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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대중심리』 1장 빌헬름 라이히 2022.3.30. 바다사자
1장 물질적 힘으로서의 이데올로기
균열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노동자 인터내셔널과 러시아 외 지역에서 일어난 혁명적 봉기들이 분쇄되면서 맑스의 기본 개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34). 정치적·경제적 반동의 극단적 전형인 파시즘이 국제적 현상이 되었으며 사회주의 혁명운동을 능가하고 있었다(33). 노동민민주주의적 성경제학 운동은 이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룬다.
오토 슈트라서의(35) ‘맑스주의자들의 근본적 오류는 영혼과 정신을 거부하거나 조롱한 데 있다’는 주장에 맑스주의 비평가들은 답변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민족사회주의들의 신비주의가 사회주의 경제이론에 승리를 거두었다. 정치적 현실에 대한 맑스주의적 해석은 오류이며 수정의 전제들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방법 속에 있었으나 그 가능성을 무시되었다. 대중들의 성격구조와 신비주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맑스나 엥겔스는 파시즘을 알지 못했고, 레닌 역시 파시즘에 대한 분석의 시작을 보았을 뿐이었다. 현실에 대한 반동적 파악은 현실의 모순과 실제하는 관계들을 간과했다. 퇴행적일 뿐만 아니라 활기차게 진보적이기도 한 사회적 힘이 파시즘의 대중적 기반, 즉 반역하는 소부르주아지에게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순은 간과되었다. 맑스의 혁명성은 사회를 진보시키는 힘으로써 산업 생산력을 인식했고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실제와 일치하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노동자 운동의 실패는 사회 진보를 방해하는 힘에 관한(37) 중요한 요인들이 여전히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맑스주의 정치자들은 일상의 정치적 투쟁에 휩쓸렸기 때문에 맑스와 엥겔스가 전수한 생동감 있는 인생관의 원칙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생동감은 공식으로, 과학적 사실 연구는 경직된 도식으로 환원되었다. 그 동안에 맑스 시대의 ‘프롤레타리아트’는 거대한 산업노동자로 성장했으며 중산계층 소상인들은 거대한 산업 및 공공부문의 사무직 노동자로 바뀌었다. 과학적 맑스주의는 ‘통속적 맑스주의’로 퇴화했다. 인간 존재의 모든 것을 실업자문제와 임금문제에 국한시키는 경제주의에 부여한 명칭이다(38).
1930년대 독일의 경제적 위기가 프롤레타리아트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데올로기를 극우의 방향으로 변하게 했다. 좌파에게 유리한 경제적 토대와 우파에게 유리해진 광범위한 계층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이 균열은 간과되었다. 새롭고 노동자 운동에 의해 분석되지 않았던 뉴딜정책에 손을 내민 것을 간과했다. 파시즘이 대중운동으로 발전하여 대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점도 간과했다(39).
맑스 이론에 따른 사회혁명을 위한 경제적 전제조건들-자본의 소수인 집중, 민족경제의 세계화에 따른 민족국가의 관세제도와의 모순, 생산능력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인 무정부 상태, 5천만의 실업 등이 주어졌으나 착취자에 대한 착취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사회는 먼저 야만쪽으로 나아갔다(41). 제2차 세계대전은 예상을 입증했다.
독일 사회(1928~33년)의 경제적·이데올로기적 구조
노동하는 대중들의 사회적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의식 사이의 균열은 파시즘이 권력을 잡게 도왔다(42). 경제적 토대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반작용이었다. 위기로부터 반혁명적 이데올로기가 초래된다면, 위기의 시기에 대중들의 이데올로기는 ‘독점 자본주의의 생산력과 생산 방법 사이의 모순에 대한 혁명적 해결’인 ‘생산력의 발전’을 방해하는 쪽으로 흐를 것이다(43).
1932년 독일 선거수치는 실제 정치가 경제적 분포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분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큰 정치적 중요성이 소부르주아적 중산계층에게 있었다(45). 대중들이 지닌 심리 구조의 본질과 그것이 유래한 경제적 토대와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47).
