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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 미셸푸코 / 옮긴이 해제 / 2017.10.15.() / 닥홍

 

171015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옮긴이 해제 닥홍.hwp

이 책은 푸코가 콜레주드프랑스에 부임한 첫해 70-71년 강의이다. 성의역사1권의 부제가 지식의 의지이지만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근대의 광기, 심리, 인문과학, 인식론을 연구한 푸코가 고대 희랍의 철학 역사 문학 텍스트를 주해한다.

 

1. 연구 계획과 실행: 1969~70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이 강의 이전에 출간한 텍스트가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이었기 때문에 지식의 고고학 출간 이후 콜레주드프랑스 취임강연(담론의 질서) 사이의 일로 강의의 실마리를 살펴 보고자 한다.

 

1) 지식의 고고학에서 예고한 연구 계획과 실행

지식의 고고학은 푸코 자신의 이전 연구들(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에 대한 방법론을 정리하는 동시에 앞으로 진행할 연구를 예견하는 책이다.

푸코는 어휘의 조직이나 의미론적 장의 분절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의 대상들의 형성을 기술하고, 담론적 실천을 특징짓는 관계맺음을 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범죄성이 어떻게 의학적 감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성적 이탈이 어떻게 정신의학 담론의 가능한 대상으로서 그려지게 됐는가?”

푸코는 에피스테메 분석이나 인식론적 과학사와 상이한 방향으로 전개될 고고학들을 상상한다.

첫째, 섹슈얼리티에 관한 고고학적 기술. 섹슈얼리티란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거나 또는 말하는 것이 금지된 대상들의 집합은 아닌지, 가능한 언표행위의 장은 아닌지, 섹슈얼리티에 대한 금기, 배제, 한계, 가치평가, 자유, 위반이, 이 모든 언어적인 또는 비언어적인 현시들이 하나의 규정된 담론적 실천에 연결되는지 보여주기.

둘째, 회화 분석. 한 폭의 그림을 분석할 때 하가가 내뱉은 단어들을 가지고 화가가 잠재적 담론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공간, 거리, 깊이, 명명, 언표 ,개념화되는 방식을 분석하기.

셋째, 정치적 지식에 관한 고고학적 분석. 지식을 그것이 발생시키는 에피스테메의 방향으로 분석해 나가는 대신, 행동, 투쟁, 갈등, 결정, 전술의 방향으로 분석하기. 지식의 고고학은 이후의 연구에 대한 구상을 담은 책이다.

 

2) 뱅센 실험대학 강의

 

68혁명 이후 고등교육 개혁 일환으로 뱅센 실험대학에서 푸코는 69년 섹슈얼리티 담론, 형이상학의 종말, 70초까지 생명과학의 인식론, 니체의 계보학을 강의한다.

 

3) 담론의 질서

푸코는 콜레주드프랑스 취임 강연에서 앞으로 자신이 다룰 문제틀을 밝히는데 그것은 광기, 임상의학 등의 이전 연구의 확장의 성격을 가진다. 푸코는 배제의 세 기능 즉, 금지, 나눔, 참과 거짓의 구별을 열거한다.

푸코가 배제의 세 기능 가운데 참과 거짓의 구별에 천착한 것은 1970년에 이뤄진 니체와 계보학에 관한 연구 때문인 것 같다. 69-70년으로 넘어가면서 푸코는 니체를 발전시켜 지식의 의지에 관한 계보학을 특권화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제가 관심을 갖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형벌 체계의 문제, 한 사회가 선과 악, 허가와 불허, 적법과 불법을 정의하는 방식, 한 사회가 그것의 법에 가해진 모든 위배와 위반을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미 광기와 관련해 이 문제와 마주친 바 있는데, 광기 역시 위반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죠. 우리 문명에서는 광기라는 일탈과 과실이나 범죄 같은 위반을 나누는 것이 극이 어려웠습니다. 그런 것이 제 관심사입니다. 법을 위반하는 문제, 불법에 대한 억압의 문제.” 푸코가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소포클레스를 다루는 것은 서구 형이상학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사고하려는 푸코의 이론적 토대이다.

 

2. 강의를 구성하는 축(1) - 서구 형이상학 비판: 니체와 지식의 의지

 

1) 니체

 

니체의 문제의식은 푸코에게 강한 흔적을 남겼다. 박사학위 주논문 광기와 비이성의 서문에 자신의 연구를 거대한 니체 연구의 태양 아래 위치시킬 정도였다.

관념의 깊이, 의식의 깊이를 나타내는 기호의 밑바닥에 진리에 대한 순수하고 내재적인 탐구가 깔려 있기는커녕 그 기호가 하나의 가면이라는 것, 다시 말해 기호는 이미 어떤 해석을 전제하고 그것을 정당화 하려 한다는 것, 따라서 기호를 투명하게 자신의 의미를 드러내는 해석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호 안에 은폐된 나쁜 의지나 악의, 수상쩍은 무엇인가를 들춰내는 것이야말로 해석자의 일이라는 것, 이것이 푸코의 주장이다.

