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장치학을 위한 서론
1.
오늘날 장치는 법·정치적 규약이나 서식, 군사조직, 제도나 법령, 연극무대, 영화 메커니즘, 설치미술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된다(91). 장치라는 단어를 의미 있게 사용하기 시작한 학자는 푸코이다(92).
질 들뢰즈 | 아감벤 |
「장치란 무엇인가?」(1988) | 「장치란 무엇인가?」(2006) |
장치는 가시성의 곡선, 언표행위의 곡선, 주체화의 선 등 이질적인 선들의 다선형임. 이 선들이 균열, 간극, 단층을 이룸 | 헤겔의 실정성 개념 속에서 푸코의 장치의 뿌리 찾아냄 |
푸코의 철학 전체 분석 틀로 설명 | 푸코는 장치에 명확한 정의를 내지 않는다고 함. |
푸코 철학의 선들이 끊임없이 이동해갔는지 지도처럼 제작해냄(93). 장치의 사용법 추적 | 장치의 유래 추적, 장치 단어의 근원을 찾아줘 ‘개념’으로서의 시민권 줌(94) |
2.
실정성이란 바깥에서 이성에 강제로 주어진 것으로서 보편적인 아닌 역사적인 것이다(96). 아감벤이 읽어낸 헤겔의 실정성은 ‘역사적 제도를 가리키는 너무 헐거운 개념이다. 둘을 이어주는 고리는 어원상 가깝다는 것밖에 없다. 푸코에게 실증성은 담론들의 단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체계, 대상, 정식화 유형, 개념, 언표 속에서 작동된 의견들을 지배하는 체계이다. 담론적 실천에 규칙을 부여하고 한정하는 것이 실증성이다(97).
장치의 ’역사성‘을 강조하려면 아감벤은 실증성이 아니라 ’역사적 선험‘에 주목했어야 했다. 역사적 선험이란 언표될 수 있는 것과 될 수 없는 것 사이의 나눔과 이어져 있는, 가시적(98)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근원적인 분배이며 임상의학의 경험 영역과 합리성 구조를 정의하는 조건들이다. 또 경험이 철학에 반영되고 합리성이 형성되기 위한 바탕이다. ’역사‘와 ’선험‘ 조합은 언표들을 위한 현실성의 조건이다. 언표들의 출현의 조건, 공존의 법칙, 존재양식의 특이한 형태, 그들을 존속·변환·분산시키는 원리를 식별해내는 것이다. 경험에 현실적으로 주어질 역사의 선험이다(99).
푸코의 선험은 ’순전히 경험적‘이고 우연적이며 불안정한 것으로서 ’역사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푸코는 역사적 선험의 단절, 변형, 문턱에 관심이 있었다. 역사적 선험과 장치는 ’구조‘인 동시에 어떤 유형의 ’발생‘을 특징으로 갖는다. 하지만 역사적 선험은 여전히 담론적 실천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장치‘ 개념에 의(101)해 극복 되어야 했다. 장치는 앎의 유형들을 지탱하며, 그것들에 의해 지탱되는 힘관계의 전략들이다(102).
3.
푸코는 담론에서 ’권력장치‘에 대한 분석을 선언한다. 권력장치는 언표, 담론, 모(102)든 형태의 표상 등 담론적 실천들을 형성하고 생산하는 심급으로 간주된다. 인식에 내재적인 언어적 조건과 외재적인 사회적 조건들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푸코의 권력장치에 대한 방법론이 지식의 고고학에서 권력의 계보학, 윤리의 계보학으로 이행했다고 본다. 하지만 ’담론‘과 ’실천‘이라는 두 극으로 푸코의 틀을 바라보면 연속성을 보게 될 것이다(103).
