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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여럿이 없는 “하나”에 대하여
홍수가 지나간 뒤, 교활하고 계산적인 신이 아들에게 세계를 제자리로 되돌려놓을 방법을 가르쳤다. “아들아! 불완전한 대지에 기초를 쌓도록 하거라......., 투판은 대지를 돌보는 유일한 존재이다.......우리가 대지로 보내는 작은 존재들, 우리의 작은 자식들, 우리의 일부분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 작은 존재들, 우리는 그들을 속여야 한다.” 신들은 때때로 그들의 계획을 드러낸다. 그리고 신들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진실만을 말하는 카라이는 동료들에게 신들의 계획을 알린다.
어느 날 밤에 그는 투판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입은 신의 입이었고, 그는 자신이 신이 되어 미완성의 대지인 이우이 음바에메구아의 생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어떤 때에는 당당함을 드러내다가 또 어떤 때는 불안하고 긴장 어린 표정을 띠고 있었다. 신의 이야기에 이어 그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행해진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으로는 오해하기 위운 진리를 말로 나타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불행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이는 어떠한 원한도 그 빛을 바래게 할 수 없는 순수한 해석과 냉철한 폭로이다. “모든 사물은 전체 속에서 하나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원치 않았던 우리에게 모든 사물은 악이다.”
여기에 나타난 사고는 불행의 연원에 대한 것이다. 즉 우리는 도대체 왜 불완전한 대지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되는가? 이 질문의 위대함은 다음과 같은 영웅적인 대답에 상응한다. 이러한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은 인간의 탓이 아니다.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인간 스스로 죄를 뉘우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인간을 괴롭히는, 그리고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이 불완전함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것은 “모든 사물은 전체 속에서 하나”라는 사실로부터 온다. 서구 사고의 최초의 여명기를 아찔하게 뒤흔들어 놓을 정도의 놀라운 논리 전개이다. 즉 불완전한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사물은 하나이기 때문에 불행은 그 불완전함으로부터 생긴다. 그것은 세상 만물의 특성이다. 하나란 불완전함의 이름이다.
인간 존재의 불행, 세계의 불완전함, 세계를 구성하는 사물들의 핵심 속에 새겨진 균열로서의 통일성이야말로 과라니 인디언들이 거부하는 것이고 언제나 그들을 재촉하여 또 다른 공간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과라니족이 집요하게 바라는 하나가 아닌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나의 절대적 지배에 대한 능동적인 반항을, 그리스인에게서는 하나에 대한 사변적 동경을 읽어낸다 하더라도 과라니족이 긍정하는 것은 여럿이 아니다. 전체로서의 하나라는 해석은 제외시켜야 한다. 과라니족의 현자는 “모든 사물은 전체속에서 하나”라고 언명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사물-땅과 하늘, 물과 불, 동물과 식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에는 하나라는 불길한 각인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하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물에 새겨진 하나의 각인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오직 소멸하기 위하여 태어나고 자라는 것은 무엇이든 하나로 불린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일성의 원리를 기묘하게 적용하고 있는 과라니족 종교의 우주관의 기초를 접하게 된다. 하나는 소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한함의 기호이다. 인간의 세계는 불완전함과 부패 그리고 추함만을 내포하고 있을 따름이다. 사악한 대지의 또 다른 이름은 추한 대지이다. 그것은 이우이 음바에메구아, 즉 죽음의 왕국이다. 궤적을 따라 움직이는 모든 것,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것을 과라리족의 사고는 말해주고 있다. 하나는 죽음의 정박지이고 죽음은 하나에 속하는 것의 운명이다.
“모든 사물이 전체 속에서 하나”인 불완전한 대지는 불완전한 것들의 왕국이고 유한한 것들의 공간이며 동일성의 원리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장이다. 그것은 세계를 가리키고 모든 존재를 규정하는 능력이 진정한 힘, 즉 침묵 속에서 이것은 이것임과 동시에 저것이고 과라니족은 인간임가 동시에 신이라는 것을 언명할 수 있는 감추어진 힘을 조롱하는 것에 불과할 뿐임을 비극적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그 발견이 비극적인 것은 우리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우리의 언어가 사람을 속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사악함이 없는 대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라고 불리지 않는 곳에 도달하고자 전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라니 인디언들보다 종교적인 집단은 없다. 수세기에 걸쳐, 최근까지도 불완전한 대지에 예속될 것을 도도하게 거절해왔고, 그들의 진정한 고향을 찾아 방랑을 계속해왔다. 그것은 “우리 얼굴의 맞은편”에, 즉 태양이 떠오르는 쪽에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사악한 대지의 경계이자 목적지가 바라보이는 해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예언자인 카라이들은 재빨리 그들의 의기소침함을 넘어선다. 신의 혼이 깃든 한 인디언의 입을 통하여 투판은 오래된 약속을 되풀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하나에 속하는 모든 것-에 한눈을 팔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 원치 않는 불행을 없애는 데만 주의를 기울이는 과라니 인디언들은 다시 신의 목소리에 즐겁게 귀기울이는 것이다. “나 투판은 너희들에게 조언하겠다. 이 가르침 중에 한가지라도 너희들의 귀에 남게 된다면 너희들은 내가 남긴 흔적을 알게 될 것이다....그러한 것에 의해서만 너희들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나는 먼곳으로, 더욱 먼곳으로 가고 있어 너희들은 나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여러 가지 이름을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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