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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고미숙 / 그린비 / 07.05.15 초판 발행

책머리에

p7 : 어린 시절부터 하도 문제지만 풀다보니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몽땅 망각해버린 것일까?

질문이 없으면 단 한 걸음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평생 남이 제출한 질문지에 답을 쓰느라 바쁠 테니까. 그건 실로 청춘에 대한 모독이자 삶을 노예화하는 지름길이다.

공부란 세상을 향해 이런 질문의 그물망을 던지는 것이다. “크게 의심하는 바가 없으면, 큰 깨달음이 없다.”(홍대용) 고로, 질문의 크기가 곧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

 

p10 : 사람들이 왜 그렇게 출세를 못해 안달하는지 아니? 다 외로워서 그런 거야. 사람들 속에서폼나게 살고 싶으니까 돈이나 권력으로 사람들을 계속 자기 옆에 묶어두려고 하는 게지.

 

프롤로그 - ‘세 개의 절망과 하나의 희망이 있는 풍경

 

1. 학교, 공부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리다.

1.학교, 공부를 독점하다

 

2. 거짓말 하나-공부에는 때가 있다?

p36 : 이 연령별 균질화가 만들어낸 가장 심각한 망상은, 학교를 떠나는 순간 공부는 이제 끝!’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p37 : 학교에 들어가면서 갓난아기의 이 경이에 찬 호기심은 학교식으로 재편되어 버린다.더 이상 삶과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은 느낄 수도, 느낄 필요도 없다. 그것은 공부의 영역에서 간단히 축출되고 만다. 대신 잘게 쪼개진 학년별 단위 학습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다.

 

p38 : 각 대학마다 평생학습을 모토로 시민아카데미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그런데 그 평생학습이라는 게 학교가 만들어놓은 틀을 고스란히 반복한다는 게 문제다. 예컨대, 한편으론 학벌과 자격증을 위한 학습이 있다. 이건 사실 학교식 공부를 뒤늦게 밟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런 곳은 분위기도 학교나 다를 바 없이 썰렁하다. ? 그 공부란 게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39 : 다른 한편, 취미나 레저로서의 학습이 있다. 이건 적당한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라 패션이나 인테리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싫증이 나면 금방 걷어치우게 마련이고, 또 실제로 소일거리 이상의 큰 의미도 없다. 결국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돌진하거나 아니면 하릴없이 지적 유행에 영합하거나 - 우리 시대의 평생교육이란 이 두 개의 잘못된 욕망을 교묘하게 부추김으로써 돈을 긁어모으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p40 : 지금 대학에서는 공부와 실리를 혼연일체로 사고한다. 고등학교까지는 오직 대학을 위해, 대학에 가서는 학점, 토익, 고시, 취업, 유학 등 아주 구체적인 실리가 눈앞에 있어야만 공부를 한다. (...) 경제적 가치 외에는 아무것도 사유하지 못하는 지적 주체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것은 공부가 아니다!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닌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더 간단히 말하면,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p45 : 근대 이전만 해도 10, 20년 사이는 얼마든지 벗이 될 수 있었다. 연암 박지원은 홍대용보다 여섯 살이나 어리다. 하지만 둘은 평생 둘도 없는 지기로 지냈다. 그런가 하면 이덕무는 네 살, 박제가는 연암보다 13년 연하다. (47) 10대와 6,70대가 함께, 지속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이 대체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를, 어떤 스포츠, 어떤 취미활동도 불가능하다. 고로, 단연코 공부밖에는 길이 없다! 요가나 명상처럼 문자 바깥의 공부도 좋고, 인문학에서 자연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라도 좋다. (...) 공부 앞에선 모두가 초발심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 아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p49 :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꾸준히 밀고 가는 항심과 늘 처음으로 돌아가 배움의 태세를 갖추는 하심, 공부에 필요한 건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

p50 : 공부엔 다 때가 있다! 숨을 쉬고 있는 때, 그때가 바로 공부할 때이다.

 

3. 거짓말 둘 - 독서와 공부는 별개다?

p53 : 돈이 깊이 개입하는 순간, 어떤 활동이든 졸지에 타율성이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증까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활동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생명력은 완전 잠식되고 만다. 그런 점에(54)서 돈과 경쟁력은 흡혈귀, 아니 거의 흡혈마왕에 가깝다.

 

p57 : 독서를 외면하는 대안학교라? 언어도단! 상식적인 말이지만, 그런 다양한 활동이 신체와 통하려면 무엇보다 근기가 튼실해야 한다. 근기란 쉽게 말하면 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에너지의 분포도같은 것이다. 그릇이라고도 하고, 카리스마라고도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바로 이 근기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길은 단언컨대 독서밖에 없다!

 

p59 : 한마디로 대학생이고 대학원생이고 심지어 교수들조차 독서인이 아니라, 소비문화의 주체가 되어버린 셈이다. 대학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는 정확하게 거기에 비례하고 있다.

 

4, 거짓말 셋-창이성만 있으면 만사 OK!

p69 : 덧붙이자면, 토론이건 체험학습이건 그것이 강도 높은 학습의 과정이 되려면 고도의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바꾸겠다는 치열한 의지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주 유치한 수준에서 헛바퀴만 돌 따름이다.

 

p70 : 잘하는 사람은 더더욱 잘하게, 못하는 사람 역시 조금씩 향상되게, 우월감과 열등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다. 그런 식의 관계를 만들어내려면 현장의 학습 강도가 훨씬 높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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