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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변환체계
원시사회에서 생활과 사고를 지배하는 실천적·이론적 논리는 변별적 구분은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차이를 구별짓는 특징이 무엇이냐보다는 그 특징이 있느냐 없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구별짓는 특징이 있다는 것은 텍스트를 해독하는 하나의 틀로 사용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볼 때 처음에는 무엇인지 불분명하던 것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해독격자에 대어보면 경계점과 대립점이 주어진다. 희미 내용이 전달되는 데 필요한 형식적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141). 경험의 총체를 먼저 정리, 축소해서 서로 개별적인 것으로 간주한 다음에 여러 요소로 대립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논리의 원칙이다.
토템적이라고 주로 일컫는 명명이나 분류체계의 활용가치는 그 형식적 특성에서 오는 것이다. 그 체계는 부호로서 메시지를 전달한 데 적합한 것이고 그 메시지는 다른 코드로 변환될 수도 있으며 다른 코드에 의해서 받아들인 메지지를 스스로의 체계로 표현할 수도 있다. 토테미즘은 사회적 현실의 여러 수준 사이에서 이념들을 변환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하나의 형식체계에서 임의로 분리된 소수의 양식이다.
프레이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템 관습이라는 관념 체계의 원초형태가 멜리네시아에서 관찰되는 토템신앙의 단순 형태이며 다른 모든 토템 관습도 여기에서 파생한 것으로 믿었다. 뉴헤브리디스 제도(오로라 섬)나 뱅크스 제도(모타 섬)에서는 자기의 생명이 어떤 식물, 어떤 동물, 어떤 물체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누누’와 ‘아타이’의 뜻은 혼이라는 말에 적합하다(142).
모타 섬 원주민은 자기의 ‘타마니우’를 환시라든가 점술을 통해 안다고 한다. 오로라 섬의 예비 어머니들은 코코넛이나 빵나무 등이 어린아이와 불가사의한 연관을 가지며 아이는 그것들의 반향이라고 여긴다. 모타섬의 원주민들은 음식에 대한 금기를 지키고 있는데 자신의 어머니가 임신 중이었을 때 발견한 식용 동물이나 과실들은 자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식물이나 과일, 동물을 발견한 여자는 그것들을 마을로 가져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그와 닮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든지 혹은 아이가 그 물건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러면 여자는 물건을 처음 본 장소로 다시 가져간다. 그것이 동물일 경우 돌멩이로 살 집을 지어주고 매일 찾아가서 먹을 것을 준다. 동물이 사라지면 그것이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간 것이고 그로부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여긴다. 아이는 자기와 동일시되는 동식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병에 걸리거나 죽는다. 못 먹는 과일일 경우 그 나무조차 만져서는 안 된다. 그 음식을 먹거나 만지는 일은 自食行爲(auto-cannibalisme)로 간주된다. 그 사람과 동일시된 물체와의 관계는 대단히 밀접한 것이어서 그 사람은 그 물체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된다. 뱀장어나 바다뱀을 보면 연약하고 게을러지며, 게를 보면 성미가 급해지고, 도마뱀을 보면 부드럽고 온순해지고, 쥐를 보면 방정맞고 성급하고 무절제해지며, 들사과를 보면 그 모양을 닮아 아이의 배가 툭 튀어나오게 된다(144).
중부 멜라네시아에서의 음식 금기의 기원은 특정한 조상에 대한 기묘한 상상에서부터 찾아내야만 한다. 프레이저는 심리적 특성을 보편적인 자연현상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리면 토템신앙과 그에 따른 습관의 궁극적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145).
무엇이 원형인가를 가려낼 것이 아니라 군의 차원에서 그 특성을 규명해 보면 3중의 대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출생과 사망, 진단의 측면에서의 개인성과 집단성, 금지의 측면에서의 개인성과 집단성의 대립 등이다. 금지에서부터 발생한다(146). 모틀라브-모타-오로라 체계에서 첫째의 대립은 출생이다. 리푸-울라와-말라이타 체계에서는 죽음이다. 진단은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금기는 개인적인 일로 된다.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은 길에서 동물이나 식물을 보았거나 옷 속으로 그것들이 들어오면 친구나 친척들에게 묻는다. 사회집단은 태어날 아이의 특수지위를 집단적으로 진단하는데, 아이는 이에 따른 금기를 지키게 된다. 리푸-울라와-말라이타에서의 모든 체계는 이와 반대로 되어 있다. 죽음이 문제시된다. 진단은 죽음에 직면한 사람이 선고하므로 개인적 성격을 띠며 금기는 집단적이 되어 동일 조상을 모시 자손 전부를 구속한다(147).
