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11강.hwp


미셸 푸코 :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 11강 발제

정한(순수한) 것과 부정(불순한) : 호메로스에서 통과 의례인 목욕재계 / 기원전 7~6세기에 오점의 지위가 전도되다 / 노모스, 화폐 그리고 새로운 종교 실천 / 사치스러운 희생제의의 민주적 대체물인 금기 / 불멸의 민주화 / 범죄 행위와 지식의 의지
 

1) 부정(불순한) 것이라는 법적-종교적 범주의 확립 : 정화는 상고기의 의례다. 어떤 변천 과정 속에서 정화는 두 가지 대립과 연결된다. "범죄 행위 / 무결", 그리고 "무지 / 지식"
 

1-1) 호메로스에서 순수한 것의 범주

a) 처음 보면, 정화 의례는 살해, 학살, 전투, 부상 이후에 하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 먼지와 피 등은 씻어내야 하는 불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는 전투에서 피를 뒤집어 쓴 채 돌아온다. 아킬레우스가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의 막사에 들어서자, 그들은 사람들더러 아킬레우스를 씻길 준비를 하라고 명한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원정을 다녀와서 욕조에 들어가 목욕한다.

b) 그러나 이 의례적 몸짓이 오점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전사가 전투 뒤 몸을 씻는 것은 성스러운 성격을 띤 종교, 의례 활동의 문턱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목욕재계는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활동에서 의례적 활동으로 넘어갈 때 한다.

어떤 과오를 씻고 죄를 지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리아스>의 다른 대목이 이 점을 훨씬 더 분명하게 증명한다. 파트로클레스의 장례를 묘사한 대목이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라스의 시신을 정성껏 씻긴다. 파트로클라스의 시신이 오염된 상태로 저승에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킬레우스 자신은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전까지 씻지 않겠다고 한다.

호메로스에서 목욕재계는 살해자나 죄인을 씻고 그에게 그의 본래의 정함(순수함)을 되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의 상이한 순간과 활동의 상이한 수준을 구획 짓는다. 의례에 들어가고 희생제의의 순간이 됐을 때, 저승에 가고 탄원자와 이방인이 집에서 접대 받을 때 목욕재계를 한다. 역으로 애도에 머물러야 할 때는 목욕재계를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의무를 완수하지 않고서는 목욕재계를 할 수 없다.

목욕재계는 접촉을 끊는다. 목욕재계는 순간, 장소, 행위를 고립시킨다. 목욕재계는 넘어선 문턱을, 행동이 등록된 새로운 영역을 표식한다.

c) 그러나 다음에 유의해야 한다. 범죄자는 그 자체로 다른 이들로부터 고립시켜야 하는 상이한 지역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텔레마코스가 기도하고 헌주하는 순간, 살해자인 테오클뤼메노스가 등장한다. 텔레마코스는 여느 탄원자처럼 맞이한다. 우리는 관례적인 도식 하나를 갖고 있다. 1. 범죄 / 2. 오점 / 3. 제거 의례 / 4. 무결 회복. 그런데 이 도식은 호메로스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목욕재계에 의해 불연속성이 의례적으로 표명되고 유지된다. 그로부터 망각의 위험, 폭력의 위험, 분리된 지역 사이의 상식을 벗어난 소통의 위험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이런 경우에 오점이 생긴다. 첫째로 타격을 받은 지역은 거기에 침입한 것에 의해 얼룩진다. 둘째로 침입하는 대상은 그것이 침투해서는 안 됐을 이 지역에 얼룩진 것으로서 돌출한다. 따라서 오점은 즉각적으로 이중적이다. 도식은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오점이 원초적 사실 또는 적어도 범죄의 직접적 귀결이 되면, 분리가 오점의 필연적 귀결이 되고, 마지막으로 정화 의례가 오점 제거를 위해 마련된다. 이런 전도는 과오의 도덕을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

2) 이 전도는 어떻게 일어났는가? : 이 전도는 기원전 7~6세기 종교 생활에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들과 연결된다. 2-1) 인민 계급의 의례주의 강화. 농민 의례가 크게 강화되고 조직된 것은 기원전 7세기부터인 것으로 추측한다. 2-1-1) 헤시오도스에서 의례의 중요성과 세심함. 호메로스식 의례 외에도 금지사항들이 부지기수였다. 강 하구에서 목욕하지 마라, 잔치 때 손톱 자르지 마라, 열두 달이나 열두 살 된 아이를 성스러운 물건 위에 앉히지 마라. 2-1-2) 그러나 의례를 조직하면서 일련의 의례 규정을 강화했던 것은 특히 오르페우스교이다.

