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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민족문화에 관하여
p227 : 원주민 지식인은 문화 유물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지만, 실상 그 순간에 그는 자기 나라가 아닌 외부에서 차용한 낯선 기술과 언어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단지 그 도구들에 민족적이기를 바라는 검인을 찍는 데 만족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낯선 이국적 분위기를 제거할 수는 없다. 문화적 업적 덕분에 자기 민족에게 돌아온 원주민 지식인은 사실상 외국인처럼 처신한다. 이따금 그는 서슴없이 사투리를 쓰면서 최대한 민중에게 가까이 접근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표현하는 생각과 품고 있는 선입견은 조국의 사람들이 익히 아는 실제 상황과는 아무런 공통의 요소가 없다. 지식인이 의지하는 문화는 그저 자기중심주의적인 것에 불과하다.
p236 : 유럽의 전쟁 영웅인 나만, 조국의 힘과 영원함을 약속하는 나만은 고향으로 돌아올 무렵에 경찰의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이것이 1945년의 세티프에서, 포르드프랑스에서, 사이공에서, 다카르에서, 라고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케이타 포데바의 이 시에 나온 인물들은 프랑스의 자유와 영국 문명을 위해서 싸운 그 흑인들, 그 북아프리카 원주민들이다.
그러나 케이타 포데바는 더 멀리 본다. 식민지 나라에서 식민주의는 원주민들을 전장에 데려다가 부려먹은 다음에 독립운동을 진압하는 병력으로도 활용한다. 활동을 마친 식민지의 단체는 민족주의를 억압하느 강력한 세력으로 탈바꿈한다.
p250 : 민족의식 - 민족주의와는 다르다 - 은 우리에게 국제적 차원을 보여 주는 유일한 통로다. 민족의식과 민족문화의 문제는 아프리카의 경우에 특별히 중요하다. 아프리카에서 민족의식의 탄생은 아프리카 의식과 정확히 동시대적으로 연결된다.
인간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알려진다면, 오늘날 지식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자신의 나라를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국가 수립이 올바르다면, 다시 말해 민중의 의지를 담아내고 아프리카 민족들의 열의를 반영한 것이라면, 국가를 수립한 뒤에는 필연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장려하는 일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민족해방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민족이 여사의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이끈다. 국제적 의식이 살아나고 자라나는 곳도 바로 이 민족의식의 한복판에서다. 이 이중의 생성은 궁극적으로 모든 문화의 유일한 원천이다.
6장. 결론
p317 : 유럽은 인간을 배려하는 데서는 인색하고 쩨쩨했으며, 인간을 죽이고 잡아먹는 데만 열심이었다. 그렇다면 형제들이여, 그 유럽을 따라다니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318) 유럽을 흉내내지 말자. 우리의 근육과 두뇌를 모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앙가자. 유럽이 나을 수 없는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자. 2세기 전에 유럽의 예전 식민지는 유럽을 따라잡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도가 성공을 거두어 오늘날 미국은 유럽의 오점, 병, 비인간성을 엄청나게 증폭시킨 괴물이 되었다. (321) 동지들이여, 유럽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인류를 위해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로운 발상을 만들고, 새로운 인간을 정립해야 한다.
2002년판 후기(모하메드 아르비, 알제리 역사학자이자 독립투사)
p323 : 파농이즘이 설득력을 갖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제3세계의 '반(反)엘리트주의적인 엘리트'의 열망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325) 공산주의자 인터내셔널, 즉 코뮌테른에서 설익은 제3세계론자들, 타타르의 술탄 갈리에프, 인도의 로이, 인도네시아의 탄 말라카는 식민지의 민중을 변화의 원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길 기대했다. 달리 말하면 막심 로댕송이 강조했듯이 식민지 민중을 공산주의 세계전략에서 한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공산주의 운동에서의 그런 생각은 마오쩌둥과 프란츠 파농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둘 모두 농민의 혁명(326)에 역점을 두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 그러나 파농과 달리 마오쩌둥은 그의 혁명전략에서 농민을 앞에 두지 않았다. 프롤레타리아가 여전히 전위부대였고, 공산당이 조정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파농은 달랐다. 그는 제국주의의 경제적 분석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정체성과 문화의 갈등까지 이론화해서 이 땅에서 진정으로 저주받은 사람들, 철저하게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식민지 피지배자들인 것을 증명해 보이려 애썼다.
p327 : 이 책에서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큰 희망이 아니다. 지배자와 집행자에 관한 집단을 편드는 모든 시도, 그리고 민중을 본질적으로 무능하고 순종해야 할 집단으로 정의하며 그들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하는 관료주의를 옹호하는 모든 시도를 비판하고 경계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관계는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끝으로 파농의 영향은 정신의학에서도 찾아진다. 파농의 생각에 정신병원은 '미친 사람'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기계였다. 달리 말하면 '미친 사람'이 말로 표현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규범을 그에게 강요하는 기계였따. 반(反)정신의학 운동에 가담한 파농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역전시킴으로써 이런 언어의 해방을 역설했다. 진실과 진정성은 광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광기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절대적 자유를 염두에 둔 파농의 인민주의와 그의 의학적 시술에서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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