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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대중심리』 2장 빌헬름 라이히 2022.4.6. 바다사자
2장 파시즘적 대중심리의 권위주의적 가족 이데올로기
지도자와 대중들의 성격구조
히틀러도 자신의 성공 메커니즘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히틀러가 행한 반동적 역할을 토대로 그의 성공을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히틀러가 대중심리에 끼친 영(72)향력을 연구하려면 개인적 관점이나 이데올로기 또는 강령은 광범위한 대중들의 평균적 성격 구조에 조응해야만 한다. 지도자의 인격 구조가 광범위한 대중들 개개인의 구조와 조화를 이룰 때만 ‘지도자’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 히틀러의 성공은 대중이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고 정신이상의 상황에 빠져드는 문제를 이해하게 한다. 이는 오직 대중심리학적으로써만 설명될 수 있다(73).
대중들이 정치적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히틀러 사상의 소시민적 기원이 대중들의 성격구조와 대체로 일치했기에 대중은 그의 사상을 열렬히 받아들였다. 민족사회주의는 소시민계층의 대중심리를 특징짓는 총체적 모순을 보여준다. 첫째, 모순 그 자체를 이해할 것, 둘째, 모순의 공통적 기원이 제국주의적 생산 관계라는 것, 여기에서는 성-이데올로기의 문제만을 다룬다(75).
히틀러의 태생
히틀러는 중산계층의 대중적 성격구조 특유의 갈등을 갖고 있었다(95). 아버지에 대한 반항 속에는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존경과 수용이 계속 존재했다. 권위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중산계층 성격구조의 기본양상으로 특히 물질적으로 속박된 삶의 태도에서 잘 나타난다. 또 히틀러의 성에 대한 거부와 모성에 대한 신경증적 우상화는 그의 인종이론과 매독이론에서 유추할 수 있다. 히틀러는 초기 사회민주당을 지지했다. ‘합스부르크 정권’ 약화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보통선거권 획득에 앞장섰다. 그러나 계급을 강조하고 민족, 국가 권위, 사회적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권, 종교와 도덕을 거부하는 것에 심하게 반발했다. 노동조합 가입 요구 때문에 사회민주당에 등을 돌렸다(76).
비스마르크는 독일 민족을 통일시키고 오스트리아 왕조에 대항했기 때문에 히틀러의 우상이 되었다. 반유태주의자 뤼거와 범게르만주의자 쇠네러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히틀러가 선택한 수단은 조직화된 맑스주의의 역량에 대한 인식과 대중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77).
민족사회주의 이상을 승리로 이끌고 맑스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대중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했고 대중들에 토대를 둔 조직을 만들려 했다. 그의 선동 활동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권위주의적이고 자유를 두려워하는 성격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사회학적으로 히틀러를 이해하려면 그가 대중들로부터 부여받은 의미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는 대중들을 철저히 경멸하고 있었다는 점이다(79).
소시민계층의 대중심리
원래 민족사회주의 운동은 소시민계층 운동이었다(80). 파시즘 속의 소시민계층과 자유민주주의의 소시민계층은 동일한 존재이다. 민족사회주의는 1932년의 프로이센 선거에서야 산업노동자 대중들 속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주력부대는 언제나 중산계층이었다. 중산계층은 히틀러가 대기업에 반대했기 때문에 그의 승리를 도왔다. 그들은 1929~32년 경제적 혼란기에 사회의 혁명적 개조를 방해했다. 1930년 1월 30일까지 좌파는 중산계층에 관심이 없었다 (81). 파시즘의 순수한 반동적 성격은 1933년 6월 말경부터 더욱 더 명확해지고 공공연해졌다. 권력을 장악한 후 자신의 운동으로부터 ‘사회주의적’인 것을 모두 제거했고 전쟁 준비를 하는 제국주의적 민족주의로 드러났다(82).
민족사회주의는 반자본주의적이며 혁명적이었다. 그러나 획득한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점차 벗어버리고 대자본가들의 경제 질서를 극단적이고 제국주의적으로 옹호하게 되었다. 이때 지도자들의 기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반파시스트 정책은 근본적으로 기반을 가질 수 없다. 이탈리아 파시즘의 역사로부터 독일 파시즘과 그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파시즘이 서로 엄격히 모순되는 두 가지 기능이 하나의 총체성으로 통일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83).
