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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로운 '인클로저 운동'이라는 개념이 나온지 오래이고, 나도 내 책 <미래 공생교육>에서 언급한 것이 벌써 5년전이다. 따라서 이 책의 큰 구도 자체에 참신한 부분은 적었다. 다만, 경제학자이며 그리스 경제부 장관까지 역임한 저자의 경제학적 식견이 드러나는 일부 부분이 흥미로웠다. 현재의 AI열풍과 플랫폼 자본주의의 경제적 지배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선언할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엄청난 거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유물론적 토대, 생산성이 변화하지 않는 금융자본의 거품 경제의 폭증 버전이 AI경제라는 것이다. 브레탄우즈 체제와 뉴딜정책이 유럽과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전세계 경제 대호황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는지 더 명확히 알게 된 점도 좋았다. 환율에 대한 약속 하나가 세계 평화와 경제 호황을 가능하게 했다면, 오늘날에도 전세계 지도자들의 합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도 했다. AI경제의 거대한 장원을 다시 공유지로 돌린다는 장밋빛 환상 말이다. 오늘날의 기술통제사회를 가능하게 했던, 사이버네틱스가 소련에서 시작했으며,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자본의 독점 및 독재를 막고 있는 것은 중국의 일당 공산당 체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정치와 경제는 서로 연동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와 정치가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AI 기업 및 플랫폼 자본을 결국 민주주의적 힘으로 제지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전환, 사회구성체적 전환이 없다면, AI 독재사회, 일론 머스크같은 사람이 지배하는 테크노크라시의 디스토피아 버전으로 귀결될 것이다.  

테크노퓨달리즘 야니스 바루파키스 / 노정태 옮김 / 2024

p12 감수의 글(이주희) : 바루파키스에 따르면, 클라우드 자본은 오리지널 인터넷의 개발로 시작되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내어 위기에 처한 은행을 구하고 일반인은 가혹한 긴축으로 몰아넣었는데, 이 과정에서 빅테크 소유자들은 넘쳐나는 달러를 자본확충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지배계급으로 부상하였다. 같은 지대추구형 경제라 해도 테크노퓨달리즘은 더 이상 자본주의가 아니다. 바루파키스는 그 이유를 이윤과 시장이라는 자본주의의 두 근간이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영지로 인해 사이드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15) 빅테크 영주를 사랑하는 테크노 농노는 기꺼이 삶과 밀착된 정보를 생산해 영주가 더 많은 광고료를 벌 수 있도록 돕는 한편, 희망 없는 변방에서 불안정 저임금 노동에 종사한다.

 

p46 : 그 이유는 20세기 언젠가 좌파들이 자유를 팔아서 다른 무언가를 얻으려 했기 때문이다. 동구권(러시아, 중국,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는 해방을 향한 투쟁이 전체주의적 평등주의로 변질되었다. 서구권에서는 자유가 그 적의 손에 떨어져, 엉뚱하게 정의된 공정과 다를 바 없는 무언가로 취급되고 있다. 자유와 공정이 약자택일 관계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될 때, 부정한 민주주의와 비참한 국가 주도 평등주의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을 때, 좌파의 설 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 평등이 공정으로 변경되었을때, 좌파의 몰락이 시작된다. 능력주의로의 전환.

 

p67 : 브레턴우주의 금융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미국달러에 기반을 둔 세계 화폐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막강한 미국 경제가 뒤에서 버티고 있던 덕분에 유럽과 일본의 화폐 역시 확실하고 안정적인 가치를 갖게 된 거죠. (...) 동양에서 뉴딜 정책가들은 일본 헌법을 다시 썼고 일본이 일본식 특징을 가미된 테크노스트럭처로 변신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유럽 연합의 창설을 인도한 것도 그들이었죠. 유럽 연합은 테크노스트럭처의 청사진을 유럽의 환경에 맞도록 변용한, 독일 제조업에 기반을 둔 중공업 가르텔이었으니까요. 그 작업을 위해 독일 헌법을 다시 써야만 했습니다. (68)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1971년까지 미국, 유럽, 일본은 낮은 실업률, 낮은 인플레이션, 높은 경제성장뿐 아니라 불평등의 급격한 축소까지 경험했어요. (69) 1960대 말이 되자 브레턴우즈 체제는 허물어지고 말았죠. 이유가 뭘까요? 세 가지 요소가 커지면서 미국은 무역 흑자국의 지위를 잃었고 만성 적자국으로 주저않고 말았어요. (베트남전, 징병제의 폐단 철폐를 위한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 도입, 일본과 독일의 공장이 미국의 공장을 압도) (70) 1971815일 닉슨 대통령은 브레탄우즈를 폐기합니다. (달러와 금과의 고정가격 해지를 통해, 달러와 유럽과 일본 통화와의 고정 환율제를 폐지함) (71) 은행가들이 막대한 부를 은행으로부터 자신의 주머니로 이전할 수 있게 된 건, 브레턴우즈 체제의 죽음과 함께 은행가들이 뉴딜 정책의 사슬을 풀고 해방된 다음의 일이었습니다.

 

p239 : 자본주의 시대를 통틀어 지대수익 추구자들이 자본가의 이윤에서 많은 몫을 빼먹을 때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는 없었죠. 이윤이 지대로 전환된다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의 역동성이 무뎌지고, 버블이 발생하고 곧 터져버린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약자를 수탈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국가는 채무에 중독됩니다. (...) 저는 이 현상을 글로벌 가치 기반의 위축이라고 묘사하고 싶습니다.

 

p242 : 아이러니는 클라우드 영주들을 견제할 수 있는 힘, 그리하여 민주주의를 살아 있게 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적 원동력을 가진 조직은 중국 공산당 뿐인 것 같다는 거죠.

 

p296 : 소련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경과 컴퓨터의 제어를 종합하고 자동화하는 사이버네틱스의 선구적 논의를,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수십여 년 전에 발명해냈어요. (298) 우리의 정신을 각자의 것으로 지키려면, 우리는 클라우드 자본의 집단 소유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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