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구아야키족의 뚜렷한 성에 따른 분업 (경제적 관계_활과 바구니의 대립)
-> 구아야키족 사람들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대립(활과 바구니의 대립)을 호혜적 금기 체계로 이해한다. 성에 따라 남성은 사냥과 채집 등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여성은 바구니로 가정생활과 소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구아야키족의 일상생활은 매우 뚜렷한 대비를 통해 조직되고 지배된다. 성에 따라 분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녀 각각의 활동은 확실히 분리된 두 영역을 형성하고 있지만,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상호 보완적이다. (129-130)
즉 자연스럽게 사냥은 남자가, 채집은 여자가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구아야키족에서는 남자들이 사냥도 하고 채집도 하기 때문에 상황은 이와 매우 다르다.(130) 이처럼 문화적으로는 농사를 짓지 않고 생태적인 측면에서는 식용 식물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구아야키 사회의 경제적 잠재력은 제약되어 있고, 따라서 매일 반복되는 집단의 식량 수집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에게 부과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제생활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는 생산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의 대립으로 파악할 수 있다. (131)
그리하여 숲과 야영지는 남녀 각각에 따라 반대 기호를 지니게 된다. “흔해 빠진 일상”의 공간이란 여자에게는 숲이고 남자에게는 야영지이다. 즉 남자에게 진정한 생활은 사냥꾼으로서 존재할 때만, 즉 숲 속에서만 실현되지만 거꾸로 여자에게 진정한 생활은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살 수 있는 야영지에서 이루어진다. 즉 그들은 그것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사냥꾼들과 그 아내들 사이의 경제적으로 불균형한 관계는 활과 바구니의 대립으로 표현된다. (132-133) 이제 막 남자 공동체에 들어간 초심자가 처음 전념해야 할 일은 자기가 쓸 활을 만드는 것이다. 여자가 된 징표로 스스로 자신의 바구니를 만든다. 이들 젊은 남성과 여성은 각각 활과 바구니의 주인이자 얽매인 자로서 성인이 된다. 구아야키족 사람들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이 중요한 대립을 호혜적 금기 체계로 이해하고 있다. 즉 여자들은 사냥꾼의 활을 만져서는 안 되고 남자들은 바구니를 잡지 못한다. (134)
구아야키인의 노래에 나타난 성적 분업
-> 구아야키족 남성의 노래와 여성의 노래의 차이에서도 성적 대립을 엿볼 수 있다. 여자들의 노래는 슬픔과 집합성을 보여주는 반면 남자들의 노래는 찬가와 개별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남녀의 커다란 대립은 사회의 중심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구아야키인의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각인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의 노래 사이의 차이도 이러한 대립으로부터 생긴다. 남자의 노래인 프레란과 여자의 노래인 첸가루바라는 양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완전히 대조적이고, 각각 서로 다른 생활의 두 가지 방식과 세계 속에서의 두 가지 존재 양태, 두 가지의 가치 체계를 나타낸다. (140)
여자들의 노래에는 전혀 즐거움이 담겨 있지 않다. 이러한 여자들의 노래는 남자들의 노래와 놀라울 정도로 대조적이다. 구아야키족에게는 언어활동에서의 성적 분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래의 차이는 성 상이의 대조를 훌륭히 보여준다.(슬픔 vs 찬사) 그 뿐만 아니라 여자 노래의 집합성과 남자 노래의 개별성이라는 성격 규정은 우리들을 출발점이었던 대립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즉 구아야키 사회의 유일한 실질적 “생산자”인 사냥꾼들은 언어활동의 측면에서 창조의 자유를 누리는 데에 반해 “소비자 집단”인 여자들에게서는 그러한 자유를 찾아볼 수 없다. (141-142)
남자들의 노래를 통해서 남자 대 여자라는 제1의 대립과 독같이 강력한 동시에 무의식의 영역에 놓여 있는 다른 하나의 대립, 즉 사냥꾼 사이의 대립이 은밀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구아야키족의 민족지와 그 문화의 근본적 차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143)
구아야키족의 민족지_ 음식금기
-> 구아야키족은 자기가 잡은 포획물을 절대로 스스로 소비할 수 없다는 음식금기가 있다. 이 금기는 식량 교환을 창출하는 행위, 즉 사회의 기초가 된다.