어느 체계도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어린아이들만이 동식물의 작용으로 잉태되며 소수의 죽어가는 사람만이 동식물로 환생한다. 체계에 의해 지배되는 영역은 하나의 보기이며 그 선택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우연에 맡겨지게 된다(148).
아란다족에서 계보는 모계제가 아니라 부계제이다. 토템귀속은 출계율에 의하지 않고 여자가 잉태를 자각했을 때 우연히 있었던 장소에 따라 결정된다. 아란다족 결혼제도는 토템귀속과는 관계없는 8분족 조직에 의해 규제된다. 아라반나족에서는 정령에게 일어나며 정령은 세대마다 성을 바꾸고 반족을 바꾼다(150).
어느 집단이든 다른 집단만큼 훌륭하게, 그들보다 낫게 되려는, 그래서 그들과는 달라야겠다는, 겉보기보다는 덜 모순된 동기에서 움직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통과 관습의 기본적 테두리는 바꾸지 않은 채 그 주제를 부단히 갈고 닦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문화 내에서의 전체적인 체제순응주의와 좁은 범위 내에서의 독자성 발휘 사이의 상호작용은 음악에서의 ‘주제와 변주곡’과 같은 것이다(158). 실제로 토테미즘은 무엇보다 자연과 문화 사이의 대립을 초월하는 수단 혹은 희망이다(159).
신화체계와 그 표현양식은 자연조건과 사회조건 사이의 상관관계를 세우는 데 기여한다. 지리·기상·동물·식물·기술·경제·사회·의례·철학 등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의미있는 대조들 간에 등식을 세울 수 있게 한다(161).
장로들의 성적 특권. 밀교적이며 불길하고 신비에 싸인 입사의례에 대한 그들의 특권은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의 일반적 특징이며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아마 같은 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연조건들이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 자체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자연조건이란 인간의 생활양식과 기술적 능력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것을 규정지으며 특정한 방향으로 이용함으로써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특정한 인간 활동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모순이 생긴다. 어떤 환경이 가지는 특성이란 그 주민의 활동이 역사적·기술적 형태를 취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한편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는 환경이 인간적인 수준에까지 높여지면서 비로소 이해 가능하게 되는데 그 관계는 여전히 사고의 대상으로 남는다. 인간은 그 대상을 결코 수동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며 그것을 개념화한 후 다시 골고루 혼합하여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낸다. 체계화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가지이다(163).
하부구조가 우선한다는 의미는 첫째, 인간은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과 같다. 카드는 역사와 문명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둘째, 어떤 카드가 손에 들어오는지는 우연적 분배의 결과이며 카드놀이의 참여자들도 모르게 정해진다. 사회는 소수의 체계에 의해서 세계를 해석한다. 같은 카드가 쥐어졌다 하더라도 누구나 똑같은 식의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회학적 해석이 높은 빈도를 나타냄을 설명할 때 내용보다는 형식이 중요시된다. 모순의 내용이 무엇인가는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 중요하지 않다. 모순이 취하는 형식은 엄청나게 변화가 적은 편이다(164).
토템적 표현은 결국 어떤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이행할 수 있는 부호하고 한다면 왜 행동원칙을 수반하느냐의 물음이 제기된다. 토테미즘은 표현 이상의 것이다. 기호 사이의 양립과 비양립의 규칙을 세우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행위 양식을 금지하고 명령하는 하나의 윤리적 기초가 된다. 토템적 표현과 음식물 금기와 외혼제의 결합이 빈번히 나타나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된다(166).
