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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발제문/철학

목적없는 수단 1장-4

바다사자. 2020. 6. 7. 09:03

목적 없는 수단 정치에 관한 11개의 노트 조르조 아감벤 2020.5.24. 바다사자

 

4. 수용소란 무엇인가?

수용소는 지금까지 지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가장 절대적이고 비인간적 조건이 실현됐던 장소다. 수용소는 하나의 역사적인 사실, 과거에 속하는 하나의 변칙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정치공간의 감춰진 모체이자 노모스다(47).

수용소란 일반적인 법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예외상태와 계엄령에서 생겨난 것이다. 강제 수용의 법적 기반은 보호검속이었다. 프로이센에서 유래한 이 법적 제도는 예방적인 치안조치였고 국가안전에 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개인을 구류시키는 것을 가능케했다. 1851년 계엄상태에 관한 프로이센의 법에서 기원하는데 1871년 독일 전체로 확대 적용됐다. 1850개인의 자유의 보호법과 함께 (48) 1차 세계대전 동안 대대적으로 적용됐다.

수용소란 예외상태가 규칙이 되기 시작할 때 열리는 공간이다. 법질서의 일시적 중지였던 예외상태가 영속적인 공간적 배치, 즉 그 자체로 정상적인 법질서의 바깥에 항구적으로 머무는 배치를 얻게 된다(49).

수용소에서 배제된 것은 바깥에서 붙들린다는 것, 즉 바로 그 배제를 통해 포함되는 것이다. 법질서에 포획되는 것은 무엇보다 예외상태 자체이다. 주권권력이 예외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기초하고 있다면, 수용소는 예외상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는 구조이다(50).

수용소의 거주민이 모든 정치적 지위를 빼앗기고 벌거벗은 생명으로 완전히 환원된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수용소는 가장 절대적인 생명정치적 공간이기도 하며, 이 공간에서 권력이 대면하는 것은 어떤 매개도 없는 순수한 생물학적 생명이다. 이 때문에 수용소는 정치가 생명정치로 되고 호모 사케르가 시민과 잠재적으로 구별될 수 없게 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공간의 패러다임 자체이다(51).

수용소는 생명을 질서에 등록하는 새롭게 감춰진 규제자이다(53).

탄생(벌거벗은 생명)과 국민국가 사이에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간극은 우리 시대 정치의 새로운 사실이며, 우리는 바로 이 간극을 수용소라고 부른다.

정치체계는 삶의 형태와 법적 규범을 일정한 공간에 더 이상 배열하지 않는다. 자신을 넘어선, 장소를 벗어난 장소 확정을 자신의 내부에 포함한다. 모든 삶의 형태, 모든 규범은 그 속에 잠재적으로 붙들릴 수 있다. 수용소는 우리가 그 안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정치의 감춰진 모체이며 어떻게 변신하더라도 그것을 인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용소는 국가-국민(탄생)-영토라는 오래된 삼위일체를 깨뜨리면서 그것에 덧붙는 네 번째이자 분리불가능한 요소이다(54).

목적없는 수단 1-4(20.6.7 바다사자).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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