아체의 사냥꾼들에게는 자기가 잡은 포획물을 절대로 소비해서는 안된다는 엄격한 음식 금기가 있다. 따라서 남자들은 일생 동안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냥을 하고 자기의 식량은 그들로부터 얻는다. 이 금기의 가장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인디언들이 사실상 핵가족으로 분산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음식물 증여의 호혜성은 그 자체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포획한 짐승과 관련한 금기는 구아야키족에 있어서 식량 교환을 창출하는 행위, 즉 그들 사회 자체의 기초인 것이다. 음식 금기는 사냥꾼과 사냥꾼 자신의 식량 사이에 다른 사냥꾼들의 매개가 반드시 필요하게 만든다. (143-145)
구아야키족의 민족지_결혼제도
-> 음식금기의 구조가 결혼 구조에도 반복된다. 여성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구아야키족 사람들은 일처다부제를 택했다. 따라서 구아야키족 남자는 (자신이 잡은 사냥물을 먹을 수 없는 금기로 인해 다른 남성의 매개가 필요하듯이,) 여성 역시 다른 남성과 매개하여 얻게 된다.
그런데 재화의 유통의 수준에서 남자들을 엄밀하게 규정하는 이 관계의 구조가 결혼 제도의 측면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놀랍게도 다른 야만인들과 반대로 구아야키 사회에는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많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즉 일처다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회에서 남아도는 남자들은 두 번째 남편인 자페티바의 형태로 여자와 짝이 맺어진다. 이 남자들의 아내에 대한 위치는 이메테, 즉 첫 번째 남편과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구아야키 사회는 일처다부제를 통해 매우 불균형한 인구구성으로 사회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46-147)
그는 아내를 다른 남자와 공유하게 되었지만 이는 완전히 그의 의지에 반하는 체념의 결과였다. 구아야키족의 남자들이 일처다부제를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속마음은 탐탁지 않았다는 것을 이 두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집단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한 혼인 제도와 그것의 영향을 받는 개인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부족한 탓에 필요로서 일처다부제를 받아들이지만 이 제도를 매우 언짢은 의무로 감수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처다부제는 여성이라는 재화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남자들의 욕망의 대립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남편은 부족이 사회적 통일체로 존속하게 하고 부족의 독신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아내를 배타적으로 거느리는 것을 포기한다. 모든 구아야키족 남자는 잠재적으로 아내를 주는 자인 동시에 받는자이다. (148-150)
음식금기와 결혼제도의 구조적인 유사점_교환과 호혜성
-> 사냥꾼과 수확물 사이의 관계와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의 쌍 속에는 구조적인 유사점이 있다. 양자 모두 남자들과 매개적인 관계만을 지닌다. 구아야키족의 특수한 생활 조건(농사를 짓지 않고 식용식물이 적음,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에 비해 부족함)은 엄격하게 교환과 호혜성을 이행하도록 강요한다.
그런데 사냥꾼과 수확물 사이의 관계와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의 쌍 속에서 어떤 구조적인 유사점을 발견할 수는 없는 것일까?(150) 결국 형식 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사냥꾼에 대한 수확물과 남편에 대한 아내의 관계는 양자 모두 남자들과 매개적인 관계만을 지닌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즉 구아야키족의 사냥꾼에게 있어서 동물 식량과 여자에 대한 관계는 다른 남자를 거치는 것이다. 구아야키족의 매우 특수한 생활 조건은 구아야키족에게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교환과 호혜성을 이행하도록 강요한다. (151)
음식 금기와 여성의 부족은 각기 고유한 영역에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즉 사냥꾼의 상호 의존을 통해 사회라는 존재를 보증하고 여성의 공유를 통해 사회에 지속성을 부여한다. (152)
사냥꾼의 노래_자기자신을 위한 노래
이렇게 하여 남자들과 교환과의 3중 연결의 완성된 구도가 드러나게 되었다. 즉 개인으로서의 사냥꾼은 중심에 위치하고 재화와 여성, 말의 상징적 영역이 그 주변을 감싸고 있다. 단 남자들과 수확물 그리고 남자들과 여자들의 관계는 사회의 기초를 형성하는 분리의 관계인 데 비해, 남자들의 언어활동에 대한 관계는 노래를 통해 언어활동의 진정한 소통 기능을 부정하는 철저한 결합의 관계로 응축되어 나타난다. 결국 사냥꾼의 노래는 음식 금기 및 일처다부제와 대칭적이고 역전된 위치에 있고, 사냥꾼이자 남편으로서의 남자가 이 양자를 부정하길 원한다는 것을 형식과 내용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낸다. (152-153)
-> 결국 사냥꾼의 노래는 남자들의 자유의 찬가이다. 음식 금기 및 일처다부제에서 발생하는 교환의 관계에 사로잡혀있는 남자들은 언어 활동에 기댐으로써 사회생활의 필요로부터 생기는 지속적인 긴장을 해소한다.
