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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자발성의 강점과 약점

p120 : 저개발 지역의 정당 대다수가 지닌 큰 착각, 내재적인 결함은 정치적 의식이 가장 강력한 요소들, 즉 도시의 노동계급, 숙련노동자, 공무원 등 인구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소수 세력만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121) 민족 정당의 대다수는 농민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보인다. 그들이 보기에 농민은 쓸모없는 타성에 젖은 존재에 불과하다. 이처럼 민족 정당의 구성원들(도시 노동자와 지식인)이 농촌을 우호적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는 이주민들의 태도와 같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의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식민주의가 농촌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농촌 지역을 정체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124) 정당은 수도에서 시골 촌락으로 조직가를 '투하'하지만, 미숙하거나 너무 젊은 그 조직가는 중앙 당국으로부터 하달되는 지침에만 충실한 나머지 두아르(천막촌)나 촌막을 공장의 세포처럼 취급한다. (...) 의문의 여지가 없는 도덕적 권위를 지니고 존경을 받는 전통적인 사회의 노인들은 공개적으로 조롱거리가 된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지역의 권위자들은 그런 조롱에 대한 분노를 이용하며, 그 희화화된 권위가 내린 매우 사소한 결정까지도 중시한다. 

p152 : 이주민은 단순히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다. 식민주의자들 중에는 일부 원주민보다도 민족투쟁을 더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혈통이나 인종적 편견의 장벽은 양측에서 무너진다. 마찬가지로 흑인이나 무슬림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순수한 혈통이라는 생각도 사라진다. 따라서 이주민이 나타나도 무조건 총이나 칼을 들이댈 필요는 없다. 의식은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지만 아직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다. (153) 도시 지도부의 선동적이고 개량적인 책략에 환멸을 느껴 시골로 도피한 민족주의 투사는 구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참된 정치 활동의 형태를 발견한다. 이것은 역사 안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두뇌와 근육으로 자유를 위한 투쟁을 이끄는 지도자들과 조직자들의 정치다. 이 정치는 민족적이고 혁명적이고 사회적이다. (154) 오직 폭력만이, 민중이 행사하는 폭력만이 민중 지도부가 조직하고 교육하는 폭력만이 대중에게 사회적 진실을 이해하도록 할 수 있다. 그 투쟁이 없으면, 행동의 실천에 관한 앎이 없으면, 나팔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겉만 번드르르한 행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소한의 재적응, 위로부터의 약간의 개혁, 휘날리는 깃발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 밑에서는 분화되지 않은 대중이 여전히 중세의 삶을 살면서 내내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3장. 민족의식의 함정

p157 : 민족의식은 모든 사람의 내적인 희망을 아우르는 결정체가 아니며, 대중 동원의 즉각적이고 명백한 결과도 아니다. 그것은 속이 빈 껍데기일 뿐이고 원작의 치졸한 모작에 불과하다. (158) 저개발국의 민족 부르주아지는 운명적으로 부여된 본연의 임무를 버리고 민중과 더불어 배워야만 한다. 바꿔 말해서 식민지의 대학교에서 배출된 지적 자본과 기술적 자본이 민중의 지휘 아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165) 부르주아지가 주로 흑인이나 아랍인으로 구성된 지배계급에게 제기하는 요구는 참된 국유화 운동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단지 지금까지 외국인이 장악했던 권력을 자신들의 손에 넘겨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 (206) 대중에게 민족주의만을 메뉴로 제시하는 부르주아지는 인간주의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막다른 골목에 봉착하게 돈다. (207) 민족 정부가 진정 민족적이 되려면 민중에 의해, 민중을 위해, 그리고 버려진 자들을 위해, 버려진 자들에 의해 통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p167 : 독립 직후에 번영하는 지역에 사는 국민들은 자신들의 운이 좋다고 여기면서 다른 국민들을 부양하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땅콩과 코코아, 다이아몬드의 생산량이 풍부한 지역들은 선두에 나서서 다른 황량한 지역들을 압도한다. (...) 아프리카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지지했고 식민주의에 크나큰 압력을 가하는 역할을 했던 아프리카의 통일이라는 그 모호한 이념은 이제 가면을 벗고 지역주의로 변질되어 국적이라는 빈 껍질 속에 안주한다. (168) 식민주의는 '정신적인' 경쟁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줌으로써 아프리카 민족들을 계속 자극한다. 세네갈에서는 <새 아프리카>라는 신문이 매주 이슬람교와 아랍인에 대한 증오심을 유표하는 역할을 한다. (...) 선교사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유럽 식민주의가 도래하기 오래전에 위대한 아프리카 제국들이 아랍의 침략으로 인해 멸망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려 준다. -> Devide and Rule! , 동성애 혐오, 무슬림에 대한 공포와 조선족 및 중국 혐오는 누구의 이해관계를 위해 작동하는가?