푸코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 “인간을 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실증적 조건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졌다(105). 광기에 대한 경험이 인간의 테두리를 한계 짓는 나눔과 배제의 구조(이성/비이성, 가시적/비가시적, 사유할 수 있는 것/사유할 수 없는 것)(106)를 통해 형식을 갖게 됐다고 보며 이 구조를 지탱하는 역사적 집합을 물었다. 역사적 집합에 속하는 것들은 ’장치‘를 구성하는 이질적 요소들이다. 장치 속에서 광인이라는 주체, 광기라는 대상이 구성된다. 장치는 광기가 경험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을 이룬다. ’장치‘라는 개념의 도입은 권력-지식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시도였다(107).
푸코의 ’권력장치‘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국가기구나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에 대한 비(108)판을 함축한다. 특히 개인들에게 실행되는 미시적인 권력에 관심을 가진다(109).
4.
들뢰즈의 『감시와 처벌』 도식 『광기의 역사』 도식(112)
형식 | 실체 | |
내용(빛의 체제) | 감옥 | 수감자들 |
표현(언어의 체제) | 형법 | 범법행위 |
형식 | 실체 | |
내용(빛의 체제) | 구빈원 | 광인 |
표현(언어의 체제) | 정신의학 | 정신병 또는 광기 |
담론 영역은 실천적·제도적 영역과 공통 구조에 복종하는 것만이 아니다. 담론 형성체에는 일종의 자율성이 있다. 또 상이한 담론들 사이에는 동형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판옵티즘‘이다. “감옥이 공장이나 학교, 병영이나 병원과 흡사하고 모든 기관은 감옥과 닮았다.” 판옵티콘은 “이상적인 형태로 압축된 어떤 권력메커니(113)즘의 다이어그램”이다(114). 빛과 어둠의 분배만이 아니라 ’상상‘과 ’허구‘의 문제이다(115).
주권자와 다름없는 한 명의 감시자가 모든 수감자들에게 감시라는 눈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옥의 건축 형식에 의해 시선과 관련해 비대칭적인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수감자들이 감시자의 시선을 내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투명함에 의한 권력‘, ’조명‘에 의한 예속화의 정식이다(116). 감옥 안에 있는 “모든 것이 가시적이고 가독적”으로 됐다는 사실이야말로 규율권력의 핵심이다(117).
5.
인간은 기술의 본질인 몰아세움(장치)의 위험을 모른 채 자기 자신도 다른 존재자들처럼 한낱 부품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하이데거는 ’숙고적 사유‘와 ’초연한 내맡김‘을 대안으로 제시한다(118). 기술의 본질을 숙고하며 장치를 우리 시대 최고의 위험으로 경험할 때 우리는 기술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게 된다. 기술과의 관계를 재정립(119)하는 것이 열쇠이다. 기술의 본질 자체와 대면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치의 극복 변형은 하나의 사건처럼 도래하며, 이 사건은 도래하기 ’미리 앞서‘ 인간을 호출하고 있으며 인간은 이에 응답해야 한다.
몰아세움(장치)은 ’주체‘의 의미를 바꿔버린다(120). 모든 존재자의 바탕으로 쓰이던 개념이 근대에 들어서면 인간 존재에게만 한정된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가 서로 속함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로 양분됨으로써 근대 기술의 작동 조건이 놓이게 되었다. 현대 기술의 본질인 몰아세움에 의해 도발적으로 요청되어 비은폐된 것은 ’부품‘이며, “부품의 의미로 놓여 있는 것은 더 이상 대상으로서 우리와 마주 서지 않는다.” 인간 역시 산업들에 의해 사물 또는 자연에 대고 에너지를 채굴해내도록 도발적 요청을 받고 있다(121).
오늘날 인간이라는 ’주체‘는 ’장치‘를 통해서만 주체가 된다. 인간이 사물과 자연에 대해 갖던 주체적 우위관계마저 사라진다. 인간 역시 사물 중 하나이다. 주체는 장치에 의해 닦아(122) 세워진 ’~로서‘의 주체, 장치가 뽑아내려고 겨냥한 ’기능‘을 구현한 부품일 뿐이다(123). 장치란 주체-기능을 생명체에 꽂아넣음으로써 주체를 생산해내는 것인 셈이다.
규율권력이 지속적으로 실행되기 위해 ’글쓰기‘의 사용이 요구됐다. 생활기록부(124), ’이력서‘ 등이 대표적인 예다(125).