사냥꾼은 그 자신이 노래의 대상이자 주체로서 그 서정적인 노래를 오직 자기 자신에게 바친다. 그들을 체계의 한 요소로만 규정하는 교환에 사로잡힌 구아야키인들은 교환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도 교환을 수행하고 받아들이는 한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관계를 파괴하지 않고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인가? 언어활동에 기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남자들이 자신들의 자유의 찬가로 밤에 부르는 독창을 선택한 데에는 확실히 이유가 있다. 이 이외에 남자들이 어떤 하나의 경험을 확실하게 표명할 방법이 없고 또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회생활의 필요로부터 생기는 지속적인 긴장을 아마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153-154)
결국 구아야키 인디언들의 노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상기시켜준다. 즉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사회활동의 법칙을 지킬 수밖에 없고, 그 활동에 참가하지 않으려는 유혹은 커다란 환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155) 즉 한 사람의 동일한 남자가 재화와 여성의 교환에 있어서는 순수한 ‘관계’로 존재하고 언어활동의 영역에서는 이른바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인간과 사회의 분리는 노래 속의 말과 기호의 분리에 상응한다. (156-158)
언어활동 자체의 가치
-> 문명화된 인간에게 언어활동은 도구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반대로 구아야키 족의 남성들의 노래에서 보듯이 원시 문화는 언어 자체와 내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원시인에게 언어활동은 그 자체가 말의 가치를 지닌 자연스러운 시이다.
인간 조건의 핵심에 위치한 것을 없애고자 하는 욕망은 단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되는 꿈으로서만 실현된다. 그것은 때로는 신화로, 때로는 구아야키 사회에서처럼 노래로 표현된다. (159) 즉 언어활동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는 것, 인간은 언어활동과 완전히 대등해질 수 있다는 것, 현대의 서구는 언어활동을 남용함으로써 그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160)
문명화된 인간의 언어활동은 인간에게 있어 완전히 외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인간에게 단순한 소통과 정보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도 칭송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 원시 문화는 이미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과의 연대인 언어활동과 내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원시인에게 있어 시적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언어활동 자체가 말의 가치를 지닌 자연스러운 시이기 때문이다. (160)
이렇게 구아야키 인디언들은 생활한다. 그들은 매일 남자들과 여자들이, 활은 앞서고 바구니는 뒤서고 함께 숲을 뚫고 간다. 밤이 되면 그들은 흩어져 각자의 꿈속으로 빠져든다. 여자들은 자고 사냥꾼들은 때때로 각자의 고독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교도이자 미개인인 그들을 이 세계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160)
'세미나 발제문 > 인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12.13.『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제7장⦁8장 발제. 풍경 (1) | 2023.12.20 |
---|---|
2023.12.6.『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제6장 발제. 풍경 (2) | 2023.12.05 |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3장 정리 및 외혼 관련 강의 (1) | 2023.11.14 |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제 3장 독립과 외혼/ 용용이발제 (0) | 2023.11.08 |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제 2장/ 교환과 권력: 인디언 추장제의 철학/ 용용이/ 2023.10.31 (0) | 2023.10.31 |
- Total
- Today
- Yesterday
- 한국전쟁의기원
- 개인심리
- 알튀세르
- 생산양식
- 이탈리아공산당
- 야생의사고
- 이데올로기
- 스피노자
- 프롤레타리아 독재
- 딘애치슨
- 옥중수고
- 집단심리
- virtù
- 생산관계
- 안토니오그람시
- 신학정치론
- 의식과사회
- 마키아벨리
- 검은 소
- 옥중수고이전
- 레비스트로스
- 공화국
- 헤게모니
- 그람시
- 로마사논고
- 루이알튀세르
- 브루스커밍스
- 루이 알튀세르
- 무엇을할것인가
- 계급투쟁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