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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 『문명 속의 불만』(2020 신판), P75-169,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
본문 :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
원문 : Massenpsychologie und Ich-Analyse(1921)
※시작하기 앞서, 독일어“Masse"가 ‘집단’보다는 ‘군중’ or ‘대중’이 적합하지만, 일관성 유지를 위해 집단이라는 번역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1. 머리말
“개인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 또는 집단 심리학 사이에는 언뜻 보아 중요한 차이가 있는 듯싶지만,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보면 뚜렷한 차이가 거의 사라진다.”(77)는 문장으로 이 논문을 시작하고 있는 것에서, 그리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구절이 머리말 군데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논문의 목표는 명확해 보입니다. 사회적 현상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서로 영향을 받는 개인 혹은 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결 혹은 단절로 인한 심리 상태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개인 심리와 집단 심리의 연관성을 밝히려 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집단 심리학을 ‘구성원으로서 개인’ 또는 ‘군중의 일원’으로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수>라는 것에 근거하기 보다는, 다음 두 가지 가능성에 논의할 것임을 말합니다. 하나, “사회적 본능은 원초적이고 나눌 수 없는 본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둘, “사회적 본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단서는 가족 같은 좁은 사회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79)입니다.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며 정신 분석학의 지평을 넓혀가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2. 집단 심리에 관한 르 봉의 서술
프로이트는 르 봉(Le Bon)의 「집단 심리학」을 비롯해 기존의 집단 심리학에 대하여 비판적 소견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합니다. 집단 심리학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어떤 상황>에서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는 놀라운 사실의 해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어떤 상황>은 개인이 <심리학적 집단>의 특징을 얻은 인간 무리 속에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집단 심리에 대해 묻게 되는 다음의 3가지 질문(80)이 등장합니다.
1). <집단>이란 무엇인가?
2). 개인의 정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집단은 어떻게 얻는가?
3). 집단이 개인에게 강제하는 심리적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기존의 집단 심리학은 집단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개인이 집단 속에 있을 때 경험하는 변화를 고찰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면, 프로이트는 집단 속의 개인들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집단 특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르 봉의 연구를 길게 인용하는데, 르 봉은 집단 심리에 대해서 개성이 사라지고 동질적인 것이 남으며, 종족적 무의식이 전면에 등장한다 주장합니다. 그리고 개인이 집단 속에서 새로운 특성을 보인다며 다음 세가지 논의를 전개하는데, 1) 집단 내 익명성으로 인한 무책임, 2) 집단 감정과 행동의 전염성, 3) 집단의 피암시성으로 인한 <홀림>의 상태와 상승작용이 일어난다고 집단 심리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무의식적 개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집단행동, 암시의 행동화 등이 나타나고 ‘의지를 상실한 자동 인형’(85)이 된다고 말합니다. 르 봉의 집단 속 개인에 대한 분석은, 개인이 집단 속에 들어가는 순간 야만성을 보이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강조하는 등 매우 부정적으로 서술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집단 속 개인을 결합시키는, 집단의 특징에 대해 르 봉은 대답하지 않는다며, 르 봉의 분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비판점을 제시합니다.
-> 1). 집단 속 개인은 무의식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새로운 특성이라기 보다는 무의식의 표출일 뿐이며,(83)
-> 2). 전염과 피암시성은 동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르 봉의 서술에서는 전염과 피암시성이 구별되어 있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합니다.(85)
그리고 르 봉의 집단에 대한 분석을 서술합니다. 집단은 충동적이고 변덕스럽고 성급(87)하며, 쉽게 믿으며, 영향도 쉽게 받고, 비판력이 없고(87), 집단적 자극은 극단적이고(88), 집단은 의심하지 않고 권위에 순종적이며(88), 집단 윤리는 원시적 본능을 충족시키려하고(혹은 개인의 윤리보다 높이 올라갈 수도 있음)(89), 말이 갖는 마술적 힘에 굴복하며(90), 진실보다 환상을 요구하고 비현실적인 것에 강한 영향을 받는(90) 경향성을 보입니다. 이런 집단이 보여주는 경향성은 “사물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기능이 뒷전으로 물러나고, 그 대신 감정적 리비도 집중을 받은 욕망적 충동이 강하게 대두”(91)한다 말합니다.
집단의 지도자는, 지도자의 자질이 집단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지도자들이 광신하고 있는 사상을 통해 집단에 작용하며(91), 지도자가 광신하는 사상이 <위신Prestige>을 통해 지배력을 발휘합니다.(91) 이 위신은 인위적인 위신/개인적인 위신으로 구별하는데, 어느 경우든 위신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위신은 실패하면 사라집니다.
프로이트는 르 봉의 집단 심리 묘사가 탁월하지만, 지도자의 역할과 위신의 중요성을 조화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말합니다(92).
