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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세미나 2019.12.04. / 멜라니 클라인 – 줄리아 크리스테바 / 화니짱
역자해제
초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여성적 위치
p21 : 클라인은 1935년 우울적 위치 개념(구조적 모델)을 착안한 이후로 리비도 발달단계 이론을 사실상 포기한다. 충동은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후 초기부터 공존하는 것으로 각 발달단계는 서로 겹치고 혼재하므로 구순기에도 이미 구순충동과 항문충동 및 남근적 충동이 공존한다. 구순충동을 만족시키는 대상인 어머니 젖가슴의 역할은 곧 아버지의 남근으로 이행하여 어머니의 젖가슴을 빠는 행위의 좌절은 바로 남근적 환상에서 남근을 빠는 행위로 연결된다(nipple-penis).
(22) 즉 구순적 좌절은 아이로 하여금 만족의 근원으로서 새로운 대상을 찾도록 추동하며, 어머니의 젖가슴이며, 좌절의 고통은 박해불안을 발생시킴과 동시에 아버지의 남근이라는 새로운 구순적 욕망 대상을 등장시킨다.
요컨대, 클라인에 따르면 아이는 구순충동 대상으로서의 어머니의 젖가슴 속에, 혹은 어머니의 몸속에 아버지의 남근이 있다고 상상한다. 우리는 이러한 클라인 이론을 충동의 공존성이라는 구조적 관점과 ‘결합된 부모 이마고’라는 클라인 개념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23) 남자아이든 여아아이든 최초의 대상, 최초의 사랑 대상은 어머니이며 따라서 남녀 모두에게서 어머니와의 동일화(여성적 동일화, 제1 오이디푸스)가 일어난다. 어머니라는 최초 대상에 대한 배타적 애정과 사랑과 증오의 갈등 구조는 이후에 아버지에게로 전이된다. 여자의 남근선망은 남자와의 동일화 욕망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채워지지 못한 욕망의 대체이며, 오이디푸(24)스 콤플렉스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하 시기심과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아이가 성장하면서 등장하게 된 새로운 욕망 대상이기도 하다. 결국 크리스테바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여자의 욕망 대상은 다른 여자이다. 심지어 그러한 욕망이 이성애를 은폐할지라도 말이다... 여자의 남편에게서 당신은 언제나 그녀의 어머니를 발견할 것이다.”
p25: 여성적 위치 혹은 여성적 동일화로 대변되는 이 시기를 순조롭게 지날 때에야 비로소 유아는 사고와 상징의 주체로 탄생할 수 있다. 사고(사유)를 할 수 있기 위해서 반드시 먼저 어머니를 상실해야 한다. 첫 번째 대상(어머니)에 대한 원초적 욕망과 이것이 야기하는 정신병적 불안은 어린아이가 두 번째 대상(상징적 아버지)으로 향할 때 아버지가 근거짓는 상징적,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방어되고 저지된다. 즉 남근적 오이디푸스(제2오이디푸스) 구조는 전 생식기적 초기 오이디푸스 구조에 대한 방어로서 등장한다.
망상-분열적 위치, 투사적 동일화 그리고 우울적 위치
p26: 망상-분열적 위치에서 불안은 대상, 특히 좋은 대상의 온전한 내사를 방해한다. 주체는 나쁜 대상뿐 아니라 좋은 대상도 받아들이고 동일화하지만 자신의 내재된 죽음충동이 환기하는 불안(좋은 대상을 파괴하는 것에서 나오는)은 결국 좋은 대상의 내사를 가로막는다. 이 시기의 박해불안 혹은 망상불안은 환상 속에서 주체 자신의 파괴적 충동자극을 대상에게 투사하기 때문에 등장한다. 유아는 젖가슴을 깨물고 먹어 삼키고 소멸시켜 버리는 사디즘적 환상을 발전시키고, 이는 역으로 그러한 젖가슴으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공격받는 박해불안과 환상을 생겨나게 한다.
(27) 자아를 위협하는 박해불안을 없애기 위해, 달리 말하면 자신 내부의 나쁜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자아는 자신과 대상을 좋음과 나쁨이라는 관점에 따라 분열시키고 자신의 나쁜 부분을 대상에게 투사한다. 자아는 자신의 일부가 투사된 대상을 소유하고 통제하기 위해 다시 자아 안으로 그 대상을 병합하지만 자아 속으로 병합된 이 대상은 역으로 자아를 통제한다. 자아 자신의 원치 않는 부분을 제거하고 대상을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목적을 갖는 이 과정에서 주체와 대상 간의 경계와 의사소통은 무화되며, 타자가 배제되는 나르시시즘적 구조가 강화된다. 나쁜 부분의 투사와 이에 대한 동일화가 박해와 소멸의 위협을 초래하며 박해망상적 구조를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체의 좋은 부분 역시 대상에게로 투사되어 결국 주체는 고갈되고 황폐화된다. (28) 클라인은 투사적 동일화를 나르시시즘적 대상관계의 한 모습으로 보는 동시에 그것이 과도한 시기심과 연결되어 있음을 주목한다. 시기심은 대상에 대한 욕망을 발생시켜면서 투사적 동일화를 활성화한다. 이러한 시기심의 근원은 본질적으로 자아의 사디즘이므로 결국 투사적 동일화는 우리 안의 죽음충동과 사디즘에 관여하는 한 방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생후 3~6개월된 유아에게 자아와 대상의 분열이 감소하고, 부분대상에서 전체대상으로의 대상 인식이 나타나면서 우울적 위치가 시작된다. 불열의 감소와 함께 융합되고 미분화되었던 자아와 대상 간의 경계 인식이 생겨나고 유아에게는 점차 대상과는 분리된 주체 인식이 등장한다. (29) 또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본래는 하나의 전체대상이었고 주체에 대한 나쁜 대상의 공격은 주체 자신의 사디즘의 투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제는 자신이 파괴하고 공격한 대상에 대한 연민과 감사, 후회와 자책이 나타난다. 우울적 위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대상을 상실해야 한다.