음식물 금기는 토템 밖에 또는 토템과 병행하는 체계 내에 존재한다. 반대로 전통적인 토템체계에서도 음식과 관계 없는 금기가 많이 발견된다(168). 아무리 음식물 금기가 분명한 곳이더라도 금기가 획일적으로 분포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169). 음식금기의 관념이 완전히 전도된 경우도 있다. 금기는 의무로 바뀌며 그 의무는 자기가 아닌 타인에게 부과된다. 음식으로 여겨지는 토템동물이 아닌 비토템동물의 음식이 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변환은 치페와 인디언 집단에게서 보게 되는데 그들은 토템을 죽이고 먹고 할 수는 있으나 모욕하는 것만은 금기가 된다. 다른 원주민의 토템동물을 조롱하거나 모욕할 때 모욕당한 자는 자기(170) 씨족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그 씨족은 모욕한 자의 토템 동물의 먹이를 차려 잔치를 벌인다. 곰일 경우 야생의 나무열매나 과일을 차린다. 모욕한 자는 정식으로 초대되어 ‘터지기 직전까지’ 그리하여 토템의 힘을 인정할 때까지 먹어대야만 한다. 첫째, 먹어도 되는 동식물과 금지된 동식물의 구분은 금지된 동식물을 해로운 것으로 간주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동식물을 ‘강조된 종’과 ‘비강조된 종’으로 구분하는 배려에서 온 것이다. 어떤 종류의 동식물을 금지한다는 것은 그것들을 유의미한 것으로 추려내는 수단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때에 실행되는 규칙은 논리에 의한 조작매체라고 볼 수 있다. 그 논리는 질적 논리이며 이미지와 행동양식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반대로 토템 조상들은 자기들만의 특정한 음식만 먹고 살았다. 오늘날에는 어느 토템 집단이든 다른 집단의 토템은 먹고 자기의 토템은 먹지 않는다(172).
아란다족 제도들 사이에 대칭성이 존재하는 차이가 있다면 혼인규정과 음식 규정의 관계가 한 쪽은 부수적인데 다른 쪽은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이다. 사진에서 둘 다 같은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양화’가 ‘음화’보다 보기가 쉽다는 사실과 비슷하다. 남 아프리카의 부시먼은 복잡하고 엄한 음식물 금기를 지키고 있지만 토테미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그들의 체계는 다른 면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173). 얼핏 보기에 ‘토템적’ 금기체계에서 유리된 체계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 같으나 아주 간단한 하나의 변환에 의해서 한 쪽 체계에서 다른 쪽 체계로 옮겨갈 수 있다. 자연적 구분과 사회적 구분은 한쪽 질서에서 어떤 구분을 선택하며, 다른 쪽 질서에서도 그에 대응하는 구분이 채택된다 (174).
남성을 잡아먹는 측, 여성을 잡아먹히는 측으로 등치시키는 예가 보편적이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져 있으나 이와 반대의 경우(vagina dentata(바기나 덴타타 이빨 달린 질) 씹어 삼키는 자궁)의 주제로 신화에서 빈번히 나타난다. 의미심장하게도 이것은 식용적 표현, 즉 직접적으로 ‘코드화’되어 있다(은유의 변환은 환유로 된다는 신화적 사고의 법칙이 여기에서 증명된다). vagina dentata의 주제는 관점에 따라서 역관계가 아니고 직접적일 때도 있다. 극동의 성철학에서 남자의 성의 기교는 여성에게 정력을 흡수되지 않게 하면서 위기를 남자에게 이롭게 전환시키는 것이다. 토템 민족 중 어떤 부족이 토템 동물의 몸 부분에 취하는 복잡한 태도를 보면 유사가 대조에 논리적으로 종속하는 것이 명백히 보인다(176).
모피, 깃털, 부리와 이빨은 그것이 토템 동물과 나 자신과의 차이점이기 때문에 바로 나의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이 차이점을 표장으로 받아들여 동물과의 상징적 관계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 먹을 수 있는 부(177)분, 따라서 동화될 수 있는 부분은 순수한 동질성의 지표이다. 반대로 동질성의 부정을 그 참 목적으로 한다. 인류학자들은 이 제2의 관점만을 고려하는 우를 범했고 그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동질성, 유사성, 협동 등으로 나타나는 단일한 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자연과 문화 사이에 교환되는 유사점과 상이점이 그것이며 나아가서는 동물들 사이에 또 인간 사이에 혹은 동물과 인간 사이에도 유사점과 상이점이 교환된다. 동물들 간의 차이를 사람은 자연에서 구해서 문화의 영역으로 옮겨놓는다. ‘음식물 금기’가 ‘토템분류’에서 유래한다는 것은 가능하기는 하나 필연적 결과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으로는 토템 분류에 종속된다. 그러므로 음식물 금기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음식물 금기를 통해 인간이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성을 인간성에 돌리기를 거부하고 실은 여러 동물을 구별하는(인간에게 차이점을 부여하는 자연적 모델을 제공한다) 상징적 특징을 취하여 인간 사이에 차등을 두는 데 쓰고자 한다(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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