푸코는 니체가 기원을 참조하지 않고 실증주의 유형의 역사적 분석에 기댐으로써 인식, 도덕, 형이상학 같은 근본 개념들을 문제 삼으려 했으며, 데카르트와 칸트처럼 인식 주체에 우위나 특권을 부여하는 것을 무제 삼기에 좋았다고 한다.

인식에 대한 본능, 지식욕이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냉혹한 기교, 악의, 불의와 같은 지식의 의지라고 주장한다. 니체가 보기에 지식을 획득함으로써 행복과 유익을 얻으려는 욕망은 전혀 자연적이지 않거니와 참된 인식이 인간의 존재 이유도 아니다.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양 간주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란 참과 거짓을 대립시킴으로써 인식에서 가상과 오류를 제거하는 배제 절차를 전제한다.

 

2) ‘지식의 의지의 계보

 

진리의 의지, 지식의 의지: 담론의 질서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푸코는 담론의 질서에서 자신이 전개할 가설을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모든 사회에서 담론의 생산은 일련의 절차들, 즉 담론의 힘과 위험을 쫓아내고 그것의 우발적 사건을 제어하며 그것의 무겁고 가공할 물질성을 회피하는 역할을 하는 절차들에 의해 통제, 선별, 조직, 재분배됩니다.” 내적 배제 절차에 앞서 세 가지 외적 배제 절차가 열거된다. 첫째, 금기. 둘째, 나눔과 배척. 셋째, 참과 거짓의 대립.

푸코가 보기에 참과 거짓의 나눔은 우리 역사의 수세기를 통과해온 진리의 의지로서 역사적이고, 수정 가능하며, 제도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배제의 체계이다. 참과 거짓의 나눔이 새로운 인식 대상, 새로운 인식 주체, 새로운 인식을 구조화하는 제도와 체계를 수립한다.

진리의 의지는 니체에게서 차용한 개념이다. 진리의 의지는 그것 이외의 다른 모든 믿음을 학문의 제단에 바쳐 도살하는 희생을 치르면서 진리를 추구하려 한다. 기만하지 않고 기만당하지 않으려는 진리의 의지와 달리 삶은 오류, 기만, 위장, 현혹, 자기기만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진리의 의지는 삶에 대한 부정이요 죽음의 의지와 다름없다. 푸코는 진리의 의지를 신념 체계나 배제 메커니즘으로 확장해 사용함에 주목하자. 진리의 의지란 순수한 주관적 지향성이 품는 의지가 아니라 제도들에 의거하는 의지, 배제의 체계와 지배의 실천에 의해 구조화되며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들을 취하는 의지, 참된 담론을 조직하는 합리성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이런 니체 해석을 통해 푸코는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의 일치라는 전통적 진리 개념과 단절하고자 했다. 진리란 언표들의 생산, 법칙, 배정, 유통, 기능에 관한 규칙적인 절차들의 집합을 뜻한다. 진리는 그것을 생산하고 지지하는 권력 체계, 그리고 진리에 의해 유도되거나 진리를 갱신하는 권력 효과들과 순환적으로 이어져 있다. 진리는 감각 세계 너머에서 빛을 발하는 이념이 아니라 이 땅에서 그것을 쟁취하려고 전투를 벌이는 대상이다. 니체는 인식은 충동들 상호간의 특정한 태도일 뿐 이라고 한다. 지식의 의지는 충동들 선에서 작동하는 힘관계이다. 진리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진리 게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담론적 실천: 지식의 실천

지식의 의지는 푸코가 담론적 사건 개념을 서구 형이상학에 적용한 것이다. 부의 분석의 형성 체계는 상품 순환, 화폐 조작, 상업 수공업의 보호 체계, 화폐 주조에 사용되는 금속량 변동과 같은 비담론적 조건들 및 실천과 연관되어 있다.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는 고대 희랍의 정의 담론 형성과 관련된 비담론적 영역들을 고찰했던 것이다.

 

권력-지식: 형벌 이론과 제도성의 역사1

지식의 의지란 인식 대상과 인식 주체를 산출하는 지식의 장 안에서 일어나는 상이한 힘들, 전략들 간의 투쟁을 가리키고 그것을 권력-지식이라고 부른다. 니체의 분석은 인식 배후에서 인식과 전혀 다른 것을 찾는다. 인식하는 주체와 인식 자체는 전혀 다른 것의 효과이다. 인식이 형태, 인식의 주체, 인식해야 할 대상의 열린 장, 획득된 인식 뭉치 배후에 있는 것, 이 모든 것 배후에 있는 것이 바로 권력 관계이다. 즉 권력이 지식을 창조해내고 다시 지식이 권력을 증대시키는 권력 형태들의 세팅인 것이다.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에서는 인식 배후에 있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지식의 의지가 있다고 했으나 형벌의 이론과 제도에서는 권력관계가 있다고 한다.

