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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론 도언10부터 (22.10.17).hw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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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언 10. 선택의 어려움

 

(94) 진화론자가 품종 개량의 기술을 원예와 목축 방면에 사용하여 뛰어난 효과를 거두었는데, 마치 계약을 한 것처럼 확실하였다. 이에 다음과 같은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람도 생물 가운데 하나로서, 영민함과 우둔함의 차이는 있지만 혈기를 가진 신체가 있고 후손을 번식시킨다. 자식이 부모를 닮으면서도 대대로 미세한 차이가 나는 것은 동식물과 다름이 없다. 지금 우리의 기술을 초목과 금수에 사용하여 커다란 효과를 거두었으니, 인류에게 시행한다면 효과가 없을 수 있겠는가?

(95) 지금 사람이 사람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처사에 불과하다. (96)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능력으로서는 아직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예지능력은 하늘에서 타고난 것으로 인력으로 힘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언11. 꿀벌의 무리

 

(97) 꿀벌 사회를 세밀하게 살펴보면, 정말로 고대 정전제 시기의 정치 원리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으며, 근세에는 공산주의자의 최고원리가 되고 있다. (98) 공산주의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위에서 통치하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부의 차이가 있는지 조사하여 각기 원하는 것을 얻게 하고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사회가 태평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꿀벌 사회의 구성원리이다.

(99) 만약 꿀벌 사회에서 정신노동을 하는 꿀벌이 있다면, 틀림없이 수컷이면서 일하지 않는 게으른 꿀벌일 터인데, 이는 여가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떻게 꿀벌 사회를 이루게 한 것인가? 자연은 꿀벌에게 생존의 욕망을 부여하고 자발적인 능력을 보완해주며, 그 이후에 생존경쟁으로 조련하고 자연선택으로 단련시킨다. 그리고 부모를 닮으면서도 대대로 변이를 일으키는 종으로 하여금 스스로 적자가 되어 종족을 보존(100)하게 한다. 이는 태초부터 점진적인 변화가 누적되어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도언12. 인간 사회

 

(101) 사회는 단합이 잘 되어야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외부 세력과 다툴 때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남아남을 수 있었다. 대개 내부의 다툼이 없어져야 사회가 비로소 강해져 외부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 사회가 조류, 짐승, 곤충, 어류 사회와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성이다. (102) 인간의 경우에는 부여받은 본성에 따라 지혜와 재주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능력을 일정한 직분에 한정시켜 확연히 하나의 일만 수행하고 그 나머지 일은 도모하지 못하게 하여 어떤 사람은 선비가 될 수 있어도 농부는 될 수 없고, 어떤 사람은 끝내 소인이 될 뿐 군자가 될 수 없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것이 인간이 금수나 곤충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다.

만물과 싸워 승리한 종이 번성하는 것은 그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종이 될 수 있는 이ㅠ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적합한다는 것은 자기주장을 잘 한다는 것일 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은 사욕이라고 한다. (103) 인간은 모두가 욕망을 갖고 있으며 그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 만물과 경쟁하여 승리함으로써 자연의 선택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지만, 나중에 서로 적이 되어 싸움으로써 자연의 버림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왜 그런가? 자기 주장이 크게 성행하면 사회의 도리가 무너져 인류가 멸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금수 및 곤충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다.

 

[엄복의 해설]

서양 사람들이 지식이 크게 진보하여, 지구는 하나의 행성에 불과하며, 인간은 생물 진화의 한 단계에 불과하여 과거에 생각했던 것처럼 하느님에 의해 특별히 창조되어 천지와 함께 삼재를 이루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도언13. 사욕의 억제

 

(105) 자기주장이 심해지면 반드시 자유가 지나치게 되고, 자유가 지나치면 타인을 침범하기 마련이다. 타인을 침범하면 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싸움이 일어나면 사회가 무너지게 되며, 사회가 무너지면 인간이 존립할 근거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자기주장이 심해지면, 사회의 도덕이 무너지고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타고난 품성으로 보자면 사회를 구성하는 능력에서 인간을 따를 말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타고난 품성에는 반드시 이러한 자기주장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으며, 그것이 갖추어진 후에 비로소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06) 어린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사사로운 자기주장에서 비롯된 듯하다. 사욕으로 인해 사랑이 생기고 사랑으로 인해 인자함이 생기고, 인자함으로 인해 사욕을 극복하게 되는데, 이 점이 바로 인간 사회의 이치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이다.

