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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투피 카와이브족
30. 카누를 타고
6월부터 9월까지 석달 째 고원지대를 떠돌았다. 우티아리티에서 주루에나→주이나→캄(581)푸스 노부스→빌례나→고원 바로 밑에 위치하는 마지막 전신국들인 트게스 부리티스와 바랑 데 멜가수로 향했다. 도중에 어떤 원주민 무리를 만나기라도 하면 인구를 조사하고, 각 무리의 명칭·친족 관계의 용어·혈통·재산목록 등을 알아본다(582). 점차 풍경이 바뀌어 숲 지대가 시작되고 맑은 시냇물은 흙탕물로 바뀌어갔다(583). 바랑 데 멜가수 전신국 위로 초원 가장자리가 이어지고 마샤두 강의 계곡이 아마존 숲 속으로 뻗어가며 1,500km 떨어진 베네수엘라 국경까지 이어진다(584). 비가 내릴 때가 임박하였고 그러면 사막은 초원으로 변모할 것이기 때문에 탐험대는 거기서 흩어지기로 했다. 레비는 마데이라 강을 거쳐 볼리비아를 비행기로 횡단한 후 브라질의 코룸바를 거쳐 쿠이아바로 가기로 했다(585)
피멘타부에누 전신국에 도착하여 인디언들에게서 아직도 원(588)시적인 상태로 남아 있는 투피 카와이브족에 관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오래 전 보고서들에는 이미 완전히 사라져버린 부족이었다. 그래서 모험기를 지닌 행상인인 바이아라는 흑인에게 빨간 플란넬 천을 주고 그의 안내로 피멘타부에누 강을 거슬러 올라가(589)는 즉흥적인 모험을 떠나게 되었다. 민족학자에게 미개사회에 침투하는 최초의 백인이라는 흥분은 완벽하고 완성된 것으로 믿는 한 사회가 유일한 존재가 못되며 광대한 어느 집합체의 일부일 뿐이라는 선대의 경험을 다시 체험하게 한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세기에 걸쳐 잊혔던 작은 부분이 오직 나만을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반사광을 비춰줄 거울에다가 자신의 알아보기 힘들 만큼 변해버린 모습을 비춰보아야만 할 것이다. 레리·슈타덴·트베가 깊이 느꼈던 충격은 기대할 수 없었다(590). 그들의 본성과 양립될 수 있는 완전무결의 극치상태에 상처를 입혔을 것만은 사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회들은 서구 문명의 발전에 의하여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서구문명의 발전이 기괴하고 이해하기 힘든 천재지변으로서 작용했다. 서구인들은 옛 원주민 사회의 원천만큼이나 소멸되지 않는 성격을 지닌 제2의 모습을 원주민 사회에 만들어주었다.
31. 로빈슨
나흘 동안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급류로 인해 강과 강둑의 경계가 모호하여(598) 물과 흙이 함께 있을 뿐이었다. 원주민 부족들은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하여 막대한 넓이의 토지를 필요로 하나 동물들이 풍부하게 넘쳐나서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법은 없었다. 닷새째 되던 날 오후, 강가에 길쭉한 카누 한 척이 매여 있는 것을 보고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달걀 모양으로 생긴 개간지에 자리잡은 인디언 부락의 터는 가장 긴 쪽이 100여 미터 크기로서 반구형의 공동 오막살이집 세 채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중심을 알리는 푯말이 돛대처럼 길게 솟아올라 있었다. 본채를(599) 이루는 오막살이 집 두 채는 달걀형의 폭이 넓은 부분 쪽에서, 다진 땅 위에 만들어놓은 무도장을 둘러싸며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세 번째 오두막집은 개간지의 뾰족한 끝 쪽에 있었는데, 부락터를 가로지르는 오솔길을 통해 마당과 이어졌다.
