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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정년퇴임을 하고 난 뒤에 직업란에 무엇을 써야할지 난감하다.
전 효산고 교사, 혹은 시인라고 썼다가 지운 적이 몇 번 있다.
아무래도 전직 교사가 직업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시인이라는 직함도 맞춤하지가 않다.
얼마 전에 머리에 떠오른 직업이 있다. 산책가.
산책가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직업이란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하지만
내가 시인이라고 해도 돈을 벌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일 터다.
차도 없도 면허증도 없는 나는 주로 도보 여행을 즐긴다.
가끔은 기차와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반 나절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는 30년 교직생활만 달랑하고 떠나 와
나에겐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는 순천 동천 벛꽃길을 걸었다.
벚꽃이 만개한 동천은 봄맞이 나온 사람들과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또 며칠 전에는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섬진강변을 걸었다.
매화가 진 자리에 대신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꽃잎은 바람에 하르르 꽃비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눈이 내리는 듯했다.
어떤 이는 왜 저게 꽃비냐고 꽃눈이라고 해야 맞지 않느냐고 따져 물을 법도 하다.
하지만 눈처럼 내리는 꽃잎을 꽃눈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리적일지 모르지만
꽃비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고 멋스럽다.
물론 꽃눈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예쁜 이름이다.
벚꽃은 강한 꽃샘바람에도 꽃잎이 쉽사리 지지는 않는다.
꽃잎 하나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악착같은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가 되면 어찌할 수 노릇인가 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아름다움이리라.
나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세 개의 다리를 건너 다시 구례구역으로 돌아왔다.
내가 보물처럼 아끼지만 혼자서만 맛보고 싶지 않은 나의 산책길 중 하나다.
언제 전사연 벗들과도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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