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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강. 1979년 3월 14일
미국의 신자유주의 (1) : 맥락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독일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소위 프랑스의 신자쥬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전개됐습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전개되던 맥락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 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뉴딜정책을 비롯해 루스벨트가 1933~34년부터 전개한 대략 케인주의적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둘째. 베버리지 계획과 전쟁 중 고안된 모든 경제적·사회적 개입주의입니다. (302) 일종의 사회계약, 즉 전쟁터로 가서 죽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살마들에게 특정한 경제적·사회적 기구를 통해 훗날 고용, 각종 질병과 여타 예기치 않은 사태, 연금 등에 대한 보장을 약속한 사회계약에 근거해서 말입니다. 시카고 학파의 아버지인 시몬스는 이런 사회 프로그램의 총체에 대항하고자 몇 가지 비판적 텍스트를 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소는 트루먼 행정부부터 존슨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전개됐던 빈곤, 교육, 차별에 관한 모든 프로그램과 이로 인해 야기된 국가의 개입주의, 연방정부의 팽창 등이었습니다. (303) 이 세 요소는 모두 자유주의 사상의 적대물, 표적이었습니다.
미국 신자유주의와 유럽 신자유주의의 차이
하지만, 유럽식 신자유주의와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몇 가지 점에서 크게 다릅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기존의 국가이성을 조절하는 원리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독립의 역사적 출발점은 자유주의적 요구, 아무튼 본질적으로 경제적 요구였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자유주의를 통해 자기제한을 한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의 요청이 국가를 건립한 것이죠. (304) 둘째로, 경제정책과 보호주의, 금과 은의 문제, 화폐의 양본위제, 노예의 문제, 사법제도의 위상과 그 기능, 개인과 주의 관계 혹은 주와 연방국가와의 관계 등 미국의 19세기의 모든 정치적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유주의였습니다. 세 번째로, 20세기 중반 이래로 부가되어 위협을 야기하는 요소로서 비자유주의(개입주의적 정책- 케인즈주의적 유형의 경제, 사회적인 계획화 등)가 출현했는데, 그것이 위협을 야기한 이유는 소위 사회화라는 여러 목표들을 도입하고, 제국주의적·군국주의적 기반을 내부에 확립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 미국 신자유주의의 다의성이 나타납니다. 신자유주의가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서 사용되고 재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305)
포괄적 요구, 유토피아의 중심, 사유방법으로서의 미국 신자유주의
미국에서 자유주의는 통치자가 피통치자에게 사용되는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는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일정한 관계의 유형입니다.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개인과 국가 사이의 분쟁이 공공 서비스의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반면에 미국에서 개인과 통치 사이의 분쟁은 자유를 둘러싼 문제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의 자유주의는 좌파와 우파 쌍방에서 정착된 포괄적이고 다형적이며 양의적인 요구와 같은 것입니다. 미국의 자유주의는 항시 재활성화되는 유토피아의 중심 같은 것입니다. (306)
미국 신자유주의의 양상 : (1) 인적 자본론과 그것이 대변하는 두 절차 - 경제 고유 영역에서 이뤄진 경제분석의 진전 (①시간이라는 요소에 의거한 고전적 노동분석 비판, ②비경제적으로 여겨져온 영역으로 확장된 경제 분석)
먼저, 경제 고유 영역에서 이뤄진 경제분석의 진전을 살펴보죠. 미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하다. (307) 고전 정치경제학은 상품 생산이 세 가지 요소, 즉 토지·자본·노동에 의존한다고 항상 엄숙하게 선언했는데, 노동은 항상 탐색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라고 말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노동을 시간이라는 요소로 축소시킴으로써 부단히 무력화하는데 몰두했다는 것이죠. 즉 리카르도에게 노동의 변화·증대는 자본이 더 많은 노동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 이외에 어떤 것도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308)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결국 노동의 비분석은 케인즈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왜냐하면 그에게 노동이란 생산의 요소이지만 그 자체로 수동적인 것이고, 그 투자율이 높은 경우에만 효용성을 갖고 현실성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309)
