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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 천병희 옮김
제1권 국가 공동체의 본질
제1장 공동체로서의 국가
모든 국가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좋음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 무릇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좋음(agathon)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공동체가 어떤 좋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 말로 분명 으뜸가는 좋음을 가장 훌륭하게 추구할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다.(p. 15)
제2장 국가는 본성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타고난 치자와 피치자도 자기 보존을 위해 결합해야 한다. 지성(dianoia)에 의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자는 타고난 치자(治者)이자 주인이지만, 남이 계획한 것을 체력으로 실현할 뿐인 자는 피치자(被治者)요 타고난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과 노예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p. 18-19)
이 두 가지 결합(남녀의 결합과 주인과 노예의 결합)에서 맨 먼저 생겨난 것이 가정이다.(p. 19)
공동체
가정 |
| 마을 |
| 국가 |
되풀이 되는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연적 형성 | 날마다 되풀이되는 필요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가정으로 구성된 최초 공동체 | 여러 부락으로 구성되는 완전한 공동체 완전한 자급자족이라는 최고 단계 |
국가는 단순한 생존을 위해 형성되지만 훌륭한 삶을 위해 존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전 공동체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ahems 국가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로 미루어 국가는 자연의 산물이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zōion politikon)임이 분명하다. (p. 20)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에 우선한다.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우선하기 때문이다.(p. 21)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없거나, 자급자족하여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자는 국가의 부분이 아니며, 들짐승이거나 신일 것이다.(p. 21-22)
인간은 완성되었을 때는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이탈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다.
미덕(aretē)이 없으면 인간은 가장 불경하고 가장 야만적이며, 색욕과 식욕을 가장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특징 중 하나다.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주고, 정의감은 무엇이 옳은지 판별해주기 때문이다.
제3장 가정과 노예
완전한 가정은 노예와 자유민으로 구성된다. 어떤 대상이든 가능한 한 최소 요소로 나누어 고찰해야 하는데, 가정의 가장 주된 최소 요소는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자식이다.(p. 23)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대한 이론
1. 노예에 대한 주인의 지배는 지식. 가사 관리인 노릇을 하는데, 정치가 노릇을 하는데, 왕 노릇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동일
2. 노예와 주인민의 차이는 관행에 의한 것이고, 본성상으로는 이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음. 이들의 관계는 힘에 의한 것이어서 정당하지 못함. (p. 24)
제4장 도구로서의 노예
도구 가운데 어떤 것은 생명이 없고, 어떤 것은 생명이 있다. 예컨대 배의 선장에게 노는 생명 없는 도구지만, 망보는 선원은 생명 있는 도구다.
재물은 사기 위한 도구이고, 재산은 도구들의 집합이다. 또한 노예는 일종의 살아 있는 재물이고, 조수는 다른 도구들에 우선하는 도구다.(p. 26)
통상적인 의미의 도구는 생산을 위한 도구인 반면, 재산은 활동을 위한 도구다. 노예는 활동을 위해 쓰이는 도구다.
재산은 부분과도 같은 것이다. 부분은 어떤 다른 것의 부분일 뿐 아니라 전적으로 다른 것에 속하는데, 재물도 그 점에서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본성적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노예다. 또한 사람이면서도 하나의 재산인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속해 있으며, 재산은 그 소유자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있는 행위를 위한 도구다.
제5장 노예제도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배하고 어떤 사람은 지배받아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이고 유익하다.(p. 27)
생명이 없는 것 |
|
|
생명이 있는 것 | 혼 | 치자 |
몸 | 피치자 |
생명이 있는 것들에서 주인이 노예에게 행사하는 것과 같은 지배(despotikē) | 저치가가 동료 시민들에게 행사는 것과 같은 지배(politikē) |
몸에 대한 혼의 지배 | 욕망에 대한 지성의 지배 |
우월함 | 열등함 |
길들인 동물 | 야생동물 |
수컷 | 암컷 |
우열관계에 따라 우월한 것이 열등한 것을 지배함. 이런 원칙은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어야 함.(p. 29)
남에게 속할 수 있고 그래서 실제로 남에게 속하는 자는, 그리고 이성이 있는 것은 알지만 이성을 갖지 못하는 자는 본성적으로 노예이다.(p. 29)
어떤 사람들의 몸이 남들보다 훌륭하다면, 열등한 자들은 마땅히 그들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데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몸에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사실일진대 혼에도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더 당연하지 않겠는가!(p. 30)
이 문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유민과 노예를 구분하는 것은 신분이 아닌 그들의 혼과 몸의 상태에 기준을 두고 있다.
