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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연 170321(화) / 가라타니 고진 세미나 / 세계사의 구조 / 서설 6.부터 1부 끝까지 / 화니짱
인무연 2017. 3. 15. 09:31전사연 170314(화) / 가라타니 고진 세미나 / 세계사의 구조 / 서설, 1부 발제 / 화니짱
6. 사회구성체의 역사
마르크스는 ‘자본제생산에 선행하는 제형태’에서 사회구성체의 역사적 단계들을 제시한다. 원시적·씨족적 생산양식, 아시아적 생산양식, 고전고대적 노예제, 게르만적 본건제, 자본제 생산양식이다. 이와 같은 분류는 몇 가지 조건을 덧붙인다면, 지금도 유효하다.
첫 번째 조건은 지리적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둘째로 부가해야 하는 조건은 이것들을 역사적 계기와 발전순서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57) 월러스틴은 세계=경제가 16세기 유럽에서 출발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이런 세계=경제가 단독으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시아 세계=제국의 은혜를 입으면서 군사적, 정치적으로 포위되지 않은 ‘아주변’에 존재했다. 그리스나 로마가 동양적 제국의 아주변에서 성립했다고 한다면, 소위 봉건제는 로마제국의 아주변에 존재했던 게르만 부족사회에서 성립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럽이 그리스로마의 문화를 계속 받아들인 것은 이슬람권을 통해서이다.(61)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로마에서 게르만으로, 라는 헤겔적인 계기의 발전은 서양중심주의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게르만인은 로마제국이나 이슬람제국의 문명을 계속 받아들였지만, 전제국가의 관료적 히에라르키를 거부했다. 이미 서술한 대로 이것은 세계=제국의 아주변에서만 가능한 태도이다. 집권적 국가의 성립을 거부하는 봉건제에서는 교역이나 도시가 국가의 관리를 벗어나 발전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해, 서유럽에서 도시는 교황과 황제의 항쟁, 영주 간의 항쟁 속에서 이런 대립을 이용하여 자립하기에 이르렀다. 또 농업공동체에서도 토지의 사유화와 상품생산이 진행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봉건제는 정치적 통제가 없는 세계=경제 시스템을 가져왔다. 유럽에서 자본주의적 세계시스템이 나온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이상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은 <표2>이다.
| 사회구성체 | 지배적 교환양식 | 세계시스템 |
1 | 씨족적 | 호수제 A | 미니시스템 |
2 | 아시아적 | 약탈-재분배 B1 | 세계=제국 |
3 | 고전고대적 | 약탈-재분배 B2 |
|
4 | 봉건적 | 약탈-재분배 B3 |
|
5 | 자본주의적 | 상품교환 C | 세계=경제 |
7. 근대세계시스템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란 상품교환C가 지배적인 사회이다.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사회구성체 안에서가 아니라 다른 사회구성체와의 관계, 즉 세계시스템에서 보아야 한다. 유럽의 16세기부터 발달한 세계=경제가 전 세계를 뒤덮게 되자, 기존의 세계=제국 및 그 주변,아주변이라는 구조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월러스틴이 말하는 것처럼 그것을 대신하여 성립하는 것이 세계경제의 중심, 반주변, 주변이라는 구조이다. 거기에서는 기존의 세계=제국도 주변부에 놓이게 된다.
일국의 경제를 세계시스템과 떼어서 볼 수 없는 것처럼 국가 또한 세계시스템과 분리시켜 단독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근대국가는 주권국가이지만, 그것은 단독적으로 일국 내부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서유럽에서 주권국가는 상호 주권을 계승함으로써 성립하는 interstate 시스템 하에서 성립한 것이다. 그것을 강요한 것은 세계=경제이다.
다음으로 이와 같은 변화를 하나의 사회구성체 안에서 보자. 교환양식C가 지배적이 된다는 것은 다른 교환양식이 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때까지 지배적이었던 약탈-재분배적 교환양식B는 소멸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변형될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즉 그것은 근대국가라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서유럽에서 그것은 절대왕정으로서 출현했다. 절대왕정은 상비군과 관료기구를 갖춘 국가를 가져왔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시아적 제국에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을 마침내 실현한 것이다. 절대왕정은 세의 재분배에 의해 일종의 복지국가를 준비하게 된다. 이런 약탈-재분배라는 교환양식은 근대국가의 핵심으로 살아남아 있다. 절대왕정은 시민혁명에 의해 타도되었다. 하지만 시민혁명은 중앙집권화라는 점에서 그것을 한층 추진시킨 것이다. 절대주의체제에 대항해온 귀족, 교회 등의 중간세력을 멸함으로써 말이다. (64) 이리하여 상품교환 원리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사회가 형성되었다.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그 이전의 국가와 다른 것이 아니다.
