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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그램명 : 전북CBS 라디오 <생방송 사람과 사람> (FM 103.7Mhz)

2. 방송 일시 : 2020년 7월 9일 목요일 오후 5시 28분-51분

3. 담당 : 전북CBS 소민정 PD 송규호 PD

4. 출연 : 김환희 (인간무늬연마소)

5. 진행 : 박민 소장 (MC, 참여미디어연구소)

 

질의안-용정동책방 200709 (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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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네 번째 출연인가요?

어떠세요. 처음보다 방송에 적응은 하는지?

발음과 내용, 시선처리까지 신경써야 해서 어렵지만, 오늘은 즐기는 마음으로 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고전을 들고 오셨어요?

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입니다.

 

/ 루소의 사회계약론.

중고등학생 때나 한번 살펴봤을까 싶은데

이 자리에서 이 책을 나누고자 하는 이유는?

코로나 이후 개인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여러 고민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의 사유를 풍성하게 해줄 중요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철학수업 같은 용정동책방.

김환희 선생님의 쉬운 설명 기대하면서 하나씩 따라가 보려고 하는데.

사실 이 책,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됐다고 할 만큼

어마무시한 책이라면서요?

*헤겔 워딩

네. 독일 철학자 헤겔이 1789년 프랑스혁명은 단 한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는데, 그 책이 바로 <사회계약론>입니다. 실제로, 혁명 당시 <사회계약론>이 <성(saint) 장-자크의 경전(Bible)>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묘지인 팡테옹에는 볼테르,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마리 퀴리 등 국가적 영웅들이 묻히는 곳인데, 루소의 유해는 1794년 <사회계약론>과 함께 묻혔습니다.

 

절대왕정 시대에 우리는 평등하다고 주장하니

가히 예수의 메시아론 같이 혁명적 주장이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이론적 개념, 배경

우리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 특히 루소가 처해있는 지정학적 정치 상황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루소는 1712년에 제네바에서 태어났는데, 당시는 봉건주의 사회로부터 시민사회로 넘어가는 혁명 전야의 시기였습니다. 산업혁명을 통해 가장 먼저 경제적 번영을 누리기 시작한 영국에서는 이미 17세기에 명예혁명의 형태로 시민혁명을 완수했고, 프랑스에서는 루소 등의 영향으로 절대군주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이 18세기 말에 일어났습니다. 한편으로, 루터나 칼뱅과 같은 종교개혁운동의 여파로, 개신교와 카톨릭 간의 갈등도 이어지는 등 역사적 대변동기였습니다. 루소의 선조는 칼뱅과 비슷한 시기에 개신교도에 대한 박해를 피해 프랑스 왕국에서 제네바 공화국으로 피신한 공화국 시민 1세대입니다. 당시 제네바의 상황은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1306년 이곳은 26개 가문이 왕에게 후원하여 시민 자치위원회와 주교와의 공동자치권을 인정받게 됩니다. 후에 루터주의자들에 의해 주교가 추방된 자리에 1541년 장 칼뱅이 교회법령을 제정하고 칼뱅니스트 공화국을 선포하게 됩니다. 절대왕정이 통치하는 유럽에서 미흡할지라도 시민이 통치하는 공화국이었기에 루소가 자유로운 사상을 펼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루소는 자기의 저서에 <제네바 공화국 시민>이라는 서명을 자랑스럽게 사용하곤 했습니다.

 

프랑스라는 가톨릭 왕국과 제네바라는 개신교 공화국 사이의 긴장이 루소가 처한 지정학의 국제적인 측면이라면, 제네바 공화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과 특권층간의 계층갈등은 이 지정학의 국내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루소의 아버지는 가난한 시계공이었는데, 당시 망명자와 그들의 후손들이 대부분 시계공이었습니다.(오늘날 스위스가 시계로 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겠죠.) 칼뱅의 금욕적인 통치가 사치 산업을 위축시키면서, 시계 산업이 제네바 경제에서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시계공들은 정치 세력을 형성하여 귀족 등 특권층과 갈등을 빚게 됩니다.

루소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는 귀족과의 싸움에 휘말려 도망쳐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됩니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루소는 장인 밑에서 도제생활을 하는데, 어느날 성문 밖으로 놀러 나갔다가 제때 작업장에 복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는 장인에게 만는 것이 두려워, 제네바를 영영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혁명적 사상의 핵심은 일반의지란 개념이 자리한다고?

네. 각 개인이 자신의 개별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개별의지라면, 우리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작동에 동의하는 것이 일반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개별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강자의 이익만이 사회에 구현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반의지는 민주적 사회 구성의 핵심원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반의지 2.0 - 아즈마 히로크)

 

2016년 촛불도 루소의 개념을 소환해 설명할 수 있죠?