통속적 맑스주의자들에게 심리학은 형이상학적 체계였기 때문에 반동적 심리학의 형이상학적 성격과 혁명적 심리학의 기본적 요소를 구분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욕구’, ‘욕망’, ‘정신적 과정’ 등을 관념적이라고 비난한 결과 실패를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정치적 실천이 실천적 심리학을 추진할 것을, ‘대중들의 욕망’, ‘혁명적 의식’, ‘파업에의 의지’ 등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을 강제했기 때문이었다(48). 극심한 경제적 위기가 사회적 자유를 끌어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야만도 불러 올수도 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사회적 현실에서 사고나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것에 일치하도록 현실을 환상으로 변형했다.
정치심리학은 의식을 존재로부터 추론하고 맑스주의 사회학의 특정한 위치에 종속시키고 편입시킨다(49). 성격분석 심리학은 존재 조건에 의하여 규정되는 인간의 정신생활 과정을 밝힘으로써 통속적 맑스주의자가 이해하지 못했던 ‘주관적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심리학은 엄격하게 제한된 과업을 갖는다. 어떤 집단 등에 ‘공통되는’ 전형적인 심리적 과정의 연구를 전문화하고 개인적인 차이를 배제한다면, 정치심리학은 대중심리학이 된다. 정치심리학은 맑스와도 연결된다(50). ‘모든 인간 조건’이라고 할 때 ‘모든’에는 노동과정의 조건들, 인간 본능과 사고의 사적이고 개인적인 성과-성생활 연구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한 응용이 포함된다. 맑스 당시에 성과학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계와 성경제학적 관계 모두를 사회학의 틀 속에 통합시키는 것이 신비주의자와 형이상학자들의 헤게모니를 파괴할 수 있다(51).
모든 사회구성체의 이데올로기는 경제적 과정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구조에 경제적 과정을 고착시키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조건, 즉 직접적으로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간접적으로 사회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통해 종속된다. 물질적 상태와 이데올로기적 구조 사이의 모순에 상응하는 모순을 자신들의 심리적 구조에 발전시킬 수 밖에 없다.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심리적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서 인간 속에 스스로를 재생산해 왔다. 구체적인 변화 때문에 그리고 모순된 방식으로 행위하는 인간에게서 활동적 힘, 즉 물질적 권력이 되었다. 그래서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경제적 토대에 반작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직 이런 방식으로만 가능하다(53).
대중심리학의 문제제기
경제적 상황은 사회경제학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성격구조는 생체-심리학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54). 인간의 생각과 행위가 경제적 상황과 모순될 경우, 즉 비합리적인 경우 사회경제학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사회경제적 상황과 모순되는 대중들의 비합(55)리적 생각화 행동 자체는 더 오래 전의 사회경제적 상황의 결과이다. 경제주의는 무엇이 노동자의 책임의식의 발전을 억제하였는가라는 문제가 가장 근본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56). 노동자들은 선명하게 혁명적이거나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 태도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상황에서, 권위주의적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도출된 두가지 심리적 구조의 충돌을 겪고 있다. 노동자 자신의 내부에 모순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57).
대중심리가 양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기능은 성경제학적 관점 즉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노동하는 대중들의 성격을 제국주의의 의미에 적합하도록 구체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관점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모든 사회적 질서가 자신의 주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를 구성원인 대중들 속에 만들어낸다는 점이 중요하다(58).
한 사회의 경제 구조와 구성원의 대중심리 구조 사이에는 중요한 관계가 존재한다. 경제 법칙에 복종하는 대중들의 활동을 통해서만 구체적인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59)는 점에서 사회적 상태와 성격구조의 형태가 맺고 있는 관계,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 관념을 이해해야 한다.
성억압의 사회적 기능
성경제학은 인간 성생활의 사회학에 기능주의를 적용한 학문분야이다. 성경제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전제로 시작된다(61).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첫째, 의식은 단지 심리적인 것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둘째, 성이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발달된다는 것, 성적인 것과 생식적인 것은 다르다는 것, 나아가 성 에너지인 리비도가 정신생활의 주된 원동력이라는 것(62), 셋째, 어린이는 성은 처벌의 공포(‘거세 공포’) 때문에 억압된다. 억압은 어린이의 성을 강화시켜 정신의 다양한 병리적 혼란 속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넷째, 도덕적 기준은 유년기에 부모가 사용한 교육조치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으로 어린이의 욕망과 부모의 금지 사이의 원초적인 갈등이 개인 내부에서으 본능과 도덕 사이의 갈등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밝혔다(63).