한편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에서 호수적 교환A는 어떻게 될까? 농업공동체는 상품경제의 침투에 의해 해체되고, 그것과 대응했던 종교적 공동체도 해체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형태로 회복된다고 해도 좋다. 그것이 네이션이다. 네이션은 호수적 관계를 베이스로 한 ‘상상의 공동체’이다. 그것은 자본제가 초래하는 계급적 대립이나 모순들을 초월한 공동성을 상상적으로 초래한다. 이리하여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는 자본=네이션=국가라는 결합체(보로메오의 매듭)로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상이 마르크스가 제시한 사회구성체를 교환양식으로 다시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또 하나의 교환양식D에 대해 서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65)
세계=제국 | 미니세계시스템 |
세계=경제 (근대세계시스템) | 세계공화국 |
미니세계시스템은 교환양식A에 의해, 세계=제국은 교환양식B에 의해, 세계=경제는 교환양식C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이것을 안다면 그것들을 넘어서는 세계시스템X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군사적인 힘이나 화폐의 힘이 아니라 증여의 힘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제1부. 미니세계시스템
서론 씨족사회로의 이행
소위 미개사회는 매우 다양하여 수렵채집을 하는 표박 소밴드에서 어업, 그리고 간단한 강수농업, 화전농업을 하는 씨족, 부족사회에 이른다. 또 후자도 명목상의 수장제와 왕권에 가까운 권력을 가진 수장제까지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유동수렵채집민과 정주수렵채집민의 사회로 구별한다. 아니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에서 사회구성체 역사의 커다란 비약을 발견한다. 제1부에서 논하는 것은 이 문제다. (72)
선사시대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한 가지 통념을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신석기혁명이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는 것인데, 여기서 우선 의심스러운 것은 농업에 의해 정주를 하게 되었다는 견해이다. 왜냐하면 정주는 그 이전부터 생겨났던 것이기 때문이다. 수렵채집민의 대부분은 정주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농업에 앞선 정주야말로 획기적인 것이다. (73)
일반적으로 국가의 출현은 인류사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중요시된다. 하지만 오히려 정주=비축과 함께 불평등과 국가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억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쪽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원리가 호수성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씨족사회는 ‘미개사회’가 아니라 고도의 사회시스템이라고 말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 밴드사회에 작지만 ‘세계시스템’이 형성되었던 것일까. 그것을 묻기 전에 먼저 밴드사회와 씨족사회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그것은 공동기탁과 호수의 차이라고 해도 좋다.
제1장 정주혁명
1. 공동기탁과 호수
씨족사회의 기초적 단위인 소세대(household) 안에서는 공동기탁, 재분배가 이루어지는데, 극서을 호수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증여이기는 하지만, 답례를 기애하여 이루어지는 증여는 아니다. 말리노프스키는 거래를 타산적과 비타산적이라는 동기의 차이로부터 구별했다. 즉 호수적 증여와 순수증여를 구별한 것이다. 세대나 작은 씨족공동체 안에서의 증여는 순서증여여서 거기에는 호수의 원리가 없는 것이 된다. 하지만 모스는 순수증여로 보이는 것도 호수라고 생각했다. (75) 증여하는 자가 어떤 종류의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은 호수적이고, 한편 증여받은 자가 일정한 부담을 가진다면, 호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마샬 살린스는 공동기탁(pooling)은 세대 안에서의 활동이고, 호수는 세대와 세대 사이의 활동이라고구분 짓는다. (76) 마르크스가 ‘원시적 코뮤니즘’이라고 부른 것은 수 세대로 이루어진 밴드사회에만 존재한다. 씨족 사회에 존재하는 공동기탁은 이미 호수적 원리 하에 있다. 그러므로 살린스도 호수원리가 세대에도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동기탁과 호수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린스는 이를 위한 중핵세대(가족)로부터의 거리에 의해 세 가지로 호수의 성질을 구분한다.
