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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철학의 역사(고대‧중세편)
움베르토 에코, 리카르도 페드리가 편저
Ⅶ 제국시대의 그리스 철학
그리스 철학이 지중해 중심의 문화권에 널리 확산되는 것은 로마제국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일어나는 일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철학 학파들이 탄생했고 앎의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학교들이 설립되었다.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이 시대는 문화적 복수주의와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의 공존을 꾀하는 시대였다.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스 문화는 그리스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인식되었고 그리스어는 철학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방법론적인 통일성과 기본적인 조화를 제공하는 언어로 받아들여졌다.(p. 407)
1 문자와 비유 사이에서: 알렉산드리아의 필론
1.2 문자적 해석과 비유적 해석
필론은 성서가 현실의 표상이며 따라서 성서 해석을 통해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성서 해석에 필요한 것은 철학적인 관점, 플라톤의 철학이나 스토아 철학의 관점이었다.
필론에 따르면, 모순이나 신화처럼 보이는 것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야 하고 이를 위해 문자적 해석과 비유적 해석이 모두 필요하다.(p. 412) 아담과 하와의 예시(p. 413)
1.3 신, 로고스, 권능
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방식과 부적절한 용어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필론의 부정신학의 입장이다. 하지만 필론은 이러한 순수한 초월자의 이미지 곁에 우주와 우주의 보존을 위해 염려하며 섭리를 주관하는 신의 이미지를 위치시킨다.(p. 415)
로고스는 신이 세상을 창조하면서 사용한 도구인 동시에 현실의 원형이다. 신의 권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로고스는 신의 사유 공간인 동시에 신의 보이지 않는 이미지다.(p. 416)
1.4. 지각적인 세계와 이중의 창조
필론은 신이 지각적인 세계를 먼저 창조하고 이를 감각적인 세계의 창조를 위한 기틀로 삼았다고 보았다.(p. 416) 원형과 세상을 설계도와 건축에 비유
필론은 경험적인 세계를 지각적인 세계의 복제로 보는 해석의 분명한 예들이 다름 아닌 성서의 이야기들이라고 보았다. 대표적인 예는 인간 창조에 대한 이중적인 서술이다.(p. 417)
신의 형상 → 아담/하와 → 남성/여성
1.6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유적인 의미
가인의 후계자들
첫 번째 무리 |
두 번째 무리 |
||
인물 |
비유적 의미 |
인물 |
비유적 의미 |
에노스 |
뛰어난 인간 |
아브라함 |
교훈 |
에녹 |
불멸의 삶에 몰두하는 현자의 고립 상태 |
이삭 |
행복 / 완성 |
노아 |
도덕적 인간 |
야곱 |
훈련을 통한 깨달음 |
2 하나, 지성, 형상: 플로티노스의 철학과 형이상학
2.2 플라톤과 고대 철학자들의 권위
플로티노스는 스스로를 일종의 해석자로 간주했다.(p. 421) 플라티노스의 경우처럼 철학과 해석학의 밀접한 관계를 인정하는 철학적 입장은 기원전 1세기부터 제국 시대와 고대 말기의 철학 사조들(특히 플라톤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사이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플로티노스의 시대에 ‘해석학으로의 전환’은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질문. 학문으로서의 해석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독창성이 없다는 것만으로 학문적 가치가 없다고 매도할 수 있을까?
질문. 이 시기 학자들이 해석학을 다뤘다는 것은 로마시대적인 특성이 있는 것일까? 역사에서 해석적인 학문들이 도래할 때는, 반대로 새로운 사상들이 등장할 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플라티노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와 그의 철학을 해석하는 데 몰두했던 철학자들의 저서를 꼼꼼히 읽고 연구한 최초의 플라톤주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p. 422)
2.3 플로토니스의 형이상학: 기초적인 문제점
플라톤 해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플로티노스의 철학이론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것은 세 가지 형이상학적 원리들의 구분이다.(p. 423)
(1) 절대적으로 단일한 하나
(2) 지성, 곧 다양한 형상들이 아무런 시공간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원리
(3) 영혼, 곧 지각이 가능하고 위계적으로 하등하며 다양성의 정도가 더 높은 원리
2.4 하나
플로티노스는 현실의 첨단에 하나를 위치시킨다. 하나는 절대적으로 단일한 원리이자 모든 사물과 존재나 사유보다도 높은 곳에 위치하는 원리다. 하나는 언급될 수 없으며 그것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플로티노스는 흔히 ‘부정신학’, 즉 최상의 원리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그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유를 최초로 이론화한 철학자로 고려되곤 한다.(p. 425)
하나는 지성이 아니며 지성에 앞서는 무엇이다. 하나는 존재가 아니다. 하나는 형상의 부재이다.
플로티노스는 『파르메니데스』의 첫 번째 가정에 요약된 절대적인 하나의 위상을 플라톤이 『국가』에서 이론화한 선의 위상에 비유한다. 하나와 선이 모두 최초의 원리와 연관된다고 본 것이다.
