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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남성성의 역사
나는 남성성들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생겨나고 언제나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남성성들은 역사적인 것이다. 남성성은 젠더 관계 전체의 구조적 맥락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남성성을 약 4세기에 걸쳐 진행된 근대적 젠더 질서 전체의 형성 과정 속에 위치시켜야 한다.
<근대적 젠더 질서의 형성에서 남성성의 생산>
대략 1450년에서 1650년에 이르는 시기에 북대서양 인근에서 근대적 자본주의 경제가 생겨났고, 같은 지역에서 근대적 젠더 질서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남성성’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실천의 배치 형태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네 가지 사태의 진전이 특히 중요해 보인다.
첫 번째 진전) 수도원 제도가 무너진 후 부부의 이성애가 섹슈얼리티의 가장 명예로운 형태가 돼 수도원의 절제를 대체했다. 한편으로 개인주의와 자율적 자아 개념이 나타났다.
두 번째 진전) 대서양 연안 국가들이 해외로 향하는 제국을 창조한 것이다. 처음부터 제국은 젠더화된 게획이었다. 애초에 제국은 남자들로 분리된 업무인 군대와 해상 무역의 산물이었다.
세 번째 진전) 상업 자본주의의 중심지들이 성장했다. 기업가적 문화와 상업 자본주의의 일터는 회계 사무소, 창고, 거래소에서 젠더화된 일과 권력을 새로운 형태로 창조하고 정당화하면서 남성성의 형태를 제도화 했다.
네 번째 진전) 유럽에서 대규모 내전이 발생한 것이다. 유럽 내전의 또 다른 산물인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가 가부장적 질서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전제 군주제 시대에 국가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로 남자들의 권력을 제도화 했다.
곧 젠더화된 개별적 성격으로서 남성성은 여성성과 대조돼 정의되고, 경제와 국가에서 제도화되면서 생산되고 안정됐다.
<변형들>
지난 200년간 유럽과 미국 남성성의 역사는 대체로 젠트리 남성성의 분열과 새로운 헤게모니를 향한 점진적 이동, 일련의 종속되고 주변화된 남성성들의 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젠트리 : 18세기 북대서양에서 세습적 토지 소유자 계급
변화의 원인은 대단히 복합적이지만 나는 세가지가 주요했다고 제안하고 싶다. 그 세 가지는 ① 젠더 질서를 향한 여자들의 도전, ② 산업 자본주의에서 젠더화된 축적 과정의 논리, ③ 제국의 권력 관계다.
| 여자들의 도전 | 산업 자본주의의 젠더화된 축적 논리 | 제국의 권력 관계 |
| 여성 집단이 젠더 질서(남성 중심·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가한 다양한 균열과 저항 | 자본주의의 성장·유지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노동 분업과 불평등을 조직적으로 구조화함 | 이 모든 것을 세계적 규모에서 재생산하며, 젠더와 인종·민족·계급의 얽힘 속에서 또 다른 긴장을 만듦. |
- 오늘날 여자들의 도전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19세기에 페미니즘이 대중 정치의 형태로 출현하면서 젠더 정치에 역사적 변화가 발생했다.
- 산업 경제가 확산되고 관료제 국가가 성장하면서 토지를 소유한 젠트리의 경제적, 정치적 권력이 쇠퇴했다. 공장 체계는 작업장과 집을 선명하게 분리했고, 화폐 임금의 지배는 가구 안의 경제적 관계를 변화시켰다. 공업 생산의 확장은 임금 소득 능력, 기계의 숙련, 가내의 가부장제, 임금 생활자 사이의 연대 투쟁을 둘러싸고 조직된 남성성의 형태를 출현시켰다.
- 파시즘은 비합리성(‘피’를 동반하는 ‘의지의 승리’)과 최전방 군인의 억제되지 않은 폭력을 찬미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새로운 이미지를 조장했다.
전문성을 내세우는 직업이 많아지면서 노동 시장도 변형됐다. 정보 산업은 기하급수로 팽창했다. 당파적 분할은 자본주의 지배 계급과 공산주의 엘리트 양쪽에서 모두 벌어졌는데, 한쪽은 노동자들을 강제하려 했고, 다른 한쪽은 기술 진보와 경제 성장에 의지해서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 이런 식으로 헤게모니적 남성성 내부에서 지배와 기술적 전문성 사이의 양극성이 발달했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섹슈얼리티의 측면에서 정제됐다. 게이 역사가들이 보여주듯이 19세기는 ‘동성애’를 사회적 유형으로 분명하게 정의한 시대였다. 이 정의는 의료적, 법적 구획을 수반했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잠재적인 동성 성애적 쾌락은 남성적인 것에서 추방당했고 여자들이나 짐승으로 상징적으로 동화되는 일탈 집단의 것으로 분류됐다. ‘이성애’의 거울상은 없었다. 오히려 이성애는 사내다움의 필수요소가 됐다.