25명이 있었는데 열두 살 가량의 남자아이 하나가 더 있었다. 소년은 그들과 다른 언어를 쓰고 있으나 똑같이 취급 받고 있으며 전쟁포로로 여겨졌다. 의복은 보잘것 없었는데 남자들이 모두 보로로족들처럼 원뿔꼴로 생긴 성기 가리개를 하고 성기 위쪽에다 짚으로 된 술 장식을 애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모든 남자나 여자들은 입술에다 송진을 딱딱하게 굳혀 호박빛깔이 나게 만든 장식들을 걸고 있었으며, 둥근 판이나 반짝이는 진주모, 반질반질하게 윤을 낸 흠 없는 조개껍데기를 끼워 만든 목걸이들을 지니고 있었다. 손목·이두근·장딴지·발목은 무명으로 된 작은 띠로 꼭 졸라매 놓고 살았다. 여자들은 코의 가운데 막을 꿰뚫어 구멍을 내고 빳빳한 섬유에다 흰색과 검은색의 둥근 판을 번갈아가며 촘촘하게 꿰어서 만든 작은 막대기를 끼어 넣었다. 육체적인 외모는 남비콰라족과 딴판이었다. 몸집이 땅딸막하고 다리도 짤막했는데 피부는 맑았다. 맑은 피부와 몽고인종 같은 얼굴 모습은 몇몇 원주민들을 코카서스인처럼 보이게 했다. 그들은 꼼꼼하게 자기의 털을 뽑아내고 있었다. 속눈썹은 손으로 뽑지만 눈썹은 며칠 전부터 밀랍을 발라 굳어지게 했다가 떼어내는 방법을 썼다(600).
머리카락은 앞쪽에서 자르는데 가장자리를 둥글게 만들어 이마가 훤히 드러나게 하였다. 관자놀이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 남게 해놓은 모습이다. 가느다랗게 실을 꼰 올가미 속으로 머리카락을 넣은 다음 올가미의 한쪽 실끝을 머리카락을 뽑아주기로 된 사람이 입에 물고서 한 손으로는 벌어져 있는 올가미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남은 쪽 실을 잡아당기면 가느다란 끈의 양쪽 실오라기가 바짝 말려 올라가면서 머리카락을 죄어 뽑아낸다. 스스로를 ‘문데’라 지칭하는 이들은 문헌에 전혀 언급된 적이 없었다. 말은 경쾌한 기분을 느끼게 했는데 단어들마다 강세음절로써 끝을 맺으며 심벌즈 치는 소리처럼 말을 두드러지게 했다. 이 언어는 소멸해버린 싱구강 하류 방언들이나 구아포레 우안의 지류에서 최근 수집된 방언과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이들과 한 주일을 보냈는데 평상시 대로 꾸밈없이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기묘한 채마밭을 경작하고 있었는데 개간을(601) 할 때 그들이 즐겨 먹는 희고 통통한 애벌레들이 자라는 야자수 뿌리를 상하지 않게 하여 가금사육장을 만들어 농경과 사육이 공존하는 밭이기 때문이다.
둥근 오막살이집 내부는 둥글게 원을 그리며 꽂혀 있는 장대들로 반구형을 이루고 있었다. 장대들은 버팀벽 역할을 하는 말뚝 꼭대기를 향해 휘어져 있었고 기둥들 사이에는 명주로 만든 해먹들이 10여개 매달려 있었다. 모든 장대들은 4미터 높이에서 함께 모여 지붕을 관통하는 중앙의 말뚝에 매어져 있었다. 야자수 작은 잎을 기와를 이듯 겹쳐놓아 만든 둥근 천장을 버텨주는 뼈대에는 수평의 원들이 끼워져 있었다. 가장 큰 집의 지름이 12m였다. 네 가구가 안에 살고 있었는데 두 받침벽 사이의 공간을 자기네 몫으로 이용했다. 나누면 모두 여섯 칸이었으나 문을 마주하고 있는 두 칸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데 쓰도록 비워두고 살았다(602). 집단의 구성, 친척관계와 명칭, 신체 각 부분의 명칭, 색채 어휘들도 알아냈다. 친족 용어나 신체 부분, 색채, 형태들을 나타내는 말들은 어휘와 문법 사이의 도중에 놓는다.
이 모험은 공허하게 느껴졌는데 그들은 너무도 지나치게 미개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었다. 한정된 물자와 육체적인 쇠약(열병의 악화)은(603) 짧은 며칠 간만 허락했다. 원주민은 자기네 풍습과 신앙을 가르쳐줄 채비가 되어 있었으나 그들의 말을 모르고 이해할 수는 없었다(604).