a) 이 강화는 무엇에 대응하는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는 이런 의례는 권세가에서 은밀한 배타적 소유물로서 쥐고 있던 법적-종교적 규칙들과 대립된다. 유효한 처방의 형태를 띤 이 의례들은 생활 방식의 법적-종교적 뼈대로 기능함에 있어서 권세가의 비밀과 명령에 필적한다.

b) 이런 의례 규정들은 따르기가 늘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규정들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다. 각자 자신이 한 일이 잘한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재판관이 될 수 있고 자신에게 종교적 자격 판단을 맡길 수 있다.

c) 이 의례들은 수확의 성공이나 실패를 각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게 해준다. 의례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운이나 불행, 신들과의 만족스러운 합의 또는 불화를 감당할 수 있다. 의례를 잘 준수하면 신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의례는 모두의 손에 닿는 곳에 있어야 한다.

d) 그렇기 때문에 이 의례들이 가장 유명하고 널리 퍼진 숭배 행위인 희생제의와 완전히 다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부유한 목축업자들이 치르는 숭배 의식에서나 등장할 법한 소, , 염소를 제물로 바치는 일은 없다. 대신 희생제의보다는 몸짓, 목욕재계, 금기가 중시되며, 어떤 물품을 바쳐야 할지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의례를 기억해야 한다.

자의적인 의례는 어떻게 보면 그것의 사회적, 정치적 기능에 의해 요청된다. 물론 이 기능은 의례가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한다고 설명해주진 않으며 다만 이 자의성에는 그 자체로 기능이 하나 있다. 그래서 이 자의성은 약화되고 합리화되기는커녕 오래 유지되며, 심지어 강화되고 심화된다. 유력자들이 소유하고 감추며 바깥에서 부과하는 규칙, 그리고 설사 희생했다 할지라도 부의 과시를 작동시키는 규칙, 이런 규칙에 맞서 의례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모두가 스스로 적용할 수 있으며, 자율적 통제가 가능하고, 마지막으로 자의적 형식의 주술적 관계를 통해 부의 소유 및 희생에서 분리된 규칙성의 체계를 세운다.

2-2) 기원전 7~6세기에 일어나 종교적 변환의 다른 측면은, 부유한 가문의 전유 게임에서 벗어나는 종교 형태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선두에 디오니소스 숭배가 있다. 그 숭배의 대중적 성격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2-1)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숭배에서 농지 의례와 농업적 준거가 갖는 중요성. 2-2-2) 성문을 휩쓸면서 부딪쳐오는 디오니소스의 침략을 이야기하는 몇몇 전설적 요소들의 증언. 2-2-3) 숭배 집단, 종단의 조직. 그 신도 모임은 숭배의 규칙이나 비밀을 전통적으로 보유한 집단에 전혀 속하지 않고서 자생적으로 열성적 포교의 효과로 생겨난다.

디오니소스 신앙의 온갖 특이한 성격 중 다음을 강조해야 하는데, 소속에서 나이가 적든 많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방인이든 시민이든 개인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소속됐다는 징표는 무아지경에서 개인적으로 표시된다. 희생제의는 모두의 평등한 참여를 함축한다. 비밀은 어느 가문이나 성직자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참가자의 것이다. 신과의 연결은 개인적이다.

우리는 호메로스에서 나타나는 신과 인간의 게임에서 아주 멀어졌다. 투쟁, 현혹, 대체.

2-3) 동시에 주요 신들에 대한 숭배, 그리고 그 숭배와 결부된 의례 기능 방식에서 일어나는 이동. 우리는 호메로스의 신들과 헤시오도스가 이야기하는 신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를 이미 지적할 수 있다. 호메로스의 신들은 세계를 나눠가졌고 자신들의 권능과 분노로 세계를 지배했다 헤시오도스에게 있어서, 신들은 계보상의 특권이나 특별한 선호로 묶인 채 등장하지 않고 신들의 탄생과 권력분배, 신들의 왕조의 위계, 각각의 신이 세계에 군림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가 바쳐야 하는 경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은 힘들과 영역들에 묶여 있는데, 그 힘과 영역은 아직 코스모스(질서)의 단일성 속에서 사유되진 않는다.