6.
규율사회에서 통제사회에로 넘어가면서 판옵티콘은 ’생체인식‘ 장치에 포개진다(127). 생체인식이란 ’생명‘을 ’측정‘(척도)해 사람을 인식하고 식별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더 이상 인간 종이 아니라 ’생명체‘이다(128). 아감벤이 외국인 지문날인 조치에 항의한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체인식은 주체성의 가장 사적이고 가장 소통(129)불가능한 요소를 등록하고 파일로 정리한다. 인격과는 무관한 순전히 생물학적인 정보들로서 ’벌거벗은 생명‘이다. 둘째, 신분증사진은 ’범죄사진‘에서 유래한 것으로 시민들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 셋째, 신분증사진과 유대인 등록 사진은 같고 민주주의적 주권의 구성원들과 전체주의의 유대인들은 동일한 생체인식 장치에 사로잡혀 있다.
프랑스의 알퐁스 베르티용의(130) 『법정사진』(1890), 영국의 프랜시스 갈톤의 『지문』(1892) 출간 뒤에야 생체인식 방법에 대한 ’지식-담론‘이 체계를 갖췄다. 베르티오나쥬는 베르티용이 개발한 신체측정, 언어묘사, 초상사진 등 식별기술의 총합을 뜻한다. 인간의 신체를 14개 측정 부위(키, 발크기, 손, 코, 귀, 머리둘레, 머리 길이, 흉부 등)에 따라 분류하려는 기획이었다(131).
행동 특징의 경우 규율장치에 의해 영향받는다. 생체인식 장치의 주요 기능은 ’추적가능성‘에 있다. ’흐름‘ 또는 흐름의 ’흔적‘을 추적하고 통제한다(132).
규율장치는 개인의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시물리적인 것이었다. 반면 오늘날 생체인식 장치는 ’원거리‘에서 작동하며 그것의 폭력(134)은 접촉하지 않는 ’버추얼‘한 것이다.
’빛‘은 빛과 어둠을 더 이상 나누지 않는다. 가시적인 곳과 비가시적인 곳의 구분불가능성 속에 노출되어 있으며 자신이 감시받는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없다. “개인의 신체를 둘러싼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가시성”이라는 판옵티콘의 과제는 이제야 완수된다(135).
한 개인의 독특성을 식별하는 일이 오로지 장치에 달려 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본질을 닦달해 밖에 세우는 한 방식이다. DNA는 한 개인의 ’운명‘이며, “생명 자체에 고유한 역사성”은 제거된다(136).
푸코는 오늘날 주요 목표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거부하는 일이며 국가와 국가에 연결되어 있는 개별화의 유형 둘 다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원거리 다중 생체인식 장치는 힘관계의 놀이를 배제한다. ’내 내밀한 부분을 알리지 않을 수 있음‘의 능력을 빼앗기게 된다(137).
'세미나 발제문 >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키비아데스 / 플라톤 / p.72~118 (0) | 2022.06.05 |
---|---|
알키비아데스 / 플라톤 / p. 21-71 (0) | 2022.05.22 |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 69~본문 끝 (0) | 2022.05.08 |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 ~p68 (0) | 2022.05.01 |
『장치란 무엇인가? 』2,3장 아감벤 2022.5.1. 바다사자 (0) | 2022.04.30 |
- Total
- Today
- Yesterday
- 공화국
- 이데올로기
- 헤게모니
- 옥중수고
- 그람시
- 루이알튀세르
- 한국전쟁의기원
- 브루스커밍스
- 알튀세르
- 로마사논고
- 야생의사고
- 무엇을할것인가
- 루이 알튀세르
- 안토니오그람시
- 계급투쟁
- 이탈리아공산당
- 스피노자
- 옥중수고이전
- 레비스트로스
- 신학정치론
- 검은 소
- 집단심리
- 딘애치슨
- 생산양식
- virtù
- 개인심리
- 의식과사회
- 프롤레타리아 독재
- 생산관계
- 마키아벨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