강줄기를 따라 내려오는 것은 빨랐다. 이틀 걸려서 피멘타부에누에 도착한 후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605). 개화된 투피 카와이브족들에게서(606) 20여 개의 무리 이름을 알아냈다. 카와이브라는 말은 옛날 투피 부족 중 하나인 카바이바를 연상시킨다. 18,9세기 타파조스 강의 상류와 중류에 거처를 국한시키고 있었던 사람인데 다른 투피족인 문두루쿠 때문에 타파조스 강 유역에서 쫓겨났던 것으로보이며 서쪽을 향하는 도중 몇 개의 무리로 흩어져서 그 중 마샤두 강 하류의 파린틴틴족과 더 남쪽의 투피 카와이브족만이 알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거대한 투피 인구의 마지막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
돌아온 후 다시 투피 카와이브족에게 가기 위해 숲으로 침투할 수 있는 지점인 피멘타부에누 전신국에서부터 하류를 향해 사흘 동안 카누를 저어가야 하는 ‘이가라페 두 포르키뉴’ 하구로 갔다. 그곳은 마샤두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가느다란 시냇물이었다. 강둑에서 몇 미터 위의 자연적으로 생긴 작은 빈터에 짐을 내렸다(610).
32. 숲에서
투피 카와이브족을 만나러 들어가던 숲은 유럽 숲과는 크나큰 거리가 있다. 바깥쪽에서 볼 때 아마존의 숲은 응고된 물거품 더미이며 초록색 융기가 수직으로 쌓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보면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다. 혼란스러운 더미가 기념비적인 우주로 변하는 것이다. 풍요한 새로운 행성의 세계가 들어서 있다. 사람이 키 높이에서 성장을 멈추는 초목들이 꼭대기를 이루고, 그 위에는 나무들의 창백한 줄기와 칡들이 모든 식물들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공간을 즐긴다. 조금 더 위는 그 줄기들이 소관목의 잎들이나 야생 바나나나무 파코바의 진홍색 꽃에 파묻혀 사라지고 야자수 잎들 속으로 빠져버린다. 수평으로 뻗은 최초의 가지들이 드러나는 곳에서 줄기(619)들이 그 속에서 헤어 나온다. 잎은 붙어 있지 않으나 난초와 아나나스들이 넘쳐나게 달라붙어 있다. 마지막 높은 곳에서 초록색 지붕이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다양한 색들의 꽃들로 뒤덮이게 된다. 발 밑 땅은 초목의 뿌리·새싹들·잡초덤불·이끼가 뒤엉켜 있는 밑에 감추어져 있다(620)
안내자인 아바이타라가 나무숲 속을 헤치고 들어갈 때는 덤불과 칡 사이를 뚫고 길을 만들면서 항상 우리들보다 훨씬 앞질러갔다(621). 아침이 거의 끝날 무렵 커다란 덤불숲 주위를 지나가고 있던 중 반대편 방향에서 두 사람의 원주민들과 서로 마주치게 되었다. 등에는 초록 야자나무 통 속에 커다란 독수리가 동여매어진 채 있었다. 각각 활과 화살들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일행이 목표로 하는 부락의 족장과 심복부하였다. 1년 전에 약속했던 방문을 위해 피멘타부에누를 찾아가려는 목적으로 마샤두로 떠나고 있는 중이었다. 독수리는 방문 선물이었다. 이 사실들은 레비의 계획에 전혀 도움되지 못했다. 직접 부락을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선물로 회유하고 매우 싫어하는 그들과 부락으로 되돌아갔다(623). 독수리는 시냇물 부근에 의식을 치르지 않은 채 내버려졌다. 투피족은 원숭이 고기를 먹이로 하여 독수리를 사육하고 주기적으로 독수리의 깃털을 뽑는 관습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들이 독수리를 불쌍하게 포기하는 일은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식민지 개척의 역사는 전통적 가치와 생활양식을 이처럼 급속하게 포기하거나 단념하게 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 과정을 통해 몇몇 요소들의 상실은 즉각적으로 다른 모든 요소들도 격하되도록 만든다. 이 같은 현상의 전형적인 실례였던 것이다(624).
오후에야 ‘카스타냘’(밤나무 숲)에 도달했다. 원주민들은 그 밤나무에서(625) 열매를 수집할 수 있도록 작은 개간지를 만들고 있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숙영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성기 덮개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며, 여자들도 허리 부근에만 직조된 무명의 속옷을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원래 이 속옷은 우루쿠로 붉게 염색되었으나 사용함에 따라 적갈색으로 퇴색하였다. 모두 여자 6명과 남자 7명이었는데 아바이타라의 부락이 사라진 이후로 13년 동안 외부세계와의 아무런 접촉도 없이 유지되어왔다. 이들 가운데 두 사람은 하반신이 마비되어 있었다. 16세기 트베가 방문하였던 투피족은 그에 따르면 “아직까지 그들은 문둥병·중풍·혼수(626)상태·연성하감, 또는 눈에 띄는 다른 신체적인 질병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다”라고 하였으나 트베는 자기와 동료들이 이 질병들을 투피족에게 전염시키는 선구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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