어떻게 하나가 그것에 의존하는 것을 생산해낼 수 있는 지를 설명할 차례다. (p. 426) 도식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나로부터 ‘과잉으로’ 인해 무언가 다른 것이 생산된다.
(2) 하나로부터 분출된 이 무한하고 부차적인 활동은 일종의 ‘회귀’를 통해 다시 하나를 바라본다.
(3) 이 시선이 완성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하나로부터 유래하는 무언가 ‘다른’ 것이 지성으로 완성된다.(p. 427)
2.5 지성과 형상
플로티노스의 두 번째 형이상학 원리인 지성 혹은 존재 속에 머무는 것이 바로 플라톤의 지각 가능한 형상들이다. 플로티노스는 이 형상들이 신성한 지성을 구축하는 사유 행위라고 보았다.
플로티노스의 지성은 ‘모든 사물들의 총체’이며 그것의 구조는 최고조에 달한 ‘다양성의 조합’을 보여준다. 신성한 지성의 앎은 원천적이며 앎 자체를 향해 있고 시간적인 연속성의 부재를 특징으로 한다.(p. 428)
2.6 물리적 세계와 영혼
고유의 힘으로 원인을 제공하는 원칙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영혼이다. 지성과 마찬가지로 영혼은 신체가 없으며 지성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하고 확장이 불가능하며 공간적인 제한으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지성의 경우와 달리, 영혼의 활동은 상이한 순간들의 순차적인 단계를 토대로 이루어진다.(p. 429)
플로티노스에 따르면 영혼은 세 가지 기본적인 구도 혹은 단계를 가지고 있다.(p. 430)
(1) 보편적인 형이상학적 원리로서의 내면적 영혼.
(2) 세상의 영혼 혹은 우주를 주재하는 영혼. 신체를 지닌 탁월하고 가장 완벽한 개인에 비유된다.
(3) 개인들의 영혼, 혹은 개별적인 인간의 육체 안으로 내려앉은 각각의 영혼.
플로티노스의 세계관에서 가장 낮은 위치를 점하는 것은 물질이다. 플로티노스는 물질이 고차원적인 원리에 의해 정말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p. 431)
2.7 인간에 대한 생각: 인식론, 윤리학, 신비주의
플로티노스의 윤리학에서 실천은 사실상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는 그가 우리의 지적 자아를 중시하고 실천적 자아는 지적 자아에 엄격하게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p. 432)
진정한 자유란 우리가 우리의 가장 정통하고 지적으로 완성된 단계의 본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자유를 말한다. 행복은 완벽한 삶 혹은 사유하는 지성의 소유와 일치한다.(p. 433)
로마제국과 권력의 이미지
로마의 예술은 동시에 공통된 언어의 표현, 즉 제국의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로마의 세계화를 위해 성공적인 도구 역할을 했던 공통된 이미지의 표현이었다.
공회장과 극장, 대중목욕탕 같은 공공시설(로마 시민들이 일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보내기 위해 선택하던 공간들)을 갖춘 도시에서 식민지의 시민들은(적어도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만큼은) 공공장소에서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있어서도 정복자들의 생활문화를 배우고 수용하기 시작했다.(p. 435-436)
로마의 전통 예술은 그리스적인 양식의 인위적이고 유기적인 통일성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강렬하고 즉각적인 인상에 치중하며 서사적이고 기념비적인 성격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징주의적인 표현에 치중했다.(p. 436)
3세기와 4세기 사이에 로마제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러한 변화는 대중의 심리와 상상력뿐 아니라 예술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p. 437)
→ 신비주의 종교와 구원론 탄생 / 물질세계로부터 탈출을 정당화하는 철학
3 아카데미의 전통: 이루 말할 수 없이 오래된 지혜
3.1 플라톤주의와 피타고라스주의의 ‘융합’: 플루타르코스와 누메니오스
헬레니즘 시대의 모든 철학자들은 플라톤이 아테네에 세운 철학 학교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회의주의적이고 난제들을 선호하는 철학적 성향을 받아들였다.(p. 440)
기원전 1세기에서 서기 3세기 초에 이르는 플라톤주의의 역사는 플라톤의 철학으로 하나의 철학적 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점철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플라톤 철학의 ‘체계화’를 위해 노력했던 철학자들의 공통된 특징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고대 해석학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였던 플라톤의 대화록 해석에 대한 지대한 관심.
(2) 기존의 여러 학파에서 유래하는 개념들에 의존하는 성향.