중산계층은 역사적으로 제한된 짧은 기간 동안 ‘역사를 만들 수’ 있으며 실제로 만들었다. 경제 위기가 정치적 혼란이나 사회혁명으로 전개되는 것을 중산계층이 방해한 것을 이탈리아와 독일의 파시즘이 가르쳐주었다. 중산계층은 운동에 빠져들었고 파시즘의 형상을 빌어 사회 세력이 되어갔다. 히틀러의 반동적 의도가 아닌 중산계층의 사회적 이익이 문제였던 것이다. 자신의 성격구조로 인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사회적 권력을 지니게 되었다(84). 수천년 동안 가부장제를 견뎌왔으며 모든 모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계층인 것이다.
파시스트 운동은 중산계층이 대중운동을 전개하고 나서야 대중운동이 되었고 실제로 제국주의적 기능을 완수할 수 있을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중산계층의 사회적 지위는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1.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에서의 지위
2. 권위주의적 국가기구에서의 지위
3. 특별한 가족적 상황. 중산계층이 생산과정에서 지위는 직접적으로 결정되며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는데 관건이 된다.
19세기 자본주의 경제의 급격한 발달은 저렴하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운영되는 대기업과 경쟁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소기업들은 재기불능의 상태로 몰락했다(85). 민족사회주의자들은 중산계층과 산업노동자들 사이의 간극을 넓히지 않는 신중한 선전활동을 했다(86). 사기업의 외채는 중산계층에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히틀러는 대외 빚을 갚아야 한다는 쪽이었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빚을 무효할 것을 요청했다. 소시민계층은 자신들이 사회민주주의의 ‘맑스주의적 지배‘로 이해한 ’체제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자신의 계층과는 경쟁 관계에 있었고 무산계급화를 가장 두려워했기 때문에 산업노동자들과는 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파시스트 운동은 소시민계층의 결속을 실현했다. 국가 관리와 사적 관리의 사회적 지위에 해답이 있다. 정부의 권위에 종속되어 있었고, 동료에 대한 경쟁적 태도는 연대의 발전을 방해했다. 관리들의 태도는 국가권력과의 완전한 동일시로 이루어지며 당국과 육체노동자들의 중간에 위치했기 때문에 산업노동자와 연대감을 발전시키지 못했다(88). 상부에 복종해야 하지만 자기 밑 사람들에게는 당국의 대리인이 되기 때문에 특권적인 도덕적(물질적이 아닌)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당국·회사·국가·민족 등과의 동일시는 심리적 현실을 표현하는 것으로 물질적 힘이 된 이데올로기의 가장 좋은 예이다. 소시민계층은 항상 위쪽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의 경제적 상황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 점이 산업노동자의 성격구조와 특별히 구별된다(89).
가족적 유대와 민족주의적 감정
농부의 생산방식은 엄격한 가족적 유대를 필요로 한다. 이런 유대는 광범위한 성의 억제와 억압을 전제로 한다. 이중적인 토대에 기초하여 가부장적인 성도덕을 핵심으로 하는 전형적인 농민의 사고방식이 생겨난다(90).
히틀러 운동은 중산계층을 획득하기 위한 첫걸음 중 하나로 농업소유관계 법안을 공표했다(92). 이것은 토지 소유자와 농촌 프로롤레타리아트 사이의 차이를 더 크게 하려는 대농장주의 이해관계와 모순되지만, 대농장 소유주의 강력한 이해관계 즉 자신을 형성해 주는 것은 농촌 중산계층이기 때문에 이 계층을 계속 존재케 해야 한다는 이해관계는 이런 모순을 덮어두기에 충분했다(93). 소시민계층에서 보이는 개인주의적 생산양식과 권위주의적 가족 간의 결합은 ’아이가 많은 가족‘ 에 대한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의 여러 원천 중 하나이다. ’지도자원칙‘이나 가족정책 같은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의 핵심요소는 개인주의적 성격이다. 이것이 대자본과 파시스트 지도부의 이해관계에서 유래된 것이라면 파시즘의 집단주의적 요소는 그 대중적 토대의 사회주의적 경향에서 유래된 것이다.