p173 :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영속화시키는 역할을 해줄 민중지도자가 필요해진다. 도덕적 권력을 대변하는 이 지도자의 보호를 받으면서 신생국의 야위고 빈곤에 찌든 부르주아지는 부유해진다. (...)일단 독립을 이루고 나면, 지도자는 빵과 토지를 달라는 민중의 요구를 외면하고, 나라를 민중의 신성한 손에 맡기는 대신 민족 부르주아지라는 이름 아래 모르배들이 세운 회사의 회장으로 취하는 것이다. -> 설국열차 

p177 : 지역의 당 지도자들은 행정직을 담당하고 당은 행정기관으로 변모한다. 활동가들은 군중 속으로 흩여져 시민이라는 공허한 직함에 만족한다. 그들은 부르주아지에게 권력을 넘기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했으므로 이제는 뒷전으로 물러나 부르주아지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것이다. -> 우리나라와 같은 의회 민주주의의 병패, 운동권의 관료화 및 어공을 통한 활동가 진영의 속물화.

p190 : 저개발국의 당지도부는 수도를 마친 전염병처럼 피해야 한다.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 그들은 시골 지구에서 살아야 한다. (...) 당은 극단적으로 분권화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지역들을 소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192) 저개발국의 젊은 아낙이 남편에게 농촌에 임명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혼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는 광경을 더 이상 두고 볼수는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의 정치국은 그 버려진 지역에 큰 특권을 부여해야 한다. (190) 지역 공무원들이 역동적으로 편성되어 전권을 행사하여 지역을 일깨우고, 소생시키고, 의식 수준을 신속하게 성장시킬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정부의 거물들과 당의 관료들이 지도자의 주변에 모여들게 된다. -> 파농의 전략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매우 유용해 보인다. 일선 공무원에게 재량권을 늘려주는 것은 오히려 관료주의적 방향성과 역행한다는 파농의 놀라운 통찰.

p200 : 우리는 비범한 사람을 육성하거나 영웅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지도자의 다른 형태일 따름이다. 그보다 우리는 민중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두뇌를 계발하여 생각을 불어넣고, 그들을 진정한 인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 중요한 것은 대중의 사고 수준을 높이는 것, 흔히 말하는 '정치 교육'이다. (...) 조물주는 바로 대중 자신이며, 마법의 손은 바로 대중의 손이다. 이 모든 일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으로 민중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극단적인 분권화가 필요하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또 아래로부터 위로의 움직임은 고정된 원칙이 되어야만 한다. -> 형식주의적 원칙이 아니라 역동성과 변증법적 도약을 확보하기 위한 원칙!

p206 :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소식은 보두앵 왕의 결혼이나 이탈리아 지배계급의 스캔들 같은게 아니다. 아르헨티나나 버마 같은 나라에서 문맹이나 지도자의 독재적 성향을 극복하는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그런 소식이 우리를 강하게 해주고, 가르쳐 주고, 우리의 효율성을 10배나 늘려준다. -> 비동맹 운동, 최근 말레이사아 및 네팔 등 남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민중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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