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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
레비-스트로스의 사상과 ‘슬픈 열대’(박옥줄)
1.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구조주의는 본질적으로 독립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라캉, 알퀴세르, 바르트, 푸코를 들 수 있다. 라캉은 프로이트류의 초현실주의로부터, 알튀세르는 맑스주의로부터, 바르트는 문학비평으로부터, 푸코는 철학으로부터 각각 그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놀랄 만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민족학자로서 남북미 원주민들의 사회조직이나 행위를 연구함에 있어서 그가 사용했던 방법을 구조주의라고 불렀다. 구조주의는 민족학적 분석방법으로부터 철학적 주장에까지 확대되었다(64).
레비는 구조주의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조화에 대한 탐구이며 대상들 가운데 내재하고 있는 관계의 체계를 발견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행위가 하나의 화학적 요소처럼 과학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는 자연이나 사회현상에는 임의적이 넋이 결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원주민 사회를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여 사회 내에서 신화·친족·결혼 등의 법칙과 체계를 규명해내는 것읻. 목적은 인간성을 탐구해내는 것이다(65).
오늘날 구조주의라고 부른 것은 적어도 방법론적 차원에서는 레비스트로스에 의해 가장 체계적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구조주의는 하나의 세계관 또는 이데올로기로까지 확대되고도 있다(66).
2. 레비-스트로스의 생애
1908 | 벨기에의 브뤼셀 출생, 부친이 유대계 프랑스인. 생후 베르사유 이주, 부친과 숙부 화가, 조부는 유대교 율법 선생, 어려서부터 교회의 벽화나 성화(66)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았음. |
고등학교 | 파리 거주, 파리 대학에서 철학 공부 |
1931 |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최연소자(23세)로 합격 |
1935 | 셀레스탱 부글레의 소개로 브라질의 상파울루 대학 사회학 교수 취임. 아마존강 유역 원주민 사회 답사 기회, 민족학적 조사 실시, 1936년 최초 논문 발표 |
1938 | 브라질 원주민 사회조사단 참가, 이때 조사한 네 원주민 부족의 민족지가 『슬픈 열대』의 주요 내용 이룸 |
2차대전 | 영국과 프랑스간 통역 장교, 프랑스 점령 후 미국으로 달출,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으로 8년 연구 생활→로위, 보애스, 크로버, 린튼 등과 친교와 이론적 영(67)향, 야콥슨(구조주의 언어학자)에게서 구조언어학의 방법론 습득 |
1954 | 야콥슨과 공동으로 「언어학과 인류학에서의 구조적 분석」 집필 |
1946 | 2년간 주미 프랑스 대사관의 문화고문 |
1948 | 파리 인류학박물관 부관장 |
1949 | 『친족의 기본 구조』 출간, 구조주의 방법을 결혼 및 친족체계에 적용, 인류학자 지위 확고해 짐 |
1950 | 파리 대학 고등연구원의 제6분과(원시종교) 연구교수, 연구와 저술활동. 『인종과 역사』(1952),『슬픈 열대』(1955),『구조인류학』(1958) 저술 |
1959 | 콜레주 드 프랑스에 사회인류학 연구실 취임, 구조주의 방법을 두 번째로 적용하기 위해 신화학에 몰두 |
1962 | 『야생의 사고』 출간, 난해성과 사르트르의 역사관 비판으로 당시 사상계에 충격 줌(68). |
1964 | 『신화학』 제1권 「날것과 익힌 것」 |
1966 | 「꿀로부터 재까지」 |
1968 | 「식사법의 기원」 |
1971 | 「벌거벗은 인간」, 신화학의 전 체계 완성(69). |
3. 구조주의의 이론적 배경과 성과
인류학의 본질적인 탐구대상은 인간에 관한 학문으로서 ‘인간이란 무(69)엇이냐’ 하는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인간의 고유한 속성인 인간성이 어떻게 자연과 대립을 이루거나 혹은 조화하면서 하나의 문화 속에서 인간성의특질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확대하여 이드는 자연적인 것이며 의식적인 에고는 문화적인 것이라고 가정하게 되었다. 무의식의 구조를 통해 인간정신에 접근하려고 했는데 구조언어학을 통해 접근하였다(70).
