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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지역을 빼고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전역은 야만상태였다는 대중적인 상이 점차 형성되었다. (62)

 

이러한 정신상태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선 첫째, 원시인들은 일반적으로 적절한 사회학적 모델을 실현할 능력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되는 문화의 두드러진 특징을 희화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63) 이렇게 해서 문화영역으로서의 삼림 지역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적대적인 무수한 소규모 사회가 난립한 상태로 그려졌다. (64)

 

따라서 생태계를 기준으로 한 분류는 유효하며 이 점에서 볼 때 이들 사회는 실질적인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하부구조수준에서의 동일성이 상부구조”, 즉 사회-정치적 조직의 수준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일반적인 자료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사회학적 모델은 확대가족이다. 이러한 확대가족은 대개 거대한 공동 가옥인 말로카maloca에 거주하며 자율적인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67)

 

지금부터 설명하려고 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하나의 과정인 단위 외부와 내부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의 투사의 결과는 서로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호 확장시키고 강화시킨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앞에서 열대림 지역의 단위를 확대가족 혹은 동족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본 것을 토대로 그 단위에 정확한 명칭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것은 정말로 머독이 사용한 의미에서의 외혼단위이다. (74-75) 확대가족은 삼림 지역의 여러 문화에서 발견되지만 이른바 사회조직의 최대치로서의 성격을 잃어버리고 사회조직의 최소치가 된다. 즉 각 외혼 단위는 복수의 확대가족들로 구성된다. (76)

 

그런데 이러한 균질성은 사회생활의 모든 수준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긍정하는 것은 고대적 사회가 단순하고 이 사회에서는 차이와 갈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고로 연결된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면, 즉 정치적 권위라는 영역에서는 차이와 갈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각 공동체는 한 사람의 추장에 의해 영도되고, 구조의 각 요소, 즉 각각의 확대가족 역시 보통 최고 연장자인 리더가 이끌고 있다. 각각의 확대가족은 독자적인 지도자를 둠으로써, 다소간 두드러진 방식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바로 이 점으로부터 집단 내부에서 서로 상충하는 힘들이 나타날 수 있게 된다. (77)

 

즉 중심이 되는 제도와, 공동체의 실질적 존립-그것은 통일체로서 경험된다-을 표현하는 중심적 지도자가 있기 때문에 공동체는 말하자면 각각의 집단이 스스로의 개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 속에서 현실화되는 일정 정도의 원심력을 허용한다. 또한 역으로 이러한 분산적인 경향의 다원성은 중심적인 추장제의 통일화 작용을 정당화한다. (78)

 

이상의 설명을 통해 아마존 강 유역에 산재하는 인디언 사회의 모습을 보다 실제에 가깝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모계 혹은 부계의 출계 선을 따라 결합된 몇 개의 확대가족으로 구성된 외혼 단위이다. 그리고 그들은 진정한 단위로 존재하고 기능하기 위하여 그들이 내포하고 있는 요소들이 일정한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체의 성격을 재검토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결론을 도출해낸 이상 그들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79)

 

여기서 바로 이들 사회의 대부분이 지역 외혼제를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확실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부족 중 4분의 3의 부족이 지역 외혼제를 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80) 말로카 사이의 여성 교환은 확대가족과 외혼 단위 사이에 긴밀한 친족 관계의 끈을 만듦으로써 정치적 관계를 구성한다. 이것은 혼인을 통해 묶인 이웃 집단을 서로 전혀 무관한 외부자이거나 공공연한 적으로 간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가족 간의 연대이자 그것을 넘어 외혼 단위 간의 연대인 혼인은 여러 공동체들이 하나의 전체로 묶이고 통합되는 데 기여한다. (83) 다른 말로 하자면 지역 외혼제의 의미는 정치적 연대의 수단이라는 기능 속에서 발견된다. (85)

 

이렇게 하여 열대림 지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조직의 유형을 특징짓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검토해온 단위들의 성격을 염두에 두고 3~8개의 지역 공동체로 구성되는 대단위를 다원적 구조라고 부르기로 하자. 투피의 여러 부족이 그 가장 좋은 예라고 하겠다. 따라서 점묘화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한, 서로를 두려워하며 적대적인 관계를 지닌 무수한 집단이라는 전통적인 그림 대신에, 우리는 여러 문화들을 다양한 규모의 집단으로 집결시킴으로써 그 문화들의 의사 원자설을 파괴하는 통합력의 느린 작용을 본다. 어쨌든 이러한 힘의 작용은 자기중심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이 이들 사회의 미숙하고 유아적인 속성을 증명해준다는 안이한 이미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56)

 

이와 같이 투피 사회는 계층화되어 있지 않았다. 투피 사회를 구축한 힘의 분화와 힘의 계통은 궁극적으로 열대림의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성, 연령, 친족 관계 등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을이라는 형태로 공간적으로 표현된 복수의 공동체로 이루어진 사회조직의 일반 모델의 응집과 집약화가 구성 요소인 외혼 단위, 즉 데메의 개성과 갈등을 일으키는 통일화의 원리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동적구조의 결정화를 노리는 구심력의 출현은 외혼 단위의 구조에 내재하는 원심력을 대칭적으로 강화시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여기서 묘사된 역동성은 본질적으로 변증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92) 

 

투피족과 다른 사회 간의 차이는 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여러 투피족들이 동일한 조직 모델을 다른 집단들보다 사회구조 차원에서 좀 더 잘 실현했고, 삼림 지역의 여러 문화들 전체에 내재하는 원동력이 투피족에서는 다른 집단에서보다 더 빠른 리듬과 가속도로 발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98)

 

우리 자신의 고유한 도식에 맞지 않는 생성과정을 지닌 여러 문화를 정체한문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인가? 이러한 사회에서는 역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우선 답변이 가능한 형태로, 즉 서구적 모델의 보편성을 가정하지 않은 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99)

 

따라서 열대림 지역의 정치적 문제 틀은 그 한계점을 설정하는 두 가지 지평, 즉 제도 탄생의 장이라는 발생적인 지평과 제도의 운명이라는 역사적 지평으로 귀착된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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