남성성의 역사가 선형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아주 명백하다. 모든 것들이 종속되는 발전의 중심선은 없다. 오히려 우리는 유럽 제국들이 창조한 세계에서 젠더 관계의 복합적 구조들, 곧 지배하고 종속되고 주변화된 남성성들이 서로 존재 조건을 변화시키면서 자신도 변형되는 끊임없는 상호 작용을 본다.
<현재의 순간>
메트로폴리탄 국가의 남자들은 역설적인 역사적 순간에 살고 있다. 이 남자들은 이전의 누구보다 미래를 형성할 수 있는 권력(축적된 자원, 물질적 사회적 기술)을 집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페미니즘과 성 해방 운동의 작업, 유토피아적 사고는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이런 환경은 남성성을 다루는 폭넓은 정치와 남성성을 정의하고 그 재생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어느 때보다 많이 만들어냈다.
9장 남성성의 정치
<남자들의 정치와 남성성의 정치>
어떤 식으로 정의하든 공적 정치는 남자들의 정치다. 남자들은 기업의 임원뿐 아니라 내각, 참모, 고위 공무원, 정당, 압력 단체들을 지배한다. 남자들의 정치는 매우 일상적으로 작동한다.
남성적 젠더의 의미와 젠더 관계에서 남자들의 위치가 쟁점이 될 때 나는 그것과 관련된 동원과 투쟁을 ‘남성성의 정치’라고 정의하겠다.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에서 남성성의 정치가 취하는 네 가지 형태 : 남성성 테라피, 총기 로비, 동성애 해방 운동, 탈출의 정치
<남성성 테라피>
오늘날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남성성의 정치는 젠더 관계로 상처받은 이성애 남성을 치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남성성 테라피 정치의 구조적 기반은 3장에서 정의한 공모적 남성성이다. 치료사들에게는 자신들의 고유한 주제로 공모적 남성성이 필요하다. 의뢰인들은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비난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의뢰인들은 억압당하는 사람도 아니다. 패럴, 골드버그, 블라이 같은 저자들은 백인, 이성애, 중간 계급 미국인의 리더십을 단순하게 가정한다. 이 저자들이 말을 거는 대상은 가부장제를 수호하는 전투에 나서지는 않지만 가부장제로 상당한 혜택을 보는 남자들이다. 이 집단은 문자 그대로 이 정치의 기반이다. 이 집단은 비용을 들여 테라피, 워크숍,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단행본과 잡지를 구입한다.
<총기 로비 –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수호하기>
총기가 무기일 뿐 아니라 페니스의 상징이라는 것은 진부한 표현이다. 총기 조직은 관습적으로 남성적인 문화 양식을 띈다. 젠더 질서에 위기 경향이 출현하면 그 대응으로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주제화될 가능성이 있고, ‘총기 로비’ 같은 유형의 정치가 나타난다.
<동성애 해방 운동>
최근 서구 역사에서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주된 대안은 동성애 남성성이고, 동성애 해방 운동에서 남자들 사이의 정치적 대립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게이 커뮤니티가 동성애 해방 이론을 버리고 제도권으로 흡수되었다. 그러나 동성애를 혐오하는 정치인들은 동성애 해방 이론의 존재를 계속해서 믿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남자들의 동성애 내부와 주변에는 피할 수 없는 남성성의 정치가 있다. 이 남성성의 정치의 구조적 기반은 오늘날의 젠더 질서에서 종속된 남성성의 주된 유형이다.
<탈출의 정치>
남자들 사이에 조직된 성차별 대항 프로젝트는 대개 소규모였다. 탈출의 정치는 젠더 질서의 전반적인 구조와 관련되기 때문에 어떤 지역적 기반도 없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여성 종속에서 이득을 얻기 때문에 탈출의 정치는 분명히 설명하기 힘들고 대중 정치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물다. 현재 탈출의 정치는 대중적 성정치의 가장자리에서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관한 급진적 부정을 순간순간 반짝이는 방식으로 실현한다. 탈출의 정치는 이성애 남성에게 미래를 제시하는 포괄적 경로라고 보긴 힘들지만 변화의 잠재력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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