정신분석학적 사회학은 사회를 분석하고 문명과정과 성적 충족 사이에 절대적인 대립관계를 설정하고 파괴본능을 원초적인 생물학적 사실로 파악했으며 가모장제적 원시시대의 존재를 부인하여 자신의 발견이 불러온 결과에서 뒷걸음쳤기 때문에 무력한 회의론에 빠져버리고 말았다(64). 맑스의 사회학적 기반과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기반에 근거를 둔 사회적 성경제학은 본질적으로 대중심리학적인 동시에 성사회학적이다. 성경제학은 프로이트의 문명철학을 거부하고 난 뒤, 정신분석학이 더 이상 임상심리학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성이 사회에 의해 억제되고 개인에 의해 억압되는 것에 대한 사회학적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성의 억제와 억압은 문화(65) 발달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근래에 이르러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와 계급의 분화로부터 비로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 모든 성적 관심은 소수의 물질적 이윤이라는 이해관계에 봉사힉 시작한다. 가부장적 결혼과 가족의 형태로 견고한 조직적 형상을 획득한다.
인간에 대한 성억압과 노동 착취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상황과 성경제적 상황이 서로 얽혀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의 핵심적인 사회제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 개인을 사회경제적 구조와 사회의 성적 구조에 연결시키는 것, 사회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은 각 개인의 생후 4~5년 동안 권위주의적 가족에서 일어난다는 것, 즉 권위주의적 가족제도는 국가의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제조공장이 되었다(66).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성에 대한 도덕적 억압은 권위를 두려워하고 복종하도록, 권위주의적인 의미에서 ‘길들이기 쉽도록’ 만든다. 충동이 두려움에 점령되고 성적 생각의 금지가 인간의 반항 능력을 마비시켜 버린다. 성욕에 대한 도덕적 억압의 목적은 고통과 모욕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적 질서에 적응하고 참아내는 말 잘 듣는 노예같은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 사회 테두리 안에서의 적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전단계로 권위적인 소규모 국가, 즉 가족을 통과해야 한다. 인간의 권위적 구조화는 근본적으로 성적인 억압의 고착화와 성적인 충동의 생동적인 본질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생기게 된다(67).
물질적 욕구충족에 대한 억압과 성적 욕구의 억압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전자는 반역으로 나아가지만 후자는 성적 욕구를 억압하여 의식되지 못하게 만들고 도덕적 방어가 뿌리내리도록 만들며 두 가지 억압 모두에 대항하는 반역이 일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반역의 억제 그 자체가 무의식적이다. 보수주의, 자유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반동적 성향이 이렇게 나타난다.
성적 억압은 대중들을 수동적이고 비정치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반동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구조 속에 2차적인 힘, 즉 권위주의적 질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인공적인 관심을 창출해낸다. 성욕이 충족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되면 대체만족으로 나간다. 공격성은 잔인한 가학성으로 상승하는데 소수의 선동에 의한 제국주의적 전쟁의 대중심리적 토대의 핵심을 이룬다. 군국주의의 효과는 본질적으로 리비도적인 메커니즘에 의존한다. 제복의 성적 효과,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는 리드미컬한 군대식 걸음걸이의 효과(68), 군국주의적 의식의 전시효과적 특성은 평범한 여성이나 회사원에 의해 실제적으로 이해되었다. 정치적 반동세력은 이런 성적 관심을 의식적으로 이용했다.
자유를 향한 의지를 억압하는 성적 도덕 외 권위주의적 이해에 순응하는 힘 역시 그 에너지를 억압된 성욕에서 얻는다. 성의 억압은 경제적으로 억압받는 인간을 자신의 구조적인 물질적 이해관계에 반하여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도록 변화시킨다.
대중심리학의 실천적 문제는 정치적 반동이 늘 승리하도록 돕고 있는 수동적 대중들을 활성화하는 것,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발(69)생해 자유의지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억압을 제거하는 것이다(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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