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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세미나 / 말과 사물 / 17-05-28 / 3장 발제 / 화니짱
3장. 재현하기
1. 돈키호테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그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에서 편력하는 기호가 된 돈기호테는 본의 아니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권의 책이 되었는데, 이 책은 그의 진실을 보우하고, 그가 자신의 뒤로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긴 그 모든 기호를 닮은 한, 마침내 누구라도 그를 알아볼 수 있게 해 준다.(88) 18세기 말엽까지 광인에 대해 지녔던 문화적 인식에 따르면, 광인은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존재이고, 도처에서 닮음과 닮음의 기호만을 보는 자이며, 광인에게는 모든 기호가 서로 유사하고 모든 닮음이 기호와 같은 가치를 갖는다. 문화 공간의 다른 극단, 그러나 대칭을 이루기에 바로 인접해 있는 극단에서 시인은 명명되고 언제나 미리 규정된 차이 아래 파묻힌 사물들의 친근성, 흩어져 있는 사물들의 유사성을 다시 찾아내는 사람이다.(89)
광인과 시인은 우리 문화의 외부 가장자리에서, 우리 문화의 본질적인 분할선에 가장 가까운 한계상황을 같이 하는데, 거기에서 광인과 시인의 말은 낮섦의 힘과 항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얻는다. 광인과 시인 사이에서 어떤 지식의 공간이 열렸는데, 이 공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서양 세계에서의 본질적인 단절 때문에 유사성이 아니라 동일성과 차이이다.(90)
2. 질서
17세기 초엽, 바로크라고 불린 시대에는, 사우가 더 이상 닮음의 원리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91) 유사성의 망상이 도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만, 유사성이 망상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92) 한편에는 기호, 구분, 분류의 일반 이론이, 다른 한편에는 직접적인 닮음, 상상력의 자율적 움직임, 자연의 반복이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양자 사이의 열려있는 간격에 새로운 지식의 공간이 자리를 잡는다.(101)
3. 기호의 재현
개연성, 분석과 조합, 체계의 당연한 자의성의 인식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기호들의 체계이다. 기호들의 체계는 기원의 탐구와 동시에 계산 가능성, 가능한 구성을 결정하는 도표의 설정, 가장 단순한 요소에 입각한 발생의 복원을 유발하고, 모든 지식을 언어에 접근시키며, 모든 언어를 인위적인 상징 체계와 논리적인 성격의 연산 체계로 대체하고자 한다.(109)
4. 이중화된 재현
기호의 이항 배치는 스토아학파 이래, 언제나 3원적이었던 구조를 대신하는데, 이 배치는 기호가 그 자체로 이분화되고 이중화되는 재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나의 관념이 또 다른 관념의 기호일 수 있는 것은 두 관념 사이에 재현의 관계가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재현하는 관념의 내부에서 이 재현이 언제나 표시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는 본질적으로 재현이 스스로에 대해 언제나 수직을 이루기 때문이다. 재현은 지시이자 동시에 출현이며, 대상에 대한 이해 방식이자 자기발현이기도 하다. 고전주의 시대부터 기호는 재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현의 재현성이다.
이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고전주의적 사유에서 기호가 중요성을 띠게 된다. 예전에는 기호가 인식의 수단이자 지식을 위한 실마리였을 뿐이나, 이제는 기호가 재현, 다시 말해 사유와 완전히 동일한 외연을 갖고, 재현 안에 놓이면서도 재현의 전범위를 가로지른다. 하나의 재현이 또 다른 재현과 관련되고 이 관련성을 스스로 나타낼 때 비로소 기호는 존재하게 된다.
두 번째 결과. 이처럼 기호가 재현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해 의미작용에 관한 이론의 가능성까지도 배제된다. (112)
5. 닮음의 상상력
상상력은 홀로 이중의 기능을 실행한다. 이중화된 재현에 의해서만 상상력이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면, 이는 바로 사물들의 동일성과 차이의 분석적 진실에 대한 직접적인 인식을 상상력이 방해하는 정도에 따라서이다. 상상력의 권능은 상상력이 지니고 있는 결함의 이면 또는 다른 측면일 뿐이다. 데카르트, 스피노자는 상상력이 가진 유한성의 낙인을 알아보았다. 이와 반대로 상상력의 긍정적 계기는 분명하지 않은 닮음, 유사성의 어렴풋한 속삭임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119)
6. 마테시스와 탁시노미아
마테시스, 탁시노미아, 발생이라는 이 세 가지 관념은 별개의 분야들보다는 오히려 고전주의 시대에 지식의 일반적인 지형을 명확히 결정하는 굳건한 귀속의 망을 보여 준다. 탁시노미아는 마테시스와 대립하지 않는다. 전자는 후자 안에 자리하고 후자와 구별된다. 실제로 전자 또한 질서의 과학, 질적 마테시스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마테시스는 동등의 과학, 따라서 귀속과 판단의 과학이고 진리의 과학인 반면에, 탁시노미아는 동일성과 차이를 다루는 분절과 등급의 과학이자 존재물에 관한 지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발생은 탁시노미아의 내부에 자리하거나 적어도 거기에서 본래의 가능성을 얻는다.(124) 한편으로는 마테시스가 판단논리학과 존재론을 구성하면서 재편성되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학과 기호학이 해석의 분야에서 서로 합쳐졌는데, 이 분야의 영향력은 니체와 프로이트까지 지속되었다.
어쨌든 고전주의 시대의 에피스테메는 가장 일반적인 배치의 측면에서 마테시스, 탁시노미아, 발생론적 분석이 맞물린 체계로 규정될 수 있다. 이 과학들은 언제나 정돈의 기획을 지니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동시대적인 체계 안에서 생겨나는 인식들의 도표, 진열이라고 말할 수 있다.(125)
지식 자체의 고고학적 분석을 하려면, 겉보기에 모순적인 사상들의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일반적 사유 체계의 망을 재구성해야 한다. 논쟁이나 문제의 가능 조건을 결정하는 것도, 지식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이 망이다.(125) 서양 문화의 에피스테메는 계산 가능한 질서의 형태로부터 가장 복잡한 재현의 분석까지 이 공간을 끊임없이 가로질렀다.(126) 경험적 지식의 광범위한 망, 즉 양적이지 않은 질서의 망이 마치 점선으로 이은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감소했지만,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탁시노미아 유니베르살리스의 단일성은 아마 린네의 경우에서, 그가 자연이나 사회의 모든 구체적 영역에서 동일한 배치와 동일한 질서를 찾아내려는 계획을 구상할 때 아주 분명하게 나타나게 된다. 지식의 한계는 재현의 질서를 세우는 기호에 대한 재현의 완벽한 투명성일지도 모른다.(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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