레비스트로스는 현실과 논리를 동일한 변증법적 과정에 따랐고 관념과 행위는 인간정신의 근본적 범주라고 가정하기에 합리주의자로 규정한다. 보편적인 인간정신은 경험적 실체를 구성적 단위로 분화시키고 상호관계 체계로 조직되며 가능한 조합을 지배하는 어떤 법칙을 이룬다. 인간정신과 언어를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특정언어에는 구체적인 일반성이 포함되어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의식적이고 다양한 사회현상을 보다 근본적인 무의식적 실체의 의식적 표현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정신과 언어의 세계는 내용(72)이 무한히 다양하지만 법칙은 항시 제한되어 있다. 언어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언어는 과학적 연구가 가능한 두 개의 기본적 특성을 나타낸다. 첫째, 언어행위는 무의식적인 사고의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상이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음운 혹은 음운론적 대립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정신의 구조와 사회관계의 복합적 전체는 현대언어학 방법론으로 가장 적절히 연구될 수 있다고 보았다.
문화에 대한 그의 이미지는 하나의 구문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특정한 의식·교환·신화 등의 인간행위를 음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은 요소들의 진실한 상호관계를 나타내준다. 사회현상의 각 요소는 오직 내재적인 체계의 수준에서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모든 문화를 하나의 의사전달부호로 간주하고 모든 사회과정을 하나의 문법으로서 취급한다(73).
1) 구조의 개념
전체적 실체에 관해서는 논란이 없지만 부분 자체의 성질에 관해서는 매우 상이한 견해들이 존재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사회구조의 연구 목적은 사회관계를 이해하는 것이고 사회구조란 경험적 실체와 관계가 없으며 단지 경험적 실체를 따라 설립된 모델에 관계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관계는 사회구조를 구성하는 모델이거나 혹은 모델들이 설립되는 사회적 경험의 원자료이고, 반면 사회구조는 다른 인식론적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주어진 사회에서 기술될 수 있는 사회관계 전체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었다. 레비의 구조 요건은 첫째, 구조는 한 체계의 특성을 나타내며, 구조를 이루는 몇 요소의 변화는 다른 모든 요소에 변화를 초래하게 한다. 둘째, 주어진 모델은 변형이 일어났을 때 동일한 모델들의 한 집단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모델의 요소 가운데 하나 이상이 수정받게 되면 그 모델의 반응정도를 예(74)측할 수 있게 한다. 넷째, 모델은 관찰된 사실들을 즉각적으로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만 한다. 즉 내적 일관성을 지녀야만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델 개념은 프랑스 사회학파의 방법과 프라그 언어학파에 의해 발전된 양분법과 결합되어 독특하고 강력한 분석체계를 구성했고 그의 구조주의적 방법을 통해 구체적인 문화현상 연구가 시작되었다(75).
2) 연구작업
『친족의 기본 구조』는 ‘자연’으로부터 ‘문화’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을 탐구한 작업이다. 미개인인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견해와는 반대로 자연적 환경이 제공하는 것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근친금혼의 본질을 설명한다. 이제도는 문명사회나 미개사회나 인간사회(75) 어디나 보편적인 현상이며 인간을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경계선이다. 그 원인을 레비는 친족체계의 기능은 남녀의 성적 결합이나 위계질서의 유지라는 면보다는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여자의 자유로운 순환’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여자를 집단 간에 교환할 수 있는 기호로 간주하여 이를 교환함으로써 서로가 공통적인 유대와 협력관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혜성의 원칙이라는 교환구조에 의해 설명한다. 이 호혜성은 자연적 질서의 모순을 합치시키고 초월함으로써 인간성을 확신하는 인간의 수단이다. 결혼에 의한 집단 간의 규칙적인 여자 교환은 자연과 문화의 대립관계를 해결하고 여자에게 자연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기능과 문화적 가치의 이중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사회집단들의 상이성을 확립하여 사회집(76)단을 서로 구별하고 결합시키는 주요한 수단인 호혜성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들과 그들’이라는 기본적 구별이 호혜성의 원칙과 연관되어 근친금혼에 의해 확립되는 것이다(77).
