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268 : 귀가 열려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자기에게 함몰되지 않게 하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하고 언어의 도움닫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근대 최고의 발명품은 책과 잡지였다. 다른 사람이 했던 경험의 기록, 즉 책을 참조하면서 사람들은 자기가 겪은 것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견주어볼 수 있었다. (269) 이렇게 활자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의견을 참조하며 자기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자기를 해명하기 위한 노력은 필연적으로 인생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필요로 했다.

이것이 바로 근대 사회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론장이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의견의 경함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어 서로 활발히 충돌을 일으켜야 한다. 그 충돌들은 근본적으로는 서로 적대하며(270)분열되어 있지만 매 순간 협상과 타협을 거치면서 합의라는 이름으로 봉합되어 공동체를 이룬다. 그렇기에 하나의 공론장은 하나의 정치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말하는 것을 통해 서로의 말을 견주게 하고 그중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고 합의되는 것이 잠정적으로 권력을 획득한다. 이때 공동체는 정치에 의해 늘 분열된 상태이지만 그 분열의 힘을 이용하여 분열을 극복해가는 역동성을 가진다.

 

p271 : 이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교양이엇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견문을 넓혔다.

분별력이 높아지니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높아진다. 더 생생하고 세밀하고 정확하게 사물과 사건을 포착해낼 수 있게 한다. 이것을 우츠다 타츠루는 교양이라고 말한다. (273) 여기에서 국가를 넘어 세계를 시공간적으로 압축시킨, 인터넷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의 역설이 시작되었다. 어딘가에는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 안에 안주함으로써 다른 세계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275) 여기에 다른 언어가 끼일 틈은 없었다. 다른 언어는 배척되어야 한다. 그 결과 글을 읽을수록 해상도가 높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떨어졌다. 이것을 흔히 세상이 납작해졌고 납작하게 세상을 본다고 말한다. 사물과 사람, 사태를 보는 입체적인 이야기는 배척받아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는 선악 이분법이 매우 또렷한 글들이 채워갔다. 해상도는 떨어지고 색감만 자극적으로 올라갔다. 공론장에 선 사람들은 이쪽과 저쪽으로 줄을 서야 했다. 줄을 서지 않으면 가차 없이 비난받고 단죄되었다. 동행의 언어는 사라지고 동원의 언어만 남았다. -> 해상도는 떨어지고 선명도만 올라간 언론과 인터넷의 글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