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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와 목자/ 나캬야마 겐 / 23장 그리스도교와 이교세계 초반/ 2017.3.26.() / 닥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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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도교의 매력

 

그리스도교의 새로움

 

그리스도교 세계의 서양은 그리스 세계로부터 자기 배려라는 문제 구성을 이어받으면서도 자기애라는 부정적 개념을 축으로 삼아 자기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도입하고 이것을 완전히 새로운 문제로 바꿔버린다. 이 번장에서는 사목자적 시선하에서 생겨난 새로운 그리스도교적 자기상들을 고찰하면서 그리스도교가 서양 세계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조직해 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 국가와 같은 닫힌 공간이 없어지고 세계 시민 개념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막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욕망했다. 예수의 귀신을 내쫓는 행위와 사도들의 치료행위를 통해 그리스도교단은 예언하는 힘과 치유하는 힘을 보여주었고 자신들이 진정한 가르침임을 증명했다. 그리스도교는 병을 고치는 종교, 치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로 불렸다.

 

양날의 검

 

이런 치유의 힘은 미신으로 취급받았다. 당시 지식인들은 그리스도교란 단순히 무지한 가르침이라 여겼다. 한편 그런 편견과 별개로 그리스도교도들의 결속과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떳떳함이 주목을 받았다. 그리스도교도들은 모든 것을 한결 같이 가벼이 여기고 공동의 것으로 생각하며 신앙을 위해 죽는 사람들이라 간주되었다.

 

박해와 순교

 

1~2세기의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고 영원한 삶을 획득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순교였다.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자기란 괴로워함으로써 고통을 참고 견딘 예수의 수난을 반복해야하는 존재이다. 순교로 죽는 것이 자기 이야기의 해피엔딩으로 여긴다.

 

여성의 중요성

 

그리스도교가 여성에게 얼마나 큰 매력이 있는지를 페르페투아와 테클라라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2. 순교와 파레시아: 페르페투아 이야기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여성인 페르페투아는 22세였고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세례 지원자였다. 그녀는 감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머니도 딸도 아닌 그리스도교도라고 선언한다. 아버지의 권리와 권위에 대항하여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에 승리한다.

딸을 설득하는 아버지의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음으로써 아버지의 권위는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사회의 권력 구조 그 자체가 전복되었다는 것을 알린다. 아버지의 권력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권위와 권력아래 복종한다고 단언된다.

페르페투아는 심판장에 불려 나오게 되고 거기서 죽음이 눈 앞에 있음을 알고도 진실을 말하는 파레시아 행위를 한다.

페르페투아는 누구나 평등하게 참가하여 힘을 겨루는 바오로 식의 달리기 경기가 아니라 클레멘스 식의 격투기를 상상하고 스스로를 검투사로 환시했다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검투사에게 기본적으로 해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다음 경기를 이어가야만 한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죽음의 문으로 나오도록 정해져있다. 그리고 주인과 관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달리기처럼 자신의 힘이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신앙의 강력함을 보여주기 위해 싸운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승리를 의미한다.

로마 제국의 신민은 자유롭다 여겨졌지만, 그 자유는 국가의 종교에 복종하고 세금을 내며 외적으로부터 보호받는 자유였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신앙하고 자기가 진실이라 믿는 바를 발언할 자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자신이 믿는 바를 말하는 파레시아 개념은 로마에서 유행하지 않았다. 로마에서는 신민이 자유로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비해 그리스도교 신도들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며 파레시아를 행사한다. 그리스도교도들은 로마 신민의 자유는 진짜가 아니며, 자신들의 신앙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3. 자궁의 보이콧: 로마 세계에서 여성의 저항

 

바오로와 테클라

 

그리스도교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행동했다. 유대교에서는 여신도가 담당할 수 있는 종교적 기능이 제한적이었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여신도와 남신도가 평등했다.

티마리스라는 남자와 약혼한 테클라는 바오로가 가르치는 정결에 대한 말씀을 듣고 거기에 빠진다. 한 젊은 여성,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자손을 만들라는 사회의 규칙에 따라야 할 여성이 결혼과는 다른 욕망과 정열에 사로잡힌 것이다. 약혼자인 티마리스는 젋은이들로부터 아내를 빼앗는 바오로를 총독에게 고발한다. 화가 난 테클라의 어머니도 딸을 태워죽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형장에서 불은 테클라 앞에서 꺼진다.

 

종교와 정치

 

예수 제자들의 이야기인 ㅇㅇ행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여성이 정열의 대상이 되는 것과 순결의 사회적 효과이다. 순결유지는 남성 지배에 대한 도전임과 동시에 결혼을 토대로 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싸움은 남편과 사도의 싸움, 즉 남자들끼리의 싸움이다. 실은 여성을 둘러싼 것이 아니라 권위와 사회 질서를 둘러싼 것이다. 여러 행전의 금욕 행위는 놀라우리만치 공허하다. 지배자들의 자기 제어력을 보여 주어 도덕적 우위를 보여줄 뿐이다.

로마 제국의 스토아적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가 묘사한 걸 통해 볼 수 있는 당시 정치가의 아내들은 남편에게 솔직히 간언(파레시아)하고, 남편을 위해 말함으로써 정치적 보조의 역할을 하도록 기대되었다. 그러나 행전의 여성들은 남편에게 의견을 말하지도 않고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말할 것을 기대 받지도 않는다. 그저 사도의 가르침에 따라 금욕하는 자궁의 보이콧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질서를 교란시키도록 기대되었던 것이다. 여성들은 모종의 진실을 말하는 주체이기보다는 진실의 그릇이며, 그 그릇은 진실을 담음으로써 성관계를 중단한다. 그 수동적 행위를 통해 당시 로마 세계의 질서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행전의 저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박해를 피해 숨은 세 여성의 순교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신의 신앙심을 관철시키려 했던 여성의 강한의지이다. 그 무엇에 의해서도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양심이 있다. 그것이 신체나 생명보다 중요한 자기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 정체성은 자신의 양심과 신앙심에 있으며, 그것을 잃느니 죽음을 맞이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 자기에 대한 감각은 기존 사회 체제를 비판하는 혁명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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