(1) 중핵 (家) - 일반화된 호수 - 연대성의 극 (리니지권역)
(2) 부락권역 - 균형을 이룬 호수 - 중간점(부족권역)
(3) 부족 간 권역 - 부정적 호수 - 비사교적인 극
(77) 첫 번째 타입에 가까워지면, 호수는 긍정적인 것 또는 오히려 비호수적인 순수증여에 가까워지게 되고, 역으로 세 번째 타입에 가까워지면 부정적, 비사교적인 것이 된다. 그 가운데 ‘균형을 이룬 호수’가 나타난다. 부족사회는 세대로 이루어진 씨족, 씨족으로 이루어진 부족, 그리고 부족연합체라는 식으로 성층화되어 있다. 첫 번째 타입에 대해서는 호수가 공동기탁이나 평등화를 초래한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호수와 공동기탁이 혼동되기 쉽다. 세 번째 타입에서는 증여의 호수가 적대적 집단과의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그것은 호수가 공동체를 확대하는 원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78)
2.교역과 전쟁
여기서 세 번째 타입, 즉 외부에 대한 관계로서의 호수성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자. 씨족사회는 다른 집단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물자의 교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씨족 간의 경제적 교환이 가능한 것은 그보다 상위집단이 존재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상호우호적인 관계가 존재하든지 할 경우뿐이다. 그리고 어느 상태든 증여에 의해 그 관계가 만들어진다. (79) 클라스트르에 따르면, 증여에 의한 화평의 실현이 실패하면 전쟁이 시작된다. 여기서의 전쟁(부족공동체 안에서의 전쟁)은 호수적인 것이다. 그것은 많은 점에서 피의 복수나 포틀래치와 유사하다. 전쟁은 자신의 위신을 위해 이루어지는 일종의 공희이다. 그것은 각각의 씨족공동체에 응집성, 동일성을 가져오지만, 다른 씨족을 정복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전쟁은 다수의 씨족이나 부족 위로 솟아있는 초월적인 권력, 즉 국가가 없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런 국가의 성립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호수는 positive한 성질(우호)에 의해서만 국가형성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negative한 성질(전쟁)에 의해 국가형성을 방해한다. 그것은 권력의 집중, 상위 레벨의 형성을 방해한다. 증여의 호수는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연대를 만들어내고, 고차적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즉 공동체가 성층화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hierarchy하게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호수는 같은 레벨에서 하나의 공동체(씨족 내지 부족)가 상위에 서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한 사람의 수장이 다른 수장에 대해 우월한 지위에 서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그것은 국가의 성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81)
3.성층화
증여의 호수에 의해 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상태’를 벗어나 평화상태를 창출한다. 국가도 자연상태의 극복이지만, 증여를 통해 얻는 평화는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증여에 의해 상위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호수에 의해 형성되는 고차적 공동체는 국가가 농업공동체를 통합, 종속시키는 것과 다르게 하위공동체를 통합, 종속시키지 않는다. (82) 부족사회에서는 설령 상위의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하위공동체의 독립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 내부에도 적대성이 계속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공동체의 성원이 다른 공동체의 성원에 의해 죽었을 경우, 피의 복수가 행해진다. 보복의 의무는 증여, 답례의 의무와 닮은 것이다. 하지만 피의 복수가 이루어지면, 그것에 대한 보복이 이루어져,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된다. 피의 복수가 금지되는 것은 범죄를 재판하는 상위조직(국가)이 성립할 때이다. 역으로 말해, 이것은 피의 복수라는 존재가 국가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의 복수는 상위조직에 대한 각 공동체의 독립성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83) 증여의 호수는 쿨라교역이 보여준 것처럼 다수공동체의 연합체가 말하자면 세계시스템을 형성한다. 이런 연방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항상 갈등을 품고 있기 때문에, 때때로 새로운 증여의 호수에 의해 재확인되지 않으면 안 된다. 호수의 의해 형성되는 공동체의 결합은 환절적이다. 국가가 출현하는 것은 호수적이지 않은 교환양식이 지배적이 되었을 때이다.