바로 여기서 신자유주의자들의 분석은 맑스의 비판과 갈리게 됩니다. 맑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추상화 (노동과 관련해 그 힘과 시간만을 고려에 넣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메커니즘)는 자본주의 자체의 오류(자본의 논리, 그 역사적 현실)에서 기인합니다. 이와 달리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추상화한 것은 현실 자본주의가 아니라 잘못된 경제 이론에서 비롯된다고 말입니다. 고전 경제학은 노동을 그 구체적 특성과 질적 변조 내에서 분석할 수 없었고 그 이론 내에 백지·빈틈·공백을 남겨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맑스로 대표되는 철학·인간학·정치학이 모두 노동에 달려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312) 만일 경제학자들이 노동을 매우 추상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고전 경제학자들이 경제의 대상을 자본·투자·기계·생산물 등의 절차로서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신자유주의적 분석이 가져온 인식론적 변동: 경제절차의 분석에서 인간행동의 내적 합리성에 대한 분석으로
이런 주장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분석이 가져왔다고 할 만한 본질적인 인식론적 변동입니다. 신자유주의자에게 경제분석은 대체가능한 선택이라 부르는 바의 속성과 결과를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쟁하는 목표들, 즉 양자택일적이거나 서로 중첩될 수 없는 목적들에 희소 자원이 할당되는 방식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 말입니다. (313) 로빈스의 정의에 따르면 경제의 임무는 인간행동의 형태, 인간행동의 내적 합리성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제학은 더 이상 절차의 역사적 논리에 관한 분석이 아니라 내적 합리성의 분석이고 개인들이 행하는 활동의 전략적 계획하의 분석인 것입니다. 결국 노동에 대한 경제적 분석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314)
경제적 품행으로서의 노동
그것은 노동자에 의해 실천되고 합리화되고 계측된 경제적인 품행으로서 노동이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경제분석 내에서 노동자가 노동력이라는 형식 아래에서의 수요공급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경제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능력자본과 소득으로 분해된 노동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임금이란 자기 노동력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 자본의 소득입니다. (316) 이 자본이란 어떤 사람이 일정 정도의 임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신체적·정신적 요소들의 총체입니다. 즉 노동이란 능력, 경쟁력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노동은 소득, 즉 임금입니다. 혹은 임금의 총체, 신자유주의자들에 따르면 수익의 흐름입니다. (317) 기계/흐름의 총체라는 관념은 어떤 사업에 투자된 자본에게 시장으로 팔려야 하는 노동력이라는 관념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습니다. 이것은 노동력이라는 관념이 아닙니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임금소득을 받고, 그에 따라 노동자 자신이 그 스스로 일종의 기업으로서 등장하는 능력자본이라는 관념이죠.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다시 정의하기: 자기 자신의 경영자
요컨대 경제분석이 그 해석의 기본 요소로서 되찾아야 하는 것은 개인도 아니고 절차도 아니며 메커니즘도 아니라 바로 기업이라는 관념인 것입니다. 기업이라는 단위로 구성된 경제, 기업이라는 단위로 구성된 사회. 바로 이것이 자유주의에 결부된 해독의 원리임과 동시에 자유주의에 의한 사회와 경제의 합리화를 위한 계획인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란 이런 의미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회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호코 에코노미쿠스는 기업가, 그것도 자기 자신의 기업가입니다. (319) 자기 자신에게는 자기 자신의 자본,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 자신의 생산자,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 소득의 원천으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 에에 관해 베커에게서 소비와 관한 흥미로운 이론(새로운 소비자 이론)이 발견됩니다.
