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전사연170407(금)/ 헤겔 세미나 / 헤겔- 찰스 테일러 4장 / 마스터한
의식의 변증법
(찰스 테일러, 『헤겔』 4장)
1. 『정신현상학』에 대하여.
2부는 헤겔의 초기 주저작인 『정신현상학』에 대한 해설이다. 찰스 테일러는 예나 시기 말(1806-1807)에 쓰인 이 책이 이후 “헤겔 체계의 도입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헤겔의 사유 체계는 모든 부분적 현실이 절대자에 의존해 있고, 절대자는 이 부분적 현실들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 의식은 우리를 세계에 대립하고 있는 개별적이고 유한한 주체로 여긴다. 반면 정신의 관점은 우리가 세계 속에 표현된 정신의 담지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상 의식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지식에 이를 수 있는가? 『정신현상학』은 자연적인 일상 의식을 주의 깊게 검토함으로써, 그것이 모순으로 인해 부서지고, 자신을 넘어서 보다 적절한 형식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절대적 지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절대적 지식에 이르는 길이 외부에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비판’, 즉 의식 안의 변증법적 운동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헤겔과 맑스의 전통”이다. <240-241>
2. 모순.
그렇다면 여기에서 “모순”이란 무엇인가? 헤겔의 체계에 의하면 세계의 전체 구조는 “자기 자신을 아는 정신”, “자기 자신을 사유하는 사유”, “순수한 이성적 필연성”인 정신을 구체화하고 정신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서 존립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외적 현실이라는 매체를 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분적 현실은 서로 독립되어 있고, 외적으로 존재하고, 우연에 내맡겨져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왜곡’과 ‘모순’이 일어난다.
헤겔의 방법은 유한한 존재들 안에 있는 모순을 지적하고, 이러한 모순이 유한한 사물들을 정신의 구현의 일부로 간주할 경우에만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변증법적 모순에 대한 해명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1) 우리는 실현해야 할 목적을 갖는 어떤 것, 혹은 도달해야 할 기준을 갖는 어떤 것에서 출발한다. (2) 그 이후 우리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이러한 목적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 혹은 그 기준에 상응할 수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245>
3. 역사적 변증법과 존재론적 변증법.
이와 같은 변증법은 두 가지 형태를 띨 수 있다.
(1) 목적은 현실 속에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현존하는 현실은 몰락하거나 목적 실현에 부적합한 것을 제거함으로써 목적에 맞게 변형될 것이다.
(2) 기준은 이미 충족되었을 수 있다. 이 경우 모순은 우리의 기준관, 목적관과 같은 현실관을 변경하도록 할 것이다.
(1)은 헤겔의 역사적 변증법, (2)는 존재론적 변증법에 해당한다. 역사적 변증법에 의하면 특정한 역사적 삶의 형식들은 내적 모순 때문에 몰락하여 다른 것으로 대체되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한편, 존재론적 변증법은 목적이나 기준이 실현될 수 없다고 하는 목적관, 혹은 기준관이 잘못된 관점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테일러는 존재론적 변증법(인식 이론들의 변증법)과 역사적 변증법(역사적 의식 형태들의 변증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또한 지적한다. 즉, 세계를 파악하는 관점의 끝없는 변화는 역사적 현실의 변화만큼이나 역사적 변증법에 본질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테일러는 변증법의 운동을 세 개 항의 관계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1) 근본적인 목적 혹은 기준 (2) 부적합한 현실, (3) 목적에 대한 부적합한 파악이다. 이에 따르면 역사적 변증법은 (2) 특정한 삶의 형식에 의해 발생하는 (3) 부적합한 파악에 의해 (1) 목적이 좌절됨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존재론적 변증법도 (2) 실재(현실)을 (1) 기준과 목적에 따라 구성함으로써 (3) 기준에 부적합한 관념들이 드러난다.
4. “정신의 현상학”
이런 변증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척도나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기준이 의식 외부에서 주어진다면 헤겔의 방법에 어긋난다. 헤겔은 의식 자체의 진리관, “의식 스스로 제시하는 기준”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세련되지 않은 일상적인 지식관은 모순에 의해 무너지고, 다음 형태에 의해 대체된다. 이 과정에서 일상 의식은 변화를 경험한다. 그리고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쳐 모순이 없고 자기 내부에서 화해된 채 머물 수 있는 의식의 형태, 즉 절대적 지식에 도달하고자 한다. 바로 이 여정이 “정신의 현상학”이다. <255-256>
5. 1장 감각적 확신
헤겔은 ‘감각적 확신’이라는 의식 개념으로부터 변증법적 운동을 시작한다. ‘감각적 확신’이라는 관점에 따르면 우리가 마음의 활동, 개념적 활동이 일어나기 전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그 세계는 가장 풍부하고 완전하다. 그러나 헤겔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테일러의 표현에 따르면 인지하는 의식은 선택적이다. 즉, 인지는 대상의 특정한 차원들에 초점을 맞추고, 차원들을 바라보는 특정한 방식을 우세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각적 확신은 의식의 가장 빈곤한 형식이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도는 결국 무의식이나 몽환과 같은 응시 상태로 떨어지는 일이다.