2-4) 옛 숭배의 전유를 위한, 또는 어떤 새로운 종교 형태의 지배를 위한 이 투쟁이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긴 어렵다. 다만 이 영역에서 기원전 7~6세기에 일어난 정치 권력의 대규모 재조직화의 결과를 알아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화폐를 확립하고 노모스()를 수립한 바로 그 새로운 정치권력의 구성이 마찬가지로 새로운 유형의 종교적 실천을 가능케 했다. 2-4-1) 참주의 권력 장악이나 입법자들이 부과한 새로운 권력 분배는 대중적 신들의 이름으로 결코 이뤄지지 않았다. 디오니소스적 입법이나 권력은 존재한 적 없고 부의 완벽한 나눔도 존재한 적도 없다.

권력 장악은 전통적 신들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그 신들에 대한 숭배는 귀족 계급의 수중에 있었다. 예를 들어 제우스, 아테네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2-4-2) 이는 어쨌든 두 가지 중대한 변경을 수반한다. 전통적 신들은 외부에서 재도입되어 당파들 사이의 주재자로서 개입한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권세가에 대한 소속 관계를 버리면서 말이다. 도시를 황폐화시킨 화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아폴론은 스파르타에 개입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아테나이 복귀를 준비하면서 행렬을 조직하는데, 이는 그와 아테네 둘 모두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온 것임을 분명히 의미한다.

그로부터 숭배 장소에 중요한 이동이 일어난다. 숭배 시설은 도시 바깥에 위치하기에 각 도시 안에서 정치적 무게를 갖는다. 흥미롭게도 이 장소 이동에 오히려 배가 효과가 있음을 지적하자. 도시 내의 신이 바깥에서 역수입되고, 이 숭배를 보유한 가문은 역으로 이 바깥 위치에서 숭배를 맡는다.

주요 신들에 대한 숭배에서 일어나는 두 번째 중요한 변경은, 그 신들이 도시의 신들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한 가문에 의한 숭배의 소유, 그 가문이 조상신과 맺는 부채와 채무와 봉사의 게임, 이 모든 것이 이제 신과 도시의 상호 귀속으로 대체되며 그것의 상징이 축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귀족 가문이 자신들이 가진 숭배의 특권을 박탈당한 것은 아니다. 귀족 가문은 제도적으로 이런저런 숭배를 거행하도록 임명된다. 그 숭배는 옛날엔 자신들이 주관하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도시에서 주관한다.

요약 : 대중적인 동시에 개인적인 의례 규정이 강화되고, 집단적 종교 운동이 그 의례 규정을 다시 떠맡음으로써 개인에 대한 어떤 종교적 성질 부여가 일어난다. 그런 성질 부여는 얼마나 엄격하고 정확하게 규정을 준수했느냐에 달려 있다. 정한(순수한) 것과 부정(불순한) . 디오니소스 숭배가 활발하게 발전함에 따라, 격렬한 투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종교 구조의 재조정, 새로운 형태들과 전통 신들의 동거가 불가피해졌다. 그렇게 재조정된 종교가 새로운 정치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개입하는 덕분에 이런 개인에 대한 종교적 성질 부여가 국가의 법 체계에 통합된다. 국가의 제어로부터 정한(순수한) 것과 부정한(불순한) 것의 분배가 이뤄진다.

3. 개인적 오점 : 화폐 경제의 탄생, 새로운 유형의 정치권력 형성, 방금 말한 종교구조의 확립, 이 모든 것은 개인에 대한 어떤 법적 정의에 이른다. 이 법적 정의는 정한(순수한) 것과 부정한(불순한) 것의 새로운 분배에 형식을 부여한다.

개인에 대한 법적 정의는 본질적으로 당대의 대대적 정치 변화에 일정하게 연결되는 법제에서 정식화된다. 이 법제는 상속, 장례, 살해와 관련된다. 보다시피 이 법제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죽음과 관련된다. 정치 권력은 죽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고 사건과 그 귀결을 규정하면서 개인성의 형상을 그렸다.

3-1) 상속과 매장에 관한 법, genos는 넓은 의미의 가족에게서 집단 상속권을 부분적으로 박탈한다. 이 법은 개인에게 자산의 개인적 성격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직접 상속인에게, 양자로 들인 후계자에게 자신의 자산을 물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성은 소유권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는 민주적 조치가 아니다.