제6장 법적 노예제도와 자연적 노예제도의 관계
어떤 사람들은 법도 일종의 정의이므로 스스로 정의의 원칙에 따른다고 생각하며, 전쟁에 의한 노예제도는 합법적인 만큼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왜냐하면 우선 전쟁의 원인이 정당하지 못할 수도 있고,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을 노예라고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노예를 본성에 따라 정의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논의의 출발점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어디서나 노예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디서도 노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p. 32)
모두가 본성적으로 노예이거나 본성적으로 자유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구별이 확연하여 한쪽에게는 주인이 되는 것이, 다른 쪽에게는 노예가 되는 것이 유익하고 정당한 경우가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권위를 남용하는 거은 양쪽 모두에게 해롭다.(p. 33)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자연스러운 경우 주인과 노예는 친구가 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양자의 관계가 법과 힘에만 의존할 경우 정반대되는 일(갈등과 적대 관계)이 벌어진다.(p. 34)
제7장 노예 지배의 특성
가정에서의 지배는 독재적이다. 각자의 집을 한 사람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가는 자유민과 동등한 자들을 지배한다.
주인이 주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가 습득한 지식 때문이 아니라, 타고난 미덕 때문이다.(p. 35)
노예를 위한 지식 | 주인을 위한 지식 | 노예를 획득하는 지식 |
일상 임무 요리법, 시중드는 일 등 | 노예를 부리는 법 | 전쟁 기술, 사냥 기술 |
제8장 재산 획득 기술에 관하여
가사 관리는 재산 획득 기술과 같은 것이 아니다. 후자는 재료를 제공하고, 전자는 그것을 이용하기 때문이다.(p. 38)
식물은 동물을 위해 존재하고, 다른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자연은 어떤 것도 불완전하거나 쓸데없이 만들지 않는다면, 자연이 이 모든 것을 만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라고 추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냥은 재산 획득 기술의 일부인 만큼, 어떤 의미에서 전쟁 기술은 본성적으로 재산 획득 기술의 하나이며, 이런 기술은 들짐승은 물론이요 지배받도록 태어났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인간들에게도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 종류의 전쟁은 본성적으로 정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재산 획득 기술은 본성적으로 가사 관리 기술의 일종이다. 왜냐하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국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에 유익한 재물들 가운데 비축될 수 있는 것들은 넉넉히 비축되어 있거나, 아니면 가사 관리 기술이 그런 것들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40)
제9장 재산 획득의 자연스러운 방법과 부자연스러운 방법
물물교환은 자연에 배치되지도 않고, 돈 버는 기술의 일부도 아니며, 자연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바로 이 물물교환에서 돈 버는 기술이 생겨났다. 한 나라 주민들이 다른 나라 주민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되어 필요한 것은 수입하고 남는 것은 수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화폐가 사용된다.
일단 화폐가 도입되자 생필품의 물물교환은 재산 획득의 또 다른 형태, 즉 상업으로 발전했다.(p. 44)
상업은 오직 화폐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폐가 상업의 필수 성분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재산 획득 기술에서 생겨나는 부에는 한계가 없다.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는 화폐 형태의 부와 오직 화폐의 획득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사 관리에 속하는 재산 획득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부의 무한한 획득이 가사 관리의 기능은 아니기 때문이다.(p. 45)
어떤 사람들은 증식이 가사 관리의 기능이라고 믿고는 가지고 있는 화폐를 그대로 간직하거나 무한히 증식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인간이 훌륭한 삶이 아니라 단순한 생존을 추구하는 데서 기인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들의 욕망이 무한하듯, 그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도 무한하기를 원한다. 훌륭한 삶을 추구하는 자들마저도 물질적 향락에 도움이 되는 수단을 추구한다.(p. 46)
제10장 가사 관리의 적절한 한계: 대부(貸付)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재산 획득 기술이 가사 관리인과 정치가의 업무냐 아니냐 하는 처음 제기되었던 질문의 해답을 얻은 셈이다. 그 해답이란 재산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p. 48)
재산 획득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사 관리인의 임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그의 임무가 아니라 보조 기술의 임무라는 것이다.
