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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증보개정 3판)
인성의 표면층이 심층의 자연스런 핵심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었다면 인간이란 동물은 사회적 비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회적 협동의 표면층은 심층의 생물학적 핵심과 접촉하고 있지 않다. 이 표면층은 잔혹하고, 가학적이며, 음란하고, 욕심과 시기심이 많은, 철두철미하게 충동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두 번째 층, 곧 중간 성격층에서 태어난다. (p9)
참되지 못하고 위선적인 사회적 표면층을 우선적으로 제거하지 않은 채, 희망적인 심층에 현대인을 도달하게 하여 그 성격구조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교양의 가면을 벗기면, 자연스런 사회성이 아니라 도착적이고 가학적인 성격층만이 우세를 점하며 나타나게 된다. (p10)
생체심리학적 구조의 세 개의 상이한 층 |
1) 인성의 표면층 : 평범한 인간(억압적인 도덕과 문명에 의해 평준화되거나 왜소해진 인간.)은 수줍어하고, 예의바르며, 인정이 많고 책임감이 있고, 양심적이다. -> 과장되거나 왜곡된 모습으로서, 라이히가 인성의 두 번째 층이라고 말하는 츠의 공격성과 도착성이 위태위태하게 은폐된 모습일 뿐이다. (p9) 2) 중간 성격층(두 번째 층) : 프로이트적인 의미에서는 ‘무의식’ 또는 ‘억압된 것’을 의미하며, 성경제학 용어로는 이른바 ‘이차적 욕구’를 의미한다. 우리는 인간의 반(反)사회성을 의미하는 프로이트적 무의식을 원초적인 생물학적 자극을 억압하여 생긴 이차적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3) 생물학적 핵심(세 번째 층) : 좋은 사회적 조건이 주어진다면, 인간은 이 가장 깊은 핵심에서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협동적이며, 사랑을 하고 있는 동물,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합리적으로 증오를 표출하는 동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이상주의 철학의 오류, 즉 인간의 구조가 영원히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는 주장의 수용을 거부한다. 사회적 조건과 변동이 인간의 원초적, 생물학적 요구(10)를 변화시켜 그것을 성격구조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놓은 다음에야, 그 성격구조는 이데올로기의 형태로 사회적 구조를 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성격 표면층에 나타나는 사려깊음이라는 특성, 즉 스스로를 통제하고 인내하는 것에 몰두하는 특성에 대한 옹호를 자유주의의 윤리적, 사회적 이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유주의는 ‘인간 속의 야수성’, 즉 ‘이차적 욕구’나 프로이트적 ‘무의식’을 억압하기 위해 윤리를 강조했다. 가장 깊숙이 있는 세 번째 층, 즉 심층의 ‘자연스런 사회성’은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자유주의자들은 인간 성격의 도착성을 개탄하고 윤리적 규범이라는 수단으로 그것을 극복하려 했지만, 윤리적 규범을 지닌 그들이 더 이상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20세기의 사회적 파국은 잘 보여주었다. (p11)
파시즘의 핵심은 본질적으로 표면층이나 심층이 아니라 이차(11)적 욕구를 갖는 두 번째의 성격층을 구현한다. 우리 시대 인간들의 기계론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성격이 파시스트당을 만든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파시즘은 권위적인 기계문명과 이 문명의 기계론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인생관의 억압을 받은 인간이 지니는 기본적인 감정적 태도인 것이다. (p12)
파시즘은 보통 알려진 것과 같은 순수한 반동적 운동이 아니라 반역적 정서와 반동적 사회사상의 결합이다. 우리가 혁명적인 것을 인간 사회의 참을 수 없는 조건에 대한 합리적 반역으로, ‘모든 사물의 근원에 도달하여’(radical 뿌리) 그 조건을 개선하는 합리적 의지로 이해한다면, 파시즘은 결코 혁명적이지 않다. 물론 파시즘은 혁명적 정서의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 있다. 파시스트적 반역성은 혁명적 정서가 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환상으로 왜곡되는 모든 곳에서 나타난다. 순수한 형태의 파시즘은 평범한 인간 성격의 비합리적 반응이 모인 것이다. (13) 인종이론이 파시즘의 산물인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다. 즉 파시즘은 바로 인종적 증오의 산물이며, 그 인종증오가 정치적으로 조직되어 표현된 것이다. 인종 이데올로기는 오르가즘 능력이 없는 인간의 성격구조가 생체병리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파시즘은 성적 도착에서 생기는 종교성을 옹호하며, 가부장적인 수난의 종교가 지닌 마조히즘적 성격을 사디즘적인 종교로 변형시킨다. 이 결과, 파시즘은 종교를 고통철학이라는 내세의 영역에서 가학적 살인이라는 ‘현세’로 변화시킨다.