p30 : 망상-분열적 위치에서 주체는 불안이 대상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는 반면, 우울적 위치에서 주체는 자신을 불안의 근원으로 인식한다. 우울불안은 파괴적 충동자극과 어떤 대상에 대하 사랑의 감정의 통합이다. 자신의 사디즘에서 모든 파괴가 비롯되었음을 알기에, 그러나 또한 자신이 어쩔 수 없음을 알기에 주체는 내적으로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대상에 대해 애도하며 우울 정서에 빠진다. 우울적 위치는 신경증적 주체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자 발달론적 심급이다. 이때 사랑과 감사는 상징화를 수행함으로써 우울적 위치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을 때 형성되는 숭고한 정서이다. (33) 클라인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우울적 위치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간주한다. 망상-분열적 위치와 우울적 위치는 서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퇴행과 진보 과정을 거듭하며 서로 교차하고 일정 정도 공존한다. 이러한 관점은 정신분석을 발달적 관점이 아니라 구조적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시기심, 감사, 회복 그리고 상징
p36: 탐욕은 대상의 좋은 것들을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목적만을 갖는 반면 시기심은 더 나아가 대상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탐욕이 욕망의 충족을 제공하는 대상에 대한 의존과 관련되어 있다면 시기심은 그러한 대상 의존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대상을 파괴하려 든다. (37) 우울적 위치에서 성취하고 경험하는 긍정적 정서들은 파괴된 대상에 대한 회복충동과 더불어 이후의 발달과정에서 창조성과 승화를 위한 토대가 된다. 어머니(원초적 대상에 대한 욕망의 철회/모친살해)는 주체로 하여금 상실한 대상의 대체물을 재발견하도록 추동하는데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이미 회복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실의 고통과 애도의 아픔, 조적 매커니즘을 극복하도록 해주는 회복충동은 내적, 그리고 외적으로 상실된 대상의 회복과 복원을 시도하는 승화 작용과 창조적 활동으로 귀결된다. 사랑이 증오를 완화할 때 창조성이 강화되며, 상징 작용에 의한 창조적 활동을 통해 상실된 대상이 상징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대상 상실이 극복된다. (39) 즉 억압되고 포기된 것이 상징으로서 자아 안에 자리 잡을 때 주체는 진정한 주체로 존재한다. 요컨대 상실한 대상을 ‘사물 그 자체’로서 무의식적 환상/환각을 통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상징과 표상을 경유해서 만날 때 비로소 인간은 진정한 주체(40)로 등장할 수 있게 된다. 욕망의 완전한 충족을 제공하는 대상을 상실하고 아버지의 금지와 법, 그것들이 도입하는 결여를 받아들이면서, 그리고 상실한 대상을 재발견하고 끊임없는 욕망의 환유적 연쇄 속에서 움직이면서, 인간은 타자를 인식하며 사고하는 주체로 탄생한다.
서론-정신분석의 세기
p52: 프로이트적 무의식이 욕망과 억압으로 구조화되는 반면, 멜라니 클라인은 신생아의 심리적 고통, 분열과정, 그리고 승화라는 다소 제한된 형태에 대한 신상아의 초기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 (53) 프로이트에게 꿈과 언어가 있었다면 클라인에게는 놀이에 침투해 있는 환상이 있었다. (55)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으로 우리의 꿈이 개인적 광기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그는 질병을 그 자체로 부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질병을 우리 자신의 “불안한 낯섦(uncanniness)”의 표현으로 인식되도록 했으며, 질병을 환영함과 동시에 그것을 돌봄으로써 그것과 동행했다. 클라인은 신생아에게서 “망상-분열적”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혹은 “우울적 위치”가 언어습득의 전조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우리를 광기와 친숙하게 만들었고 광기의 내적 작업에 우리를 노출시켰다.
1장 유대인 가족, 유럽의 이야기: 우울증과 그 여파
1. 리부사
2. 유대인과 가톨릭교도
3. 산도르 페렌치
4. 칼 아브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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