3. 집단적 정신생활에 관한 다른 설명들
르 봉에 대한 프로이트의 입장은 비판적으로 보입니다. 르 봉의 주장은 이전부터 되풀이 되어 오던 것으로, 르 봉의 주장은 이미 기존에 언급되어 오던 것들이며, “무의식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원시적 종족의 정신생활과 비교한다는 관점”(93)이 남지만 심지어 그것도 이전에 언급되어 오던 것들이라 말하며, 집단 심리에 대한 르 봉의 서술과는 다른 사례들(공동체에서의 훌륭한 집단적 성취(93), 언어 등의 집단적 창조력(94))의 언급을 통해 그의 평가에 논란이 있음을 제기합니다.
프로이트는 <집단>이라는 용어를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합니다. 혁명적 집단과는 달리, 대부분의 인간은 안정적이고 사회 제도 속에 통합된 안정적 집단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맥두걸의 견해를 통해 바라본 집단 심리는, 집단이 이루어지기 위한 정신적 동질성, 감정의 고양이나 강화를 통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원시적 공감 반응에 따른 감정의 직접 감응의 원리>(95)라 설명하며, 같은 감정이 드러날수록 집단화의 자동적인 충동도 강해지는 매커니즘을 통해 나타나고 있음을 주장합니다. 맥두걸은 고도로 조직화한 집단과 더 높은 정신활동 수준을 위해 다섯가지(집단의 지속성, 본질 등의 명확한 개념 형성, 상호작용, 전통과 관습, 명확한 체계)를 갖추어, 집단 형성에서 개인의 정신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직화>의 과정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여기서 “문제는 집단 형성 때문에 개인에게서 사라져 버린 바로 그 특징을 집단에 부여하는 방법”(99)에 있으며, 개인의 특성을 집단에 부여하는 것이 목적임을 상기시킵니다.
4. 암시와 리비도
“우리는 그 경향에 저항하고, 감정을 물리치고, 정반대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집단 속에만 들어가면 이 전염에 몸을 내맡기는 것일까?”(101) 이 질문에 대답하며, 집단의 영향을 받은 개인의 정신 활동의 변화는 <암시>적인 영향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집단의 피암시성이 강조됩니다. 프로이트는 ‘암시의 수수께끼에 다가가고 있다.’(102)고 표현하며, 암시의 개념을 정확하게 하려는 최근의 추세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연구 핵심은 <리비도Libido> 개념을 통한 집단 심리학의 해석일 것입니다. 리비도는 ‘<사랑>이라는 낱말 속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과 관련된 본능들의 에너지’(103)로, 방대한 에너지라 합니다. 여기서의 사랑의 핵심은 성애(性愛)로서 성적 결합을 말하지만, 또한 다양한 사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애, 가족애, 우정, 인간애 등 다양한 관념이 있지만 사랑을 구별하지는 않는다 말합니다. 이는 본능적 충동의 표현으로서, 남녀 상황에서는 성적 결합을 목적으로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나아가거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합니다.(103)
정신분석학에서 사랑은 <좀 더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으며, 그 본능적인 기원에서 ‘성 본능’(104)이라 부릅니다. 이 사랑의 본능은 섹스, 에로스, 에로틱 등 다양하게 언급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성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하며, 애정관계(중립적 표현으로 감정적 유대)가 집단 심리의 본질을 이룬다는 전제를 탐구해야 한다 주장합니다.
5. 두 개의 인위적인 집단 : 교회와 군대
인위적 집단으로서 교회와 군대에 대한 프로이트의 관심은, 이 집단들이 붕괴가 방지되고 구조적 변화가 억눌러 있는, 고도로 조직화된 집단에 대한 관심입니다. 두 집단 내에서 “평등한 사랑을 똑같이 베푸는 우두머리가 있다는 환상이 통용된다는 점”(107)에서 똑같다고 말합니다.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 만인에 평등한 사랑에 의해 민주적인 경향을 가지고, 가족적인 유사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군대는 모든 병사가 평등하게 동지가 된다는 점에서 교회와 같지만, 그런 집단이 여럿 모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를 ‘리비도적 구조’(108)로 보는데, 리비도가 집단에 작용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리비도적인 요소를 무시하는 것은 결함과 위험을 초래한다 주장합니다(108).