성의 역사 1권에서 푸코는 성에 관한 담론을 뒷받침하는 권력-지식-쾌락 체제의 작동과 존재이유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인바, 이를 분석하기 위해 담론화-권력의 테크놀로지-지식의 의지라는 세 가지 심급을 제시한다. 여기서 지식의 의지는 좁게는 섹슈얼리티의 과학을 구성하고, 성과 관련된 담론을 생산 하거나 산출하는 매체이자 수단이요 넓게는 지식을 생산하고 담론을 증가시키고 쾌락을 유발하고 권력을 낳는 실증적 메커니즘으로 지칭된다.

 

진리의 체제, 지식의 체제: 생명체의 통치에 관하여

198019일 강의에서 푸코는 자신은 지배 이데올로기 개념이 맞서 지식-권력 개념을 내세운 바 있으나 이제는 낡고 진부해진 지식-권력이라는 테마를 진실을 통한 통치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권력보다는 통치 즉, 사람을 인도하고, 사람의 행위를 지도하고, 사람의 행위를 인도하기 위한 메커니즘과 절차가 더 편리한 개념이라고 밝힌다. 이제 지식의 문제를 진실의 문제 속에서 세공하겠다고 말한다.

푸코는 진리의 체제, 지식의 체제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진리의 체제란 개인들이 어떤 진리 행위를 하도록 구속하는 것, 이 행위의 형태를 정의 규정하고 이 행위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 및 특정 효과를 정립하는 것이다. 푸코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구절을 분석한다. 주체가 나는 생각한다는 사실을 명백한 참으로 인정하고 그것에 굴복하겠다고 해야만 나는 생각한다에서 존재한다로 이행할 수 있다. 주체로 하여금 참에 복종하고 구속하도록 만드는 이 체제는 이 체제를 거부하는 광인을 배제한다는 것이 푸코의 생각이다. 푸코는 진리 체제에 관한 연구를 지식의 고고학이라 명명한다. “근본적으로 제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는 것, 그것은 참의 힘의 역사, 진리의 권력의 역사, 따라서 같은 생각을 다른 측면에서 취해본 지식의 의지의 역사를 쓰는 것일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바를 정리하면 지식의 의지의 계보학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담론적 실천->지식의 의지->권력지식->통치성+진리의 체제. 이것은 단절과 폐기의 과정이라기보다는 동일한 니체적 문제의식 속에서 더 조작적인 개념을 찾아나가는 부단한 과정이었다.

 

3. 강의를 구성하는 축(2) - 담론의 사건성과 물질성: 문학 비평과 궤변술

 

지식의 의지의 두 가지 상반된 형태학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 모델과 니체 모델을 맞세운 뒤, 푸코는 소피스트의 궤변술로 넘어간다. 철학의 무대에서 소피스트가 제거된 것은 배제의 참과 거짓 대립의 사례에 해당한다. 서구 형이상항에서는 존재와 사유의 일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소피스트는 이 일치를 깨뜨린다.

푸코는 소피스트가 중요한 까닭을 밝힌다. 첫째, 소피스트에게서 전략적 담론 실천, 전략적 담론 이론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소피스트에게서 담론의 실천은 권력행사와 분리되지 않는다. 푸코는 담론의 권력, 담론의 효과, 담론의 전략을 사고한다는 점에서 마땅히 소피스트 계열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푸코는 소크라테스-플라톤적 담론이 지배한 서구 철학에 이 은밀한 전통을 다시 도입하려 한다. 소크라테스-플라톤은 지식에서 권력을 분리하고 진리에서 욕망을 분리했다. 푸코는 사드를 설명하며 사드가 욕망에 대한 진리를 말한 것이 아니라 욕망과 진리를 서로서로에 기반해 유기적으로 재구성했으며 욕망의 진리 기능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셋째, 소피스트에게 로고스는 물질적 실존을 갖는다. 말한 것은 물질적으로 존재한다. 말하는 주체는 궤변 속에서 자신의 진술의 육체, 즉 물질성과 이치에 맞지 않는 관계를 맺는다. 오늘날 진정한 소피스트는 논리학자가 아니라 레몽 루셀, -피에르 브리세 등이다. 푸코는 루셀을 정신병에 기인한 글쓰기를 선보인 작가로 환원하는 정신병리학적 비평과 거리를 두고 루셀이 사용하는 언에의 기능에 주목한다.

기원에 대한 탐구와 반복되는 소음의 발생의 대립에서 니체, 계보학, 역사의 문제를 볼 수 있고, 상징 질서와 소읍의 대립에서 소피스트로서의 브리세의 면모를 볼 수 있으며, 무대, 투쟁, 욕구와 폭력의 쉼 없는 게임 속에 있는 담론에서 지식의 의지의 문제틀을 볼 수 있따. 이처럼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에는 푸코가 1960년대 내내 몰두했던 문학 언어 연구의 결실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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