친족구조는 사회생활의 필요, 그 자체의 구속성을 사고의 실천에 강요하는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인간정신의 구조에서 파생된 것인지 확실치 한다는 곤란성을 가진다. 레비는 정신이 어떤 법칙을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신이 자유롭게 구조적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음직한 신화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신화란 하나의 이론적 질서를 지닌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자연현상을 사용한 것이다. 인간정신 구조 속에 이미 존재하는 세계에 관한 하나의 영상이다. 한 집단이 갖는 꿈이나 그 집단의 심층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경험이 일정한 사고형성의 법칙에 따라 표현되는 것이다(78). 레비는 여러 가지의 상이한 신화를 상호 관련시키는 결합관계를 탐구한다. 하나의 복합체계 내의 모든 요소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그 단위가 나머지 부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상호관계에 관한 분석에서 파생될 수 있다는 언어학적 과정에서 출발하여, 본질적으로 상이한 수백 가지의 신화들을 동일한 유형에 짜 맞추었다. 그러나 신화·전설·의식·축제 등의 자료를 무시하여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터 벗어난다. 필요에 의해 선택된 신화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오직 양극대립의 변증법으로 체계화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신화가 하나의 언어이며, 구조주의가 언어학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만으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적 분석이 타당성을 지닌다고 가정할 수 없다. 또 현대 과학적 사고와 선사의 신화적 사고 간에 질적 차이를 두지 않는 점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반면 신화 구조의 성격에 대한 놀라운 분석은 상징주의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고 있다(79).
4. 『슬픈 열대』의 내용
『슬픈 열대』는 1937년~1938년 브라질 내륙지방의 네 원주민 부족인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에 관한 민족지가(79) 중심이다. 또 일종의 지적 자서전의 형태로 기술되어 있다. 2차 대전 중 미국 망명과정과 아시아 지역 방문 여행기로 언급된다.
제1부 | 뉴욕 밀할과정과 선상여행의 추억담이 회상형식으로 기술 |
제2부 | 1934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의 사회학 교수에 취임하게 되는 과정과 민족학자가 된 이유 설명, 제7부 ‘일몰‘에서는 선상에서 수평선상의 대기와 구름의 변화를 섬세한 관찰력과 예리한 필치로 광경 묘사 |
제3부 | 항해과정 신세계와 구세계 간의 희망과 몰락, 정열과 무기력 표현, 상파울루와 열대지방 인상 기록 |
제4부 | 현지조사를 위한 예비답사의 내용(80) |
제5부~제8부 | 네 부족들을 조사하게된 과정, 각각의 사회의 문화 소개·분석 |
제9부 | 귀로, 인도·파키스탄 여행기, 종합·정리, 문제점과 모순 해결 시도(81) |
1) 민족학에의 입문
첫째 | 17세 때 마르크스 사상 접함. 맑스를 통해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철학의 조류 접촉. 사회과학(82)은 사건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음을 깨달음. 하나의 모델을 설정하여 속성과 실험실의 테스트에 반응하는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관찰 결과를 경험적 사건들의 해석에 적용시킴 |
둘째 | 프로이트로부터 현실 속 이율배반은 진정한 이율배반이 아니란 점을 깨달음. 감정적 활동, 비논리적인 결과들, 전논리적이라는 입증들이 실제로는 가장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 인간과 사물은 형체를 손상시킴이 없이 본질이 이해될 수 있고 그 기본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 |
셋째 | 지질학 연구로 풍경을 구성하는 암석들의 내재적 구조가 존재함을 알게 됨. 시간과 장소 간에 서로 소통될 수 있는 공통언어를 통해 서로 융합될 수 있음을 인식 |
세 학문은 ‘이해’라는 것은 한 형의 현실을 다른 형의 현실로 환원시키는 것이며, 진실한 현실이란 ‘표면의 심층’에 존재하는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감성과 이성의 관계에서 감성적인 것을 그 속성의 희생없이 이성적인 추론에 통합시키는 초이성주의를 지향(83)했다.
