했지만 일정한 삶의 양식의 선택과 실천에 관심을 집중했다. 견유주의 철학의 출현은 페란드 사이르에 따르면, 고대 정치체제의 붕괴와 그리스 철학의 붕괴 때문에 부정적이고 호전적이고 비판적이고 개인주의적인견유주의가 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정복 때문에 인도의 금욕주의와 비슷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견유주의자들은 삶의 방식에 큰 가치를 부여했다. 삶의 방식에 관심 가져서 그들은 인간의 삶과 삶의 방식이 진실과 관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바로 그들이 진실과 맺는 관계의 시금석이라고 생각했다. 견유주의자의 태도는 일반적인 형태와 원리의 측면에서 삶과 진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리스적 개념의 급진적 버전이다.

 

견유주의자들은 세 가지 유형의 파레시아를 실천했다.

첫째는 비판적 설교. 둘째는 파문을 일으키는 행동. 셋째는 도발적인 대화이다.

비판적 설교는 다수의 군중 앞에서 행해졌다. 그들은 축제나 종교적 행사를 맞이한 극장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발언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 설교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삶의 방식, 자유, 사치스러운 삶의 포기, 제도와 정치 제도, 도덕률에 대한 비판과 관련된 철학적 주제들을 통해 엘리트의 경계를 넘어서서 확산되고 대중적인 것이다. 진실은 가장 탁월한 자에게만 말해지고 가르쳐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만인에게 말해지고 가르쳐져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수 세기 동안 유지돼온 파레시아의 주된 형태였다.

견유주의자의 설교는 실증적 교훈이나 선과 악에 대한 정의가 부재했으며 모든 삶과 품행의 판단 기준으로서 자유와 자족에 준거하거나 의지했다. 이것을 기준으로 삼는 설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규칙, 법률, 사회생활 제도의 자의성에 반대했으며 동시에 이 법률과 제도에 의존하는 모든 삶에 반대했다. 이 설교는 제도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늘 비판적이었다.

 

견유주의자들은 고약한 농담, 파문을 일으키는 실천을 했다. 이것은 완전히 견유주의적인 파레시아의 특징이다. 대개 이러한 파레시아적 태도, 실천은 어떤 규칙이나 집단적 습관, 의견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었다. 그중 하나가 역할 전도이다. 이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디오게네스의 만남에서 볼 수 있다. 또 어떤 영역의 규칙이나 실천, 습관이 얼마나 임의적인지 보여주기 위해서 운동 경기가 열리는 동안 디오게네스가 월계관을 자신의 머리에 쓰고 승리자 흉내를 낸다던가 자신도 종종 식사를 하는 아고라 앞에서 자위를 하는 것이 예이다.

 

이러한 설교와 파문을 일으키는 실천 외에도 견우주의자들은 또 다른 종류의 파레시아를 사용했다. 도발적인 대화가 그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디오게네스가 벌인 대화가 대표적인데, 그는 디오게네스의 무례함에도 파레시아 게임을 받아들였다.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의 무지를 가지고 게임을 했다면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드로스의 자존심을 가지고 게임을 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그를 사생아 취급하고 왕은 스스로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자신이 왕이라고 선언하는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가 쟁취한 승리는 자신의 악덕과 치러야 할 전쟁에 비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존심에 대한 공격에 대화 상대는 파레시아 수용의 한계까지 오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파레시아 게임은 파레시아 계약의 경계 지대에 있었고 항시 계약 위반 직전의 상태에 있었다.

 

디오게네스가 묻는다. “무장하고 다니는 건 쫄보의 특성 아닌가? 그런데 겁 먹은 자는 왕이 될 수 없다. 노예나 될 수 있을 뿐이다.” 대화 상대자를 게임에 끌어들이고 디오게네스는 두 가지 가능성을 이용한다. 첫째는 도전이다. “네가 화가 났다는 걸 안다. 너는 자유롭고,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 날 죽일 만큼 충분한 용기나 비겁함을 가지고는 있나?” 디오게네스는 의도적으로 알렉산드로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말한다. “, 이제 나를 죽여라. 그러나 나를 죽이면 아무도 네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리라는 걸 너는 알아야 해.”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파레시아 계약이 열린다. 요컨대 디오게네스를 죽이던가 알렉산드로스가 진실을 알게 되던가.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존재감에 동요되지 않는 디오게네스의 확고한 자신감에 매료됐다.

동시에 또 다른 수단이 있다. 디오게네스는 그의 대화 상대자가 격노하는 순간, 상대자가 마음에 들어할 말을 한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에게 사생아라고 말한 다음 내가 너한테 사생아라고 한 건 네가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라고 말해 그를 기쁘게 한다. 이런 말을 들은 알렉산드로스는 만족해하며 디오게네스와 계속 대화한다. ,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도발과 동시에 그로 하여금 대화를 지속하고 싶게 만드는 계략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의 따귀를 때리고 나서 위로하고 달래는 유모처럼 알렉산드로스에게 환심을 사려 한다.

그 뒤 게임은 더 멀리 나아간다.

신성한 출생의 표식들을 네게 가르쳐주지. (...) 그 누구도 사악하고 정직한 왕보다 더 나쁜 왕이 될 수는 없어. 왜냐하면 왕은 가장 용감하고 정의로우며 인간적이고, 또 어떤 난관이나 탐욕에 의해서도 결코 정복당하지 않는 모든 인간들 가운데서 가장 탁월한 자이기 때문이야. 조타수가 조타술을 모르는 자라고 생각하니? (...) 따라서 항해사의 방식이 아니고서는 배를 조종할 수 없듯, 왕의 방식으로서만 왕이 될 수 있단다.” 알렉산드로스는 디오게네스와 문답을 진행하면서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태생적으로 왕이 아니며 자신이 왕이 되는 방법은 견유주의 철학자와 동일한 삶의 양식을 갖고 동일한 유형의 성격, 즉 에토스를 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파레시아스트(디오게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알렉산드로스의 권력에 맞서며 이 위험을 받아들인다. 이런 투쟁은 대화 상대자를 어떤 진실로 인도하거나 그로 하여금 진실을 발견하게 만드는 결과를 자기 안에서 초래하는 게 아니라 대화 상대자로 하여금 이 파레시아 투쟁을 내면 안에서 자신의 결점 및 욕망과 싸우게 하고, 자기 자신과 관련해서는 디오게네스가 자기 자신과 관련해 그리 됐던 것처럼 되도록 유도한다.

 

요약 끝

 

 

? 읽으면서 생각해본 것

 

공동체 회원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사유, 오류를 말하는 것은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뒤 주민 간 회합에서 서로를 비판하고 혹은 자기비판을 하는 모습에서도 발견된다. 이 방식이 여전히 옳을까? 우정이 전제된 공동체에서 가능하다면 그때 보이는 우정은 지금 우리가 사유하는 우정과는 어떤 식으로 다른가?

푸코가 예시로 든 파레시아 게임은 늘 구체적인 상황, 맥락을 전제한다. 시대에 따라 파레시아가 늘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온 것이다.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는 파레시아는 어떤 게 있을까? Ex) 공영방송노조 파업투쟁, 여성인권영화제, 퀴어 퍼레이드 ()

파레시아는 일종의 공간 생성이다. 공동체와 타자, 그리고 자신이 구축해놓은 사유 공간에 균열을 내 새로운 사유가 진입할 공간을 구획한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의 투쟁이 벌어진다 …  

담론과 진실, 파레시아 5장 발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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