장례식이 매우 엄격히 규제되는데, 이는 사치를 금하는 조치가 아니라 다른 것과 관련된다. 방금 사망한 자의 무덤에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게 금지됐고 지나치게 높은 봉분을 쌓는 것도 금지됐다. 애도 시간 및 기간도 제한됐으며 애도가를 부르거나 오래 전 죽은 망자를 슬퍼하는 것도 금지됐다. 이것들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주술-종교적인 모든 과정을 제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과정은 망자나 그 선조들의 늘 사라지기 직전인 물질적 그림자(망령)가 연장되고, 활력을 되찾으며, 계속 실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제사음식과 눈물, 찬양 의례가 많을수록 망자와 선조들의 생은 연장됐다. 따라서 부자들만 자신들이 가진 부 덕분에 사후의 생을 가질 권리를 가졌던 것이다.

애도를 제한하는 것, 그것은 만인에게 불멸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요 법적으로나 의례적으로나 이 만인의 불멸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불멸할 수 있다는 관념은 오르페우스교의 교의가 당시 인민 사이에 퍼트린 것이다. 장례에 관한 솔론의 법제는 영웅과 귀족에게서 특권화된 불멸을 박탈했다. 장례법은 불멸의 일반화 가능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사람들은 불멸 신앙이 지배 계급에 의해 부과된 이데올로기로서 극빈자들로 하여금 다른 곳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여기며 이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감내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불멸은 먼저 계급적 쟁취로 간주되어야 한다. 솔론의 입법이 그 증거이다. 인민의 아편이라는 유형의 이데올로기 효과는 나중에 작동하게 된다.

3-2)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살해 관련 법제다. 이 법제는 아테나이에서 드라콘에 의해 확립됐다. 그 법제는 다음의 것을 포함한다.

3-2-1) 살해자를 살해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것은 기존 관행을 승인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관행이 이제 도시의 법 자체에 의해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이 관행은 살해에 대한 처벌로서 살해를 정함으로써 살해 사건의 귀결을 거기에, 이 상호 죽음에 한정한다. 그 결과 이 관행은 가족 간의 복수가 초래하는 오래되고 끝없느 불안정 상태를 물리친다. 단 한 번의 보복만 허락되고 그 이상의 행위는 모두 차단된다. 이 관행으로 인해 피의 대가, 신체 손상이 배제되는 것이다.

3-2-2) 이제 살해의 효과 수준에서가 아니라 행위 자체의 수준에서 살해에 대한 성질 부여가 이뤄진다. 고의적 살인, 비고의적 살인,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 살해는 이제 단순히 어떤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 살해는 죽음을 야기했으면서도 다른 성질의 것이 될 수도 있고, 그 자체로 더 무겁거나 가벼운 범죄가 될 수 있다.

3-2-3) 배제 실천의 활용. 살해 혐의로 고발당한 자는 의식, 축제, 아고라에 대한 접근이 거부된다. 비고의적 살인을 한 자는 추방된다. 그는 희생자의 가족이 동의해야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추방당한 살인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 그를 죽이는 것은 시민을 살해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도 드라콘의 법은 오래된 환대의 규칙을 다시 채택한다. 하지만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다.

어떤 경우 추방은 불가피하다.(추방은 살해자가 너무 막강한 상대를 적으로 돌린 경우에 이용됐다.) 그리고 (정당방위를 제외하고) 살인이 살인을 범한 자에게 질적 불순함을 초래한다는 사실, 이 불순함이 도시에 위험하며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추방은 정당화된다.

그러나 이 부정은 도시 바깥으로 전염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불순하다고 공표하는 것은 도시이다. 도시 안에서, 그리고 도시에 대해서 그 부정은 위험한 것이다. 도시 바깥에서 그 부정은 마치 무력해진다.

3-2-4) 마지막으로 드라콘의 입법의 마지막 성격. 재판이나 화해는 정화의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재판과 화해는 그와 관련해 오점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질적인 생활 영역을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정화가 더 이상 아니다. 재판이나 화해는 범죄 자체와 동일시된 사전의 오점을 제거하고, 이 오점 때문에 분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재결합할 수 있게 해주는 순수화이다.

그 뒤로 오점, 부정, 격리, 재판, 정화라는 수단을 통해, 새 정치권력은 가족 간의 복수와 상호간의 끝없는 살해보다 우위에 선다. 호메로스의 오래된 법제에서, 고르튄의 입법에 명시된 이 dikazein에서, 권력은 소송 절차의 적법성에 대해서만 개입했다. 이제 권력은 행위와 그 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법적-종교적 성질 부여의 수준에서 개입한다.

도식은 뒤집혔다. 오점이 첫 번째 요소(피의 오점)가 되고 그 다음에 정화가 온다. 옛날에 죽음은 이행 때문에 정화를 야기했다. 이제 죽음은 오점을 야기한다.