레비는 청년기의 지적 갈등을 통해 인류학으로부터 지적 만조감을 발견한다. 인간의 다양한 습관·태도·제도를 연구하는 인류학 가운데서 그 자신의 삶과 성격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브라질 원주민 사회에 대한 민족학적 조사를 하면서 문명인들이 상실해버린 원시적 행복과 결백성의 개념이 레비의 과학적 연구에 낭만적 대칭을 이루면서 전개된다. 서구문명이 원주민 사회를 파괴하는 침략성에 대해 명백한 분노를 나타내며, ‘하나의 사라져버린 실체’를 탐구하도록 만들고 있는 민족학자로서의 직업의 역설을 비통해하니다(84).
레비스토로스가 오늘날 사상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엄격한 과학적인 작업 수행 능력과 이 작업을 반성하고 검토하여 철학적 요소를 추출, 루소와 동일한 방식으로 비관적이 도기도 하고, 마르크스주의의 경제적 해방을 불교적 기원의 정신적 자유로서 완결시킴으로써 동서세계를 조화시키려는 그의 세계관에서 기인한다
남비콰라족에게서 ‘오직 인간만이 남아 있는 사회’를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루소가 말한 자연상태와 같은 종류의 관점이었다. 루소는 인간사회의 공통적인 특성을 구분해냄으로써 미래의 연구방향을 제시해 줄 ‘어떤 (존재하지 않는) 사회 상태’에 관한 모델을 설정하도록 가르쳐주었다. 루소나 레비스트로스는 이 모델에 가장 접근하는 사회를 ‘신석기 시대’라고 생각한다(85).
2) 원주민 사회의 비애감
미개사회는 인간성에 관한 전체적 체험을 거의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와는 다른 종류의 사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세상에는 더 우월한사회란 없다는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구 사회의 폭군적 습관과 서구인처험 행동하지 않으려는 사회를 야만적이라고 경멸하는 것은 ‘민족적 우월감의 사상’ 태도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서구사회는 ‘과열된 혹은 동적 사회’라고 부르며 종합의 재능과 인간적 교환의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사회를 ‘냉각된 혹은 정적 사회’라고 부른다(85).
냉각된 사회 | 개인당 에너지의 양을 거의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계적이다. 원초적 상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기록된 전통이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사회들은 매우 민주적이며, 위계의 서열에 의한 인간적 파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
과열된 사회 | 열역학적이다. 하나의 스팀엔진처럼 에너지를 산출하고 소비하면서 갈등을 통해 발전해왔고 기술적 비약을 이룩해왔다. |
레비의 분석은 여러 가지의 다양한 문화유형과 생활형태 중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에 어떤 균형과 조화가 유지될 수 있었던 시점에 초점이 있다. 보로로족의 경우 계급적 위계라는 비대칭성이 반족이란 대칭성에 의해서 균형을 이루며, 주거지역·결혼법칙·무기나 도구의 장식·장례의식·종교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이원주의가 적용되어 기능적 조화를 이룩한다. 남비콰라족 경우 족장의 일부다처제는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심리적 위안과 격려를 제공하는 일부다처의 특권을 대칭적으로 설명, 역할과 권력 사이의 균형관계란 ‘동의’나 ‘계약’을 기반으로 집단이 특권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적 안전의 요소들을 교환하고 족장으로부터 집단적 안전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서 우리들 자신의 사회와는 다른 사회에 대해 객관적 관점을 지니게 되고 우리 사회가 지닌 관습들의 정당성이(88)나 자연스러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비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의 기본적 입장은 진보에 대한 단순한 반대론자를 벗어나서 불교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일종의 용인과 우주론적 체념을 지니고 있다. 진보가 수반하는 문화적 기형과 추악함을 경계하면서, 그의 세계관으로 인해 인간의 욕구나 고난이 감소되는 종류의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진보의 절대성이 그 작용을 멈추고, 기계가 사회적 개선의 과제를 떠맡아 ‘과열된 사회’와 ‘냉각된 사회’의 특징들이 단계적으로 융합되어(89)서, 적어도 진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노예화시켰던 구시대의 속박으로부터 인간성이 해방되는 먼 후일의 시대를 동경하는 것이다.