재산 획득 기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사 관리에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업과 관련된 것이다. 전자는 필요하고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교역에 의존하는 후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리대금이 가장 심한 증오의 대상이 된다.(p. 49)
제11장 독점의 발생에 관하여
재산 획득 기술의 유용한 분야들(p. 50-51)
자연적 요소 | - 가축 사육에 관한 경험적 지식 - 곡물 또는 과일 농사, 양봉, 살림 살이에 도움이 될 만한 물고기와 가금류 사육에 관한 경험적 지식 |
교환적 요소 | - 상업: 용선, 운송, 판매 - 고리대금 - 용역 |
자연적이면서 교환적 요소 | - 벌목 - 채광 |
탈레스와 디오뉘시오스는 독점을 통해 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정치가들도 알고 있는 것이 유익하다. 국가도 가정만큼 또는 가정 이상으로 재원이 필요하며, 따라서 재원을 마련할 방법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정치가들은 실제로 재정(財政)에 전념한다.(p. 53)
제12장 남편의 권위와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간단한 고찰
아내와 자식에 대한 가장의 지배는 자유민을 지배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지배하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르다. 아내에 대한 그의 지배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정치가의 지배와 같고, 자식에 대한 그의 지배는 피치자들에 대한 왕의 지배와 같다.
정치가가 지배하는 경우 대개 치자와 피치자는 교대를 하며 국가는 차별 없는 평등을 지향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지배하고 다른 사람은 지배받을 경우 지배자는 외형과 말투와 경칭에서 구별을 두려 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관계는 언제나 이와 같다.
반면 자식들에 대한 아버지의 지배는 피치자들에 대한 왕의 지배와 같다.(p. 54-55)
제13장 가정에서의 윤리와 효율성
이상의 논의를 통해 가사 관리에서는 생명 없는 재산보다는 사람이, 우리가 부(富)라고 일컫는 재산의 미덕보다는 사람의 미덕이, 그리고 노예들보다는 자유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예에 관해 맨 먼저 제기되어야 할 질문은, 노예들이 도구와 하인으로서의 미덕 외에 더 가치 있는 다른 미덕을 갖고 있느냐이다. 어느 쪽으로 대답하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노예들이 미덕을 지녔다면, 그들과 자유민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편 노예들에게 미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들도 인간이고 이성을 분유(分有)하기 때문이다.(p. 56-57)
본성적 치자와 본성적 피치자 모두에게 고상한 성품이 똑같이 욕된다면, 왜 한쪽은 언제나 지배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언제나 지배받아야 하는가?
지배와 피지배는 종류의 차이며, 정도의 차이와는 무관하다.
치자와 피치자는 둘 다 미덕을 지니되 그 종류가 달라야 한다.(p. 57)
혼에는 본성적으로 지배적인 부분과 피지배적인 부분이 있고, 이들의 미덕은 서로 다른데, 그중 하나는 이성을 가진 부분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이성적인 부분의 것이기 때문이다.
노예에게는 기획 능력이 전혀 없고, 여자는 기획 능력이 있긴 하지만 권위가 없고, 아이는 기획 능력이 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리적 미덕의 경우도 그 점은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모두들 윤리적 미덕을 지니도, 똑같은 정도가 아니라 각자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지닌다.
남자의 용기는 치자의 용기이고, 여자의 용기는 섬기는 자의 용기다.
미덕이 ‘영혼의 좋은 상태’ 또는 ‘올바른 행위’ 등등이라고 일반화해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 기만에 빠져 있다. 그렇게 일반화한 정의보다는 고르기아스처럼 서로 다른 여러 미덕을 열거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p. 59-60)
주인은 노예에게 노예에게 고유한 미덕을 심어주어야지, 노예가 할 일을 일일이 지시하는 관리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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