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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박물학자로서 영국 해군 ‘비글 호’에 승선해 남아메리카를 탐험했을 때, 나는 그곳에 사는 생물의 분포 및 과거에 서식했던 생물들과 현존하는 생물들의 지질학적 관련성에 대한 여러 사실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나는 내가 알게 된 이 사실들이 종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실마리를 제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한 이후 1837년, 나는 이 의문과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보이는 온갖 종류의 사실들을 차곡차곡 수집해 차근차근 검토하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p37 종의 기원과 관련해, 유기체들 상호 간의 유연 관계(affinity)나 발생학적인 관련성, 지리적 분포, 지질학적 천이(geological succession) 및 그 밖의 여러 사항을 고려해 보면, 박물학자는 모든 종이 각기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종(variety)들처럼 다른 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종이 감탄스러울 정도의 완벽한 구조와 상호 적응(co-adaptation)을 획득하기 위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보여 주기 전까지는 이러한 결론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p38 내가 보기에 [창조의 흔적들]이란 책의 저자는 어떤 특정 세대가 지나고 나면 일부 조류에서 딱따구리가 출현하고 일부 식물에서 겨우살이가 나오는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처럼 완벽한 상태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에 그것은 유기체들이 서로 그리고 물리적 환경과 상호 적응한 것에 대해 그 어떤 논의나 해설도 하지 않은 채 주장된 가정일 뿐 그 어떤 설명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p39 따라서 변화(modification)와 상호 적응의 방식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사육 동물들 및 재배 식물들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다 보면 이런 이해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육 및 재배 하에서 일어나는 변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다소 불완전할지라도 최적의 확실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고찰을 토대로 나는 이 초록의 1장을 사육 및 재배 하에서의 변이(variation under domestication)에 관해 기술하는 데 할애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상당량의 변화가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p40 그 다음 장에서는 전 세계의 모든 유기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존 투쟁(struggle for existence) - 이는 개체수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 에 대해 다루려 한다. 이는 맬서스가 말한 원리를 모든 동물계와 식물계에 적용한 것이다. 각각의 종에서는 실제로 생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개체가 태어난다. 그 결과 계속해서 생존 투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복잡하고 때때로 변화하는 생활 환경이라는 조건으로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그 유기체에게 이로운 변이가 나타나게 되면, 그 유기체는 더 좋은 생존 기회를 부여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자연에 의해 선택될 것이다. 이렇게 선택된 변종은 대물림이라는 강력한 원리를 통해 새롭게 변화된 형태를 널리 전파할 것이다.
자연선택이라는 이 핵심 주제에 관해서는 4장에서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우리는 어째서 자연 선택이 거의 필연적으로 개량이 덜 된 생명 형태들의 멸절을 불러오는지, 그리고 내가 형질 분기(divergence of character)라고 이름 붙인 현상을 유발하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그 다음 장에서는 복잡하면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변이의 법칙(law of variation)과 연관 성장의 법칙(law of correlation of growth)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그 뒤를 잇는 네 개의 장에서는 나의 이론에서 가장 분명하고 중대한 난점들을 제시할 것이다.
첫째는 전이(transitions)에 관한 난점으로, 어떻게 단순한 유기체 혹은 단순한 기관이 변화되어 고도로 발달된 유기체 혹은 정교하게 구조화된 기관으로 그 완벽성을 기할 수 있었는가의 문제다. 둘째는 본능, 즉 동물들의 정신적인 능력에 관한 문제다. 셋째는 종 간 교배시의 불임성 및 변종 간 교배시의 가임성에 관한 잡종의 문제, 넷째는 지질학적 기록의 불완전성에 관한 문제다.
p41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는 유기체들의 상호 관계에 대해 우리가 상당히 무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종 및 변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 어떤 종은 넓은 영역에 걸쳐 많은 수로 분포하는 반면, 가까운 관계인 다른 종은 좁은 영역에서 드물게 존재하는지를 과연 그 누가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 상호 관계는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의 안녕(welfare), 그리고 내가 믿는 바로는 장래의 번영 및 변화까지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과거의 여러 지질 시대 동안 생존했던 수많은 생명체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훨씬 더 무지하다. 많은 부분이 분명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매우 신중하게 연구하고 냉정하게 판단한 끝에, 대부분의 박물학자가 품고 있는, 그리고 내가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견해 - 종은 각기 독립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 - 가 틀렸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종이라는 것은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며, 하나의 종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받는 변종들이 그 종의 자손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소위 동일한 속(genus)이락 부르는 집단에 속해 있는 종들은 어떤 다른(대개는 멸절한) 종의 직계 자손들이라는 점을 완전히 확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느 자연선택이 이 변화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주된 방법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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