레비의 탐구의 목적은 루소, 즉 ‘이미 존재하지 않고, 과거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 어떤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는 데 있었다. 이런 상태의 사회란 안정된 전체감을 제공하며 슬픔을 축제에 의해 해결할 수 있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영혼의 지배력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황금 시대’, 이 사회적 상태에서 자연적 인간을 발견해내는 것이었다. 악(90)의 기원이란 육체나 욕망이 아니라 우리들 문명의 역사로서, 신비스러운 조화의 구조를 지녔던 원시적 과거가 파괴되어 소멸하고 있는 것으로서, 열대 원주민 사회는 슬픈 것이다.
5. 구조주의와 반역사적 성격
레비의 구조주의가 하나의 사상체계를 갖춘 것은 『야생의 사고』에 나타나 있는 초이성주의의 조합과 구조적 방법에 의한 새로운 역사의식에 기인한다. 그의 사상은 마르크스주의,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구조주의적 방법론에 함축된다.
미개사회의 원주민의 사고는 고도의 복합적인 형식으로 사고하지만 사용하는 논리는 추상과학이 아닌 다른 종류의 질서를 지녔다. 단일한 부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계속하여 집단화하고, 많은 불연속적 요소들을 단순화시키지 않응 채로 경험세계의 자료들을 재정리하는 하나의 의미론적 체계이다(91). 원시적 사고란 동식물의 세계를 민감하게 이해하고, 우주적 조화를 구축하려는 감각 속에서는 지식 획득의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논리는 구체적이고 감지적이며 심미적인 논법이다. 야생의 사고의 특징은 무시간성이다. 세계를 하나의 통시적·공시적 전체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역사적인 진보에 회의적이라는 비난을 불렀다. 진보란 인간발달 차원에 대한 하나의 범주로서, 어떤 사회가 자기 인식의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언제든지 다른 차원으로 이전되어버리는 동일한 구조 내의 불연속적 다양화일 뿐이라고 간주한다. 이점에서 일종의 절충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는 사실의 묘사에서는 실증주의자지만, 구조적 분석에는(92) 변증법을 사용한다. 맑스의 변증법적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역사 그 자체가 부분이 되고 있는 실체론에 보다 관심을 둠으로써 역사를 상대적으로 경시한다. 이성에 의해 인도되고 있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인간들이 무의식적으로만든 역사, 역사학자들이 의식적으로 만든 역사, 철학자들이 이에 부여하는 해석 사이에서의 의미의 상이성을 제시하고 있다. 레비는 사르트르에게 세 번째의 규정에만 얽매여서 현재의 역사와는 다른 모든 형태의 역사는 오직 우리의 역사와 비교될 때만이 의미를 지닌다고 믿음으로써 지적 야만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역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역사가 존재하고 그 하나 하나 자체의 의미가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한다(93).
구조주의의 본질은 한편으로는 과학주의의 성과를 받아들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이란 특권적 영역이 아니고 오직 과학적 사고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형태로서만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초월적 휴머니즘의 마지막 피난처로서 역사성을 사용하지 않는다
역사는 구조적 변형들을 수세기에 걸쳐서 통시적으로 기록하나 인류학은 공간을 초월하여 공시적으로 기록한다. 인류학적 다양성의 공시성은 야생의 사고 그 자체의 특성과 일치하는 것이다. 역사적 지식이 최고의 특권적 지위를 지닌(94) 것으로서, 다른 형태의 지식보다 우월한 것이라고는 간주하지 않을 뿐이다. 인류학자는 역사를 되외시하지 않는다. 다만 보조적으로 생각한다.