도시의 소시민계층은 자신의 가족적·성적 생활양식에 의존하는데 그들은 경제적 궁핍을 성-도덕적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관리(94)들에게 이러한 동기는 자신을 국가권력과 동일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요소이다. 대부르주아지와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 생활양식과 문화적 생활양식은 본질적으로 도시의 소시민들이 육체노동자로부터 자신들을 구별하는 데 이용된다.
도덕적 태도의 총체는 ’명예‘와 ’의무‘라는 관념 속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는 파시스트 독재 이데올로기와 인종이론 속에 거듭해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로 소시민들의 존재방식과 상품거래는 정반대의 행동을 강제했다. ’의무‘라는 것은 민족적 성격의 특성이 아니라 사업상의 이해관계에 근거한다. 그럼에도 소시민계층에게 ’명예‘와 ’의무‘ 개념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95). 그 황홀이 주는 것은 참이기 때문이다. 황홀은 무의식적인 정서적 생활로부터 나온다. 또 성생활과 맺고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
권위주의적 국가는 자신의 대리인인 아버지를 모든 가족에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족이 국가의 가장 가치있는 권력 도구가 된다. 아버지의 권위주의적 지위는 정치적 역할을 반영하며 둘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아버지는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태도를 아들들에게서 새롭게 만들어낸다. 이런 관계로부터 지도자에 대해 수동적이고 복종하는 소시민적 인간들의 태도가 형성된다(96).
아버지의 지위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가장 엄격한 성적 억압을 요구한다. 여성은 성적 반항 위에 체념을 발전시키고, 아들은 권위에 복종하는 태도와 아버지와의 강한 동일시를 발전시킨다. 경제 체제가 대중심리적·성격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은 정치사상 형성 과정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반동적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지는 것은 권위주의적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유년기에 이미 진행된 심리적 현상이 2차적으로 지속되는 현상이다. 가족 내 아이들 간의 경쟁은 유년기에 구성원 사이의 강한 감정적 애증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권위주의적 가족의 존속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을 형성하고, 소시민계층 사람들의 성격 구조 형성에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성의 금지와 성적 쇠약은 성적 죄의식으로 충만하고 감정적으로 깊게 고착화된 종교적 두려(97)움의 도움을 받아 관철된다. 여기서 종교 문제와 성적 쾌락은 분리된다.
성적 쇠약은 잔인한 방식의 성생활과 자의식의 저하를 초래한다. 성욕의 자제와 성의 억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강제는 명예, 의무, 용기, 자기 통제 특히 감정적인 것을 강조하는 관념을 발전시킨다. 소시민계층이 받는 사회적 영향력에 종속되는 한, 산업노동자 계급 역시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태도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소시민계층과는 상이한 방식을 생활하며 성을 긍정하는 힘을 의식적으로 드러낸다(98).
성의 억제는 개인주의적 자의식의 토대일 뿐만 아니라 개인을 가족에 결합시키는 토대이기도 하다. 형이상학적, 개인주의적, 가족적인 감상적 행동은 성의 부정이라는 동일한 기본(99) 과정의 다양한 양상이다. 성적 억제가 권위주의적 가족에 얽매이게 하는 수단이며 어머니에 대한 아이의 원초적 생물학적 연결이 성적인 현실을 가로막고, 풀리지 않는 성적 고착과 불능을 발전시키고, 다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만든다. 어머니와의 유대는 가족적 유대의 핵심이다. 고향과 민족이라는 관념은 주관적-정서적 핵심에서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관념인 것이다(101). 민족주의적 감정은 가족적 유대의 직접적인 연속이며 어머니에게 고착된 유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머니와의 유대는 가족적·민족주의적 유대로 발전되는 한, 그 자체가 사회적 산물이며 반동적인 사회적 힘이 된다(102).
가족은 민족처럼 서로 분리되어 있다. 이 분리는 경제적 동기에 토대를 두고 있다. 가족은 식량과 다른 물질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이는 민족에게 공간과 식량이 필요하(103)다는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소시민계층이 특히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이다. 소시민계층은 인격화된 민족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 국가 제국주의가 가족적 제국주의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재생산된다(104).