교회와 군대에서 개인은, “지도자와의 리비도적 결합, 그리고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리비도적 결합으로 묶여 있다”(109)는 사실에 주목해서, 어떻게 연관되고 설명이 가능한지 연구하는 것이 과제가 됩니다. 집단의 본질은 집단 속의 리비도적 결합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공황panik>(109) 이라 말하는데, 공황은 자기 자신만 염려하는 상태입니다. 거기서 더 이상 감정적 유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공황은 집단의 리비도적 구조가 이완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공황>이라는 말이 명료하지 않지만, 집단적 공포를, 혹은 개인의 공포를 가리킬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별안간 공포가 발생하는 경우 사용되고 있습니다. 큰 위험이나 감정적 유대(리비도 집중)가 사라지며 개인에게 불러진 공포에서 공황이 일어납니다. 공황은 집단 내에서 모든 배려를 정지시키고, 지도자의 상실이나 불안에서 생겨나는데, 이런 경우 집단은 사라지게 됩니다.
종교 집단에는 공포가 아닌, 타인에 대한 무자비하고 적대적인 충동의 현상에서 붕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종교는 자신들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혹하고 매정합니다(113). 오늘날은 종교적 감정과 거기에 의존한 리비도적 유대가 약해진 데에서 <잔인함과 편협함>(113)이 드러나지 않는다 합니다. 종교 집단을 대신하여, 사회주의자들의 결합이나 과학적인 견해의 차이가, 종교 시대와 같은 편협한 태도로 드러날 것이라 말합니다.
6. 그 밖의 과제와 연구 방향
프로이트는 아직 집단의 형태에 관해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인간 집합은 집단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심리적 집단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114). 프로이트의 관심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집단, 그리고 그런 집단이 생기는 조건과 붕괴의 조건, 특히 지도자에 따른 집단의 차이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자의 유무 또는 다양한 관계 형태들을 통해서 다양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프로이트의 관심은, “집단의 구조를 고찰할 때 직면하게 되는 심리학적 근본 문제”(115)에 있으며, 특히 리비도적 결합이 집단의 특징을 보여주는 증거인지 고찰하고 있습니다. 차이가 크면 극복하기 어려운 반감이 생기는데(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차이), 이런 적개심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할 때는 <양가감정>(116)이라고 부릅니다. 가까운 관계에서의 이해관계의 충돌은 사랑과 미움의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반감과 혐오에는 자기애(나르시시즘)가 있어, 자신에게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일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나타난다 합니다. 하지만 집단이 형성되면 이런 과민증이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사라지고, 자신을 구성원과 동일시하고 혐오감을 품지 않습니다. 특히 타인과 리비도적 결합이 일어나면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강화하게 됩니다.
“집단 형성의 본질이 집단 구성원들 간에 존재하는 새로운 유형의 리비도적 결합에 있다”(118) 말하면서, 집단의 결합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신분석적 연구가 대상과의 결합에 전념해 왔다면, “우리는 통상적인 성적 리비도 집중의 범위 안에서 이미 성 본능이 본래의 성적 대상에서 방향을 전환한 것을 나타내는 현상을 관찰했다.”(119)면서 집단으로의 결합하는 전이의 조건을 찾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감정적 유대의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서 <동일시>에 대해 언급합니다.
7. 동일시
정신분석학에서 <동일시>는 “타인과의 감정적 결합이 나타내는 초기 형태로 간주”(119)되는데, 여기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초기 단계에 아버지와 동일시하는 남자아이와, 이후 어머니에 대해 리비도 집중을 발달시키는 상황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결합하여 하나로 합쳐진 ‘합류’의 상황에서 정상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생겨납니다. 아버지와의 동일시의 관계는 양가적 감정으로 애정으로 혹은 제거하고 싶은 원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120) 아버지와의 동일시는 이후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는 대상이거나, 혹은 아버지로부터 성 본능을 충족시키려 하는 <갖고> 싶어 하는 대상이 되는데, 이 경우 아버지와 대상이 결합하며, 이는 딸과 어머니의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설명합니다.(121) 명쾌한 설명이 어렵지만, “동일시는 모범으로 삼은 사람을 본받아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려고 애쓰는 것”이 알 수 있는 전부라 설명합니다(121).
<대상 선택 대신 동일시가 나타났고, 대상 선택은 동일시로 퇴행했다>(122)는 상태는, 히스테리적 증세가 형성되어 대상 선택이 동일시로 퇴행하고, 자아가 대상과 같은 특징을 지니는 상태입니다. 이 경우 동일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모방하기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모방하기도 합니다. 증세의 세 번째 경우를 중요하고 흔한 것이라 표현하는데, 동일시가 모방 대상과의 관계를 전혀 문제 삼지 않는 경우이며, 친구의 은밀한 연애에서의 전염과 모방의 성격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이를 요약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동일시는 대상과의 감정적 결합의 근원적 형식이다.
2) 동일시는 퇴행적인 방법으로, 리비도적 대상 결합의 대용물이 된다.