레비에게 역사란 인간사회를 더 좋은 상태로 인도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식의 양식을 기본적으로 변경시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 시간상으로 펼쳐진 인간의식의 조합과정으로서, 인간 정신의 구조적 변형만을 보여줄 따름이라고 한다(95).
구조주의는 어떠한 현실적인 요구도 주장함이 없이 오직 사실들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제공하려 할 뿐이다. 구조주의는 생생한 현실을 거부하는 한편, 현실로부터의 해방을 열렬히 추구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과 인간의 역사는 화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기계적 요소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유물론적인가 하면, 역사가 정신의 일정한 구조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함으로써 관념론자처럼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 비정치적 태도를 취하려고 하지만, 기득권을 옹호하고 이데올로기를 표현한다. 구조주의가 지닌 모든 비일관성은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다(96).
6. 레비-스트로스 사상의 쟁점과 전망
매우 적은 현지조사의 경험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이론에 적합한 자료수집의 선택성을 지적한다. 그의 방법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방법이 쉽게(96) 적용될 만한 지리적·문화적 영역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성적 짜임새는 대단하지만 내용이 매우 빈약하다는 사실로 특징된다. 공시태가 파악되기 쉽도록 되어 있는 체계 안에서는 통시태는 교란된 상태로 나타난다. 구조와 내용의 뚜렷한 대비로 인해 쉽게 성공했다고 본다.
모든 사회적 활동들을 인간정신의 기계적 요소로 환원시키려고 시도한다고 한다. 인간을 형식적 체계의 창조물로서, 그의 생활은 일정한 구조들에 지배받고 있다고 말한다. 르페브르는 구조주의 역사적 발전에 무관심함은 정치적 지위에 대한 반혁명적 방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도구라고 비난한다. 물론 레비는 구조주의와 정치 체계 간의 어떤 연결도 상정하지 않는다. 구조주의는 아직까지 여러 가지 철학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97)
구조주의에는 두 개의 야심이 함축되어 있다. 인간과학과, 인간 행위는 정신과정의 구속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주의는 구조적 논리로써 문화현상을 이해하려 한다. 또 구조적 연구에 사용되는 상징들은 사회적 가치에 의해 침투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레비의 측정이 그가 제시하려는 것보다는 훨씬 덜 정확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두뇌가 양분적·대립적으로 작용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또한 다른 방식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레비는 인간정신의 무의식의 구조적 측면을 통해서 인간정신에 도달하려고 하는데 그의 접근 방식은 언어학의 방법을 통한 것인데(98) 오늘날 대부분 낡고 부적합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구조주의는 모든 전통적인 휴머니즘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인간의 자유의지는 부정되고 말 것이다. 레비는 구조주의의 적용을 사회인류학의 어떤 부분에만 국한하여 조심스럽게 넓혀오고 있지만 라캉, 알퀴세르, 푸코 등에 의해 일반적으로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는 묵시적 시사를 던지고 있다. 실존주의가 주장하는 주체의 철학이 구조주의에 의해 그 주체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구조주의는 역사란 오직 사회의 신화학일 뿐으로 과학적 연구에 부적합한 집단적 환상으로 간주하는 반역사적 성격까지 띤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사상적 사표가 교체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99).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하나의 도덕적 선택이며, 사회적 완전을 추구하는 하나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원시사회와 역사적 사회 간의 단절을 거부한다. 인간사회의 유토피아란 역사적 온도를 훨씬 낮춘 곳에 존재할 뿐이다. 어떤 자유의 시기와 조화의 사회를 상상한다. 이와 같은 유토피아적 관점에서만이 사회인류학은 최고의 정당화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인간적인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대문명에 대해 분노와 깊은 우수를 나타내고 있다(100).
로랑을 위하여―
나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그런 세대는 멸망해왔고,
또 앞으로도 멸망해가리라.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Ⅲ,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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