파시즘이 경제적·성적 자유에 대한 혁명적 사상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반동적 사상이 성적 혼란과 성적 방탕으로 표현하는 ’성적 자유‘에 대한 공포는 경제적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 열망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성경제학은 모든 사회적 관계를 질서짓는 중심에 위치한다. 반동적 구조가 대중들을 깊게 포박할수록 성경제학적 작업은 결정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권위적 가족은 모든 종류의 반동적 사유를 가장 우선적이고 근본적으로 재생산하는 장소이다. 가족은 반동적 이데올로기와 반동적 구조를 생산하는 공장인 것이다. 권위적이고 자녀가 많은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모든 반동적 문화정책의 첫 번째 계율이다. ’국가·문화·문명의 보호‘라는 구절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105).
대지주의 이해관계에 기대 초기 성공을 이룬 나치당은 소농과 중농 대중들의 지지를 획득해야만 했다. 공개적으로 대지주의 이해관계를 강조할 수 없어 가족적·경제적 존재양식의 일치가 만들어낸 소농들의 성격구조에 직접 호소했다. 국가의 위계적 구성이라는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는 농민 가족의 위계적 구성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실현된다. 농민 가족은 국가의 축소판이며 가족 구성원은 작은 국가와 동일시된다. 거대한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수용 토대는 소규모 가계 경제에 참여하는 농민층과 소시민계층에게 있다(107).
민족사회주의적 자존심
사회적 현실에서 독재자에게 ’모든 것을 할‘수 있는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보호를 받으려는 국민 대중들의 이러한 태도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이다. 이것은 사회적 자주관리, 즉 합리적인 독립성과 협동을 방해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대중들의 이러한 태도에 토대를 둘 수 없으며 두어서도 안된다. 본질적인 것은 대중들 개개인이 ’지도자‘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동일시 경향은 민족적 나르시시즘, 즉 각 개인들이 ’민족의 위대함‘에서 빌려온 자존심의 심리적 토대이다. 반동적인 소시민계층은 지도자와 권위주의적 국가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며 동일시에 기반하여 자신이 ’민족성‘과 ’민족‘의 방어자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성적으로 비참한 그의 상황은 자신이 지배인종에 속해 있으며 훌륭한 지도자를 가지고 있다는 고양된 사상으로 완전히 가려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무의미하고 맹(108)목적인 충성 속으로 빠지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의식하는 노동자는 자신을 지도자와 동일시하는 대신에 자신의 일과 동일시한다. 민족이 아닌 노동하는 전세계의 대중들과 동일시한다. 사회적인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식을 토대로 해서 자신이 지도자라고 느끼는 것이다. 동일시의 대상은 동료 노동자이며 자신의 일, 지구상의 노동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국제적인 전문가 의식은 신비주의 및 민족주의와 대립한다. 위기가 닥칠 때 ’공동체에 대한 봉사‘, ’개인의 이익에 앞서는 일반의 이익‘에 열광하는 것은 반동적인 인간들이다. 노동자의 자존심은 오직 전문가 의식에서 나온다(109).
사회적 상황과 성격구조 간에 단순한 기계적 연관성은 없다. 사회적 상황은 이데올로기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조건일 뿐이다. 산업노동자와 소시민계층의 차이는 그들의 생산양식과 생산양식에 따르는 성에 대한 태도에 있다. 산업노동자의 성 역시 부모에 의해 억압되지만, 아이들이 겪는 모순이 소시민(110) 계층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시민계층에서 억압되는 것은 단시 성생활뿐이다. 성활동은 오로지 성적 욕구와 성적 억압 사이의 모순으로 표현된다. 산업노동자의 경우 각자의 성적 견해를 가지고 도덕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대치한다. 생활 조건과 집단적 존재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것은 그들의 도덕주의적인 성 이데올로기와 대립한다. 평범한 산업노동자는 성에 대해 개방적이며 속박받지 않는 태도를 지닌다. 소시민계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쉽게 성경제학적 관점에 접근할 수 있다. 권위주의적 국가권력과의 동일시, ’최고 지도자‘와의 동일시, 민족과의 동일시 태도가 없다.