4. 정주혁명
살린스는 호수성을, 중핵에서는 공동기탁적이고, 주변에서는 부정적 호수적인 공간배치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것을 시간적 발전이라는 축으로 치환하면 어떻게 될까. 공동기탁적 밴드집단이 시원에 존재하고, 그것들이 서로 호수적인 관계를 맺고, 그 사회를 성층적으로 확대시켜왔다. 하지만 문제는 왜 어떻게 해서 그와 같은 변화가 생겼는가 하는 것이다. (84) 근본적으로는 기후변동 때문이다. 빙하기 후 온난화와 더불어 중위도의 온대지역에 산림화가 진행되어 대형짐승이 사라지고, 또 채집과 관련해서는 계절적인 변동이 커지게 되었다. 그때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 것은 어업이다. 어업은 수렵과 달리 간단히 들고 갈 수 없는 어구를 필요로 했기에 정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최초의 정주지는 하구였을 것이다. (86)
정주에 의해 재배가 채집의 연장으로서 시작되는 것처럼 수렵의 연장으로서 동물이 사육이 생겨난다. 그리고 정주는 비축을 가능하게 하고, 불평등이나 전쟁을 가져왔다. 그것을 방치하면 국가형성에 이를 것이다. 즉 신석기혁명에 이를 것이다. 씨족사회는 오히려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라고 해도 좋다. 유동적 밴드에서 공동기탁은 자연필연적이다. 하지만 많은 세대가 정주로서 공존하는 사회에서 공동기탁은 관념적인 규범으로서 나타난다. 즉 각 세대에게 그것이 증여의 의무라는 형태를 취한다.
정주는 여성의 지위에 관해서도 문제를 초래했다. 정주화와 더불어 필요한 생산은 점점 여자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지만,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그저 상징적 생산이나 관리에 종사하는 남성이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87) 그것이 결정적으로 저하되는 것은 국가가 형성되고, 농경문명이 시작되는 단계이다. 한편 씨족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의 불평등이나 권력의 격차를 해소하는 시스템이 기능하고 있었다. 그것은 유동적 사회에 존재했던 평등성을 그것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정주단계의 사회에서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호수적 시스템이다. 국가를 창출한 신석기혁명에 대하여 나는 이것을 니시다 마사키를 따라 정주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씨족사회에는 공동기탁을 관리하고 재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수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장이 절대적인 권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호수원리가 그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틀래치를 통해 역으로 부를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장의 지위도 잃게 된다. 이처럼 호수원리가 계급의 출현, 국가의 형성을 방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주가 곧바로 계급사회나 국가를 초래했던 것은 아니고 역으로 계급사회나 국가를 거부하는 시스템을 가져왔다. (89)
5.사회계약
여기서 씨족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국가의 형성과 비교하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레비-스트로스가 제시한 예는 밴드와 밴드 사이에 무서운 자연상태가 존재한다는 것, 증여가 그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홉스가 국가형성의 근저에서 발견한 사회계약과는 이질적이다. 여기서 자연권은 양도되는 것이 아니라 증여된다. 이 경우 증여한 측이 증여의 힘을 갖는다. (90) 즉 권리를 증여받은 측은 증여한 자를 대신할 권한을 갖는 것과 동시에, 역으로 증여한 자에게 구속된다. 그들의 관심은 ‘쌍무적=호수적’(reciprocal)인 것이다.
이런 양면에 주의해야 한다. 하위집단은 상위집단에 종속되지만, 전면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며 독립성을 유지한다. 이것이 호수원리에 근거한 미니세계시스템의 특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수원리에 의거할 경우, 공동체는 그것에 의해 상위레벨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지만, 국가 즉 절대적이고 중심화된 권력을 가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91)
6. 증여의 의무
모스에 따르면, 호수를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세 가지 의무가 있다. 증여할 의무, 받아들일 의무, 답례할 의무가 그것들이다. 증여를 통해 강한 유대가 생겨나고 세대 내부에 존재했던 평등주의가 큰 공동체 전체로 확대된다. 씨족 사회는 부와 권력의 불평등이 생겨날 요소를 끊임없이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증여의 의무에 의해 끊임없이 억제되었다. 예를 들어 incest(근친상간)의 금지도 증여의 의무와 떼어넬 수 없다. 인세스트의 금지를 외혼제에서 설명함과 동시에 그것을 호수원리로 다시 설명하려고 한 것은 뒤르켐의 조카인 모스이다. 외혼제란 세대 내지 씨족이 딸 내지 아들을 증여하고 또 답례하는 호수시스템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세스트가 금지되어야 한다. 딸이나 아들은 외부에 증여되어도 원래 세대 내지 씨족에 속해 있다. (92)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양도가 아닌 증여인 것이다.
밴드사회에서는 어디까지나 가족이 독립된 단위이다. 따라서 씨족사회에서 인세스트의 금지는 그때까지 밴드집단에 참여하더라도 독립된 단위였던 가족이 상위집단에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수적인 외혼제에 의해 씨족공동체가 조직되고, 다시 씨족과 씨족을 결부시키는 고차공동체(부족이나 부족연합체)가 형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친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는 피의 연결이 아니라, 증여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유대에 기초하는 것이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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