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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 LEARNED WHAT A CROCK WAS
내가 crock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 방식

저자 소개

하워드 베커Howard S. Becker는 20세기 사회학자로, 1928년에 태어나 2023년에 사망했다. 그는 Erving Goffman, Anselm Strauss 등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했고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가르쳤다. 그의 저서 중 Outsider는 낙인 이론 Labeling theory 를 널리 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연구 분야로 일탈 행동 deviance social, 예술 사회학, 음악 사회학 등을 연구했다. 한편으로 피아니스트로서도, 사진가로도 활동했다.

한국에는 “증거의 오류 Evidence”가 번역되어 있으며 이는 사회학적 방법론에 대한 큰 갈래에서 사회학적 통계 데이터, 증거, 이론 사이의 구조를 말한다. 다른 번역서 “사회에 대해 말하기Telling about society” 는 사회학 적 글쓰기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 (영상, 사진, 언어, 소설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상징적 상호작용이론 symbolic interaction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은 개인의 정체성, 자아개념, 인지과정, 가치와 태도가 사회적 맥락 안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이론이다(Sandstrom 외, 2003). 상징적 상호작용의 주요 개념 중에 하나가 거울 자아(looking-glass self)이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고려해 자아를 형성한다. 다른 사람이 정의한 그 사람의 성격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작동되어 그 사람은 실제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된다.
https://m.blog.naver.com/the9ya2/222175374861


-낙인 이론 labeling theory
인간의 사회적 일탈 행위를 사회 병리적 현상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내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규정하고 인식하는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 스티그마, 플라시보, 피그말리온 효과 등.


개인적 접근
20세기 중요한 사회학자로, 하워드 베커는 2주차 읽기 자료였던 John Walten의 Making theoretical case 논문이 실린 책 What is a case?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이론뿐이 아니라 다양한 storytelling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 대해 말하기Telling about society”에서 드는 예시들은 영화, 사진, 희곡이나 제인 오스틴, 조르주 페렉,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등으로 질적 관찰과 더불어 예술적인 접근 방식에 있어 서사적 접근을 원하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논문은 1955년 연구를 배경으로 1961년에 발표된 연구의 한 부분이고, 글 자체는1993년에 발표되었다.

Crock은 “늙은 말” “폐급” .. 등으로 보다가, 몰리에르 Molière의 “상상병 환자 Les Malades Imaginaire”을 참고해 hypochondriac 건강염려증 과 비슷한 의미라고 정의하고 당시 의학생들의 속어라는 측면에서 원어로 표기했다.


배경
- 연구 시기와 목적
1955년 캔자스 시티로 이주하며 에버렛 휴즈 Everett Hughes 가 이끄는 그룹에서 캔자스 의학 학교 학생들과 필드 워크 작업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오늘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행 지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다. 목표 역시 분명하지 않았고, 단순히 의대생들이 입학하고 졸업하는 4년 사이 변화하는 무엇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당시 교육 과정은 첫 2년은 이론 수업, 나머지 2년은 임상 수업 위주로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를 정도로 선행 지식이 없는 상태였다)

- 방법론 틀 (혹은 방법론 틀과 주제의 부재)
3학년 학생으로 이루어진 두 그룹 중 한 그룹의 학생6명과 6주간 같이 지냈다.
스스로를 유대인 똘똘이 스머프 smart aleck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주리-캔자스 중소도시 지역에서 온 학생들과 잘 어울렸다.
아무런 규정이나 법칙이 없었기에 학생들과의 관계나 한계를 설정하는 데 필요성을 느꼈다.
그들의 일상 중 환자를 검진하는 것이 중요한 일상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 등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은 채, 자신감이 있는 체 하며) 환자 진료하는 시간에도 같이 참여 관찰을 하였다.

- 회진의 구성
의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 환자들, 1-2명의 레지던트, 인턴, 그리고 6명의 학생들이 매일 회진을 하고 모든 환자는 담당하는 학생이 있으며, 학생은 건강검진, 병력, 검사, 진단, 치료 요법등을 실행한다. 의사는 각 환자와 이야기를 하며 전날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묻고, 때로는 약식 퀴즈 시험을 학생들에게 낸다.


사건 (과 문제의식)
회진 중 어떤 환자가 있었는데, 말이 아주 많았으나 학생들은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 회진을 마치고 나오며 Chet이라는 학생은 “Boy, she’s really a crock!” 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환자였던 사람은 “crock”이 아니었고, 남자였으며, 이는 crock 환자는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의학적 고정관념에 부합했다.

저자는 그 말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했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그 말이 나온 이유, 그 말이 품고 있는 악의 등을 이해하고자 했다.

“To put it most pretentiously, when members of one status category make invidious distinctions among the members of another status category with whom they regularly  deal, the distinction will reflect the interests of the members of the first category in the relationship. More specifically, perhaps  less forbiddingly, the invidious distinctions that students made between classes of patients would show what interests they were trying to maximize in that relationship, what they hoped to get out of it.
최대한 가식적으로 말하자면, 한 신분 범주의 구성원들이 다른 신분 범주의 구성원들에게 개별적 구분을 할 때, 그 구분은 전자의 범주에 속한 사람들에게 일정한 이익을 반영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학생들이 환자들을 구분하는 방식은 그들이 환자들에게서 기대하는 이익을 드러내 줄 것이다.”