파시스트의 심리상태는 권위를 갈망하는 동시에 반역적인, 노예상태에 있는 ‘소심한 인간’의 심리상태와 동일하다. (14)
진정한 자유주의와 진정한 관용이 아닌 거짓 자유주의의 공허한 예의바름에 대항한 학대받던 인간들의 수많은 반역 속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이차적 욕구로 구성된 성격층이다. (15)
p25 : 성경제학의 어머니는 정신분석학이고, 아버지는 사회학이다. 그러나 자식은 그 부모의 합을 넘어선다. 그것은 새롭고 독립적이며 장래가 있는 생명체이다.
p26 : 19세기 맑스주의는 계급의식을 육체 노동자에게만 한정했다. 삶에 필수적인 다른 직업, 즉 그것 없이는 사회가 기능하지 못하는 직업에 고용된 사람은 ‘지식인’ 혹은 ‘소보르주아지’로서 육체노동 프롤레타리아트와 대립되었다. 성격구조는 자본가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모든 직업의 사람들에게서도 관철된다. 자유주의적 자본가도 있고 반동적 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성격의 측면에서 보면 계급의 구분은 없다. (27) 인간의 비합리성은 통속적 맑스주의자의 ‘사적 경제’ 개념을 사회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사적 소유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됐다. 이러한 해석은 자연스럽게 정치적 반동에 의해 널리 이용되었다.
맑스의 사유재산 개념은 사람들의 의복, 타자기, 화장지, 책, 침대, 저축, 집, 토지 등과는 관계가 없다. 이 개념은 오로지 사회의 자유로운 진행과정을 규정하는 사회적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연관될 때만 사용되었다. 다시 말해 철도, 상수도, 발전소, 탄광 등과 같은 것들과만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생산수단의 사회학’가 닭, 의복, 책, 주거지 등과 같은 ‘사적 몰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또한 이러한 몰수가 무산자 이데올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혼동되었기 때문에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강박적인 불안의 대상이 되었다.
p28 : 맑스주의 정당은 사회화와 국유화를 혼동했다. 소련의 사회적 기업들이 그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가관료 집단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훨씬 덜 끔찍하게 여겨질 것이다. 사회적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노동하는 대중들이 구조적으로 성숙될 때, 즉 그들이 생산수단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의식한 후에야 비로소 결정될 수 있고 가능한 것이 될 수 있다. 대다수의 대중들은 그렇게 성숙되어 있지 않으며, 또한 그렇게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소련에서조차도 국가사회주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엄격한 맑스적 의미에서 경직된 국가자본주의만이 존재할 뿐이다. 맑스에 의하면 ‘자본주의’의 사회적 상황은 통속적 맑스주의자들이 믿듯이 개별 자본가의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통하여 주어진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사회적 상황은 사용경제가 아니라 상품경제에서, 대중들의 임금(29)노동에서, 잉여가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잉여가치가 사회 위에 군림하는 국가에게 돌아가든, 사회적 생산을 사적으로 점유한 개별 자본가에게 돌아가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렇게 엄격한 맑스적 개념으로 보면, 소련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민 대중들이 지금과 같이 비합리적인 동기를 가지고 권위를 갈망하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p30 : 인간들이 사이의 국제적인 소통에서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노동민주주의를 발견하는 것이 파시즘에 대한 해답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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