하지만 이 시기에는 플라톤주의 철학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철학적 방법론인 ‘철학적 계보학’이 두각을 드러냈다.(p. 441)
1세기와 2세기 사이에 활동했던 수많은 저자들이 플라톤과 피타고라스를 동일한 철학 전통에 속하는 사상가들로 간주했다.(p. 443)
3.3 이원론과 선과 악의 ‘투쟁’
플루타르코스와 누메니우스 모두 확신을 가지고 수용했을 뿐 아니라 똑같이 피타고라스주의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간주했던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바로 현실세계 전체가 모든 측면에서 상반되는 두 가지 원칙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이원론이다. 두 원리 중 하나는 선의 원인이자 원천이 되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악의 원천이 되는 원리다.
플루타르코스와 누메니오스는 현실이 단 하나의 원리(하나-지고의 신)로부터 유래한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이원론을 선택했다. 이들은 이원론이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요소라고 보았다.(p. 445-446)
3.4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오래된 지혜
플루타르코스와 누메니오스의 철학적 계보학에 대한 사유의 차이
플루타르코스 |
누메니오스 |
피타고라스의 철학적 주제들이 플라톤주의와의 연관성 속에서 다루어져야 하고 연관성이 없는 곳은 수정이 불가피함. |
피타고라스의 사상이 플라톤의 사상과 동일하다고 보았고 플라톤의 업적은 모든 면에서 전적으로 피타고라스의 사상을 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구체화한 것일 뿐. |
그리스 철학의 이 위대한 스승들은 동등한 선상에 위치하며 진리를 발견한 공로는 어느 한 사람에게 돌릴 수 없다. 왜냐하면 진리는 말할 수 없이 오래된 뿌리를 가지며 그리스와 상이한 문화권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일종의 시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의 지혜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p. 447)
4 신플라톤주의
4.1 신플라톤주의와 대표적인 철학자들
고대 말기의 철학을 지배했던 사조는 플라톤주의 혹은 신플라톤주의다.(p. 449)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529년에 발령한 칙령에 따라 그리스도교도가 아닌 철학자들에게는 가르치는 일이 금지되면서 아카데미의 활동은 역사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p. 450)
질문. 단순한 그리스도교 포교가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여타 철학자들이 위협이 되리라고 느껴서일까? 만약 후자라면 소크라테스를 대하던 아테네에서처럼 철학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철학이란 세상을 바꾸는 데 실제적인 효용이 있는 것인가?
질문. 하나의 그리스도교나 유교처럼 통치철학 혹은 국교에 의한 통치체제 아래 보편적인 ‘슈퍼에고’의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억압이 나을 것인가? 아니면 혼란스러운 난세에서 각종 철학이 난무하여 가치관의 혼재 때문에 불안과 혼동이 오는 편이 나을 것인가?
고전 문헌학자 칼 프레히터의 신플라톤주의학파 분류(p. 452)
1) 플로티노스와 이암블리코스, 아테네학파를 중심으로 하는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경향
2)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성격의 페르가몬학파
3) 박학을 추구했던 알렉산드리아학파
4.2 방법론적이고 이론적인 공통점들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은 플로티노스처럼 자신들의 철학 활동을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플라톤의 ‘신성한’ 사유를 더욱더 상세하고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일종의 해석학으로 간주했다.
이들은 플라톤 철학의 전통을 잇는 여러 학파들, 즉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자들, 스토아 철학자들의 의견과 헬레니즘 시대 및 동방의 신학사상에도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했다.(p. 452)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 모두에게 공통된 이론적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최고 원리라는 개념이다. 『파르메니데스』의 영향하에 흔히 하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원리는 무엇보다도 존재에 우선하는 것으로 간주된다.(p. 453)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 교훈은 영혼의 정신세계를 가능한 한 육체 및 쾌락과 연관되는 타락으로부터 보호하고 정신을 원천적인 공간, 즉 지성으로,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 신비주의 의식 및 독서와 금욕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양식 선택(p. 454)
4.3 포르피리오스, 이암블리코스, 프로클로스, 다마스키오스
포르피리오스는 도덕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덕목을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p. 456)
1) 대인관계에서 열정을 다스릴 줄 아는 덕목
2) 육체와 세상을 멀리하고 영혼을 정화하는 덕목
3) 영혼이 영혼의 원천인 지성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관조적 기능
4) 지성적 존재가 내포하는 이상적 덕목
이암블리코스는 하나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하는 최고 원리를 이론화하고 이어서 프로클로스가 벌전시킨 주요 이론들의 기초를 닦았던 인물이다. 이암블리코스는 존재를 구축하는 이데아들이 우선적으로는 사유의 대상이며 오로지 부차적인 의미에서만 완벽한 사유 행위 주체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았다.(p. 457)
프로클로스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철학자다. 사실상 고대가 중세와 르네상스에 전달한 플라톤의 이미지는 프로클로스가 주조한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 458) 『플라톤의 신학』에서 프로클로스는 플라톤의 대화록에 산재해 있고 『파르메니데스』에 체계적으로 정돈되어 있는 모든 ‘신학적’ 가르침, 즉 형이상학적 원리와 관련된 모든 가르침들을 집대성해 해석한다.(p.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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