3) 동일시는 타인과 공유하고 있는 공통된 특성을 새롭게 지각하면 일어날 수 있다. 공통된 특성이 중요할수록 부분적 동일시는 더욱 성공적이고, 새로운 유대 관계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123)
집단의 경우는 동일시는 지도자와의 유대 관계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동일시의 문제는 규명할 것이 많이 남아 있고, <감정 이입>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합니다. 동일시는 대상을 자아 속에 받아들이는 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으로 발견되기도 하는데, 동성애(124), 새끼 고양이를 잃은 어린아이 사례(125), 우울증(125)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에서는 자아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거나 혹은 자아가 대상을 받아들이며 변화할 수 있습니다. <자아 이상>과 실제의 거리는 개인마다 다양하고, 자아 내부의 분화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8. 사랑에 빠짐과 최면
‘사랑에 빠짐’은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성본능의 리비도 집중이며 ‘평범한 관능적 사랑’(128)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리비도는 단순한 상태가 아닌, 욕구가 되살아나는 방식으로 성욕이 없는 동안에도 <사랑>하는 방식의 리비도 집중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거기에 하나의 요인을 더 추가하여, 어린이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목적이 금지된> <정애적> 감정의 본능(128)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초기 관능적 무의식에 보존되고 경향으로 존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 시기에는 성적 목적을 추구하는 관능적 경향의 충동이 생겨나는데, 이는 존경하는 여자와는 감정적인 관계를 가지지만 성행위적 자극은 받지 못하는 한편, <사랑>하지 않는, 오히려 경명하는 여자와만 성행위를 할 수 있다 합니다. 그러나 청소년은 성스러움과 세속성을 어느 정도 통합할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 나타나는 모습에 대해서 프로이트는, “억압되지 않은 본능과 목적이 금지된 본능 사이의 상호 작용”(129)특징 짓습니다.
성적인 과대평가에 의해 판단이 왜곡되는 경향을 <이상화>(129)라고 하는데, 사랑의 대상을 자아와 똑같이 여기며 자애적 리비도가 대상에게 넘쳐 흐른다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그 대상을 사랑하는 까닭은 우리 자신의 자아가 도달하려고 애쓴 완벽함을 그 대상이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런 우회적 방법으로 그 완벽함을 손에 넣고 싶어 한다.”(130) 만족시킬 수 없는 불행한 사랑의 경우 이런 일이 더 쉽게 일어나는데, <대상이 자아 이상을 대신했다>는 말로 요약합니다.(131)
극단적 사랑의 상태에서 자아는 대상에 굴복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대상에 리비도를 집중하는 <사랑의 노예>(131)가 된다 합니다. 하지만 동일시는 이와는 다르게 대상을 자신 속에 <투입>(131)하며, 대상이 사라지거나 포기되는 경우를 마주하며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과 최면은 어떤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는데, 최면에 걸린 사람은 복종하고 자아 주도권이 약해집니다. 최면적 관계는 “성적 만족이 배제된 무제한의 헌신과 같다.”(132)고 표현합니다. 반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성적 만족이 잠시 억제된 상태로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는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최면적 관계를 통해 집단의 리비도적 구조를 파악하려 하지만, 최면에 대한 수수께끼가 많고 미지의 요인이 많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집단의 리비도 구조, 지도자가 있고 <조직화>에 의해 개인의 특징을 이차적으로 획득하지 못한 집단의 구조에 대한 공식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도표로 설명합니다.
9. 군거 본능
프로이트는 트로터의 <군거 본능>(136)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집단에서의 정신적 현상을 살펴보려 합니다. 군거성은 개인이 혼자 있을 때 자신을 불완전하게 느끼는 것, 또는 혼자 있거나 고립에서 보이는 공포와 불안에서 나타나는 원초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트로터의 정신분석의 군거 본능의 근거를 말의 상호 이해에서 도출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해에는 <정치적 동물>(137)로서 인간의 일반적 형태를 주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트로터에게 군거 본능은 원초적인 것이지만, 프로이트는 지도자가 부재하는 군거성 기반의 트로터 서술의 한계를 지적하며, 원초적 본능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는 “어린이는 오랫동안 군거 본능이나 집단 정서와 비슷한 것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138)는 언급에서 원초적 본능이 아니고, 손위의 아이가 질투심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상황에 마주하면, 결국 손아래의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동일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동체 의식과 집단 정서가 생겨나고, 학교에서 더욱 발전한다고 주장합니다.(139)
집단의 기원을 시샘에서 유래했다는 표현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사회 정의와 평등에 대한 요구 등의 사회적 감정(140)이, 앞서 교회와 군대의 집단성에 대한 논의처럼, 평등화가 일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트로터의 원초적 의미의 군거성 보다는, 집단적 평등의 현상을 원하는 상황으로서 <군집 동물>(141)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두머리의 통솔을 받는 집단 속의 개체’(141)라는 주장을 전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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