바로 여기에 감각적 확신이 가진 모순이 있다. “비선택적이고 직접적인 의식의 상태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알기 위해 그 상태에서 걸어나와야 한다.” 감각적 확신을 지식의 ‘척도’로서 현실화하려는 순간, 그것은 지식의 표준적 특성들과 충돌을 일으키므로 그것은 원리상 현실화될 수 없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 헤겔은 (테일러에 따르면) 훗날 비트겐슈타인의 논의와 유사한 언어철학으로 나아간다. 감각적 확신의 주창자들은 ‘이것’, ‘여기’, ‘지금’과 같은 순수한 지시사를 가지고 표현하라고 요구하는데, 헤겔은 특수자를 실제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일반적 술어, 개념들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적 방식으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은 “비진리, 비이성적인 것, 단순히 사념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69-270>
6. 1부의 나머지 부분들.
『정신현상학』의 1부는 1장 “감각적 확신”, 2장 “지각: 사물과 착각”, 3장 “힘과 오성, 현상계와 초감각적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테일러는 1장의 논의는 대단히 세밀하게 다루고 있으나 2장과 3장은 개략만을 소개하고 있다. 감각적 확신의 변증법으로부터 생겨난 새로운 형태는 대상을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는 관점, 즉 ‘지각’이다. 즉 특수자는 일반적 서술을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는 통찰로부터 나온 관점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변증법에서도 모순이 드러난다. 대상은 그 자체가 내적인 모순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3장은 대상을 인과적 힘의 장소로 보는 역학적 관점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현상의 내적 근원을 ‘초감감적인 것’으로 특징짓는 것, 이런 근원을 법칙을 통해 이해하는 것 등의 파악 방식이 포함된다. 헤겔은 이 모든 것이 결국 몰락한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는 결국 대상은 스스로를 드러내는 내적 필연성의 외적 발현으로 보는 개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주체성의 구조를 가진다.
이 지점에서 논의는 2부 ‘자기 의식’으로 넘어간다. 헤겔에 의하면 알려진 대상의 구조와 주체의 구조는 동일하다. 우리의 의식은 낯선 실재에 대한 의식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의식, 대상 일반에 대한 의식은 사실 필연적으로 자기 의식이며, 자기 내의 반성이고, 타자 속에서의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 <274>
7. 비판점.
이상에서 드러나는 헤겔의 논거는 모든 법칙이 단일한 하나의 기초적 힘이나 필연성의 유출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는다. 내적 필연성은 단지 전제로 가정되고 있다. 그래서 테일러는 이 부분에서 헤겔의 변증법적 논의가 순환적이고, 심지어는 해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275>
'세미나 발제문 > 헤겔 & 가라타니 고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사연170413(목) / 가라타니 고진 세미나 / 세계사의 구조 3부 1장~ 3장 2번 / 화니짱 (0) | 2017.04.13 |
---|---|
전사연 170413(수) / 가라타니 고진 세미나 /세계사의 구조/3부 발제/바다사자 (0) | 2017.04.13 |
전사연170407(금) / 헤겔 세미나 / 헤겔 - 탈스 테일러 3장 / 화니짱 (0) | 2017.04.07 |
‘가치, 교환가치, 사용가치’에 대한 사전적 정의(두산동아) (0) | 2017.04.01 |
상품과 화폐에 대한 마르크스와 그레이버의 주장 정리. (0) | 2017.04.01 |
- Total
- Today
- Yesterday
- 레비스트로스
- 마키아벨리
- 야생의사고
- 안토니오그람시
- 헤게모니
- 이탈리아공산당
- 옥중수고이전
- virtù
- 개인심리
- 루이 알튀세르
- 집단심리
- 생산양식
- 그람시
- 검은 소
- 로마사논고
- 한국전쟁의기원
- 계급투쟁
- 알튀세르
- 무엇을할것인가
- 브루스커밍스
- 생산관계
- 딘애치슨
- 스피노자
- 옥중수고
- 이데올로기
- 의식과사회
- 프롤레타리아 독재
- 루이알튀세르
- 신학정치론
- 공화국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