질문들과 답변들
그 후 학생들에게 “Crock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너무 당연한 것을 묻는 것처럼 보이는 질문에) 백치를 보는 것 처럼 반응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첫번째 답변 : 정신신체장애 / 심신증(psychosomatic disorder)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다음 보게 된 환자는 위궤양 환자였다. 이에 다시 질문을 했다. “이 환자는 crock이 아닌가요?”

두번째 답변 : 이 환자는 진짜 위궤양이 있으므로 crock이 아니다.

세번째 답변 :  Crock이란 많은 불만이 있지만 인식 가능한 실제 병증 pathology은 없는 환자이다.

저자는 그 답변들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왜 Crock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 : 학생들은 crock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기에 의학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후 진료를 할 때 만날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들과 비슷할텐데 진료를 위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이어지는 답변들

- 학생들은 그런 환자가 많지만 그들에게서 아무 것도 배울 수 없고 배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선생들은 이미 그런 종류의 환자들에 대한 대응법을 알려주며, 서로 대화하는 것이 crock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학생들은 crock이 학생들이 풀어야 할 의학적 퍼즐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 학생들이 학교에서 추구하는 목적 : 지식

-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자 하는 지식
그들이 배우고자 하는 것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지식이었다. 그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제일 중요한 것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임상 경험 clinical experience”을 원한다. → 지식 : 실제 증상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경험적 증상과 소리, 냄새 등.
Crock은 학생들이 관찰할 수 있는 실제적 병리적 증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실망시킨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저자에게 현대 의학 진료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이를 “임상 경험”의 관점에서 보고 추적하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의학생들은 진료를 위해 개인적 경험을 과학적 연구 결과보다 선호한다는 점이 관찰된다. → 지식의 형태 : 연구 결과보다 경험적 개인적 지식 선호

(과학 연구를 발표하는 의사들조차 “나도 연구 결과는 알지만 그걸 테스트해봤고 잘 안되었으니, 논문 결과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I know that's what people have found but I've tried that procedure and it didn’t work for me, so | don’t care what the journals say.” 라는 답변을 한다.)

- 시간적 요소와 의학 교육의 특성
학생들은 늘 과로하는 상황이고, 할 일이 많다. Crock은 다른 환자들과 비교해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사들을 설득한 끝에 지나치게 많은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과거 병력을 모두 자세하게 설명하기 원한다. 그러므로 crock은 다른 환자들에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반면 학생들이 원하는 어떤 것도 주지 못한다.
이에 의대의 큰 특성 중 하나가 연구 중 드러났다.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고, 그것을 위해 모두는 서로 거래한다. 학생들은 환자를 서로 교환하여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배우기를 원한다. (예 : 3명의 심근경색 환자와 3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을경우, 서로 거래하여 두 케이스 모두를 배우는 것이 한명이 3명의 같은 병력 환자를 돌보는 것보다 낫다) → → 시간 자원이 가장 소중한 의학대학에서 crock은 거래대상이 될 수 없음

- 의료적 책임의 관점
학생에게나, 의사에게나, 의학의 가장 큰 보상은 “실제로 무엇인가를 했을 때” 아픈 사람이 낫는 것을 보는 것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의학적 기적을 이룰 수는 없다. 학생들 관점에서crock 환자들은 실제로 아픈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을 낫게 할 수 없다.→ crock은 사람을 낫게 한다는 의학 최대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환자
이에 가장 기괴해보이는 관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의사로서 완전히 성숙했다는 점은 자신이 하는 행위에 따라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누구도 죽일 수 없고 누구도 치료할 수 없다.", 즉 "죽일 수 없는 한 누구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

“Crock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단어 안에 쌓여있는 다중적인 의미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거대한 Ah-ha가 아닌 작은 ah-ha들이 쌓여 진정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직관은 필요하지만 그 각각의 디테일을 보고 그것들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풀어내지 않으면 도움이 될 수 없다.



개인적 독해
단편 소설을 읽는 것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 특정 목적없이 참여 관찰을 진행하다가 (혹은, 그 장소에 같이 있다가) 어떤 사건을 포착하고 그에 따라 관찰과 인터뷰(질문과 답변들)를 통해가며 민족지학이 연구 가능한 어떤 전형을 평이하고 쉬운 언어로 보여준다.
사소해보이는 한 단어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는 가능하지만 그것에서 만족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어떤 그룹의 특성, 위치, 욕망, 경향성 등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흥미롭다.

1955년에 진행된 연구로, 기어츠의 닭싸움 텍스트 (1958년)와 비슷한 시기적 배경이고, 20세기 중반의 인류학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오늘날 이런 연구가 아카데미아 안에서 가능할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비판적 독해 예시 : Janelle S. Taylor 가 쓴 The Demise of the Bumbler and the Crock: From Experience to Accountability in Medical Education and Ethnography 초록에 나오는 글을 가져왔다.

“While medical education has changed, so too has ethnographic practice. Becker's account of his fieldwork, like many at midcentury, portrayed the ethnographer as a clueless “bumbler” who, through experience, gains understanding and expertise and is transformed into a professional anthropologist. Today, by contrast, the necessity to account in advance for the risks, rewards, and outcomes of ethnographic research has rendered bumbling inadmissible.
의학 교육도 변화했고, 민족지학 실천도 변화했다. 베커의 현장연구에 대한 설명은 민족지학자를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로 묘사하며, 그가 경험을 통해 이해를 얻고 전문적인 인류학자가 되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오늘날 민족지학 연구는 위험성, 보상, 결과를 미리 고려해야만 것으로 “멍청함”은 더이상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https://anthrosource.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111/aman.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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