*저항권

네 루소는 저항권으로서 집회를 국민의 권력 행위로서 여러 차례 강조합니다. “인민이 주권단체로서 합법적으로 집회를 열면, 그 즉시 정부의 모든 결정권은 중단되고 행정권은 정지된다.” 정부는 시민들의 공적인 힘의 대행인일 뿐입니다. 공적인 힘을 규합하여 일반의지의 지휘 아래 사용하고, 국가와 시민 사이의 교통을 담당하는 대리자인 것입니다. 그 대리자가 주권자인 시민의 일반의지를 잘 읽지 못하고, 그 의지에 역행하는 일을 저지른다면, 언제든 행정부를 탄핵하고 교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계약이니 일반의지니 저항권이니 설명했지만.

지향점은 하나로 모이잖아요. 공동선이라는.

그런데 공동선이라는 게 불의한 정권을 축출하자는 하나의 목표로 모이기는 하지만.

그 이후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냐. 이를테면 적폐청산, 검찰개혁 등등에

사람마다 정의가 제각각인데 무엇이 공동선이냐 의문이 남습니다?

루소가 무엇이 공동선이냐를 시원하게 말해주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루소는 여기에서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행정부만이 아니고, 국회위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입법부, 판검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사법부를 포함해서, 시민의 일반의지를 대변하는 모든 기관을 일컫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작은 정부를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등 주권자인 인민들을 대리하고, 실제로 힘을 행사하는 집단이 커질수록 오히려 인민의 힘은 축소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인들의 숫자를 줄이고, 도시의 규모가 너무 크거나 한쪽으로 밀집되어 있으면, 규모를 쪼개서 지방분권과 수도 이전 등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공동선이 합리적이고 이상적으로 작동한 예가 있다면? 한국사회도 관료주의 문제가 심각한데 구체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교육부 마피아, 경제부마피아 등 각 분야별로 고위 공무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한국은 독재정권에서 일본의 엘리트관료주의 사회를 본따서 0.8%의 고위직 공무원이 통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즉 아무리 대통령, 국회위원들을 선거때마다 혁명적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각 분야의 구체적인 정책은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대통령도 집값을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에 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상 공무원)의 대립이 보수언론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저는 이런 구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보수적 구도를 강화하기 때문에 공무원 전체 집단이라기보다는 6급 이상의 관리자급 공무원과 그 이하 말단 실무직 공무원의 대립 구도로 문제로 보고싶습니다. 즉 공무원 승진제를 개편해서, 6급 이상은 임기보직제나 무작위 시민선출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등 인민들을 대표하는 집단이 인민 전체보다 자기 집단의 이해관계를 공고히 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을 무작위로 선출하는 방법이 공공선과 일반의지를 발휘하는 해법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에서 루소의 사상이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혹은 비판을 가하기도 하던데?

네. 2차 세계대전 후 일군의 학자들이 유럽을 파괴한 전체주의의 기원을 사회계약론 개념에서 찾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협동학습의 구호이자, 북한, 소련 등 사회주의 독재국가의 구호이기도 합니다. 일반의지를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서 전체주의를 흐를 수 있습니다만, 루소가 물론 그것을 바란 것은 아니고요. 루소는 오히려 정치의 불가능성, 정치의 필연적 종말 앞에서, 그 파멸을 막을 임시방편이자 파멸의 지연책을 연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후기로 갈수록 사회참여에서 고립적인 자연주의로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숭배받거나 배척받거나 진보이거나 보수이거나.

루소의 사상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 존재하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고민할 부분은?

*정치 사회 분야에서

개인과 사회의 불화 앞에서 결국 모든 곳에서 쫓겨나며, 그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우리는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하면 공존시킬 것인가 하는 질문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 말로 유명하잖아요.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되새겨 보는 격언이 아닌가 싶네요?

당시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이 루소를 포함해, 볼테르, 맑스 등 많은 학자들에게 언급되곤 했습니다. 그만큼 자연주의는 현실에 대한 실망, 변화에 대한 염원에서 오는 하나의 노스텔지어, 반동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어느덧 인터뷰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그러고 보니 김환희 선생님은 주로 철학이나 고전 서적을 들고 오던데

평소에 철학이나 고전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서요?

네. 저희 인간무늬연마소에서 매주 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프로이트 등 심리학 고전을, 일요일 아침에는 동서양철학사 및 고전에 대해 나누고 있습니다.

 

고전이나 철학책이 주는 매력은?

유행을 타는 책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을 담고 있다면, 고전은 시대적 격차, 사회문화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독자가 자신의 삶에 바로 녹여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일종의 수수께끼인데요. 그 수수께끼를 푸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과제, 질문을 스스로 답하게끔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쉬운 해답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고전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 연마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성장의 기쁨이 주는 매력이 큽니다.

 

앞으로 코너 속 코너 같이

‘용정동카페에서 철학책 읽기’로 진행하면 어떨까 싶은데?

네. 제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코너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 한 문장

여러분은 자유보다 이윤에 더 신경 쓴다. 여러분은 노예 상태보다 가난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 현대의 인민인 여러분은 노예를 두고 있지 않지만, 여러분 자신의 노예다. 현대의 인민들은 자신은 자유롭다고 믿으면서 항상 대표자를 두고, 노예로 전락한다. 인민에게 대표자가 있다면, 그 즉시 인민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인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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