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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정치론」
10장, 11장, 12장
pp.253-297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 10-12장에서 성서 해석의 방법론, 종교적 권위, 그리고 성서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탐구한다.
8장에서는 성서 저자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9장에서는 성서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 다루며, 당시의 전통적 성서 해석 방식을 비판했다. 스피노자는 성서를 신성불가침한 텍스트로 보는 대신, 역사적 문서로 접근하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논지는 10장에서도 이어지며, 성서 저자가 속한 시대적 배경과 언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11장에서는 사도들의 권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며, 그들의 사명이 보편적 도덕을 가르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12장에서는 성서의 본질과 해석의 자유에 대해 논의한다.
10장 『앞의 책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구약의 나머지 책들을 검토한다.』
“역대기‘의 저자와 그것의 권위, 유용성 그리고 교리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확증할 수 없다. … 그러나 그것들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이 내 의도는 아니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대로 두고자 한다.” p. 254
“ 역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예레미야의 예언들은 다양한 연대기들로부터 발췌되고 수집되었다. 왜냐하면 예레미야의 예언들은 연대 순서 없이 혼합되어 있으며 나아가서 똑같은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다양한 역사가들에 의해서 수집되었다는 것과 그에 대해 다른 변명의 여지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P. 256
“ ’욥기‘에 포함된 내용과 문체에서도 폐허 속에 앙ㄴㅈ아 심히 병든 자인 욥과 연구실에서 나태함에 빠져서 숙고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는 이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이 책이 다른 언어로부터 번역되었다고 하는 이븐 에즈라에게 동의한다. 왜냐하면 이 책의 시적 문체가 이방 민족의 시적 문체와 가깝기 때문이다.” P. 259
스피노자는 10장에서도 9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역사서와 시가서, 선지서들의 내용을 해석하고 상호비교하면서 성서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신의 계시로 보는 견해를 거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예언서들에서는 예언들이 다양한 연대 순서와 상관없이 발췌되기도하고, 다른 성서의 내용에 이어 서술되기도 하며, 모든 예언들이 담겨있지는 못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다니엘서‘… 1장 외에는 모두 칼데이(Chaldaea)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이 칼데아족의 연대기에서 온 것이 아닌가하고 추측할 수 있다. 만일 그것이 확실하다면 성서의 신성함은 그 안에 표현된 것 때문이며 사실을 표현하는 말과 언어와 이야기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가장 분명한 증명이 될 것이다. 또 그것은 최선의 사실을 가르치고 이야기하는 책들은 어떤 언어로 쓰이고 어떤 민족에 의해서 쓰였든지 간에 똑같이 신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p. 260
스피노자는 성서의 저자들이 속한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해야만 성서의 참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성서가 쓰인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내용이 왜곡되거나 오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도덕적 가르침과 철학적 의미를 추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한다고 주장한다.
11장 『사도들은 사도로서, 예언자로서, 서한을 썼는가』
11장에서 스피노자는 사도들의 소명을 예언자들과 다르게 바라보고 사도들의 권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사도들이 단순히 신의 대변자로서 권위를 행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명이 보편적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는 데 그 소명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나는 사도들이 예언자로서가 아니라 교사로서 설교했으리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사도들과 구약의 예언자들과의 사명의 차이(differentia vocationis)를 주의해서 살펴보면 즉시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언자들은 모든 민족들에게 설교하고 예언하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고 오직 특정한 민족에게만 설교하고 예언하도록 부름 받았으므로 각각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 하나의 분명한 명령이 필요했다.”p. 277
“종교의 내용은 그리스도의 정체교리(tota Christi doctrina)처럼 근본적으로 도덕적 가르침에 있었으므로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연의 빛으로 그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p.279
“서한들의 목적은 사도들 각자가 사람들은 종교에서 강하게 만드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훈계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조금 전에 말한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사도들은 예언자로서 그리스도의 이야기에 대해서 설교하고 그 이야기를 징표로 확인할 힘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최선이라고 판단하는 것에 따라서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후계할 권위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p.280
또한 스피노자는 사도들이 종교적 가르침을 전파할 권위와 훈계를 하는 귄위도 함께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각각의 사도들은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때로는 서로 의견이 다르기도 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각각의 사도들은 상이한 토대 위에 종교를 세웠으며, 사도들은 교육 능력에 있어서 다른 교사들과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p.281
“사도들이 종교 자체에서는(in ipsa religione) 일치하지만 기초에 있어서는(in fundamentis) 특히 불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p.281
“말하자면 사도들은 다양한 기초 위에 종교를 세웠으며 많은 논쟁과 분열이 일어났다. 그러한 논쟁과 분열로 교회는 사도들의 시절부터 끊임없이 시달렸으며, 언젠가 종교가 철학적 사색에서 분리되어 그리스도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르친 극소수의 가장 단순한 교리로 돌아갈 때까지 교회는 이러한 논쟁과 분열로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p.282
그러나 사도들에게는 종교와 철학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하고 복음 전파하기 위해서 사도들은 종교적 기초를 당시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의 문화나 시대적 맥락, 이해에 맞추어서 전달했어야 했다고 설명한다.
