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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현실원칙을 넘어서
확립된 현실원칙의 역사적 한계 ➜ 억압 없는 문명은 가능하다.
서양문명의 진보를 지배하는 특정한 현실원칙을 규정하려고 한다. 수행원칙은 노동의 사회적 조직에서 도출된 지배와 소외가 현실원칙에 의해 본능에 부과되는 범위는 광대하다(과잉억압)(163). -> 수행원칙:특수하고 역사적인 과잉억압, 잉여가치(소외된 노동)를 산출하기 위해 요구되는 특수한 현실원칙, 문제는 수행원칙에 의한 에로스의 과잉억압에 있다.
(1) 수행원칙 아래서 문명의 진보는 생산성의 수준이 높아졌으나 본능을 계속 억제하는 억압적 조건은 생존경쟁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이익 때문이다. (2) 서구의 철학은 이성을 발전시켜왔으나 감수성, 관조, 향수 등 수행원칙의 특성을 부정한다. 초월적이고 생산적인 자아의 활동 배후에는 자아의 구속이 있다. 타자 속에서의 존재양식으로, 초월적인 것은 휴식하게 된다(164).
수행원칙은 성욕과 파괴본능에 대한 완전한 억압을 강화한다. 역사적인 과정이 수행원칙을 폐기시킨다면 본능도 억압과 전환에서 해방될 것이다. 과잉억압의 점차적인 제거의 가능성을 의미하며 파괴성의 영역은 강화된 리비도에 의해 흡수되고 중화된다(165).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의 본능의 억압은 특정한 역사적 조건으로부터 나타난 것이며 고유성에서가 아니라 외생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본능 자체가 역사적인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 있는 본능의 구조는 없다. 그러나 본능구조와 역사구조의 구별은 역사구조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구조는 두 개의 수준으(166)로 계층화되어 있다. (1)동물적 인간의 발달. (2)문명화된 개인과 집단의 발달이다. 둘은 상호작용 속에 있으나 사회학적인 수준은 다르다. 과잉억압은 사회학적 수준에서 생기고 유지된다(167).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의 본격적 해방의 가능성을 거부한다. 희소성이 지배와 동일하게 영구하리라는 가정에 있다. 만일 자유가 더 높은 단계로 진보하는 것이 문명이라면 본능의 지배를 점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역사적 가능성을 필연성으로까지 취급해야 한다(168). 억압 없는 문명의 가설을 부정하는 것은 주로 죽음 충동이며 타고난 파괴성이 영구한 억압을 산출한다고 했기에 억압 없는 문명의 가설을 도출하려면 죽음 충동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에로스와 죽음 충동에는 외적 방해 세력의 압력 아래 생물체가 포기했던 사물의 초기상태(무기적 존재)를 회복하려는 강한 긴장이 있다(169). 그러나 동물적 인간의 발달은 지질학의 역사를 넘어선다. 인간은 자연사의 토대 위에서 인간사의 주체와 객체가 된다(170).
인간 문명의 발전은 생존을 위한 투쟁에 고유한 것이 아니고 억압적 지배에 고유한 것이며 희소성의 정복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은 더욱 불합리한 것이 되었다(172).
본능(충동)이 외생적인 요인(지질학적, 생물학적 사건)에 의해 사회적으로 획득된 것이라면 이러한 본성을 획득하도록 만든 근본적인 조건이 변하면 본성도 변할 것이다(172). 문명 조건의 변화는 형성된 인간의 본능(성과 공격 충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죽음 충동의 파생물은 오직 성 충동과의 결합 속에서만 작용한다. 삶이 성장하는 한 죽음 충동은 성 충동에 예속된다. 성욕의 발달에 나타나는 질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충동의 표현을 변경한다. -> 그러므로 억압 없는 문명은 가능하다
억압 없는 문명이라는 가설은 성숙한 문명의 조건 아래 억압 없는 리비도의 발전가능성을 예증함으로써 이론적으로 타당화되어야 한다(173).
환상과 유토피아
프로이트에게 의식 영역에서도 현실원칙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신활동인 ‘환상’이 있다(175). 환상은 정신구조 전체에서 결정적인 기능을 한다. 무의식의 가장 깊은 층과 의식의 가장 높은 생산물(예술)을 연결시키고 꿈과 현실을 연결시킨다. 환상은 인류의 원형을 보존한다(176).
환상은 태어나면서 동시에 쾌락적인 자아가 현실적인 자아로 조직됨으로써 뒤에 남겨진다. 이성이 지배하게 된다. 이성은 불쾌하지만 유용하고 정확하다. 환상은 유쾌하지만 쓸모없으며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억제되지 않은 욕망과 충족이다(177). 환상(상상력)은 개인이 현실에 의해 형성되기 이전의 영혼의 구조와 경향을 보존한다. 상상력은 하부 역사적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며, 쾌락원칙의 지배 아래서 이루어졌던 보편과 특수의 즉각적 통일의 이미지를 보존한다. 그 후의 인간역사 전체는 근원적인 통일의 파괴에 의해 특징된다. 인류는 개인들과 세계 사이의 항상 새로워지는 의식적 갈등 안에서 생활하며 수행원칙 아래서의 진보는 이러한 갈등을 통해 진행한다. 일차적 본능은 그 진보에 의해서 끊임없이 전환되며 이 속에서 두 본능이 모두 정복된다. 적대적 개별화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에 대항해서 상상력은 인류와 고대적 과거와 공동으로 개인(178) 전체의 요구를 보존한다.