(107)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찬미와 증오, 비방과 칭찬은 본래 고정되어 있지만, 예속이 이미 형성된 이후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그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은 춥(108)고 배고픈 고통을 받을지언정 그 때문에 생명을 버리지는 않지만, 부끄러운 감정이 마음속에 생기면 생각이 짧은 사람은 스스로 죽기도 한다. 이것은 모두 공감 능력 때문으로, 인간이 금수와 매우 다른 점이다. 공감 능력은 신묘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모든 생각에 찬미와 증오, 칭찬과 비방의 구별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옳은 사람과 그른 사람이 나누어지고, 부끄러워하는 감정과 미워하는 감정이 생겨났다. 인간의 보편적인 도덕은 공감 능력을 지닌 이후에 형성된 것인데, 마음속에 항상 그것을 주재하는 힘이 있다. 그것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양심이라고 한다. 양심은 사회를 보존하는 주체로서 사사로운 자기주장을 억제하여 지나치지 않게 함으로써 사회의 파괴를 막아준다.

 

[엄복의 해설]

인간의 공감 능력이 갖추어진 후에 사회가 이루어진다는 말은,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놓은 잘못된 주장이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109) 진화의 과정에서 사회를 이루는 능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멸망하며 사회를 잘 조직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멸망하게 되었다. 사회를 잘 조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 공감을 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공감을 잘 잘하는 덕목은 자연선택 이후의 일이며, 처음부터 이 덕목을 가진 것은 아니다.

 

도언14. 배려와 도태

(110) 사회가 붕괴되지 않은 것은 사람의 마음에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양심은 서로 잘 공감하는 마음 속에서 생기는데, 그 발단은 아주 미미하지만 효력은 매우 거대한 곳에 이른다. 이것을 교화라고 한다. 교화는 진화의 한 과정이다. 그 효용은 인류의 삶을 윤탁하게 하는 데 있으며, 만물과의 경쟁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냉혹한 자연의 운행 속에서 자신을 보존하게 만든다. 그래서 교화는 본래 자연에서 나온 것이지만 자연의 운행에서 나온 것이지만 자연의 운행에 상반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본래 자기주장이 있어서 만물 가운데 우뚝 설 수 있었지만 자기주장만을 앞세우면 그 사회는 쇠약해져버린다. 사회가 화합되어 교화가 성숙되면 자연의 운행이 소멸하여 자기주장이 줄어들게 된다. 자기주장이 감소하면 절제와 겸손의 풍조가 일어난다. 그렇지만 그 사회 또한 외부 세계와 경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절제가 너무 심하여 자기주장이 사라지면, 사회가 무너지지 않은 적이 없다.

 

(111) 오늘날 세상에서 도덕에 대해 말하는 일들은 모두 평생 실천할 만한 일로 서()만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서고금의 황금률의 가르침은 자기보존과 완전히 부합할 수는 없다. 또 이 방법은 백성과 백성 사이에는 사용될 수 있으나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사용될 수 없다. 무엇 때문인가? 백성에게는 국법이 있어서(112)공정성을 유지하며 올바로 나아가게 할 수 있지만, 국가의 경우 누가 공정성을 유지하며 올바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겠는가?

 

[엄복의 해설]

헉슬리의 주장은 다소 협소하다. 또 그가 거론한 동서양의 명언은 모두 사회학의 최고 원리가 아니다. 최고 원리는 한 사람이 누리는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이다. 이 원리를 사용하면 앞에서 말한 폐해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도언15. 요지개괄

(115) 이제 열네 편에서 논한 바를 종합하여 고찰해보면, 인위적인 선택은 초목과 금수에게는 적용할 수 있지만 인간 사회에는 결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약자를 불쌍히 여기고 장애인을 보호하는 정책은 모두 인위적 선택의 방법과 배치되어 실행될 수 없으므로 의약과 치료의 학문이 폐지될 것이다. 편협하고 잔혹한 정치가 심해지고 자애롭고 부(116)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들어, 그러한 상황이 몇 세대를 지나 사회적 풍속을 이루면, 그 사회가 좋고 나쁜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의지하고 보호해주는 양심을 지니고 있는 자가 거의 사라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인위적 선택은 강한 인간을 길러내려 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약한 인간만이 남게 될 것이다. 인구 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엄복의 해설]

(118) 인구가 날로 늘어나 ㅂ양할 수 있는 식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바로 사람들의 기술과 지식 및 자치능력을 진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119) 만약 생존경쟁이 없다면 사람들이 감각기관과 사유기관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환경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능력이 진보하지 않을 것이다. (120) 승리한 자들은 다름 아니라 지혜와 도덕과 힘이라는 세 가지가 모두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가 뛰어나게 된 후에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확대되며, 생존의 이치가 완비되는 것이다. 이 점으로 볼 때 인구과잉이 인간 사회의 궁극적인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뇌의 일에 비용을 많이 쓰면, 생식의 일에는 비용을 적게 들이게 된다.