12장 『신법의 참다운 원본에 대해서』
스피노자는 12장에서 성경이 어떻게 ‘신성sacred’하며 ‘신의 말the Word of God’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한다. 그는 성경이 단순히 하늘로부터 내려온 문자 그대로의 메시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진 도덕적이고 신앙적인 지침이라고 설명한다.
“신의 영원한 말과 맹약 그리고 참다운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에, 곧 인간의 정신에 신에 의해서 새겨졌으며 이것이 바로 신의 참다운 원본이다.” p.285
스피노자는 성경이 도덕적 지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신성’하다고 본다. 즉, 사람들이 경건하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 신앙을 실천하는 한 성경은 거룩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설명하는데, 예레미야서에서 유대인들이 성전을 ‘신의 성전’이라고 부르던 것이 악인들에 의해 경건하지 않게 사용될 때 단순한 ‘범죄자의 소굴’로 전락한다는 예시를 통해서 불경한 목적에 사용되면 성경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면 거룩함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성서는 사람들을 신에 대한 헌신으로 향해서 움직이게 할 때만 성스러우며 또한 성서의 말은 신적이다.” p.289
“잉크가 아니라 신의 정신으로 쓰인, 그리고 석판이 아니라 육신의 판에 마음속으로 새겨진 신의 서한을 자신 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문구나 숭배하고 그것을 배려하는 것을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p.290
이어서 성서는 ‘신의 말(verbum Dei)’이기 때문에 참다운 종교를 가르치며, 성서를 쓴 저자들의 의견이나 역사적 맥락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성서는 그 핵심 내용때문에 여전히 ‘신의 말’이 된다고 주장한다.
“성서는 ‘신의 말(verbum Dei)’이라고 일컬어진다. 우선, 영원한 신이 저자인 성서는 참다운 종교를 가르친다. 다음으로 성서는 미래의 사실에 대한 예언을 신의 결정(Dei decretum)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서의 실제 저자들은 일반적인 자연의 빛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고유한 빛에 의해서 주로 가르쳤고 그렇게 가르친 것을 신의 말로 소개했다. 이것들 외에 성서에는 순수하게 역사적인 것들과 자연의 빛에 의해서 파악되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성서는 ‘신의 말’이라는 명칭을 성서의 핵심 내용에서 취한다. … 그 책들 안에서 가르치는 참다운 중교 때문에 신을 성서의 저자로 이해하여야 한다.” p.292
‘신의 말’은 특정 언어로 기록된 문서나 몇 권의 책에만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인 도덕적 법을 가리키며, 이 법은 12장의 처음에 제시된 것처럼 본질적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서의 어떤 형식으로 변형되었다 하더라도, 그 핵심 가르침은 여전히 불변하며, 변질되지 않은 채 전달된다고 주장한다.
“성서는 오직 종교에 관해서만 곧 보편적 신법에 관해서만 신의 말(verdum Dei)로 불리어질 수 있다. 이제 성서가 고유하게 신의 말로 일컬어지는 한, 성서는 결함이 없고 왜곡되지고 않았으며 훼손되지도 않았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 성서를 표현한 말들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가정한다고 할지라도 성서의 의미는 훼손되지 않고 우리들에게 전달되었다.” p.295
또한, 스피노자는 성서의 핵심 가르침을 요약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것이 성서 전체의 기본이 되는 교리로서, 이 교리가 없으면 성서의 다른 가르침도 무너진다고 보았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나 모호함도 없이 성서 자체로부터 성서의 본질적인 것을, 곧 모든 것을 넘어서서 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 이러한 가르침이 전체 종교 기초이고 이것이 제거될 경우 성서의 전체 구조가 한꺼번에 붕괴될 것이다.” pp.295-296
이러한 보편적 도덕은 시대나 상황에 관계없이 변하는 것이 아니며, 성서가 위작이나 결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본래의 의미와 가치는 언제나 손상되지 않고 거룩하게 유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의를 지켜라, 가난한 자를 도우라, 살인하지 마라, 타인의 것을 탐내지 마라 등등 과 같은 일반적인 기초 … 이것들 중 어떤 것도 인간의 악의에 의해서 왜곡될 수 없으며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소멸될 수도 없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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