소농민은 개별적 경제 방식과 가족적 고립으로 반동적인 이데올로기에 접근하기 쉽다. 사회적 상황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생겨나는 균열이 원인이다. 엄격한 가부장제와 상응하는 도덕성 특징을 지닌 소농민의 젊은이들은 일찍부터 성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가부장적 교육 때문에(111) 성적 혼란이나 난폭성을 지닌다. 성관계는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소녀들은 성불감증에 시달린다. 성적 사건은 농촌만큼 히스테리한 곳이 없다. 농촌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가부장적 부부관계를 맺도록 강요받는다.
20세기 산업노동자들은 사회의 부르주아 층이 지닌 생활 형태와 관점을 받아들였다. 형식적 민주주의 범위에서 관철된 사회적 노력은 다양한 사회 계층 사이의 구조적 경계와 이데올로기적 경계를 없애버렸다(112).
산업노동자의 부르주아지화
파시즘은 ’룸펜 프롤레타리아‘는 물질적 매수를 통해(112) ’노동귀족‘은 물질적 매수와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통해 침투했다(113). 프롤레타리아트의 심리적 구조 속에 있는 혁명적 충동은 일부만이며 상반되는 반동적인 구조적 요인과 혼합되어 있었다(114).
산업노동자들에게 혁명운동은 하찮게 보이는 일상의 작은 습관이 만성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커다란 반동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편협하고 보수적인 생활은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국면에 침투한다. 공장의 일과 혁명적 팸플릿은 잠시 동안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싹을 틔우기 시작한 혁명적 생활양식은 발전하지 못했다(115). 파시스트가 ’프롤레타리아트의 폐지‘를 약속하고 성공을 거두었을 때, 성공을 보장한 것은 경제계획이 아니라 야회복이었다. 사회의 진보와 퇴보는 일상생활에서 구체적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117).
반동적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모방하려는 경향의 핵심요소인 육체노동에 대한 무시는 대중심리적 토대를 구성하고 있다. 파시즘은 육체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열등감을 상기시켰다. 농민들의 도시로의 이주와 노동자화는 농촌의 가족 이데올로기도 가져왔는데 제국주의적-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촉진시키는 가장 휼륭한 토양이 되었다.
혁명적 반란은 영국, 미국, 독일 같은 나라보다 중국, 멕시코, 인도 같은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서 더 쉽게 발생했다. 영국, 미국, 독일에 오랜 전통의 잘 조직되고 훈련받은 노동자 운동이 있었(118)으나 노동자 운동의 관료화,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조합에 보수주의가 강력히 뿌리박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회민주주의는 추종자들의 보수주의적 성격구조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경우 문제는 당지도부의 정책이 아니라, 노동자의 대중심리적 토대에 있다.
19세기 프롤레타리아트의 심리적 구조는 운명에 대한 굴욕적 복종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대중심리적 분위기는 냉담한 무관심이었다. 부르주아적 사고방식은 갖고 있지 않았기에 혁명적 감정은 강렬함과 단호함을 가지고 발전했다. 반면 후기 자본주의의 경우 노동시간의 단축, 선거권, 사회보장 등 사회정치적 성과를 이루었을 때 노동계급의 강화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중산계층과의 구조적 동화, 사회적 지위의 발전으로 인한 ’높은 지위를 향한 응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산계층에의 적응은 호황이 되면(119) 강화되었으나 경제 위기가 발발할 때에는 혁명적 폭발을 가로막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민주당원들이 보여준 힘은 보수주의에 오염된 노동자 계급의 모습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었다. 첫째 지도자에 대한 유대가 지도자의 무오류성을 확고하게 만들었고 둘째, 보수적 소시민계층에 대한 성도덕주의적 동화였다. 대부르주아지의 수단은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였다(120).
비참함과 보수주의적 사유 사이의 모순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은 다른 혁명적 조직이 없을 때 틀림없이 파시즘으로 나아가게 된다. 영국의 1931년 선거에서 노동자들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우파 쪽으로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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