“소비하는 인간, 그것은 교환에서의 여러 항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소비하는 인간은 소비하는 한에서 생산자이다. 무엇을 생산하는가? 그가 생산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만족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소비를 기업활동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기업활동으로서의 소비를 통해 개인은 자신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자본에 근거해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어떤 것을 생산하게 된다.” (320)
‘인적자본’ 개념과 그 구성 요소: ①선천적 요소와 유전적 인적자원의 향상이라는 문제,
②후천적 요소와 인적자본 육성이라는 문제(교육, 건강 등)
인적자본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요? 한편으로 선천적 요소와 후천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신자유주의자들은 말합니다. 먼저 선천적 요소를 논의해보죠. (322) 사실 현행의 유전학은 지금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장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23) 만일 여러분이 단순히 내적 요소 및 유전적 요소로서 이해되는 인적자본을 많이 갖고 있는 자녀를 얻고자 한다면, 여러분 쪽에서 반드시 일대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즉 이 투자는 충분히 노동을 하고 충분한 소득을 얻으며 그 자신의 자본 자체 역시 많은 어떤 사람을, 여러분이 배우자 또는 미래의 인적 자본의 공동 생산자로서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입니다. (324) 신자유주의자들이 새로운 분석 유형을 제시한 것은 차라리 후천적인 측면, 다시 말해 개인들의 삶에서 자발적인 인적자본의 구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적자본을 구성한다는 것, 그러니까 소득을 생산하게 되는, 요컨대 이 소득을 통해 보수를 얻게 되는 이 일종의 능력-기계를 구성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물론 교육적 투자(p325 주석 :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임금격차)라 불리는 것을 행하는 것입니다. (325) 건강보호에 관한 모든 문제들, 공공 위생에 관한 모든 문제들은 인적자본을 향상시킬 수 있거나 없는 요소로서 다시 고려됩니다. (326) 또한 이주는 투자가 됩니다. 이주자는 일정한 향상을 얻어내기 위해 일정한 투자를 행하는 자기 자신의 기업가인 것입니다. 이른바 개인들을 그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에 속박하는 것으로서 경제케머니즘의 효과들을 설정하지 않습니다. 행동양식 전체를 개입기업이라는 관점, 투자와 소득으로부터 형성되는 자기 자신의 기업이라는 관점에 입각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327)
이 분석들의 의의 : 사회적-경제적 혁신에 관한 문제의 재론(슘페터), 새로운 경제성장 정책의 개념
이 분석들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조지프 슘페터가 혁신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것입니다. 슘페터에 의하면, 맑스가 표명했던 바와는 반대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는 실질적으로나 항구적으로나 교정됐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슘페터에 따르면 이는 혁신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새로운 기술의 발견이고, 새로운 자원과 새로운 생산성 형태의 발견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장이나 새로운 노동 자원의 발견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328) 아무튼 이런 새로움, 그리고 혁신의 측면에서 슘페터는 이윤율 저하의 교정이 자본주의의 작동과 완전히 동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 문제를 슘페터나 막스 베버처럼 자본주의의 윤리적·경제적·심리적 문제로 다시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혁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혁신의 문제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굳건함이나 경쟁의 항구적인 자극을 신뢰할 수는 없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혁신이 있다면,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면, 생산성의 새로운 형식을 발견한다면, 기술적인 유형의 혁신을 이룩한다면, 그것은 일정한 자본, 즉 인적 자본의 소득, 다시 말해 인간의 수준에서 행해진 투자 총체의 소득에 다름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1930년대 이래의 서구 경제사와 일본경제사를 재검토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국가들이 이뤄낸 엄청난 성장은 인적자본의 구성 등에 대한 섬세한 분석으로서만 설명할 수 있다고 강변합니다. (329) 그리고 바로 이런 측면에서 실제로 모든 선진국들에서 경제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문화정책, 교육정책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물론 제가 방금 전에 논의한 바 있었던 이 요소들 및 정치적 함의들을 제거하는 것이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330) 반대로 문제는 그런 정치적 함의가 그 심각함, 그 밀도 혹은 그것이 야기하는 위협요인이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절차의 수준에서의 분석과 계획화의 유효성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데 있는 것입니다.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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