정리해보자면, 새 정치권력은 입법자의 작업이나 참주의 작업을 통해 기원전 7세기에 일어난 계급투쟁의 필연적 귀결로서 구성된다. 이 새 권력은 첫째, 상속법을 통해 부자들이 자산을 유지할 수 있게 보장한다. 새 권력은 매장법 탓에 전 재산을 탕진해야 했던 부의 파괴 전통에 맞서 부자들을 보호한다. 둘째, 하지만 동시에 모두에게 사후 삶의 가능성과 권리를, 혹은 사후의 삶을 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한다. 셋째, 마지막으로 이 입법은 가족 간의 투쟁을 종결한다. 거기서도 가족 자신의 파괴에 맞서 가족을 보호한다. 그러나 개인의 법적-도덕적 성질 부여를 초래한다. 이 성질 부여는 법관을 매개로 해 정치권력의 수중에 들어간다. 이 모든 조치들의 교차는 다음과 같이 그려진다. 하나는 자신의 구체적 실존(생활 모습)을 넘어서 자신의 의지를 내세울 수 있는 법/권리주체. 다른 하나는 죽음을 초월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동일성. 마지막으로 법적이고 도덕적인 성질 부여라는 독특한 지지대.

개인성은 정치권력의 이런 이동, 재분배, 새로운 조직화의 효과로서 적어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등장한다. 죽음의 경제 사회적 효과를 관리함으로써 정치권력은 우리에게 여전히 익숙한 개인성의 형태를 그 효과로서 야기했다.

정한 것(순수한 것)/부정한 것(불순한 것)의 대립이 무결/범죄의 대립에 들어맞게 됐다. 피로 더러워졌지만 부정하지는 않는 호메로스의 영웅에서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스로 가는 이행은 자주 연구됐다. 정함-무결 관계 또는 부정함-범죄의 관계는 의고주의의 흔적이 아니라 희랍인들의 법-종교 체계에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환이 합리화나 개인화의 결과가 아니라 일군의 복잡한 과정의 결과임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a) 개인에 대한 자율적인 종교적 성질 부여 원리로서 의례가 강화된다.

b) 대중적 숭배가 대규모 집단 형태로 조직된다.

c) 가문의 숭배가 도시 종교로 변환되거나 통합된다.

d) 상속법에 따른 재산 상속, 장례법에 따른 사후의 삶의 권리에서 개인에게 법적/종교적 지위가 부여된다.

e) 살해 이후 배상 절차에 도시가 개입한다. 전통적 보복을 법적 배제 조치가 대체한다.

배제는 사회 공간이 자신을 소묘하고 끝내 자기 안에 스스로를 닫아버리게 만드는 최후의 결정적 요소로 나타난다.

사회 공간이 구성되고 자기 안에 닫혔기 때문에 죄인이 그 공간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배제 가능성은 사회 공간 형성의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배제의 실천은 이성과 비이성의 나눔을 구성하듯, 범법자와 비범법자의 대립을 구성한다.

부정한(불순한) , 그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도시에 위험을 퍼뜨리는 것이다. 그것은 도시를 파멸로 위협하는 것이다. 부정함(불순함)에 대한 신앙은 어떤 실천의 효과이다. 살해의 효과들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이 그 안에서 꼴을 갖추게 되는 실천의 효과인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과 진실이 무슨 관계인가. 우리는 이제 이 물음에 가장 근접해 있다. 부정한 죄인, 그는 더 이상 다음과 같은 곳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다.

첫째, 그는 의례가 거행되는 공간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둘째, 그는 도시 생활이 펼쳐지는 공적 장소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셋째, 그는 도시 자체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부정한 죄인은 노모스에 의해 배제된다. 그는 노모스, 노모스가 행사되는 장소와 형식들에서 배제된다. 그는 분배 원리 바깥으로 내쳐진다. 부정한 것은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만일 범죄를 한 번 저질렀다고 개인에게 부정함이라는 성질을 부여한다면, 그리고 만일 부정함이 위험한 접촉 원리이자 그로부터 화가 노모스의 공간 전체에 퍼지는 온상이라면, 범죄가 정말 일어났는지 누가 그랬는지 아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해가 간다. 호메로스에게서 혹은 상고기에 죄를 지었다는 현사실적 진실은 소송 절차 전체를 조건 짓는 제1요소가 아니었다. 도전과 복원이 규칙에 맞게 이뤄졌느냐가 중요했다.

반대로 범죄가 오점을 만드는 순간부터, 그리고 오점이 도시에 해를 끼친 순간부터 실제로 범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해진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