환상이 형식을 갖출 때,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인 우주를 창조할 때 상상력의 진리는 예술 안에서 실현된다. 환상의 인식 능력을 분석하는 것은 미학에 이르게 되고 그 형식에는 지배의 논리에 의한 영원한 반항, 수행원칙의 비판이 있다. 예술은 ‘억압된 자들의 귀환’이다. 수행원칙의 지배 아래서 예술은 제도화된 억압에 반대하여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구속된 상태에서 구속에 대한 부정에 의해서만 예술은 자유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179).
세계가 깨어났을 때, 언어가 잠들었다.
환상은 삶의 충동(본능)이 억압 없는 충족에 도달하는 에로스적인 현실을 목적으로 한다. (182).
수행원칙의 역사적 필연성으로부터, 그리고 역사적 필연성을 넘어선 수행원칙의 영구화로부터 프로이트는 다른 현실원칙 아래서 또 하나의 문명 형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억압 없는 현실원칙은 역행의 문제이다. 억압 없는 현실원칙이 역사적 현실, 즉 발달된 의식의 문제가 되며, 환상의 이미지는 인류의 정복되지 않은 미래를 이야기한다(183).
현실원칙에 의하여 자유의 행복에 부과된 한계를 최종적인 것으로 수락하기를 거부하(184)고 ‘무엇이 가능한가’하는 질문에서 환상의 비판적 기능이 있다.
예술은 혁명과 동맹한다. 상상력의 참된 가치에 귀속되어 있는 비타협성은 현실을 더욱 완전하게 이해한다. 예술적 상상력의 명제가 사실들의 현실적인 조직으로 보아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상상적인 진실의 본질에(185) 속한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거절’을 표현한다. 이는 불안없는 삶이라는 자유의 궁극적 형태를 추구하는 투쟁이며, 불필요한 억압에 대한 항거이다. 오직 예술의 언어 안에서만 定式化될 수 있다.
수행원칙에 대한 부정은 의식적 합리성의 진보를 수반하는 것이(186)다. 수행원칙의 부정은 문명의 고도한 성숙을 미리 전제한다. 인류의 역사는 본능의 변전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프로이트의 가설에 따라 세 번째 전환점은 문명이 도달한 고도 수준에 위치할 것이다. 객관세계를 자기실현의 무대로 정복하고 점유하는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주체가 주역이다. 억압적 현실원칙의 이론적 근거인 희소성의 기초가 문명의 진보에 의해 침식될 때 프로이트의 본능이론에 포함된 역사적 요인은 역사 안에서 성취된다(187).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의 화해는 과잉억압이 제거될 수 있을 만한 정도로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는 문명상태를 가설로 한다. 역사의 원시적 시초에 위하는 본능은 희소성의 억압 없는 분배를 가리킨다. 역사의 극도로 성숙된 단계에 위치하는 본능은 희소성을 정복한 후에 완전히 발전된 산업사회의 합리적인 조직에 관계된다.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한 과잉억압이 본능에 부과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본능의 발달은 비억압적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의 일반적 충족이며 인간존재에 소외된 노동의 지배가 없다(188).
성숙한 산업사회는 노동의 일반적인 자동화와 노동시간의 최소화, 기능의 교환가능성 때문에 소외가 완전하게 된다. 노동시간의 단순량이 자유를 위한 첫째 필수조건이다. “진정한 문명은 가스나 증기나 회전무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원죄의 자국이 감소되는 데에 있다”-이것은 수행원칙의 지배를 넘어선 진보의 정의이다(189).
프로이트의 자유로운 리비도와 노동과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적대적이다. 합리적인 사회조직의(190) 최적 조건일지라도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노동이 필요하다. 본능의 억압과 사회적 금기를 질적·양적으로 강화한다. 문명은 만족의 불쾌한 지연에 의존한다. ‘본능의 억압-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문명’이라는 구도를 ‘본능의 해방-사회적으로 유용한 작업-문명’이라는 구도로 변형해야 한다. 현행 본능의 억압은 지배의 이익 때문에 부과된 노동의 특정한 사회적 조직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잉억압의 제거는 인간 존재를 노동의 도구로 만드는 조직의 제거이다. 억압 없는 현실원칙의 출현은 노동의 사회적 조직을 변경하는 것이다. 에로스의 해방은 항구적 작업관계를 새롭게 창조한다.
근대 문화의 생산성의 가치는(191) 자연의 정복과 변형의 정도-지배되는 기술환경에 의해 자연환경을 진보적으로 대치하는 정도를 가리킨다. 노동의 구분이 생산설비의 효용에 적합할수록 생산성은 쾌락원칙과 더욱 더 갈등하게 되고 생산성이 목적 그 자체가 된다. 능률과 억압이 한데 모인 생산성 개념은 역사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행원칙의 한계이다. 새로운 현실원칙을 요구하면서 자유를 보존하려는 상상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수행원칙의 성과가 수행원칙의 제도를 능가하게 되(192)면 인간은 노예화를 벗어나서 자유로운 발전을 추진하게 된다. 진보는 소외된 노동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 능력의 자유로운 놀이를 위하여 시간과 정력을 해방할 수 있다. 노동의 소외가 완전할수록 자유의 가능성은 증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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