이것을 종합해 보면, 사회가 매우 진보하면 사람들로 가득 찰 때라도 인구과잉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출산율은 항상 사회의 진보와 반비례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언16. 진보의 발단

(122) 자연계의 생존 경쟁은 생존을 도모하고자 해도 여의치 않아서 사람들이 먹을 것을 다투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인간계의 생존경쟁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여 타인보다 우월한 지위를 도모하는 것을 가리키는 데, 생존경쟁이 장기간 지속된 후에 비로소 통치자가 권력을 가지고 천하를 통제할 수 있다. (125) 범죄자나 무뢰배가 되는 것은 반드시 천성이 열등해서가 아니라 인간사에 밝지 못해서 그러하다. 이로부터 그들의 종족을 멸절시켜 후손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진실로 합당하지 않은 처사임을 알겠다.

 

[엄복의 해설]

(126) 변화의 속도는 항상 압박하는 환경의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

세상의 변화가 어떠하든지 간에 결국 고통을 뒤로하고 즐거움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는 동식물의 변화가 반드시 자신을 이롭게 한 이후에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언17. 사회의 개선

세상에 실력있는 사람이 반드시 경쟁에서 승리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부덕한 자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가문, 친척, 당파의 지원, 뇌물, 낡은 인습과 통치자의 더리석음과 사욕 등이 그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어느 날 의지하던 물건이 없어지면 밑으로 가라앉아 반드시 자신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의 작용은 한 국가의 백성들을 주전자 속의 물과 같이 만든다. 불을 가열하면 주전자 속에 무수한 원자들 중에서 따뜻한 것은 절로 상승하고 차가운 것은 선회하며 밑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자연의 진화에 따르면서 그것을 방해하는 힘을 제거하면, 경쟁에 승리한 일부는 부귀한 삶을 향유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반드시 최적자인 것은 아니지만 각기 적응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의 수가 많아지면 사회의 전체적인 힘도 두터워지고 자손도 절로 번창하게 될 것이다. 5%의 열등한 자들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것이 사회를 개선하고 인종을 진화시키는 최상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원예사가 초목을 가꾸듯이 종자를 가려 우수한 품종만 남기 필요가 있겠는가?

 

[엄복의 해설]

헉슬리가 이 편에서 말하고 있는 의지하는 것의 제거는 통치자가 제일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할 수 있다면 국가가 부강해지고 사회가 진보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 관계나 군신 관계를 중시하는 자는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스펜서의 사회학에서는 종족 보존을 위한 두 가지 원리를 말하고 있다. 종족을 보전하여 번성하게 하려면, 성년이 되기 전에 얻는 이익은 자신의 능력과 반비례되어야 하고, 성년이 된 후에 얻는 이익은 그의 능력과 정비례되어야 한다.

 

도언18. 창신과 회귀

(133) 고대의 학술에서는 물질과 도덕을 이원화시켰는데 지금은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형이상학자일지라도 과학자들의 방법을 취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그 요체는 세 가지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사실 조사를 하고, 이어서 종합을 하며, 마지막으로 실험을 한다. 그 중 (134)가장 중요한 것이 실험이다. 고대의 학술이 지금의 학술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이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 교화의 시행도 이 방법을 사용하여 조사하고 평가하면, 그 일이 실행 가능한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선조는 인자하지 못한 자기주장으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여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인데, 끊임없이 세대가 바뀌어 아득히 멀어졌지만 여전히 악한 본성이 남아있다.

오늘날 인민은 사회를 조직하여 각기 흩어져 살지 않아서, 사욕을 지나치게 부리면 사회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에 의지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완성하면서 타인을 완성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분노와 욕정을 억누르고 이기심을 억제하여 사회를 우선하는 것이다.

 

[엄복의 해설]

앞에서 나는 서양의 경제학이 가장 정밀하고 보편타당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쌍방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진정한 이익이라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볼 때 헉슬 리가 이 편에서 말한, 사욕을 억제하고 사회를 위하는 일은 즐거움이 없지만 그 효과의 아름다움이 즐거움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이치상의 오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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